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어린시절 자신만의 추억의 음식이 따로 있는 기붕이가 있는가?
분명 모두들 추억의 음식 하나 둘 쯤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남들은 잘 모르는 '나만의 추억의 음식'도 있을 것이다.
기자셨던 아버지를 따라 독일에 4년간 거주했던 이력이 있던 나는 독일 음식이 추억의 음식이다...
흔히들 독일하면 빵, 소세지, 치즈 등의 음식을 많이들 떠올린다
분명 이러한 음식들도 맛이 훌륭하지만 이것을 나만의 추억음식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 않겠는가??
오늘 소개하고 싶은 음식은 특이하게도 '소스' 종류이다.
바로 '크박(QUARK)소스'이다.
크박소스... 분명 많은 기붕이들에겐 생소한 이름일것이다.
나무위키 항목은 커녕 저 블로그글 2개가 한국에 있는 크박소스를 소개하는 유일한 글이다....
이 맛있는 소스를 아무도 모른다니 통탄스러울 따름이다....
크박 소스는 독일에서 빵, 감자(중요), 샐러드등 다양한 음식에 일상적으로 활용되는 소스이다.
검색해보니 요거트와 치즈를 섞어서 만든 소스로써 전형적인 유제품 소스라고 한다.
맛은 뭐랄까... 설명하기 쉽지 않은데 치즈, 사워크림, 요거트, 크림치즈가 섞인 듯한 맛이다.
차가울땐 꾸덕꾸덕한데 상온에 두면 먹기 좋게 부드러워지는 특징이 있다.
독일에선 크박소스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중화 되어있는데, 이상할정도로 한국에는 크박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독일에 살던 시절 가끔 외식을 할 때 항상 가던 고깃집에서 스테이크와 함께 먹는 익힌 통감자와 크박소스는 나에겐 최고의 추억의 음식이었다.
부드럽고 고소한 고기와 감자를 곁들어먹되, 밍밍할 수 있는 감자에 크박소스를 뿌려먹으면 정말이지 그야말로 완벽한 한끼가 완성된다.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소고기와 감자는 쉽게 찾을 수 있지만 크박소스는 도저히 구할 수 없었기에 말 그대로 아무도 모르는 추억의 음식이 되었다.
크박소스가 너무나 그리웠던 나는 한국에 돌아오고 크박소스를 입에 달고살았지만...
유제품이라 들고 오기도 애매하고, 한국에서 정식으로 수입하는 유통업체는 전무했기에 해외 출장을 자주 가시는 부모님도 딱히 어떻게 구매해줄 방법은 없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판매하는 곳은 없고, 가져올 방법도 마땅찮고, 살면서 앞으로 독일에 갈 일도 딱히 없을테니 평생 못먹겠거니...라는 생각에 울적한 나날을 보내던 도중
어느날... 친구와 대화도중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야기를 하게되었다.
물론 전편에서도 보았다시피 햄버거 악귀인 나로썬 수많은 종류의 햄버거가 머리속에 떠올랐지만, 이미 햄버거에 대한 이야기는 노이로제가 걸릴정도로 많이 들었던 친구를 배려해, 그날은 어린 시절 먹었던 크박소스와 통감자 조합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
".....다시 먹을수 없기에 더욱 강렬하게 기억에 남고, 한번 먹으면 평생 잊혀지지않던 추억의 음식이야..."
"야"
(???)
"검색해보니까 크박소스 판매하는 카페가 있는디?"
?!!!!
그렇다. 구글을 맹신해왔던 나는 주구장창 구글에서만 검색해왔기에 검색해도 뜨지않았지만, 네이버에 치니까 수제 크박소스를 만들어 판매하는 독일인 부부가 운영하는 카페가 있었던 것이다!!
(현명한 기붕이들은 검색을 할때 네이버도 같이 사용하도록하자)
더 이상 기다릴 이유가 없다. 나는 당장 그곳에 가자고 하였고, 계속된 호들갑에 호기심이 이른 내 친구 또한 함께 동행하기로 하였다.
