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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엄마의 모정

운영자 2011.05.26 15:39:04
조회 219 추천 0 댓글 0

  때묻은 재소자복을 입은 박남순(가명)씨가 법정 구석에서  움츠리고 있었다. 재판순간을 기다리는 그녀의 감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12만원을 훔쳤다. 경미하지만 전과 때문에 재판에 회부된 것이다. 그녀는  고교 졸업 무렵  파티에 쓰려고 남의 탁상시계를 훔치다가 공교롭게 걸렸다. 순진했던 그녀는 잘못이 호적에 기재 됐다고 생각했다.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다. 남자는 혼인신고를 하자고 매달렸다. 하지만 그녀는 기겁을 하며 거절했다. 잘못이 들통날까 무서웠다. 그런 슬픔을 몇 번 겪자 그녀는 자포자기했다. 차라리 진짜 도둑이 되고 싶었다.  방황하다가 남의 집에 들어가 툇마루에 앉았다. 그게 주거침입죄였고 다음은 절도미수였다. 점점 거창한 죄명으로 발전했다. 뒤늦었지만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대학식당에서 열심히 일했다. 그녀의 성실성에 반해 학교측에서는 정식직원으로 임명을 하려했다. 그녀는 단호히 사양했다. 전과가 밝혀질 까봐 싫었던 것이다. 여러 해 동안 그녀는 남의 것을 탐낸 적이 없었다. 오히려 식당 바닥에 떨어진 남의 돈을 주인을 찾아주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원인모를 병이 도진 것이다. 며칠전이었다. 뚝방교회 임목사가 그녀의 변호를 부탁하러 왔었다. 그의 얘기는 대충 이랬다. 그녀의 아들이 공장에서 일하다가 IMF로 실직했다. 그는 채소장사를 하고 싶었다. 트럭에 야채를 싣고 골목길을 누비며 파는 일이었다. 아들은 이제야 함께 살게된 어머니에게 소원을 말했다. 어머니는 무엇이든 해주고 싶었다. 떼어놨던 아들에게 그저 미안할 뿐이었다. 어머니의 돈으로 낡은 트럭 한 대가 마련됐다. 남은 것은 채소를 떼어올 장사밑천이었다. 임목사는 도둑질마저 서슴치 않았던 어머니를  면회 한번 오지 않는 아들에게 분노했었다. 


  “혹시 아들 때문에 범행을 저지르신 것 아닙니까?”

  법정에서 내가 다른 질문에 끼어 슬쩍 물었다. 정상참작사유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아니예요. 전과를 보세요. 저는 상습범이죠.”

  그녀가 정색을 하면서 거부했다. 아들이 혹시나 연루될까봐 온몸의 털을 곤두세웠다.


  “그러면 지금 이 법정에 아드님이 와 있습니까?”

  내가 다시 그녀의 아픈 곳을 찔렀다. 그녀가 다급한 변명을 했다.


  “깨끗한 우리 아들이 상습범인 엄마에게 진저리치는게 당연한 거죠.”

  그녀가 안간힘을 쓰며 아들을 감쌌다. 재판장이 덧붙였다.


  “아들은 장가를 들었습니까?”


  “제가 이꼴이라서요-----”

  모정은 예민했다. 재판장이 방청석을 보면서 소리쳤다.


  “피고인 아드님이 와 계십니까?”

  방청석이 술렁거렸다. 대답이 없자 사람들의 얼굴에 안스런 표정이 비쳤다.


  “아드님 오셨으면 일어서 보시죠.”

  재판장이 다시 재촉했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이런 이런”

  재판장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혀를 찼다. 목사와 전도사 그리고 식당동료들이 연대해서 탄원서를 제출했다. 피해자 역시 앞장서 간곡하게 그녀의 용서를 빌었다. 정작 아들만이 그 자리에 없었다. 얼어붙은 그녀의 마음을 녹여줄 것은 정작 아들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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