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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상플이얌 117화

ra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4.27 11:17:47
조회 356 추천 4 댓글 3


여차저차.

어떻게 하루가 끝났다.

질질질

지친 몸을 이끌고 나는 휴게실로 향했다.


홍난 "죄송합니다...."


정말이지 실수투성이인 하루였다.

비록 왕비서님에게 일을 배웠다지만 그 시간이 너무 짧아서.

당연히 일을 엉성하게 했기에 사실상 부장님이 일을 다 다시하셨다.

부장님이야 뭐 나를 그럼 그렇지. 라는 눈빛으로 쳐다보셨지만....

나는 그게 미안해서 하루종일 좌불안석이였다.


홍난 '그리고.... 앞으로도 쭉 미안할 예정이고....'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일을 십수년 이상 해온 사람들이랑 하려니 당연히 표가 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잘 하지도 못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익숙해지면 조금 낫겠지 싶지만 익숙해 질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얼마나 실수할 지도 알 수 없고....

이런 저런 근심에 마음이 흔들렸다.


홍난 "아자! 할 수 있다! 내일은 그래도 더 잘해야지! 그럼!"


그리고 그런 근심에 흔들리지 않기 위한 맹세.

도도하게 주억이며 끄덕거리다보니 어느새 휴게실 앞이였다.

굳게 닫혀있는 문.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저기 저쪽 한 구석에서 다혜언니와 백화점 분들이 손을 들어 반겨주셨다.

빵끗빵끗 소리 없이 입을 여는 모습이 귀여웠다.


홍난 "아.... 안녕하세요"

영은 "와 홍나...."

홍난 "아아아! 설! 홍설이라고 불러주세요!"


나를 보자마자 실수하시는 점원분.

이름이 아마 영은씨랬나? 

실수를 고쳐주자 바로 정정했다.


영은 "아 네. 설이씨! 확 바꼈네요 모습이?"

상희 "멋있어요!"

홍난 "고마워요 ㅎㅎㅎㅎ"


서로간에 꾸벅꾸벅.

인사를 대충 마치자 마부장님과 시스터즈 분들이 나에게 수첩 하나를 건냈다.

펴보니 주르르 정리된 명단들이 보였는데 생각보다 페이지가 많지 않아서 다행이였다.


마부장 "홍설씨가 해야 할 건 간단하게 말해서 감시라고 할 수 있네. 여기 있는 리스트의 사람들을 건드려보면서

          혹시라도 뭔가 발견하게 되면 지체없이 왕진희 비서님께 보고하면 되네"


마부장님.

하대하는 연기가 자연스러웠다.

평소엔 깍듯한 분이였지만 내 정체를 들키지말아야 한다며 하대를 하겠다고 미리 양해를 구해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나를 진짜 아랫사람처럼 대했다.

물론 흔쾌히 오케이했지만....

묘하게 진심같은 모습이라 조금은 압박감이 들었다.


홍난 "네!"

마부장 "비서님께서 판단하기로 진짜로 의심이 되는 행동이라고 생각이 된다면 바로 다음 명령이 내려올테니 

          그 전에는 눈에 띄는 행동하지 말도록 하고. 알았나?"

홍난 "네! 명심할게요!"


명랑히 대답하며 수첩을 보는 나에게 시스터즈 분들이 조언을 보탰다.


태희 "여기 최이사님은 평소에도 주위 눈치 막 보는 스타일이라 훔쳐보기 힘들거에요. 사무실 로비 자주 지나다니시는데

       어디 코너 같은데 숨어서 딴 일하는 척 하면서 슬금슬금 살펴보세요"

지영 "마케팅부 상현씨는 미인에 약하니까 살짝 눈에 띄면은 알아서 불거에요. 작업한다면서. 아주 그냥 온몸에 

       허세가 가득하거든요"

홍난 "아아~ 네네! 그리고요?"

영은 "기획부 구재씨는 정부장님이 주시한다고 하셨는데, 그래도 설이씨도 시간나면 조금씩 감시해주면 좋을거같아요.

