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정치발전위원회

운영자 2012.05.31 17:13:04
조회 524 추천 0 댓글 2

  이번 총선에 출마한 변호사 출신 한 후보로부터 들은 얘기다. 그는 매일 아침이면 지하철 역 앞에 나가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지나가는 사람에게 명함을 건넸다. 대검 중수부의 잘나가는 검사 출신인 그로서는 남에게 몸을 낮추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난번 선거에서 실패한 후 겸손해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명함을 건네받은 행인 중에는 그걸 받는 즉시 그가 보는 앞에서 비웃으며 공중으로 날려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공중에서 돌던 사진 박힌 명함은 길바닥의 하수구 위에 처참하게 추락했다. 그러나 그는 이제 그런 수모는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로 단련이 됐다. 처음에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수치심에 땅에 떨어진 자신의 명함을 줍기 바빴다. 그런 씁쓸한 과정은 대접받던 법조인이 겸손하게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귀한 시험일 수 있다.

 

  변호사는 법을 만드는데 참여해야 한다. 아마추어 의원 두 세 명이 만든 엉성한 법조문도 국회를 통과하면 국민전체를 묶는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한다. 법치국가에서 입법은 혁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한 맺힌 몇몇 사람들에 의해 고시제도가 폐지되고 로스쿨이 탄생했다. 사법개혁이라는 그럴듯한 명분 뒤에는 시기와 열등감이 숨어있다. 몇 개 법조문으로 변호사들은 그동안 쌓아온 피땀 어린 결과를 빼앗기고 말았다.

 

  변호사들을 보면 상당수는 어두운 과거와 내면의 상처가 존재한다. 광부의 아들도 있고 하역장 노무자의 자식도 있다. 젓갈장사 아줌마의 장남도 있고 말단 교도관이나 하사관의 아들도 있다. 처절한 가난과 외로움을 이겨내면서 바늘구멍 같은 고시를 통과했다. 인간대접을 받는 삶을 얻을 수 있는 통로였다. 부모 잘 만나 호강하면서 얻은 삶이 아니었다. 그러나 세상은 개혁이라고 하면서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있는 구멍을 꽉 막아버렸다. 그렇게 나온 법조인들을 보면 눈꼴이 신 것이다. 과연 로스쿨 출신의 백수들이 방황하는 현실이 진정한 개혁이었는지 되묻고 싶다.

 

  국가의 실제적인 권력은 이제 입법부에 있다. 대통령도 법률을 먼저 만들지 않으면 정책을 수행할 수가 없다. 변호사들은 아직도 더 추락할 곳이 남아있다. 소송대리권이라는 한 줄의 법조문만 만들면 변리사와 법무사, 세무사가 법정을 점령하면서 앞으로 변호사들을 고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무장쯤으로 전락할 지도 모르는 현실이다. 총학생 회장 출신의 젊은 변호사는 대학시절 내내 시위를 하고 거리에서 서명운동을 했는데 결국 모든 것은 한 줄의 법조문을 만들기 위한 것이더라고 했다.

 

