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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일휴가]리뷰 : How Can I Love You

이응(218.158) 2017.08.27 22:01:52
조회 2057 추천 44 댓글 26
														

오만 포롤들이 목놓아 320을 부르짖게 만든 트럭과 아주우 오래전 [대갈오징] 포롤이 {도른자유시진의 속마음? 얼마나 도른자인가? 포롤들보다 도랏나?} 소재를 줍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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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로 해드셨어야할 립스틱을 나무판떼기에다가 장렬하게 해드신 두사람은 멀고먼 막사를 향해 무작정 걷기 시작했어.

 

"불평하는 게 아니라 그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자 하는 질문인데. 진짜 이렇게 그냥 쭉 걸어가야 돼요?"
"일단은요. 아까 평균 60키로로 40분 정도 걸렸으니까, 한 40키로 정도? 특전사 행군 속도면 저녁 전에 도착할 텐데, 우린 내일 아침쯤 도착하겠네요."

 

사실 시진은 이때쯤 부대로 다시 연락을 취해볼 수도 있었을 거야.

외진 곳은 벗어난데다 두사람이 걷는 곳은 차가 웬만큼 다닐 수 있을만큼 다져진 도로잖아.

이쯤 됐으면 휴대폰은 안 터지더라도 무전은 터질지도 모르는데 여전히 시진은 그저 모연과 걷고만 있는 거야.

시커먼 놈들만 가득한 막사로 빨리 돌아가고픈 마음이 1도 없는 거지.


일찍 돌아가봐야 뭐해.

부대에 도착하면 모연과 떨어져서 A4와의 전쟁과도 같은 잡무 끝에 점호밖에 더 하겠어.

시진은 그대로 조금만 더 모연과 둘이 있고 싶었던 거야.


좀 더 걷다가 차가 지나가면 빌려탈 수도 있는 거고, 모연이 영 힘들어하면 업고 가도 되고, 아니면 이제야 무전이 터진 듯 우와! 이제 무전이 되지 말입니다, 그럴 생각이었을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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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그냥 걷기 그럼 손잡고 걸을까요?"
"아뇨?"
"나 강선생 유언에 등장한 남잔데도?"
"그거 나 아니라니까요."

 

도망갈 곳 따위 없는 허허벌판 한가운데라 모연은 그저 시진의 장난에 고개만 저을 뿐이야.

손잡고 싶은 마음은 그녀에게도 굴뚝같지만 아직 할 말을 다 못했잖아.

그 말은 다 하고 잡아도 잡아야지.

 

"기껏 살려놨더니 또 이런다. 원래 그렇게 죽기 전이랑 살고 나서랑 사람이 다릅니까? 가만 보면 오전 다르고 오후 다르다니까."
"제가요? 제가 오전이랑 오후랑 어떻게 다른데요?"
"오전엔 되게 예쁘고, 오후엔 겁나 예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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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되게예뻐요'

뭘로 시작해도 끝은 '강모연 예쁘다고 말하는 것도 힘들다'야.

유시진의 의식의 흐름이란 항상 그렇지.


유시진의 서른 넘는 생애동안 예쁘다는 말을 이렇게 대놓고, 그것도 하고하고 또 하게 만든 여자는 이제껏 없었는데 모연은 언제나 그로 하여금 그 말을 꺼내는 것을 망설이지 않게 해.


하지만 되게 예쁘지만 질투도 겁나 많은 모연에겐 또 그 말이 다른 의미로도 들리지.

 

"치이! 솔직히 말해 봐요. 여자 한 트럭은 넘게 사겨봤죠?"
"여자들은 대체 이걸 왜 묻죠? 아니, 많이 만났다 그럼 삐질 거고, 몇 명 안 만났다 그럼 안 믿을 거면서?"
"삐진 여자는 누구고, 안 믿은 여자는 누군데요?"
"어... 어! 트럭!"
"아~ 저런 트럭으로 한 트럭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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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유시진몰이

무슨 말을 해도 모연에게 시진은 선수야.

달콤한 말들을 스스럼없이 마구마구 쏟아내는 저 남자를 어떤 여자가 가만히 두겠나 싶은 거지.
 

살짝 피해가려다 모연에게 제대로 들이받힌 시진은 이젠 산책타임을 끝내기로 해.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그는 언제나 유리한 고지를 점해온 빅보스지만, 남자 유시진은 강모연 앞에서는 자꾸 불리해져.

그의 입이 더 큰 사고를 치기 전에 시진은 어서 빨리 이 산책을 끝내야 해.

 

"헤이 여기요~~! 플리이즈!"
"현지에서 통하는 미모는 아닌가 봅니다."
"뭐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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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건지, 농부아저씨1은 완전 쿨하게 쌩까고 가버려.