       정부장님이 요새 많이 바쁘시거든요"

상희 "오이사님은 항상...."


쏟아지는 정보들.

나는 펜을 굴려 유의할 점들을 강조 표시했다.


홍난 "그럼 이렇게 감시하면 되는거죠?"

마부장 "그렇네.  방금 전에도 말했다만 명심하게. 들키면 큰일나네!"


단호한 엄포를 놓는 마부장님.

쪼끔 무서웠는데 내 맘을 알았는지 옆에서 다혜언니가 끼어들었다.


다혜 "걱정마요. 설이씨 이렇게 차갑게 보이는데. 그리고 연기도 잘하시니까 아무도 모를거에요"


사근사근.

말하면서 내 옷 매무새를 잡아주는데.

상냥한 씀씀이가 정말 좋아서 웃음이 나왔다.


다혜 "그렇죠 설이씨?"

홍난 "네 ㅎㅎ 절대루 안들킬거에요 ㅎㅎ"


시스터즈 분들이 말했다.


지영 "으휴. 하여간 누가보면 자매인 줄 알겠네. 다혜씨는 너무 착해서 탈이라니까"

상희 "그래. 설이씨 말고 우리도 좀 챙겨줘! 질투난다!"


상냥한 다혜 언니를 뺏으려 하는 악당 무리들!

다혜언니를 지키기 위해 퉁명스런 말을 뱉으려 하는데 다혜언니가 먼저 선수를 쳤다.


다혜 "그야 몇 안되는 친구니까요. 친구가 친구 챙겨주는게 뭐 어때서요"

홍난 "ㅎㅎ 맞아요 ㅎㅎ 친구가 친구 챙겨주는건 당연한거죠!"

영은 "하이구.... 아주 죽이 착착 맞네 맞아"

홍난 "ㅎㅎㅎㅎ"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함께.

우리는 모의를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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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캄캄한 아주 늦은 저녁.

천근만근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니 언니가 살갑게 나를 반겼다.


이연 "홍나나~"


꼬깃꼬깃.

분명히 나보다 키가 오센치는 더 클텐데 용케 안겨온다.

잔뜩 충전되는 것 같은 기분이여서 가만히 있고 싶다만 그래도 옷은 갈아 입어야 했기에 

나는 언니를 놓아두고 한걸음씩 걸음을 옮겼다.


이연 "홍나나아~"

홍난 "왜 이래요~ 옷갈아입어야 돼요~ ㅎㅎ"

이연 "우우~"


백허그를 한 채로 질질 끌려오는 언니.

그러고보니 언젠가 같은 일이 주체와 객체만 바껴서 일어난 적이 있었던 것 같았다.

ㅎㅎㅎㅎ

웃음이 나왔다.

내가 하던 애교를 당해보니 당하는 사람의 기분을 알 것 같다고나 할까.

사랑 넘치는 기분이다 ㅎㅎ

나는 사랑스러운 언니를 매달고 방으로 들어왔다.


이연 "으얏!"


그런데 언니는 내 방에 끌려와서도 여전히 나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어디서 힘이 났는지 오히려 침대까지 날 끌고와서는 내 허리를 꼭 껴안고는 그대로 앉아버렸다.

나야 옷을 갈아입어야 하니 언니를 돌아서 떼려고 했고.

자연스레 언니가 내 배에 얼굴을 파묻게 되었는데 

갑자기 언니가 꼭 팔에 힘을 주고는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고백 아닌 고백을 해왔다.


이연 "미안해...."

홍난 "뭐가요?"

이연 "진짜 미안해...." 


정수리를 보면서 고백을 들으니 기분이 색다르다.

이를테면 고해성사를 듣는 사제님의 느낌?

어쩐지 울적해보이는 언니에게 온기가 필요해보여서,

나는 가볍게 언니의 머리를 안아주었다.


홍난 "그러니까 뭐가요?"

이연 "너 일 시킨거.... 괜히 일 시켜서 부담주고 거기에 자주 못보기까지 하잖아...."


뭐가 그리 울적한가 했더니. 

