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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아들 2

운영자 2010.01.27 11:52:55
조회 647 추천 0 댓글 0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장군, 장관, 당대표, 대통령을 지내지 않았어요? 그런 특별한 부모를 두었다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나는 그에게 겨우에 따라서는 극히 모호하고 어려운 질문을 했다. 그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제가 생각하기로는 정말 부자연스럽고 억제된 생활을 많이 해왔습니다. 말 한마디로 그리고 행동 하나도 조심하도록 부모님한테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잘못하면 남들이 몇 배 손가락질을 하고 입에 올리니까요. 저로서는 평범한 다른 친구들보다 훨씬 하고 싶은 것 못 해보고 통제된 속에서 컸다고 생각합니다.”

    말하는 도중에 그는 가슴속에서 응어리가 치미는지 잠시 탁자위에 놓인 엽차를 마셨다.


    “저도 친구를 많이 사귀고 싶었어요. 그런데 사람들하고 사귀다 보면 참 곤란한 입장이 되곤 했습니다. 일단 저를 자연인으로 봐주지 않고 대통령의 아들로 봅니다. 그리고 그들 나름대로 저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았어요. 저는 그게 속으로 부담스러웠고 언제 어느 경우에나 저를 사귀는 사람들의 욕구를 일일이 채워줄 수 없는 입장이었어요. 그러 때면 뒤로 욕도 먹었죠. 그렇다고 내가 뭘 잘못했느냐고 덤비고 싸울 수 있겠습니까?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레테르 때문에 저는 그저 매사에 조심만 하고 경계하는 애늙은이가 되어버린 것 같아요. 이제는 아예 대부분은 포기한 상태예요..”

    그는 허탈하게 말했다. 그 때였다. 카운터에서 무료하게 앉아있던, 약간은 수다스럽게 보이던 뚱뚱한 여자가 눈치를 보더니 옆집의 다른 여자들을 불러 모으는 것 같았다.


    여자들은 우리들이 식은 국수를 먹는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노재헌의 인상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 노재헌은 옆도 쳐다보지 못하고 국수그릇 바닥이 식은 국물로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원, 세상에 저렇게 멀끔하게 생겼는데.. 아버지 때문에 신세가 저렇게 됐어.."

    마치 동물원의 짐승을 보며 노리듯이 그 여자들은 호기심에 차서 수다를 떨었다. 불편하게 국수 한 그릇을 먹고 사무실로 올라오는데,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사람들이 당장 그를 알아보고는 눈이 둥그래서 살피는 것이었다.


    “변호사님, 저것 보세요. 이제 죄인의 아들로 저를 몰라보는 사람이 없어요. 저는 보통사람이 정말 부럽습니다. 그런데 보통사람들은 그걸 몰라요. 저로서는 할 말이 너무 많아요. 그렇지만 지금은 밉다고 이리가면 이리치고 저리가면 저리치고 하니까 뭘 말하겠어요? 할아버지가 저렇게 되니까, 저는 아들이라 그렇다 치고, 신나게 뛰어 놀지도 못하는 제 자식을 볼 때마다 정말 가슴이 아파요.”


    그는 한숨을 쉬며 그의 아이들을 안쓰러워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 사라들은 대중 속에 소리없이 묻힐 수 있는 익명성의 편안함을 모른다. 일등보다는 중간의 느긋함. 경쟁에서 벗어난 꼴찌의 편안함을 알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나는 사무실을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언젠가는 그가 진짜 그의 아버지의 슬로건처럼 보통사람이 되기를 기도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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