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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

운영자 2023.04.10 10:20:52
조회 94 추천 2 댓글 0

젊어서부터 매일 같이 죠깅으로 철저히 건강을 유지해 온 그가 루게릭병을 앓고 있다고 했다. 몸이 나무토막 같이 굳어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그냥 다가오는 죽음을 기다려야 할 뿐이었다. 그는 마지막에는 자기 얼굴을 기어가는 벌레 한 마리도 쫓아낼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자살조차 할 능력이 없다. 그는 장군을 하고 장관을 했다. 세상에서 그는 성공한 사람이었다. 나름대로 반듯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얘기를 듣고 그런 과정이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일까 의문이었다. 노태우 대통령도 소뇌의 수축증으로 몸이 굳어버린 채 강원도의 철지 난 리조트에서 쓸쓸하게 투병생활을 하다가 저 세상으로 간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재벌의 회장도 몇년을 죽지 못한 채 냉동인간으로 고통을 겪다가 저세상으로 간 것으로 알고 있다. 부자나 가난한 자나 힘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왜 그런 암흑 같은 고통의 터널을 지나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 터널의 끝에는 뭐가 있을까. 영원한 바닥없는 암흑일까? 아니면 환한 빛이 비치는 또 다른 세계가 있는 것일까.

서울의대 정현채 교수는 오랫동안 죽음을 공부한 과학자다. 죽음을 공부한 이유는 이 세상을 의미 있게 살다가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제주도에 사는 그는 오전 일을 마치면 카메라를 들고 인근 숲속을 산책하면서 사진을 찍는다. 몰두하면서 버섯만 찍는다고 했다. 그는 그런 몰두가 명상이라고 했다.

그는 집으로 돌아오면 인터넷을 통해 의사로서 또 죽음을 연구한 학자로서 세상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자살한 아버지가 지금 저세상에서 고통을 받을 텐데 해드릴 것이 뭐냐고 물었다. 그는 사후세계에는 고도로 진화한 영적 존재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영혼들의 도움을 받으면 고통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티벳의 ‘사자의 서’를 죽은 아버지에게 읽어 드리라고 처방했다. 과학자의 독특한 대답이었다. 한번 그 책을 읽어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는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보라고 한다. 그러면 공포심이 사라지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죽어서 육체가 부패 되어 가도 의식은 또렷이 유지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 경이로움은 삶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을 완전히 바꾸었다고 했다. 그걸 알면 인생의 종착역에 도달했을 때 여유로운 죽음과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알면 삶에도 큰 변화가 온다고 했다. 부자가 되고 싶다거나 출세하고 싶은 욕망보다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평범한 일상속에서 순간순간 충실히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그 증거가 되는 체험을 가지고 있다. 나는 며칠간 아버지의 임종을 지켰었다. 어느날 아침에 중환자실로 들어간 내게 아버지는 이런 말을 했었다.

“지난 새벽 내가 좋은 세상으로 가는 중이었어. 그런데 의사가 전기충격을 하고 주사를 놓는 바람에 가지를 못했어.”

나는 깜짝 놀랐다. 내세가 있다고 하지만 그곳에 갔다가 돌아온 사람이 없었다. 증명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죽어가는 아버지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 것이다. 혹시나 섬망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생겼다. 그러나 아버지는 섬망이 생길만한 진통제나 마취약을 투여한 적이 없었다. 아버지의 정신은 물같이 맑았다. 나는 강한 호기심을 가지고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정말 다른 세상이 있는 것 같아?”

“그래 있어.”

그때 의사가 아버지의 옆에 있는 모니터를 보면서 보호자인 내게 말했다.

“지금 위험하신 상태입니다. 다시 전기충격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듣자 침대에 누워 있던 아버지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지난 새벽에도 전기충격을 받았는데 너무 힘들더구나. 어차피 한번 갈 건데 편히 가게 해다오.”

나는 아버지의 말대로 했다. 잠시 후 아버지 침대 옆에 있는 모니터에 나타나던 톱니 같은 선들이 ‘삐’하는 기계음과 함께 녹색의 일직선으로 변했다.

성경은 인간이 죽으면 그 영혼이 새로운 몸을 받고 천사같이 진화한 존재가 되어 다른 세상에서 산다고 알려주고 있다. 고통스런 죽음의 과정은 환한 빛의 세계로 가기 위한 도중의 컴컴한 터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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