언니는 나를 일하게 해서 자주 못보는 것에 대해 많이 외로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물론 밤이 되면 지금처럼 보긴 한다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도 일하면서 언니 생각이 드문드문 나긴했다.

아마도 언니는 나보다 더 한 것 같았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나는 짖굳게 이죽였다.


홍난 "아셔서 다행이네요 ㅎㅎ"

이연 "진짜 미안해 홍나나...."

홍난 "으~ 그러니까 하루종일 저 보고 싶으면 언니가 저 먹여 살려야해요 ㅎㅎ 알았죠?"

이연 "응! 열심히 할게!"


오늘따라 진지한 언니....

솔직히 이런 반응을 원한 건 아니였기에 내가 더 당황스러웠다.


홍난 "자.... 장난이에요!"

이연 "아니야! 진짜 언니가 열심히 할게! 언니가 열심히 해서 너 먹여살릴게"

홍난 "진짜 장난인데.... 저.... 저도 일해야죠! 이렇게 팔팔한데 집에서 빈둥거리긴 그렇잖아요. 

        그리구. 저도 가끔은 일하고 싶구요.... 일도 가끔 하면 재밌어요!"

이연 "진짜?"

홍난 "네. 저도 언니 먹여살려야죠 ㅎㅎ"

이연 "으응...."


어쩌다보니 잔뜩이라던지 진짜라던지 소리만 늘어놓게 되는 분위기.

무안해져서 나는 언니를 떼놓고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맞췄다.

바라 본 언니 눈망울이 망울망울거렸다.


홍난 "이 언니가 오늘따라 왜이러실까? 무슨 일 있어요?"

이연 "그냥.... 갑자기 너 못보니까 너무 쓸쓸해서..... 언니 홍난이 없이 못사는데...."


약간 우울한듯한 순수한 고백.

공연히 듣는 내 뺨만 잔뜩 달아올랐다.

어.... 언니의 기습 고백에는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왜 아직도 듣기만 하면 얼굴이 잔뜩 빨개지나 모르겠다.


홍난 "무.... 무슨...."

이연 "그래도 너 인천에 있을때는 자주 전화라도 했는데.... 오늘은 전화도 자주 못했잖아.... 숨겨야 된다면서....

       거기에 가뜩이나 첫 출근 보지도 못했는데 퇴근시간 한참 넘어서도 안오니까 언니가 얼마나 걱정했는줄 알아?"

홍난 "아...."


퇴근시간이 끝나고는 회의가 있었는데....

미처 언니에게 전화하지 못한 내 잘못이였다.


홍난 "죄송해요...."

이연 "아니야.... 애초에 일을 시킨 내가 잘못한거지.... 내가 어쩌자고 그랬는지...."


침울해진 언니.

나는 언니의 기운을 북돋아주기 위해 씩씩하게 대답했다.


홍난 "금방 해준이 구해내고 올게요 ㅎㅎ 조금만 참아요 ㅎㅎ"

이연 "진짜?"

홍난 "네! 제가 얼마나 일을 잘하는데요! 어떤 일이든 저한테 걸리면 다 순식간인거 알잖아요 ㅎㅎㅎㅎ"

이연 "안믿기는데...."

홍난 "에헤! 저만 믿어요. 금방 증거 찾아서 언니한테로 달려올게요 ㅎㅎ"


나의 천연덕스러운 모습에 다행히 언니의 기분이 풀린 것 같았다.

ㅎㅎㅎㅎ


이연 "그래. 얼른 구하고 와.  옷이나 갈아입고. 언니가 어깨 주물러 줄게"

홍난 "네~"


어깨 주물러준단다.

히히히히

얼른 갈아입어야지!


스르륵

스르륵


이제는 언니 앞에서 옷을 벗는게 자연스럽다.

훌훌 속옷차림이 된 나는 이내 잠옷으로 갈아입고 언니 옆에 앉았다.

그리곤 돌아서 언니에게 등을 내어주었다.


주물주물


언니가 꾹꾹 나를 주물렀다.


홍난 "으아아~"


절로 곡소리가 나온다.


