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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란도 페르난데스

운영자 2010.03.05 11:55:08
조회 442 추천 2 댓글 1

  구치소 접견과의 구석방으로 올란도 페르난데스가 들어왔다. 콜롬비아인인 그는 이십대 중반으로 선량한 커다란 눈을 가진 자기마한 덩치의 사나이였다. 그는 보고타에서 릴리아나와 결혼한 후 타일랜드로 신혼여행을 떠났었다. 그러나 며칠 후에 신랑신부는 달콤한 허니문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만리 떨어진, 알지 못하던 나라 한국의 춥고 쓸쓸한 구치소에서 겨울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태국에 오는 김에 한국까지 구경 가자고 하던 그들은 서울 관광 중에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친 죄로 구속된 것이다. 신혼부부가 졸지에 절도범이 된 것이다. 콜롬비아의 그 젊은 신랑과 신부가 서울 하늘 밑에서 도둑으로 변한 경위는 이랬다. 그들은 홍콩에서 같은 콜롬비아인인 델핀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의 권유로 서울까지 가기로 했다. 델핀은 서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서울에 와서 이틀간 호텔에서 묵고 사흘째였다. 그들을 안내하던 델핀이 신혼부부 명의로 빌린 차로 앞의 그랜저 승용차를 열심히 뒤쫓고 있었다. 

  “저기 앞에 가는 한국인 차를 혼자 모는 사람이 많은 보석을 가지고 있는데 같이 한탕하지 않을래?”

  90킬로그램 가까운 육중한 덩치의 델핀이 신혼부부에게 말했다. 그제서야 그들은 델핀이 옳지 못한 일을 하는 사람인줄 알았다.


  “우리는 신혼부부다. 한국에 와서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다. 그러니 그만둬 달라.”

  신랑인 페르난데스는 더럭 겁을 먹고 사정했다. 그러나 전체의 운명은 이미 델핀의 손 안에 들어 있었다. 페르난데스 부부는 낯선 서울에서 델핀 아니면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델핀은 아랑곳하지 않고 앞의 차를 쫓아 어느 한적한 아파트 단지 앞까지 따라갔다.


  “내가 모든 일을 처리하고 나올테니까 망이나 잘 보고 있어.”

  델핀은 느긋한 태도로 차문을 열고 그 보석가방을 든 남자에게 접근해서 가방을 빼앗아왔다. 자기가 묵은 호텔까지 돌아갈 능력도 없는 페르난데스 부부는 넋이 나간 채 델핀의 노예가 되어 그를 도왔다. 이틀 후 그들 신혼부부는 공항에서 체포되었다. 그들이 빌렸던 차의 번호가 수배되어 신원이 바로 파악되었기 때문이다. 델핀은 이미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후였다. 탁자를 가운데 두고 맞은편에 앉아 있던 페르난데스는 손을 마주 비비면서 겁먹은 눈을 굴리고 있었다. 이런 경우 사실만 증명되면 석방시켜 출국시키는 게 그리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에서 사실대로 말했습니까?”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지금 감옥에서 상태는 어떻습니까?”

  “독방에 혼자 배정돼 누구하고도 말할 수 없습니다. 가족한테 편자 한 장 전할 수 없습니다. 어디 다른 감방에 있을 릴리아나의 얼굴을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습니다. 당하는 순간순간이 정말 저에게는 지옥입니다.”


  “기도합니까?”

  “네, 저는 밤마다 창문가에 바짝 다가서서 어두운 밤하늘을 보면서 주님께 기도합니다. 하늘을 보면 자유로워진 것 같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리고 나서 정말 잘못했다고 주님께 용서를 빕니다. 진정으로 용서를 빌면 하나님을 통해 한국의 법관에게도 그 반성하는 마음이 가리라고 믿습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그는 진심으로 뼈아픈 회개를 하고 있었다. 쌍꺼풀 진 커다란 눈 위에 눈물이 핑 돌더니 뺨으로 눈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검고 짙은 눈썹 아래에서 애절하게 움직이는 갈색 눈동자가 진정으로 그가 회개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듯 했다.


  “저를 구원해 주십시오..”

  그는 교도관을 따라 마지막 말을 뱉으면서 어두운 철창 통로 아래로 사라져갔다. 십일월의 늦가을 햇살이 짙은 잉크 빛 죄수복을 입은 그의 축 쳐진 등어리를 어루만져 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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