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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같은 신앙

운영자 2022.03.21 10: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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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같은 신앙


“여보 이 물은 먹지마”

아내가 어제 내가 사온 생수병을 가리키며 말했다.

“왜?”

내가 되물었다.

“악력기를 잡아 보니까 우리한테 맞지 않는 물이야.”

아내는 독특한 미신에 잡혀 있는 것 같았다. 악력기를 손에 쥐고 물체에 손을 얹은 후 악력기가 움직이면 몸에 맞고 움직이지 않으면 해롭다고 여기고 있다. 음식은 그렇게 생각해도 생활에 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약도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아내는 심장혈관이 좁아져 스텐트시술을 받았다. 그리고 고정적으로 여러 가지 약을 처방받아 왔다. 그런데 그 약마저도 아내는 악력기를 사용해서 다시 자기 몸에 맞는 약을 선정해 그것만 먹고 있었다. 의사의 처방을 무시하는 그 행동을 지식적으로 납득 할 수가 없었다. 의학처방도 하나님이 인간에게 준 지혜다. 의사의 처방에 따르는 것은 과학적 지식이었다. 아내는 지식보다 신앙이 주는 계시 쪽을 더 믿었다. 내가 반대해도 아내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신앙적으로 몇 계단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악력기는 손의 근육을 강화시키기 위한 운동 도구였다. 그게 하나님의 계시를 받는 기구가 되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무시할 수만도 없는 것 같다. 쇠 젓가락 같은 막대기를 들고 수맥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수맥이 있으면 그 막대기가 빙빙 돌아간다는 것이다. 또 그림 앞에서 그 쇠막대기를 들고 기가 쏟아지는지 감지하는 사람도 봤다. 세상에는 내가 지식적으로 알 수 없는 일도 많았다.

내가 아는 뇌성마비 장애를 앓고 있는 여성이 있었다. 그 여성은 내게 괴로웠던 경험을 호소했었다. 엄마가 교회에서 마귀를 쫓는 능력을 가졌다는 권사를 데리고 왔었다는 것이다. 그 권사가 귀신아 물러가라고 소리치며 자기를 계속 심하게 때리는 바람에 죽을 뻔 했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현대의학을 통해서 병을 치료하는 것은 성경에 배치되는 것일까? 의학지식도 하나님이 인간에게 베푼 은혜가 아닐까. 오래전 의학이 발달하지 못했을 때는 하나님이 독특한 방법으로 병을 치료했지만 지금은 수술이나 약을 통해 낫게 해 주시는 게 아닐까. 기도와 의학이 다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지금도 생각하면 속에서 웃음이 나오는 기억이 있다. 한 노인이 찾아왔다. 그는 육십년대 왕성하게 퍼져나가던 신앙촌에서 자랐다고 했다. 온 가족이 재산을 그 종교단체에 헌납하고 거기서 노동을 하며 살았다는 것이다. 그 노인은 교주에게 당한 일을 이렇게 말했었다.

“교주가 눈을 안수해 준다고 하면서 사람들을 일렬종대로 세워놓고 엄지손가락 끝으로 사람들의 눈알들을 쿡 찌르고 지나갔어요. 사람마다 ‘악’하고 뒤로 쓰러졌죠. 나도 그 눈 안수를 받아봤는데 눈이 찔리는 순간 불이 번쩍하면서 너무 아프더라구요. 나도 이제 목사가 됐으니까 그 교주 눈안수를 한번 해 줬으면 좋겠어요. 벽에 서 있게 하고 그냥 눈을 콱 찔러버렸으면 속이 시원하겠어요.”

지식을 벗어난 무속적인 신앙 행위가 너무 많은 것 같다.

이단으로 알려진 한 종교단체의 부교주를 만난 일이 있다. 그는 내게 이런 말을 하면서 교주에 대해 알려주었다.

“성경만 백번 읽으면 미쳐버려요. 그리고 천 번을 읽으면 교주가 됩니다. 우리교주님이 어려서부터 학교도 가지 않고 서른살이 될 때까지 세상과 절연하고 성경만 천번 읽었어요.”

그 교주는 미쳐버린 것 같기도 했다. 자기가 메시아라고 했다. 그리고 하나님이 세상의 여자들을 다 자기에게 붙여줬다고 했다. 그 바람에 강간죄를 범한 죄인이 되어 십년 세월 징역살이를 하기도 했다. 지식을 벗어난 신앙은 미신이 되기 쉽다. 신앙이 우리의 영혼을 구름 위로 끌어올라는 것이라면 지식은 우리의 발을 땅 위에 확고히 디디게 해 주는 게 아닐까. 신앙만을 추구한다면서 세상의 일체 지식을 멀리하는 사람들이 있다. 종교가라고 하면서 신앙만을 기르고 지식을 배우는 걸 소홀히 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성을 상실하고 정상궤도를 일탈하는 것 같다.

나는 신앙도 지식이 받쳐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신앙은 영혼의 생명이다. 이것이 있어야 문학도 있고 열정도 있다. 신앙이 없으면 세상은 기계에 불과하다. 재미도 흥미도 의미도 없다. 우리들이 완전해 지려면 영의 세계뿐만 아니라 지식이 주는 실물적인 교육도 받아야 한다. 신앙은 하나님의 지혜다. 지식은 사람의 지혜다. 둘을 다 받아들여야 우리는 고상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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