이연 "좀 피로가 풀리는거 같아?"

홍난 "네에~"


조물조물


하루종일 긴장하느랴 걸렸던 어깨결림이 풀린다.

아....

좋다....

눈을 감으며 언니의 세심한 손길을 느꼈다.


이연 "많이 힘들었나보네.... 어깨 다 뭉쳐있고.... 좀 쉬엄쉬엄하지 그랬어...."

홍난 "안돼요. 제가 얼마나 일을 못해서 다른 분들 괴롭혔는데요. 미안해서 혼났다니까요. 

       부장님이 제가 한 일 전부 다 다시 만지시는데.... 아~ 잠깐. 거기 말고 더 위쪽 좀 주물러주세요~ 으으~"


내 부탁에 언니가 조금 더 위쪽을 주물러주며 툴툴거렸다.


이연 "으! 바라는 것도 많아. 그래서? 내일도 이렇게 무리해서 올거야? 

       어차피 거기 사람들 너 잠복한거 다 알고 있잖아? 그냥 편하게 신세지지 그래?"

홍난 "어떻게 그래요. 그래두 일인데.... 해보는데까진 해봐야죠"

이연 "니 일은 그게 아니거든? 수상한 사람 찾는게 일이면서 다른 일까지 잘 하려고 하지 마"

홍난 "겸사겸사죠 ㅎㅎ"


이왕이면 다 잘하고 싶은 마음.

어쩌면 쓸데없는 책임감인지도 모르겠다.

언니도 내 마음을 꿰뚤어봤는지 나에게 가벼운 핀잔을 날렸다.


이연 "하여간에.... 착해 빠졌다니까"

홍난 "ㅎㅎㅎㅎ"

이연 "하는 수 없네. 나라도 홍난이 챙겨줘야지"


언니도 완전 착하시면서.... ㅎㅎ

나를 챙겨주는 언니의 씀씀이가 예뻤다.

그렇게 잠시간 내 어깨를 주무르던 언니가 돌연듯 나긋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이연 "홍난아 언니 봐봐"


주무르다 말고 갑자기 왜 부르시는지....?

고개를 돌려 바라보려는데 콕.

볼에 언니 검지손가락이 닿았다.

....

무쟈게 유치한 장난이였다.


이연 "ㅎㅎㅎㅎ"

홍난 "언니...."


정색하며 부르자 언니가 발끈했다.


이연 "아 뭐뭐! 그냥 한번 장난 친거가지고. 그렇게까지 쎄하게 말할건 없잖아!"

홍난 "그래도 이건 너무 유치하잖아요...."

이연 "잘해줄랬더니 시큰둥하기나 하구.... 언니 삐질거야!"


어깨에 올라간 손이 슥 하고 내려가더니

언니는 입을 삐죽이고는 팔짱까지 꼈다.

그러더니 흥! 하고 토라진다.

귀엽다....

아니 이게 아니라, 진짜로 삐졌나보다.


홍난 "아아아. 알았어요 안그럴게요"

이연 "이미 늦었거든? 아 몰라! 어깨 안 주무를래!"


언니의 파업선언.

나는 몸을 돌려 언니에게 졸랐다.


홍난 "그러지말고 좀만 더 주물러줘요~ 네?"

이연 "싫어~ 그냥 너 혼자 주물러!"

홍난 "아아아아~"


그렇지만 말만 그럴 뿐.

찰싹 매달리니 언니 얼굴에 고새 웃음기가 보였다.

참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깜찍했다.

나는 언니 볼을 잡아당겼다.


쭈욱


이연 "우으.... 머 하느 거야!"

홍난 "귀여워서요 ㅎㅎ 우리 언니 어쩜 이렇게 귀여우실까 ㅎㅎ"

이연 "말로 퉁치게? 어림없어!"


이것도 맨날 언니가 나한테 하던 짓이였는데(?) 어쩌다보니 내가 하게 되었다. 

언니도 내 행동의 의미를 아는지 볼을 부풀렸고.

나는 그런 언니를 보며 웃었다.