부옇게 올라오는 흙먼지 사이로 시진은 아주 자연스럽게, 언제나 그래온 것처럼 모연의 어깨에 손을 턱! 하니 올려놓아.

이날만 해도 시진은 모연에게 여러번 스킨십을 했어.

지뢰밭을 탈출할 때도 그랬지만, 창문을 사이에 두고 유엔캠프에 같이 가자는 말을 하면서도 모연의 팔을 놓지 않았지.


유시진은 언제부터 이렇게 강모연에게 이제껏 그래온 양 스킨십을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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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은 실제로 모연의 속마음을 쩌렁쩌렁하게 듣기 전까지 어느정도 거리를 지켜줬었어.


그가 거리를 지켜주지 못했던 때는 딱 한 번, 비내리는 밤 막사 주방에서 잘 어울리는 정복을 입고 있던 때 뿐,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언제나 항상 시진은 모연에게 정중하고 신사적으로 굴었어.

딱 한 번 그 때조차도 모연이 물러나 달라는 신호를 시진은 무시하지 않았었지.


그렇게 어떤 순간에도 시진은 그의 욕심만 챙겨서 모연에게 함부로 손대지 않았어.

모연이 원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지난 밤, 모연의 속마음을 듣고 나서는 좀 더 다가갈 수가 있게 된 거야.

손잡고 걸을까요 물어도 보고, 시무룩해진 모연의 어깨에 손도 올려 보고.


시진은 기다리고 있어.

모연이 '우리 손잡고 걸어요', '나 한국 안 갈거예요'라고 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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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전 세계 공통으로 농부 아저씨들은 맘이 좋아요."
"차 타기 전과 후도 많이 다릅니다."

 

곡절 끝에 드디어 트럭을 얻어탄 두사람은 덜컹대는 트럭 짐칸에 마주앉았어.

점점 붉어지는 노을 아래, 한결 마음이 편해진 모연은 오늘치 감사 인사를 하기로 해.

그녀 눈 앞에 앉은 남자가 또 한 번 그녀를 구했으니 마땅히 감사를 전해야 하잖아.

고마운 건 고마운 거니까.

 

"고마워요. 또 살려줘서."
"강선생이 후방을 엄호해줘서 든든했거든요."

 

시진은 차라리 다행이었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그가 없는 곳에서 또다시 모연 혼자 그 위험에 처한 게 아니라, 그가 함께 있는 동안에 일이 벌어진 것이 시진에게는 오히려 다행이었을지도.


시진은 재난을 몰고다니는 모연이 앞으로는 제발 뭘 당해도 자기 앞에서 당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그러면 적어도 그가 모르진 않을 테니까.

그가 모르는 곳에서 모연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만 하면 시진은 너무도 섬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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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게요."
"딴 놈이랑? 딴 놈이랑 잘 살 거면 잘 살지 마요."
"치."

 

내가 지켜줬는데 왜 딴 놈하고 잘 살아요?
나랑 잘 살아요, 나랑.
딴 놈 말고 나랑.

 

나랑 잘 살자는 고백을 시진은 참 살벌하게도 해.

시진은 모연과의 미래를 꿈꾼지 이미 오래야.

그의 미래 속에 모연이 함께 있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상상은 애당초부터 그의 머릿속에서 항상 맴돌고 있었어.


하지만 그 미래를 위해선 꼭 넘어서야할 벽이 있지.

둘 사이를 오래도 돌아오게 만든 것, 바로 시진의 일 말이야.

 

"명주한테 물었다면서요. 남자친구 직업이 신경 쓰이지 않냐고."
"걘 그걸 고새 또 일러 바쳐요?"
"대답은 강선생한테 들으라던데. 뭐라고 하던가요 명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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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렵고, 가장 무서운 질문을 할 시간이 됐어.

모연의 답이 어떤 말인지에 따라 이 대화가 그들 사이에 남은 가장 마지막 말이 될지도 몰라.

이 대화를 마지막으로 시진은 그녀를 보내주어야 할지도...

 

"윤중위는... 서상사님의 일보다 떨어져 있는 게 더 두렵대요."

 

두사람이 이별했던 시간, 서상사가 작전을 가있는 동안의 시간,

그 시간들을 더해 명주가 대영을 기다렸던 모든 순간들...


명주는 그 시간들이 가장 무섭고 두려웠다고 했어.

대영에게도 그랬겠지.


그가 돌아오지 않을까 봐, 그녀에게 돌아갈 수 없을까 봐.
다시 볼 수 없을까 봐.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될까 봐.


이제는 시진과 모연도 그들처럼 그 시간을 견뎌내야 할지도 몰라.

모연의 답이 무언지에 따라 달라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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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요? 우리 떨어집니까, 곧?"
"..."
"...한국 가는 의료팀 명단에 강선생 있습니까?"

