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마갤에 포토샵으로 모자이크 해 달라고 오는 사람이 있다.

한 두번도 아니고 계속 나타나는데, 저 정도기간이면 직접 포토샵을 깔아서 모자이크를 배우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디시 통합 검색에 넣고 돌려보면 온 사방팔방을 돌아다니면서 부탁을 하고 있다.

이정도면 단순 모자이크 문제가 아니다. 그는 왜 남한테 절박하리만치 모자이크를 부탁하는 걸까?

유동친구의 말처럼 이 사람은 진짜 해킹범일까?

디스코드로 사람을 꾀어내어 허튼짓을 시도하는 범죄자일까?

지금부터 알아보자

본인은 전산학을 전공했으므로, 얄팍한 링크 낚시로 해킹을 시도하면 걸려들지 않으리라는 눈꼽만한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직접 저 사람이 올려둔 디스코드에 찾아가보기로 했다.

다짜고짜 애니 캡쳐 사진을 던져주며 모자이크를 해달라고 한다.

바로 못된짓을 시도하면 의심받으니까 연막을 피우는 걸까?

모자이크는 어렵지 않으니 바로 씌워서 갖다주었다.

보내주고 나자, 모자이크 굵기까지 디테일하게 요청이 들어온다.

시키는대로 해서 보여주자 행복해하는 모습.

해킹이 아니라, 순수하게 모자이크가 필요해서 부른거라면

주민등록증이나, 모종의 서류가 나올거라 생각했다. 

엎어져 우는 여아의 모습에 모자이크를 왜 해달라는 걸까?

조금 더 시키는대로 해보기로 했다.

다음은 수영복을 입은 여아들을 모자이크 해 달라고 한다.

요즘 세상이 흉흉하므로 수영복도 일단 여기엔 가려서 올린다.

노출 수위가 올라가니 더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다.

아니, 노출이 늘었으니 모자이크를 하는 이유면에선 더 적절한가?

모르겠다. 

더 시키는대로 해 봤다.

또 아슬아슬하게 직접적인 노출은 피한 이미지를 모자이크 해 달라고 한다.

꺼무위키에 의하면 저 캐릭터는 대충 10살이다.

이쯤이면 해킹도 아닌거같다. 이러시는 이유를 물어봐도 알려주려 하지 않는다.

몇 개를 해 주자, 이제 진짜 노출이 있는걸 주려는 모양이다.

일단 들어주며 이유를 캐 보기로 했다.

슬슬 귀찮아져서 대충 씌웠는데, 미세한 미스를 칼같이 지적하는 모습.

이제는 둘 다 각각 해 달라고 한다. 슬슬 나가고 싶다.

저걸 따로 해줄려면 각각 굵기별로 3장씩 6번이나 해야 한다. 

일단 해 줬다.

?

몇 장 더 해주니까 슬슬 이러시는 이유를 불기 시작했다.

뭐라는건지 모르겠다. 좀 더 자세히 물어봤다.

그러니까 이 친구는 모자이크된 이미지 자체가 아니라

내가 이 캐릭터를 모자이크로 망치는 그 행위에 꼴림 포인트가 있다는 거였다.

해킹은 커녕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일종의 딸감이 되고 있었다니 

내가 올린 야짤로 뽑았다는 드립은 봤어도, 머리털 난 이후로 내가 타깃이 되긴 처음이다.

슬슬 역해서 도망가야겠다 싶었다.

런각을 잡으니 하나만 더 해 달라 그런다.

발 페티쉬는 그러려니 하지만 이사람이 이러니까 다섯 배는 징그럽다.

차라리 해킹범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