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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앱에서 작성

ㅇㅇ(180.182) 2016.08.17 23:12:53
조회 131 추천 0 댓글 0

내 이름은 빨강



이은림 


 

 저물녘이면, 누구라도 불러주면 좋겠어. 차가운 손가락으로 써줄게. 내 이름은 빨강이야. 한번 불러봐줄래? 발목뿐인 다리로 더듬더듬 여기까지 왔어. 끈끈한 노을에 만취한 가로등이 비틀비틀 서있는 골목. 검붉은 십자가들도 눈 뜨는 시간이야. 이봐, 내 두 발은 어디로 달아난걸까. 등 뒤로 붉은 발자국들이 슬금슬금 빠져나가는데 말야. 자주색 벨벳 원피스가 예쁘다고 했니? 지금 당장 빌려줄게. 아마 내일 외출이 즐거울 거야. 대신 내 이름을 불러봐줘. 새로 산 구두도 맡겨놓을게. 아무 때나 저물녘에 다시 돌려주면 돼. 내 몸을 버리고 사라져버린 두 발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거든. 그러니 잊지 마, 네 이름도 빨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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