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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미래를 향해

운영자 2008.10.02 18:22:28
조회 2158 추천 0 댓글 36


  나는 오지 중에서도 오지라고 할 수 있는 전라북도 장수에서 가난한 농부의 7남매 중 셋째로 태어나 이웃 마을인 진안에서 성장했습니다. 나에게는 멱 감고 참새 잡으러 들로 산으로 쏘다니던 어릴 적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대신 소한테 먹일 꼴을 베러 다니고 몸에 부치는 나뭇짐을 메고 진땀 흘리던 기억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시대의 가난과 궁핍은 보릿고개를 거친 우리 모두에게 그러했듯이 좌절이 아니라 희망을 키우는 토양이었습니다. 부모님은 당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자식을 학교에 보내고자 했습니다. 중학교도 없는 산골이었기에, 면소재지에 있는 고등공민학교까지 왕복 40리 길을 걸어 다니면서 중학교 과정을 마쳤고, 검정고시를 거쳐 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고등학교 역시 시골에서 대처인 전주로, 실업계에서 다시 인문계로 옮겨 다니는 우여곡절 끝에, 학교 매점에서 빵을 파는 근로
장학생을 하면서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서울에서의 대학 생활 역시 학비를 벌어야 했기에 형편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비록 어렵게 공부했지만 그래도 나는 산골 마을에서 혜택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애당초 학교에 가는 것 자체가 모든 아이들에게 주어진 기회는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60원 정도에 불과하던 수업료를 낼 수 없는 아이들은 진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학교에 들어가더라도 몇 달씩 수업료가 밀려 중도 하차하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마을에서 가장 친했던 내 친구가 그런 경우였습니다.


  초등학교를 마친 그 친구는 집안 형편 때문에 진학을 포기했습니다. 그리고는 부모님을 도와 산에 가서 나무를 하고 풀을 베어 소를 키웠습니다. 교복을 차려입고 학교를 가기 위해 마을을 나설 때 소를 앞세우고 들로 나가던 그 친구와 마주치게 되면, 나는 어쩔 도리 없이 계면쩍은 눈인사를 나누면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나는 ‘적어도 학교는 가게 해 줘야 하는 것 아닐까’ 하며 안타까워했습니다. 단지 가난 때문에 가고 싶은 학교를 가지 못한다면 너무 불공평하지 않은가. 최소한의 교육 기회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그것은 국가나 사회의 책임이 아닌가. 어렴풋하게나마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그때의 그런 마음이 이후 나를 정치인으로 만든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 친구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꼭 좋은 정치가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나는 1995년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그리고 1996년 초선의원으로 국회에 진출한 이래 지금까지 국회의원의 직분을 맡아 일해 왔습니다. 2006년 1년간은 산업자원부 장관의 소임을 맡아 일하기도 했습니다.


  정치인이자 국회의원으로서, 그리고 장관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는 많은 국민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역구에서, 의사당에서, 산업체 현장에서, 그리고 전국을 순회하는 민생 탐방 과정에서 만난 국민들은 나에게 간절한 목소리로 그들의 희원과 소망을 이야기했습니다. 때로는 절망과 한탄을 털어놓기도 했고 분노와 비판을 쏟아 붓기도 했습니다.


  나는 그 목소리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면서 그들의 요구에 답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의 희망이 실현되고 그들의 절망이 해소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바람과 요구를 수렴하여 국가정책으로 실현하는 것은 정치인의 가장 큰 책무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내가 정치인으로서 만났던 수많은 국민들의 목소리에 답하기 위해 준비되었습니다. 나는 이 책에서 대한민국이 하나의 공동체로서 오늘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희망의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정치가의 역사적 책무는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희망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이 책은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해 함께 뛰자고 두 손을 내미는 나의 정치적 비전을 담고 있습니다.


  내가 이 책에서 제시하는 비전은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희망한국, 그 새로운 발전모델에 대한 것입니다. 핵심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질 좋은 성장입니다. 이는 한국 경제를 좀 더 튼튼한 기반 위에 올려놓기 위한, 나아가 누구든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기회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나의 비전을 집약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공동체적 복지입니다. 여기에는 정부와 기업, 개인의 역할이 균형을 이루는 사회복지 체제에 대한 대안이 담겨 있습니다. 셋째는 능력 있는 민주주의입니다. 이는 더 나은 경제체제와 시민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데 원동력이 될 수 있는 민주주의 정치모델을 말합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도전은 만만치 않고 해결해야 할 난제도 산적해 있습니다. 그러나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확신컨대 대한민국은 평화와 번영, 그리고 민주주의가 도도한 강물처럼 흘러갈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그 미래를 위해 대한민국이 선택해야 할 길을 제시하고, 우리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할 과제들을 모색하며, 개인의 노력과 성공이 곧 사회 전체의 발전과 양립할 수 있는 방법을 개척하는 것은 정치가에게 부여된 역사적 소임입니다.


