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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늡갤문학] 25편 - 라크리모사, 오라클을 울리는 하모니

릅참마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6.02 22:07:42
조회 2721 추천 105 댓글 42

황제 조던의 위엄이 여전히 사해에 떨치고 있었으나, 고령을 이유로 물러나 신발장사를 소일거리로 삼으니 호랑이가 사라진 조정에 늑대의 무리가 설치기 시작하였다. 그 중 가장 강성한 자가 르브론 제임스로, 그 힘은 다른 파벌을 모두 합친 것보다 오히려 더 매서웠으니 그가 휘두르는 전횡에 나라가 하루도 잠잠할 틈이 없었다. 이에 대항하는 군소 파벌의 한 명으로, 황제의 젊을적 용모를 닮았다는 카와이 레너드가 근심하여 그를 열렬히 추종하는 동방 출신의 젊은 암살자를 부르니, 사람들은 그 암살자를 니두지(泥逗志)이라 불렀더라.


레너드의 밀명을 받은 니두지가 르브론의 본거지 매니아로 침투하여 그 눈에 들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니, 마침내 그린 스마일의 지위를 얻고 그의 곁에 가까이 하게 되었다.


"네 이놈 르브론아! 네 어찌 클러치 플레이어의 자리를 넘보느냐!"


기회를 노리던 니두지가 야밤을 틈타 음험한 살기를 품은 두 자루검 존중(尊重)과 배려(配慮)를 비껴쥐고 득달같이 달려들었으나 어찌 한 손으로 열 손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타국의 명패를 달고 비밀리에 르브론을 수호하던 병사들이 급작스레 몰려와 양손에 들고 휘두르는 파군도(兩破軍)에 외로이 맞서던 중 결국 두 검을 잃고 장렬히 산화하고 말았으니, 그 관짝이 nba 갤러리의 개념글 한켠을 쓸쓸히 장식할 뿐이었다.


르브론이 그대로 기세를 몰아 동부 조정을 완전히 장악하고 서부의 골든스테이트와 마지막 자웅을 결하기 위해 각고의 준비를 아끼지 않는 가운데, 포악하기로 이름난 드레이먼드 그린이 사신으로 찾아온다. 가장 높은 자리에 앚아 오만하게 그린을 내려다보던 르브론이 묻는다.


"감히 나에 맞서려 하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지난 1년간 이날을 위해 칼을 갈아왔소. 둘 중 누가 더 강한지는 곧 알게될 것이외다."


의외로 덤덤한 한 마디를 남긴 그린이 진영으로 돌아가자 천성적으로 귀가 막혀 '곧' 한 글자밖에 듣지 못한 르브론의 우매한 추종자들이 신이난 채 열띤 토론을 시작하였다.


"들으셨소! 저놈이 방금 GOAT이라 말했소이다!"


"허허, 저 하릅강아지 같던 놈도 결국 우리의 주군을 리스펙트하는구려. 개인적인 생각이오만 주군은 이미 GOAT이 분명하외다."


각종 삽소리가 어전을 가득 메우기를 수 일, 마침내 뜨거운 태양이 지평선 위로 떠올라 결전의 땅 오라클 아레나를 비췄다. 베이브릿지를 물샐틈없이 틀어막은 그린과 파출리아 등의 군세를 본 르브론이 영을 내려 먼저 케빈 러브더러 1쿼터 폭격을 준비하게 이른다. 또한 트리스탄 탐슨을 남겨 영채를 지키고 르브론 스스로 병력을 이끌어 물을 건너니 세작에게 이를 전해 들은 커리가 말한다.


"이제 르브론이 3점 라인 뒤에 머무르지 않고 배를 이용해 물을 돌파하려 하니 비장 이궈달라를 시켜 막음이 어떠합니까?"


그러자 듀란트가 말한다.


"그럴 필요 없네. 우리 진영에는 범같은 장수가 많으니 구태여 1대1 밀착마크를 고집하지 않아도 되지 않던가? 르브론의 병력이 반쯤 건널때 장수들이 합심하여 공격을 펼친다면 르브론 병사 모두 물에 빠져 죽을 것이네."


"그 말이 심히 옳습니다."


이를 알지 못하는 르브론이 장수들을 이끌고 먼저 강을 건너 영채를 세운채 남은 병력의 도하를 지켜보는데, 문득 한 병사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온다.


"뒤쪽에 백퍼장군(百퍼將軍)이 왔습니다!"


깜짝 놀란 르브론가 수하들이 돌아보는데, 강기슭 저편 날렵한 KD 운동화를 몰고 태양을 등진채 당당한 위용을 뽐내는 케빈 듀란트의 모습이 눈에 비친다. 백색 전포를 갖춰 입고 긴 스텝을 내세워 백발백중의 야투를 휘두르니 한 번의 내지름에 너덧명의 병사가 목숨을 잃는다. 과연 스테판 커리의 부인과 같은 족장(足長)의 일족이 낳은 불세출의 맹장이 아니던가. 겁에 질린 병사들이 아우성을 치며 앞다투어 배로 도망가 매달린다. 창졸간에 오합지졸이 되어 어지러이 흩어지는 클리블랜드 병사들의 틈에서 말에서 떨어진 르브론이 엉금엉금 뒹굴고, 가까스로 카이리 어빙이 이를 구해내 장수들과 힘을 합쳐 배로 옮긴다.


수행하던 케빈 러브, JR 스미스, 데론 윌리엄스 등 또한 모두 물로 뛰어들어 배 가장자리를 끌어당기며 목숨을 건지려 하는데, 배가 작아 곧 뒤집어질 것만 같더라. 이를 본 르브론이 허리춤에서 턴오버를 뽑아 마구 베어버리니 배 둘레에 붙은 손들이 모조리 잘려 물 속으로 굴러 떨어졌다.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쉰 르브론이 강가를 바라보는데 눈앞에서 그를 놓친 듀란트가 분을 삭이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크게 소리친다.


"네놈만 아니었다면 나는 2012년 우승할 수 있었다! 네놈만 아니었다면 나는 mvp를 몇 번은 더 탈 수 있었다! 네놈만 아니었어도 나는 사람들에게 이토록 욕을 먹지 않았을 것이고, 네놈이 아니었어도 나는 웨스트브룩을 저버렸을 것이다!"


그러고선 손에 움켜쥔 한 자루 창을 거세게 내던져 르브론이 탄 조각배를 노리는데, 한참을 날아가도 그 힘을 잃지 않고 물살을 가르며 배로 향하는 것이 아닌가! 슬픈 운명을 직감한 르브론이 옆에서 노를 젓던 뱃사공에게 말을 꺼낸다.


"이보게 사공. 이 배에 이름이 있는가..?"


"네..?"


"오랑캐를 치려 하였으나 힘이 모자랐다. 역대 랭킹 상승을 위한 나의 날갯짓은 여기서 다하는가.. 이 배의 이름은 타이탄익(打夷?翼)으로 하세."


콰앙 -!


끝내 듀란트가 던진 창이 배를 두동강내고, 지긋이 눈을 감은 르브론이 품에서 지휘봉을 꺼내 들었다.


"마지막 연주를 시작한다 제군들."


눈물을 흘리며 유니폼 어딘가에서 주섬주섬 트라이앵클과 캐스터네츠를 꺼내든 클리블랜드 악단이 구슬픈 연주를 시작한다. 서서히 기울기 시작하는 갑판 위에서 연주된 그 마지막 진혼곡이 장엄하게 울려 퍼지며 매니아인들의 상처입은 영혼을 어루만지니, 이것이 바로 후세에 전해지는 '릅퀴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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