카페는 공덕에 있었다.
왠진 모르겠는데 공덕 길거리를 지나가는데 외국인이 자주보였다.
아마 외국인 마을 비스무리한게 주변에 있으리라고 추측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도착해보니 신기하게도 카페앞에 독일 깃발이 꽂혀있었다.
뭔가 '독일카페'라는 자부심이 확실하게 느껴지고 자신감에 가득차보여 더욱이 기대가 되었다.
카페 대문부터 크박소스라고 대문짝만하게 박혀 있는 모습을 보고 감동의 쓰나미가 느껴졌다.
아마 나와 같이 크박소스가 그리운 전국 각지의 독일 여행객들을 노린 것 같다.
나 같이 크박소스를 찾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진 모르겠지만,
주력아이템을 확실하게 잘 잡아 아마 망할일은 없을 듯 싶다.
각설하고 당장 카페를 들어가보도록 했다.
작은공간에 은근히 사람이 복작거려서 놀랐다.
위치가 굉장히 안좋기도하고, 솔직히 말해서 카페의 인테.리어나 분위기가 막 엄청 이쁜것도 아니라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사람이 무진장 많았다!
(테.리는 도대체 왜 금지어임?)
블로그에서 검색했던 대로 한 30,40대 독일 부부가 함께 카페를 운영하고있었다..
남편분은 주방일과 접객을 보시는것같고, 와이프분은 카운터를 보고 계시는것 같았다.
사담이지만, 뭔가 와이프분에게서 서양인 특유의 '중년의 기품' 비슷한 아우라가 느껴졌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크박 소스....!!
아마 사장님들이 소스를 직접 만들어 카페 로고가 적힌 자그만한 통에 담아 판매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당장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카페 음식들을 음미하고 먹어도 늦지 않을 것이다.
후기글 이니만큼 카페를 하나하나 뜯어보기로 했다
카운터에 있는 카드엔 카페를 나타내는 문구들이 적혀있었다.
사전에 알아본대로 역시나 전통 독일 수제 브런치 카페였다.
카페의 정체성이라고나 할 수 있는 크박소스를 뜨고 있는 스푼 사진이 돋보였다.
메뉴는 크게 브런치 메뉴, 음료, 케이크, 포장용 크박소스로 나뉘어져있었다.
물론 수제 케이크도 궁금하긴 했지만 카페를 들린 목적은 크박소스였기에 첫 목표에 집중하여 세트B,C 를 먹기로 했다.
오오오....!
10년만에 본 정갈한 독일 아침상이다...! 먹기도 전부터 그럴싸해 보이는 외관에 감동을 받았다.
본인은 일반적으로 빵, 살라미 or 슁켄, 치즈, 젬, 삶은계란으로 아침을 먹는것을 즐겼던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솔직히 크박소스를 빵에 발라먹는건 처음이었다!
항상 크박소스는 감자와 곁들어 먹었지, 다른 것과 먹은 기억은 없었다
과연 맛은 어떨까?
...!!!!!!!!!!!!!!!!!!!!!!!!!!!!!!
ㅆㅅㅌㅊ.... ㄱㅆㅅㅌㅊ.....
맛 또한 독일에서 먹던 그대로이다....
생각보다 너무 훌륭했었다... 한국에서 먹느니만큼 맛이 다르게 느껴질 줄 알았는데, 어렸을 때 기억하던 맛 그대로였다.
음식을 먹고 있을 뿐인데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앞서 말했듯 크박소스를 빵에 발라먹는것은 처음이였으나, 생각보다 훌륭하게 빵과 어울러졌다...
말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크림치즈에 약간 마늘향이 나는느낌??
크박 소스뿐 아니라 같이 나온 절인 죽순, 치즈, 살라미의 조합 또한 훌륭했다.
세트 b의 크박소스 팬케이크 비스무리한것도 아주 맛있었다.
