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중계마저 쇼로 만드나”… 상업주의 얼룩진 축구 8강전 방송 [국민일보 2004-08-23 17:36] 방송사들의 무분별한 시청률 경쟁이 올림픽 축구 중계방송을 쇼로 만들어 버렸다. KBS MBC SBS 등 방송 3사는 지난 22일 새벽에 열린 ‘한국 대 파라과이’ 8강전 중계방송을 앞두고 난데없이 노래와 개그,토크쇼 등이 섞인 버라이어티 쇼를 방송했다. 8강전을 기다리며 TV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3개 채널에서 일제히 쇼 프로그램이 나오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자사 축구 중계방송에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연예인들을 총동원한 이 한 밤의 쇼는 국내 축구 방송 사상 전례가 없는 ‘축구 상업주의’로 기록될 만하다. 축구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경기 시작 전 연예인 쇼를 배치,시청자를 끌어 들이는 형식은 SBS에 의해 시작됐다. SBS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첫 경기 때부터 목동 신사옥 1층 로비에 스튜디오를 차리고 연예인들과 시민들을 불러 떠들썩한 볼거리를 연출했다. 이것이 적중했는지 SBS는 축구 중계방송에서 줄곧 타사를 3∼4%로 앞서 갔다. SBS가 축구 중계 쇼를 통해 재미를 보자 나머지 두 방송사도 22일 8강전 중계방송에서 이 쇼에 동참했고,결국 방송 3사가 축구 중계에 앞서 1∼2시간씩 버라이어티 쇼를 벌이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방송사들의 축구 상업주의는 이번 올림픽에서 극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방송사들은 축구 경기 장면을 집요하게 재방송했을 뿐만 아니라 중계 일정을 반복적으로 광고했다. 시청자들이 방송사 인터넷 게시판에 “아테네 올림픽이 아니라 아테네 월드컵이냐”고 한 것이나,한국 축구대표팀이 8강전에서 지자 “이제야 올림픽 제대로 보겠다”고 한 것은 방송사의 축구 편중이 얼마나 심했는지 잘 드러낸다. 방송의 축구에 대한 편애는 여러 문제를 낳는다. 파라과이 전 패배 이후 한국 축구 대표팀에 쏟아지는 도를 넘어선 비난은 방송사들에 의해 한껏 부풀려진 풍선이 터진 결과이다. 또 특정 종목에 집중하다 보면 비인기종목의 설 자리가 사라진다.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이 침해당하는 것은 물론이다. 방송 3사가 쇼를 벌이는 탓에 시청자들은 그 시간대 벌어지는 한국 여자 핸드볼팀 등 다른 경기를 볼 수 없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방송사들은 새벽 3시 축구 경기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감추고 사전 쇼가 시작되는 새벽 1시 30분에 축구 중계를 하는 것처럼 속이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방송 광고만 믿고 새벽 1시 30분에 TV를 켰다가 3시까지 내내 연예인들의 쇼를 지켜봐야 했다. 방송사들의 급조된 야외 응원전도 잡음을 낳았다. SBS의 경우,인근에 아파트촌이 밀집해 있음에도 야외 응원전을 벌여 주민들의 항의를 받았다. 김남중기자 njkim@kmib.co.kr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