홍난 "ㅎㅎ 아니에요! 진짜 귀여워요. 언니 웃을때마다 제가 얼마나 심장 두근거리는데요"

이연 "으휴. 말만 그렇게 하고 맨날 언니 찬밥신세로 만들어놓고는.... 봐 지금도 그렇잖아"

홍난 "에? 지금 뭐가요? 저 지금 언니 달래주고 있는데요?"

이연 "그러니까! 애초에 언니 장난 어울려줬으면 안그래도 됐잖아!"

홍난 "그래도 솔직히 방금 전꺼는 너무 애들 장난이라...."

이연 "뭐어?"


목소리가 높아진 언니. 

고양이처럼 눈이 휘어지더니 나를 꽉 붙잡았다.

그리곤 몸을 기울여....


홍난 "어어...."


풀썩


침대에 그대로 포개졌다.


이연 "한동안 안 괴롭혔더니 기 살았다 이거지? 각오해! 엄청 괴롭힐거야!"

홍난 "네? 아니...."


간질간질


홍난 "아흐흐흐.... 어.... 언니이...."

이연 "혼나야 돼 아주! 여기! 여기가 약점이지 너? 에잇!"

홍난 "아하하하.... 그.... 그만해요~"


그러나 나의 사정에도 언니의 손속은 매서웠다.

속속들이 나를 알고 있는 손짓에 공략당해 결국 파김치처럼 널부러져버린 나는

위에 올라탄 언니에게 힘없이 칭얼댔다.


홍난 "하아.... 하루종일 일하구 왔는데.... 너무해...."

이연 "그러니까 또 혼나지 않으려면 앞으로 언니가 장난칠때마다 잘 받아줘! 알았지?"

홍난 "네에~"


마지못해 대답하니 언니 표정이 샐쭉히 올라간다.

아앗....

그러나 봐주겠다는 듯 이내 피식 웃어서 나도 언니따라 웃게 되었다.

휴우....


이연 "하여간에.... 귀엽다니까...."

홍난 "언니가 더요 ㅎㅎ"

이연 "대충 맞장구 치지말고"

홍난 "진짠데요? 언니 진짜 귀여운데요?"

이연 "아닌거 잘 아니ㄲ...."


자꾸만 아니라고 부정하길래 설득하기도 귀찮아서 그냥 언니 겨드랑이 아래 팔을 넣어 언니를 당겼다.

그리고 입술로 답변을 대신해줬다.

가볍게 꾹 도장을 찍어주자 언니 표정이 땡그래졌다.


이연 "뭐.... 뭐.... 가.... 갑자기 뭐야!"

홍난 "잘해주신다면서요? ㅎㅎ 더 잘해주시면 안돼요?"

이연 "으.... 응?"

홍난 "더 잘해달라구요...."


살짝 내민 입술.

그리고 애원하는 눈빛.

우리는 말이 없어도 통하는 사이다.


이연 "ㅎㅎ"


당연히....


쪽쪽


깊어지는 키스 속에서.

언니는 어느새 내 팔을 하나씩 잡아 나를 꾹 눌러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

딱히 도망칠 마음도 없었지만....

아마 잘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그러한 것이라 생각됐다.

한참을 구름처럼 달콤한 정을 나누다가, 입을 뗀 언니가 배시시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이연 "진짜 키스 좋아한다니까"

홍난 "ㅎㅎㅎㅎ 그러는 언니는 싫어요?"

이연 "아니. 좋아 ㅎㅎㅎㅎ"


그 웃음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내 마음속에 무럭무럭 음란마귀가 피어났다.


홍난 "언니.... 저.... 팔 좀 놔주시면 안돼요?"


나의 말에 언니가 물었다.


이연 "응? 왜?"

홍난 "언니 잔뜩 만지고 싶어서요.... ㅎㅎ"

이연 "그래? ㅎㅎㅎㅎ"


스르르 놓아지는 팔목.

무언의 허락.

자유로워진 내 손은 언니를 탐하기 시작했다.

언니도 마찬가지였고.