  정치적 비전은 어둠을 헤쳐 나가는 불빛과 같은 것입니다. 어둠 속에서 절망과 두려움에 자신을 가둘 것인지, 아니면 희망의 불빛을 들고 좀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할 것인지는 정치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늘 청년의 강건함으로 활력 넘치게 만드는 것,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앞선 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틀 위에서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정치의 역할, 그 과업을 기꺼이 감수하고 싶습니다.


  1976년 여름 나는 군에 입대한 지 1년 만에 휴가를 받아 경북 안동에서 진안의 고향집으로 향했습니다. 안동을 출발해 진안으로 가는 길은 무척이나 멀었습니다. 진안 읍내에서 또 한참을 기다려 하루 한 편밖에 없는 털털거리는 낡은 버스를 타고 고향 마을 어귀에 도착한 것은 해거름이었습니다. 후덥지근한 여름의 열기 속에서 아직 20 리 길을 더 가야 했지만, 어두워지기 시작한 밤길을 한달음에 달렸습니다.


  깜깜한 밤이 되어서야 고향 마을에 도착한 나는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습니다. 밤이면 칠흑같이 어둡던 마을이 마치 불이나 난 듯 환해져 있었습니다. 전깃불이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입대할 때만 해도 깜깜했던 마을이 집집마다 불을 밝힌 채 깊은 산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었습니다. 그때의 놀라움과 환희는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물론 고등학교 시절부터 고향을 떠나 도시에 나가 있던 나에게 전깃불은 새로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첫 휴가의 설렘을 안고 밤길을 걸어 무심코 산허리를 돌았을 때, 그 환하게 빛나던 고향 마을이 준 감동은 나의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하나의 사건이었습니다. 고향을 지키던 사람들에게는 더 엄청난 사건이었을 것입니다. 그로 인해 고향의 어린아이들에게 밤은 더 이상 무섭고 두려운 시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전깃불 하나로 산골 세상이 달라진 것입니다.


  정치인이 된 후 우리 사회의 희망을 개척하고자 하는 열정이 꿈틀거릴 때마다 나는 이 장면을 떠올립니다. 세상을 바꾸는 전깃불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 봅니다. 한국사회의 희망과 미래를 밝혀 보고 싶습니다. 일제 식민지로부터의 해방이 그러했고, 조국 근대화의 기치를 내건 산업화가 그러했으며, 군부 권위주의를 넘어선 민주화가 그러했듯이, 다시 한 번 우리 모두가 흥분과 감동으로 어우러질 수 있는 희망한국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싶습니다.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나는 매주 금요일은 지하철로 출근을 했습니다. 6호선 광흥창 역을 출발하여 삼각지 역에서 4호선으로 환승하고 과천청사 역까지 가는데, 7시에 집을 나서면 8시쯤에는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 출근 첫날 삼각지의 환승역 무빙워크에서 보니 갑자기 사람들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나도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함께 뛰었습니다.


  뛰어가 보니 불이 난 것도 아니었고 긴급한 상황이 일어난 것도 아니었습니다. 불과 2~3분의 배차 간격이지만 하나 앞선 전철을 타기 위해서 뛴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나는 이른 아침 움직이는 무빙워크 위에서 뜀박질까지 하면서 일터로 향하는 국민이 세계 어디에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앞으로도 그렇게 국민과 함께 계속 뛸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희망을 일구기 위해서 더 많이 뛰겠습니다.


  한국은 지금까지 우리가 상상해 왔던 것보다 훨씬 더 위대한 성과를 달성했습니다. 한국인들은 가난과 분단이라는 운명에 맞서 왔으며,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그리고 남북화해를 추구하면서 인간 의지의 힘을 역사 앞에 증명해 왔습니다. 하지만 우리 앞에는 또 다른 도전이 다가와 있습니다. 이 도전은 보이지 않는 힘으로 우리의 의지를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근대 정치학을 개척한 것으로 유명한 마키아벨리는 “운명은 자신에게 맞서기 위해 힘을 조직하지 않는 곳에서 그 위력을 떨치며, 자신을 제지하기 위해 아무런 제방이나 둑을 쌓지 않는 곳을 덮친다”고 말했습니다. 어느 것도 분명해 보이지 않는 오늘, 정치인이 해야 할 역할은 운명에 맞설 힘을 조직하고 우리의 공동체를 보호할 둑을 세우는 일입니다.


  나는 한국인들이 역사를 통해 보여준 헌신과 열정, 지혜로움과 따뜻함을 믿습니다. 그러한 능력이 분출되어 오늘의 현실을 개척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것을 지속되게 하는 것이 바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입니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시대에 세계는 모두 우리를 보고 놀라워했습니다. 다가올 시대에도 세계가 우리를 보고 놀라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내재된 힘이 있고, 그 힘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현실에 절망하고 있는 모든 분들과 한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든 분들에게, 그리고 내일의 희망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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