 

모연이 끝내 돌아서서 가버리면 그는 붙잡을 수 없어.

 

놔달라면 놔줘야지.
보내달라면 보내줘야지.
가겠다고 하면 가게 둬야지.
붙잡아 놓진 말아야지.
딴 놈이랑 잘 살라고 말해줘야지.

 

속으로 시진은 수없이 다짐했을 거야.

시진에게는 이때 모연이 자신을 받아주리라는 기대보다 밀어낼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 컸던 것 같아.

이미 수없이 거절당한 마음으로 긍정적인 대답을 기대하긴 힘들었겠지.


모연을 마음껏 사랑하게 될 거라는 희망보다 어떻게 놓아주지, 난 앞으로 어떻게 당신을 잊을까, 하는 두려움이 시진에게는 더 컸던 게 아닐까.


하지만 모연은 이미 그의 걱정과는 아주 반대의 마음을 먹은 후였어.

 

"없어요."
"없어요?"
"네. 저 안가요."
"왜요? 나 때문은 아닐 거고."
"대위님 때문 맞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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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진은 참 안쓰러운 사람이야.

명단에 제 이름 없어요, 저 안 가요 하는 말을 듣고도 자기 때문은 아닐 거라는 확신을 할만큼 그의 마음은 이미 여러번 거절당했었어.

온 막사 사람들 다 알게 공개고백을 받아놓고도 여전히 불안해할만큼...

 

"대위님 때문에 안 간다고요. 대위님이랑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어서요."
"!"

 

믿기 힘들만큼 가슴 벅찬 대답에 시진은 아무 말이 없어.

어떻게 이해하면 좋은 건지 확신이 안 서는 거야.


시진은 아직 모연의 마음을 완벽히 믿질 못해.

믿고 싶지만 두려운 거야.

섣불리 저 좋을대로 해석했다가 아니면 어떡해.

그 다음에 마음을 추스르는 건 오직 그의 몫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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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는 나한테 곧 유시진이라 자꾸 생각이 났거든요.

 

그 말에 기대하고, 그 말을 믿어서 입맞췄는데 모연은 그대로 그의 품안에서 사라져버렸었잖아.


시진은 지난번과 같은 상처는 받고 싶지 않아.

거절당한 마음이 아파서, 모연에게 상처가 됐을까봐 미안해서, 하얗게 지새우던 그 밤을 시진은 다시 겪고 싶지가 않은 거야.

지금은 그때보다도 더 많이 모연을 사랑하게 되어서 더 힘이 들 것이 분명한 시간을 또 다시 견딜 자신이 없는 거지.


거친 풍랑에 시달리며 마구 흔들리는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연은 다시금 또박또박 못을 박아.

 

고백하는 거예요. 내 마음이 당신에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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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나 고백한 거 같은데. 사과할까요?"
"...내가 사과를 어떻게 받을 줄 알고."
"!"

 

시진은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내도록 들썩대던 마음을 풀어놓고 모연을 당겨 키스해.

놀라 커다래졌던 모연의 눈이 감기고, 첫키스처럼 떨리고 가슴 설레는 한 차례의 격랑이 지나갔지만, 두사람의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시진의 마음은 다시 불안해져.

 

혹시 내가 또 착각했나.
이러면 안됐던 건가.
내가 내 욕심에 또 당신한테 상처를 준 건 아닐까.
당신이 또 돌아서서 가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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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연은 불안으로 흔들리는 시진의 눈동자를 들여다보곤 입맞춤을 되돌려 그에게 다시 확인시켜줘.

 

내가 다시 돌아설 일은 없을 거라고.
오늘은 당신을 두고 가버리지도 않을 거고,
당신도 나를 두고 떠나버리지 말라고.
앞으로는 내내 같이 있자고...

 

시진을, 그의 위험한 일마저도 모두 감당하겠다고 용기낸 모연이 시진을 받아주었어.

마침내 두사람은 서로를 안고, 서로에게 안겼어.

시진은 자신을 받아준 모연의 마음에 끝내 눈물을 흘려.

 

너무도 고마워서, 떠나지 않아줘서, 내 옆에 남아줘서,
나를 사랑하기로 결정해주어서...

 

서로가 곁에 있음을 확인이라도 하듯, 두사람은 꼭 끌어안고서 점점 더 붉게 달아오르는 노을이 마침내 검은 밤이 되도록 아주 오래도록 서로의 품 안에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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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전 병사들 점호 준비해야 해서."
"너무 수고 많으셨어요. 저도 환자 회진 준비해야 해서."

 

그래. 고생 많으셨고, 수고 많으셨지.

온 몸에 지푸라기가 다 묻도록 흔들거리는 트럭 짐칸을 위로 갔다가 아래로 갔다가 , 연신 굴러다니시느라.

