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이 시간.

박준하는 냉장고를 열었다. 한밤 중이었지만 그는 배가 너무 고픈 나머지 깨고 만것이었다. 냉장고를 연 그는 각종 쌈 재료들과 고기들을 꺼내기 시작한다. 언뜻봐도 혼자서 다 먹기엔 많아보이는 양. 하지만 그는 고기를 굽고 쌈을 싸먹기 시작했다. 고깃집으로 치면 10인분. 하지만 그의 배는 여전히 꼬르륵 거리고 있었다.

치익. 치이익.

냉장고에 있는 고기를 모조리 구워버리기 시작한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고기가 순식간에 줄어든다. 쉴세없이 고기 굽는 소리가 집안을 울러퍼진다.

"꺼어억~"

다 먹은 박준하는 그제서야 배가 부른 듯 만족한다. 사실 아직 배는 고팠다. 하지만 그는 이제 만족해야 했다. 더 이상 먹었다가는 박준하는 집에서 쫒겨날줄 모르니깐 말이다.

박준하는 히키코모리에 백수다. 그가 할수 있는 일이란 오직 많이 먹는것. 밥만 많이 축내는 가축 취급을 가족에게 받아왔다. 그의 인생은 거지 같았다.

만약 화성인 바이러스나 스타킹 같은 프로그램이라도 나왔다면 좀 낫지 않았을까? 하지만 박준하는 자신에 대한 외모 콤플렉스가 심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살찐 모습을 아무에게도 보여주기 싫었던거다.

박준하는 다 먹은 그릇을 설거지통에 넣어두고 설거지를 했다. 기름이 잔뜩 묻어있어 지금 당장 박박 문대지 않으면 기름이 눌러붙어 나중에 설거지를 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설거지조차 스스로 하지 않는다면 가족에 대한 죄책감이 컸다.

30분에 거쳐 설거지를 끝낸 박준하는 게임을 하기로 했다. 잠은 이미 다깼고 할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좋아하는 게임은 단연 요리게임이었다.

박준하가 하는 요리게임은 특별했다. 보통의 요리게임에서는 혼자서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게임은 온라인 게임이었다. 재료를 선택하여 마우스와 키보드를 가지고 정확한 타이밍에 누가 더 잘만드냐를 겨루는 배틀 요리 게임이었다.

이 게임 덕분에 박준하는 요리를 잘하진 않았지만 요리 지식 만큼은 나름 다양했다. 이 게임에서 박준하의 계급은 미슐랭 5스타였다. 폐인처럼 하다보니 최고 단계의 계급까지 오른 것이었다.

빈방이 있자 박준하는 마우스로 클릭을 했다. 상대는 같은 미슐랭 5스타였다. 레디 버튼을 누르자 상대방이 시작버튼을 눌렸다.

'오늘의 주제는 매운맛! 가장 핫한 맛을 보여주세요. 레디 스타트!'

주제가 나오자 마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재료들이 보였다. 박준하는 자신이 만들 요리의 재료들을 마우스로 클릭한다.

클릭한 재료들은 박준하의 조리대 앞으로 모두 운반된다. 매운맛을 자극 하기 위해 핫소스라던지 고추라던지 많은 빨간색과 초록색들이 보였다. 매운맛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 다른 맛을 첨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고추를 썰기 위해 고추를 클릭했다. 그러자 다양한 칼 썰기 버튼이 나온다. 박준하는 곧바로 어숫썰기 버튼을 누르고 칼질을 했다. 이미 많이 해본 솜씨인지 칼처럼 정확하게 써는 그였다.



내가 요리를 해봤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