  노예해방이 됐어도 백인만 있던 미국의회는 흑백을 구별하는 법을 만들었었다. 흑인이 의회에 진출하기 전의 일이다. 노동자단체와 농민단체는 힘을 쓰는데 만이천명의 지식인을 대변하는 변호사 단체는 무력하다. 단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총선을 맞아 대한변협의 정치발전위원회가 조그만 활동들을 시작했다. 변호사들에게 시대적 흐름을 교육시키고 기존의원들 선거장에 자원봉사자들을 보내 선거실습을 시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좋은 정치인을 합법적으로 폭넓게 후원하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유능한 인재들로 전국적인 조직을 형성하고 있는 게 대한변협이다. 마음만 먹으면 재벌의 힘없이 자체적으로 자금도 만들 수 있다. 법전문가로 삶의 질을 높이는 좋은 법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결국은 아름다움을 뽐내는 수많은 개개의 꽃송이들을 하나로 묶을 다발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선후배변호사들이 마음을 나누고 단합해야 하지 않을까.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3365 국민 앞에 사과하셔야죠 운영자 24.05.27 34 1
3364 절망감이 들었다 운영자 24.05.27 26 0
3363 능숙한 연기와 거짓말 운영자 24.05.27 24 1
3362 방송이 만든 가면들 운영자 24.05.27 24 1
3361 나는 세상을 속인 사기범 운영자 24.05.27 24 0
3360 귀신을 본다는 빨간 치마의 여자 운영자 24.05.27 24 0
3359 얼떨결에 성자가 된 도둑 운영자 24.05.27 22 0
3358 종교 장사꾼 운영자 24.05.20 66 2
3357 주병진 방송을 망친 나는 나쁜 놈 운영자 24.05.20 63 0
3356 대도를 오염시키는 언론 운영자 24.05.20 41 1
3355 세상이 감옥보다 날 게 없네 운영자 24.05.20 48 1
3354 악인은 변하지 않는 것인가 운영자 24.05.20 42 1
3353 서민의 분노와 권력의 분노 운영자 24.05.20 38 0
3352 쥐 같은 인생 운영자 24.05.20 48 2
3351 좋은 사람의 기준을 깨달았다 [1] 운영자 24.05.13 116 2
3350 너도 도둑이지만 윗놈들이 더 도둑이야 운영자 24.05.13 66 0
3349 국무총리와 도둑 누가 거짓말을 했을까. 운영자 24.05.13 90 0
3348 도둑계의 전설 운영자 24.05.13 55 1
3347 바꿔 먹읍시다 운영자 24.05.13 54 0
3346 반갑지 않은 소명 운영자 24.05.13 54 1
3345 대도 사건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 운영자 24.05.13 49 0
3344 재판을 흥미성 보도자료로 만듭니다. 운영자 24.05.06 80 1
3343 부자들의 비밀금고 운영자 24.05.06 89 2
3342 죄 값 이상을 강요할 권리가 있나? 운영자 24.05.06 67 0
3341 입을 틀어막히는 분노 운영자 24.05.06 72 1
3340 변호사로 정상이라고 생각합니까 운영자 24.05.06 76 1
3339 도둑 일기 운영자 24.05.06 93 1
3338 숯불 나르는 청년의 외침 운영자 24.05.06 83 1
3337 당신은 꽂히면 바로 내 지르는 사람이야 운영자 24.04.29 106 1
3336 아들의 좋은 친구가 되어 주세요 운영자 24.04.29 84 1
3335 도대체 저의가 뭡니까? 운영자 24.04.29 90 1
3334 기억 사진첩 속 어떤 재판광경 운영자 24.04.29 77 1
3333 내가 체험한 언론의 색깔 운영자 24.04.29 83 1
3332 변호사란 직업의 숨은 고뇌 운영자 24.04.29 88 1
3331 저세상으로 가는 법 운영자 24.04.29 101 1
3330 인권변호사의 첫걸음 운영자 24.04.22 110 1
3329 깨어있는 시민의 의무 운영자 24.04.22 100 1
3328 죄수가 전하는 사회정의 운영자 24.04.22 111 1
3327 이민자의 슬픔 운영자 24.04.22 113 1
3326 강도에게 성질을 냈었다. 운영자 24.04.22 107 1
3325 외국의 감옥 운영자 24.04.22 103 1
3324 벗꽃 잎 같이 진 친구 운영자 24.04.15 141 1
3323 조용한 기적 운영자 24.04.15 142 2
3322 감옥은 좋은 독서실 운영자 24.04.15 117 1
3321 앞이 안 보이는 사람들 운영자 24.04.15 120 1
3320 미녀 탈랜트의 숨겨진 사랑 운영자 24.04.15 142 1
3319 두 건달의 독백 운영자 24.04.15 125 1
3318 명품이 갑옷인가 운영자 24.04.15 113 1
3317 나는 될 것이라는 믿음 운영자 24.04.15 121 1
3316 오랜 꿈 운영자 24.04.08 132 2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