자기들 등 뒤에 온통 뭐가 묻은 것도 모를만큼 제정신을 못차리시게 헤롱헤롱 고생 많으셨고, 수고 많으셨던 두사람은 서로에게 인사해.

 

"예. 단결."

 

참으로 공손하게 꾸벅 고개 숙인 모연을 따라 시진은 반쯤 쉰 목소리로 멍하니 경례를 붙이며 동시에 고개 숙여 인사를 해.


하나만 하지? 하나만?

단결이면 단결이고 안녕히면 안녕히지, 둘이 합쳐 단녕히니?


넋나간 건 둘다 마찬가진 것 같지만 넋이 더 멀리 나간 건 시진인 것 같아.

고개 숙인 모연의 뒷통수에 제대로 붙은 지푸라기도 못 보고 말이야.


서로 뒷통수를 봐줄 새도 없이 마주보고 도.대.체 '뭘' 하느라 참 많이 고생하고 수고하셨는지, 끝내 두사람은 지푸라기를 묻힌 채로 헤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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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런 두사람을 니들 뭐하고 왔는지 다 안다는 표정으로 자애와 상현이 빠안히 보고 있어.

 

"이따 되게 쪽팔리겠다."
"아까 되게 행복했겠다."
"가서 떼어주고 싶다."
"가서 때려주고 싶다."
"..."
"뭐?"
"때려주고 싶다. 으이구."

 

상현은 때려주고 싶게 시진이 몹시도 부럽고, 자애는 우리 강선생님 창피해서 어떡하나 몹시도 걱정이 되지.


시진은 그들 눈치를 보며 계단을 올라가다 머리를 겁나 크게 박아.

혹은 안 났을까 걱정될만큼 제대로 박은 머리를 싸안고 시진은 점호를 하러갔어.


이날 두사람의 사이는 아주 공공연해졌을 거야.

... 때문에.


아마 잘 시간 다 돼서 옷 갈아 입을 때 돼서야 알았을지도.

막사 사람 그 누구도 나서서 떼주지 않았을 것 같거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아 최시누의 분노의 ㅂㄷㅂㄷ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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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인 듯 굳은 눈빛의 시진이 어딘가로 총을 겨누고 있어.

휴가온 파병지에서 또 무슨 작전인지 시진의 눈은 심각하고 진지해.

조준경 너머로 보이는 타겟!!!

두구두구둥둥둥!!!!! 타겟은....강모여ㄴ........?


..........어제부터 영 제정신이 아닌게 분명한 시진은 자신의 총기 점검을 모연으로 하고 있었어.


아마 하루 내도록 귀국진을 배웅하고 뒷정리를 하느라 정신 없던 모연을 만나지 못했던 게 아닐까.

어제부터 여친인데 오늘 종일 못 봤으니 도른 거지. 많이 도른 거야.

그게 아니면 이런 남다른 유른자는 설명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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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빠지게 보고 싶었던 모연의 얼굴을 조준경 너머로 보는 시진은 연신 흐뭇한 얼굴이야.


계속 예쁠 사람이라고 했던 내 말은 역시 옳았다고 연신 확신하며 시진은 화장기 없는 모연의 깨끗한 얼굴을 조준경을 풀로 당겨 마음껏 봐.

뽀얀 모연의 볼에 레이저로 하트를 그리며 보고싶어요, 만나고 싶어요, 만지고 싶어요 온갖 텔레파시를 보내는 중이지.


조준경 너머의 모연이 다가온 민지와 대화하며 방긋방긋 웃고, 그걸 보는 시진의 얼굴이 바보같이 풀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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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렇게 예쁘지?
뭘 먹으면 저렇게 예쁠까?
사람 맞나? 여신인가? 인형인가?

 

헤실헤실 세상 멍청해진 얼굴로 모연을 보는 시진의 뒤로 누군가 다가왔어.

 

"조준 목표가 헤드 샷입니까?"
"하트 샷입니다. 조준목표가 너~무 예쁩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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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한심하기 그지 없다는 얼굴 반, 어쩌다 이렇게 되신 거냐는 한탄스러움 반으로 대영은 그렇게 시진을 보고 있어.

사랑이 사람 하나 제대로 배리는구나 싶어진 거지.

이런 팀장님을 데려다 어따 쓰지 걱정될만큼 시진을 그렇게 제대로 맛이 가 있었던 거야.

 

"중대원들 총기점호 이상 없습니다."
"...제 총기도 이상 없습니다."
"총기는 이상 없는데 사수는 이상 있어 보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아잇, 더이상 질문 안 받겠습니다."

 

참 무안스럽고 쪽팔린 와중에도 시진은 여전히 조준경으로 모연을 보고 있어.

시진의 상사병(이라 쓰고 도른자라 읽는)이 하루가 다르게 깊어지는 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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