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어렵게 생각하면 이건 육법전서보다 어렵지만
그냥 옛날 이야기로 보면 또 역사만큼 재밌는 것도 없어.
게다가 그게 실화라는 점에서 생각할 꺼리도 많고 말이지.
역사에 관심 없던 횽들을 위해
내가 쬐금 알고 있는 이야기들. 특히 한성별곡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볼게.

정조의 이야기를 하면 사도세자 이야기를 떼어놓을 수가 없어.
정조가 얼마나 자기 아버지 사도세자를 그리워했는지는 워낙 유명하지.
정조는 사치를 싫어해서 검소했던 왕이지만
언제나 많은 군사와 비용이 드는 화성 원행만은 고집했어.
아버지의 무덤이 보고 싶어서 말이야.

처음 정조가 즉위하면서 자신은 큰아버지 효장세자의 아들이라고 하면서
사도세자와 관련된 일은 불문에 붙여.
그건 영조의 뜻이었고 24살의 나이에 즉위한 정조역시 아직은 힘이 없으니까 그 뜻에 따랐지.
그러나 누구도 정조의 그 말을 믿기 힘들었어.
정조가 친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과 관련된 일련의 과정을 모두 목격했는데 그 가슴에 어떤 한이 있을지는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었거든.

정조 즉위 당시 노론 벽파 계열이 정권을 쥐고 있는데
벽파라는 말은 사도세자와 관련해서 반대파의 입장에 서는 사람들을 말해.
즉, 영조가 사도세자를 죽인 것이 정당하다고 하는 측이야.
노론의 대다수가 벽파였지.

왕이 바뀐다는 것은 권력의 주체가 바뀐다는 의미야.
숙종때에 박살난 남인, 그리고 경종을 지지했다가 영조의 등극, 특히 사도세자의 죽음으로 몰락한 소론.
이 두 비주류 세력은 정조의 집권만을 기다리고 있었지.
숙종 말기부터 영조 시대까지 계속해서 권력을 쥔 노론을 밀어낼 기회였으니까.

남인과 소론의 대다수는  자연스럽게 사도세자의 죽음이 억울하다는 편에 서게  돼.
이들을 시파라고 부르지.

즉, 노론의 대부분은 벽파, 남인과 소론은 반대로 시파가 되면서
정조를 둘러싼 이들의 권력투쟁은 정조 재위 24년 내내,
그리고 정조가 죽은 지 5년 뒤, 안동김씨가 권력을 완전히 잡을 때까지 치열하게 전개 돼.

정조의 삶을 제대로 조명한 드라마가 없는데
정조의 삶은 그 자체가 드라마야.
특히 아버지 사도세자의 일은 정조 평생의 고뇌이자 숙제였어.
때문에 정조 시대의 중요한 정치적 변동에는 항상 사도세자의 일이 관련되지.

비교적 온건하게 개혁을 추진하던 정조에게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바로 정조 재위 16년 '영남만인소' 사건이야.
그때까지 침묵했던 정조가 마침내 아버지 사도세자의 일을 문제제기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사건이지.

너무 길어졌으니 새로 글을 세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