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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국회의원의 억울함

운영자 2022.05.03 11:04:50
조회 164 추천 2 댓글 0

간통죄가 없어지기 전의 일이다. 유명한 정치인이 미국을 다녀온 후 검찰의 소환장을 받았다. 미국에서 간통을 했다는 혐의였다. 그는 등줄기로 강한 전류가 지나가는 섬찟함을 느꼈다. 그런 사실이 없기 때문이다. 덫에 걸린게 틀림없었다. 심장이 뛰고 혈압이 높아졌다. 그는 검사실로 갔다.

“간통하신 여성의 남편이 고소를 했습니다. 임신이 되면서 남편에게 자백을 했답니다. 남편은 자백한 여성의 진술서를 증거로 보내왔습니다.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기소를 할 예정입니다.”

“그런 사실이 없는데도 그 여성의 진술서 한 장만으로 제가 감옥에 가야 하는 겁니까?”

“간통이라는 게 원래 둘이서만 있는 가운데 은밀히 벌어지는 일이라 여성의 진술만 확보하면 증거로 인정됩니다.”

“그러면 간통을 한 그 여성과 함께 감옥을 가는 겁니까?”

“아니죠. 그 여성은 미국시민권자라 의원님 혼자만 구속이 되셔야 하겠습니다.”

다음 날부터 그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사회는 그의 간통을 기정사실로 심판했다. 사회의 여론은 신 같은 존재였다. 가짜뉴스라도 재미있고 그걸 믿는 사람의 숫자가 많으면 진실로 둔갑을 하고 힘을 받는다. 사람들은 사회의 제재라고 하면 성자의 재판쯤으로 인식했다. 그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를 만난 친구들은 미소를 지으면서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다.

“괜찮아 괜찮아 살다보면 그런 때도 있는 거지 뭐”

그런 말에 그는 더 화가 났다. 자기의 결백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사실을 단정해 버렸다.

“뭐가 괜찮아? 내가 뭘 했다는 거야?”

독이 오른 그는 화를 내면서 싸움을 했다. 그는 사회가 속물들의 집합체이고 괴물인 걸 알았다. 사회는 현명하지 않고 그 여론이 최고의 규범도 아니다. 현명한 자는 극소수이고 어리석은 자는 압도적 다수였다. 그 국회의원은 미국에 사는 친구에게 고소를 한 사람들에 알아봐 달라고 절실하게 부탁했다. 얼마 후 진실이 드러났다. 공갈범인 부부가 그 국회의원을 상대로 작업을 벌인 것이다. 지역신문에 난 국회의원의 일정을 보고 호텔에서 몰래 만난 것처럼 이야기를 꾸며 고소를 한 것이다. 정치인이라 사회가 손가락질만 하면 바로 돈을 줄 것이라고 계산한 것이다. 공갈범 부부는 해외전화로 그 국회의원에게 수억을 요구했었다. 몇 년이 흐른 후에 그 국회의원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 검사한테 내가 화가 났었어.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눈을 돌렸어도 진실을 바로 발견할 수 있었을 텐데 내가 무너지는 걸 더 보고 싶었나 봐.”

한 사람 한 사람의 비틀어진 렌즈가 사회 전체를 왜곡시키는 것 같다. 광우병 사태가 났을 때였다. 미국산 소고기만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는 뉴스를 보고 백만명가까이 광장으로 뛰어나왔다. 그리고 대통령과 정권을 향해 종주먹질을 했다. 대통령은 청와대 뒷산으로 도망가서 붉은 촛불의 바다를 보고 두려움에 떨었다. 군중이 모인 광장의 한 구석에서 외치는 청년이 있었다.

“미국산 소고기를 먹어도 광우병에 걸리지 않아요.”

그렇게 말하는 청년을 보면서 군중은 욕을 하고 침을 뱉었다. 그게 내가 본 사회의 한 부분이었다. 사회라는 게 무엇일까? 사회란 딴 게 아닐 것 같다. 인간의 집합체다. 그리고 그 인간의 표본은 각자 그 자신이다. 그러므로 사회를 개선하는 방법은 나 자신을 개선하는 데 있지 않을까? 자기 자신을 이겨내지도 못하면서 사회를 개선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자기를 이길 수 있어야 우리는 사회를 이길 수 있는 길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잘못이나 나태는 보지 않고 사회나 국가로 책임을 돌린다. 공격하는 상대방에 대해서는 질투하고 배척하고 비열하게 행동한다. 사회개혁이란 무엇일까. 사회의 참모습은 이를 형성하고 있는 개인이다. 사회의 일부분이며 인간의 표본인 나 자신을 이길 수만 있다면 사람은 누구나 사회를 개선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사회개선은 아주 어려운 것 같으면서 아주 쉽다. 아주 쉬운 것 같으면서 아주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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