조금씩 뭉게져가는 침대보와 이불속에서.

우리는 깊은 밤을 보냈다.


-------------------------------------------------------------


그로부터 삼일.

본격적으로 염탐한지도 시간이 꽤 흘렀다.


살금살금


사람들을 몰래 곁눈질을 하며 수상한 행동을 하나하나 지켜봤지만

하루종일 지켜봐도 그런건 일체 없었다.

여기저기 쏘다니며 눈에 불을 켜봐도 역시 포착되는 것 하나도 없고....

공연히 하늘에 분풀이만 하기를 수차례였다.


홍난 "아니 말을 섞을 기회라도 있어야지...."


애초에 내가 탐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그전에 뭔가 발견할 기회가 너무 없었다. 

더구나 우리과 부장님이 나한테 설설 긴다는 이상한 소문이 나서 회사에선 완전 갑질하는 까칠도도녀가 되서 

말걸러 다가오는 사람도 없어서 흡사 무인도에 갇힌 것 같은 기분이였다.


홍난 "일부러 차가운 느낌을 잡은게 맞기는한데.... 그래도 이건 너무 말을 안걸잖아...."


새 직원이 오면 그래도 좀 궁금할 법도 하지 않나?

그런데 여기 사람들은 좀처럼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가끔 나를 힐긋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지만 

정작 다가가면 아니라고 모른 척 하고....


시스터즈 분들이 말하시기로는 몇몇 직원들은 내가 말만 걸어도 알아서 술술 불거라고 했다만.

그 사람들에게 직접 다가가니 그 사람들도 나를 피하기 일쑤였다.

답답한 마음에 왕비서님에게 일을 좀 더 적극적인 걸로 달라고 해봤지만 

왕비서님은 그거보다 더 깊게 일하면 의심받을 수 있다며 거절하셨다.


홍난 "하아...."


한숨 나온다.

얼른 꼬리를 잡아야 해준이도 구하고 언니도 종일 볼텐데.

다혜 언니가 해준다는 밥도 먹고 엄마한테 일 잘한다고 자랑도 할 수 있을텐데.

세상 일 마음대로 되는 거 하나도 없다더니 지금 내 꼴이 딱 그 짝이였다.


두리번두리번


그래도 최선을 다해보자며 마음먹고 둘러보고 있긴한데 과연 뭔가 나오는게 있을런지....

어?


???? "정과장님은 그럼 오늘도 점장님 일 대신 하시는거에요?"


그런데.

지나가다가 우연하게 스친 눈에 밟히는 풍경이 있었다.

일을 하는 지훈씨 옆에서 알짱거리는 비서차림의 여자가.

얼핏 보면 치근덕대는걸로 보였으나 왠지 묘하게 나와 동류의 냄새가 나서 나는 조심스레 둘을 관찰했다.


지훈 "네. 당분간은 쭉 그럴 것 같습니다만"

????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시는데요?"

지훈 "그냥 점장님이 하시던 일이죠. 비서실에 있으면 뻔히 아실텐데...."


일단은 일반적인 업무이야기로 보였다.

그러나 사람 괜찮아보였던 지훈씨가 틱틱대는걸 보면 굉장히 시달림을 많이 받은 것 같기도 했다.


톡톡톡톡


홍난 '지훈씨 같이 이야기하시는 분. 혹시 누구세요?'


아는 척을 할 수가 없어서 쪼르르 화장실로 달려가 말 대신 단체톡으로 지훈씨에게 누구냐고 물어봤다.

내 톡을 보곤 비서차림의 여자를 내쫒아버렸는지 지훈씨가 바로 대답했다.


지훈 '비서실 이은혜씨입니다. 호기심이 많으신지 점장님 잡혀가고 나서부터 이것저것 저한테 물어봅니다'

홍난 '호기심이요? 다른 이유는 없구요?'

지훈 '네. 별달리 문제가 될만한 건 물어본 적이 없습니다만....'

홍난 '그래요?'


의심은 팍팍 간다지만 지훈씨가 아니라고 하니 뭐라 할 말이 없다.