A세트는 정갈한 독일인의 아침상을 느끼기에 좋고, B세트는 크박소스 본연의 맛을 깊게 음미하기에 최적화 되어있었다.
한입 크게 베어무니 크박소스의 풍미가 확 느껴졌다. 감싸는 빵이 흐믈흐믈해서 편하게 먹기도 편하고 맛도 아주 훌륭했다.
식사를 마치고 집에서 따로 감자와 곁들어 먹을 크박 소스를 1통, 부모님께 드릴 크박소스까지 총 2통 샀다.
친구도 맛있게 먹었는지 크박소스를 한통 사가는 모습이다.
전체적으로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경험이였다. 한국에 돌아온지 어느덧 10년도 지났기에 정말 평생 못먹을줄 알았던 크박 소스를 이렇게 먹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기분 좋은 하루였다.
내가 원하던 크박소스+감자 조합은 따로 메뉴는 없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크박 소스가 빵이랑도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독일음식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겐 추천하기엔 어렵다고 생각한다.
물론!!! 처음먹는 사람들도 맛있게 먹을정도로 맛도 좋고 가격도 브런치 카페치고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나처럼 특별한 추억이 있는 사람이나 크박 소스가 그리운 사람들이 아닌 일반인들이 오로지 이 브런치를 먹기 위해 공덕 같이 교통이 힘든 동네까지 와서 오로지 이것만 먹고 돌아간다?
뭔가... 뭔가 아쉬움이 조금 남을 것 같다.
한마디로 Liebhaber 카페는 '맛있는 브런치'를 먹기 위해 오는 카페라기보단 '독일 브런치'를 먹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을 하고 싶다.
물론 크박소스를 구매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좋은.... 아니 사실상 한국에서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이기도 하다.
원래대로라면 이쯤에서 후기를 마무리 짓겠지만, 내 추억의 음식은 크박 소스 '빵'이 아닌 크박 소스 통감자와 스테이크이다.
요리를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저녁은 직접 요리해서 스테이크와 통감자를 먹기로 하였다.
짠!!!
원래대로라면 정말 주먹보다도 더 큰 감자 하나를 4갈래로 잘라서 중앙에 크박소스를 채워넣어야 정말 독일에서 먹는 비주얼이겠지만,
안타깝게도 동네 마트에서는 그런 크기의 감자가 없었기에 그냥 작은 감자 2알로 타협했다.
으음... 원래는 이쁘게 크박 소스를 넣어 플레이팅을 해서 자랑하려 했으나 처참한 손재주 때문에 감자가 박살이 나버렸다...
하지만 분명 맛에는 지장을 미치지 않으리라....
한입을 먹어보았다....
진짜 맛있었다!!!!!
진짜로 내가 찾던맛은 이 맛이었다...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감자.... 그리고 밋밋한 감자와 훌륭하게 어우러지는 크박소스의 조화는 정말이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었다.
빵이랑 먹던 크박소스도 분명 맛있었지만, '진짜'는 역시 고기와 감자와 함께 먹는 크박 소스다!!
혹시 본문에서 소개했던 카페에 가서 크박소스를 구입한 갤럼이 있으면 꼭 감자와 고기랑 같이 먹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크박 소스를 취급하는 양식집이 있으면 분명 시그니쳐 메뉴가 될 수 있을 정도로 고기와 감자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과일 맥주도 하나 꺼내서 깠다. 오바 좀 보태서 눈물이 날 정도로 그리운 맛이었다...
근들갑은 여기까지만 떨고 크박소스에 대한 리뷰는 여기까지하고 마치도록 하겠다..
다들 기회가 있으면 크박소스! 한번 먹어보길 추천한다!!! 카페에서 음료 안시키고 크박소스만 사가는 손님들도 있던데, 맛보고 싶은 기붕이는 한번씩 찾아가보면 어떨까?
다음 글은 강남 햄버거집 리뷰로 돌아오겠다!
요즘 에어컨 때문에 냉방병 걸리는 지인들 많던데 기붕이들도 조심하고 즐거운 저녁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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