넘어가야지하고 우물쭈물하는 사이 시스터즈 분들이 화제를 물었다.


영은 '뭐야? 은혜씨가 정부장님한테 작업걸은거에요?'

상희 '은혜씨 대담하다!'

지영 '그럼 정부장님은 은혜씨 마음에 들어....'

지훈 '아닙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수다들.

주책들에 도리도리 고개를 젓는 사이 지훈씨가 시스터즈 분들을 가볍게 무시하고 나에게 조언을 건냈다.


지훈 '설이씨. 왕비서님께 들어보니 조사가 잘 안되신다던데. 

       사람들을 직접 살펴보기 보다는 그 주윗 상황에 집중하는게 나을겁니다.

       무방비할때 흘리는 것들이 도움이 될 때가 많거든요. 물론 그러고도 모르겠다면야 그쪽 사람들이 아닌거겠습니다만.

       어쨌든 몇일 전에 마부장님과 다른분들이 설이씨께 드린 리스트만 조사하시지 말고, 좀 더 넓혀보는게 좋을겁니다'

홍난 '네. 조언 감사합니....'


감사하다는 톡을 치려다가.

빠릿! 하고 갑자기 번뜩이는 생각이 났다.

나는 감사하다는 말을 지우고 지훈씨에게 내가 생각한 것에 대해 물어봤다.


홍난 '그럼요. 혹시 모이는 자리 있을까요?'


지훈씨가 답했다.


지훈 '모이는 자리요?'

홍난 '네. 모여서 술 몇잔 걸치면, 저절로 나사 풀려서 경계심 낮아질거 아니에요? 

       그럼 더 쉽게 단서 같은걸 찾을 수 있지 않나 해서요'

지훈 '글쎄요....'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썩 좋지 않은 답변 뿐.

아무래도 내 생각에 대해 회의적인 것 같아 나는 조금 더 강하게 밀어붙이기로 했다.


홍난 '그럼 만들어봐요 모이는 자리!'

지훈 '어떻게요?'

홍난 '음.... 글쎄요....?'


그건 나도 생각 안해봤는데....

방법 생각 없이 일단 말부터 질러본 내 순수함(?)에 다들 벙쪘는지 톡방은 한동안 올라오는 말이 없었다.

그러나 이내 띠롱 하고 다혜언니로부터 답변이 왔다.


다혜 '좋은 생각 같아요. 지훈씨 그 지난번에 같이 술 마셨다던 이사님들이랑 아직 라인 안끊겼죠?'

지훈 '네. 지난번에 사건 해결할 땐 제가 그 앞에서 얼굴을 비추지는 않았으니까요'


마부장님이 말을 보탰다.


마부장 '그럼 정부장이 만들어보게. 이사님들 눈치를 보아하니 다들 어느 편에 붙어야 하나 고민중인 것 같으니

          살짝 등떠밀어주면 바로 본색을 드러낼걸세. 물론 자네야 외부적으로 보기엔 진급이 너무 빨라서 야심이 넘쳐보여서

          다들 조심하겠지만.... 설이씨야 본사에서 꽂아줬다는데 크게 의심하지 않겠지. 애초에 점장님 같은 경우엔 낙하산

          싫어하지 않나? 그러니 점장님 쪽이라곤 생각하지 않을거야'

지훈 '좋습니다. 그럼 그건 그렇게 하는걸로 하고.... 등은 어떻게 떠밀겁니까? 뭔가 건수가 있어야 하는데....'


지훈씨의 물음에 나는 자신만만하게 답했다.


홍난 '그건 제가 생각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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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정말 오랫만에 쓰는 기분이네 ㅠㅠ   ㅈㅅㅈㅅ ㅠㅠ


백화점 이야기를 쓰다보니 자꾸 산으로 새서 지웠다 썻다 하다보니....


거기에 재미도 떨어져서 내가 쓰고 싶은 상플은 그게 아니였구나! 싶어서 여러모로 전개도 고치고....



암튼 많은 고민을 통해 상플이 가야할 곳을 찾은 거 같아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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