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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20살짜리가 170만원 들고 독립했던 얘기

ㅇㅇ(175.204) 2021.11.30 21:30:47
조회 13958 추천 160 댓글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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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흙수저가 아니고 없수저임 ㅇㅇ

인생 첫 기억이 고아원에서 시작되고 학생 땐 보육원에서 지냈음

학생 땐 주말 알바도 하고 지원금도 받아가며 돈을 모았지


그렇게 20살, 보육원에 더는 남지 못하는 나이가 되었을 때 170만원만 들고 나옴.


그리고 그동안 알아봤던대로 실행함


지방의 고시원 보증금x / 월세 15 / 관리비 5 / 인터넷 가능

공용 샤워시설이 있고 밥, 김치 제공이었음


주변 인프라도 지방치곤 나쁘지 않았고 

방은 책상과 침대만으로 가득찰만큼 작았지만 내 맘엔 쏙 들었음


바로 계약


월세와 관리비를 내고 수중에 남은 돈은 150


옛날에 보육원에서 받았던 갤럭시 a3와 700메가 짜리 학생 요금제를 떠나 보낼 때가 되어

번개장터에서 v30 공기계를 주문했고 유모비 알뜰 요금제로 한달에 1.5에 데이터 속도제한, 통화 무제한을 들었지


또 쿠팡에서 낮은 가격순을 검색한 커튼과 침대커버, 이불배게 세트를 사고 나니 남는 돈 130


근처 마트로 가서 샴푸, 바디워시, 치약, 칫솔, 휴지 등등 생필품들과 공용 샤워실에서 쓸 목욕 바구니, 물과 라면 등을 사고나니 120만원이 남더라


수중에 남는 돈이 여유가 있어서 중고나라에서 사무용 중고 똥컴과 19인치 옛날 삼성 모니터를 7만원에 구했고

쿠팡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싸구려 키보드와 마우스 세트와 스피커를 샀지


그리고 남는 돈은 약 110만원 



독립 첫 날 수중에 남은 돈 110만원




번개장터에서 시킨 중고폰과 유모비 알뜰 요금제 유심, 쿠팡에서 시킨 침구류, 중고나라에서 산 똥컴은 배송 중이고

생필품만 덩그러니 놓인 좁아터진 방에 누워서 느려터진 핸드폰을 만지며 쪽잠에 들었지만 난 행복했어




그로부터 일주일


쿠팡으로 시킨 침구류들을 공용 세탁기에 빨았더니 먼지가 덕지덕지 묻어서 테이프로 다 떼고 깔아놨어

번개장터에서 시킨 v30는 뒷면에 큰 기스가 있었지만 성능에 문제없어서 그냥 쓰기로 했고

중고 컴퓨터와 모니터는 역시 싸구려답게 웹 서핑만 되는 수준이었지

싸구려 주변기기들도 rgb 조절 따윈 없이 자기 개성대로 빛났어 


하지만 이런저런 살림살이들을 모아놓고 보니 꽤나 맘에 들었고 행복했어


일주일 새에 치킨도 시켜먹었고 근처 식당에서 외식도 하다보니 수중에 남은 돈은 100만원이 간당간당 하더라


살림살이도 어느정도 갖췄겠다 바로 알바를 구해봤지


내가 구한 알바는 편의점 평일야간알바


당연히 최저시급이었지만 직영점이라 4대보험도 되고 주휴수당도 다 챙겨줘서 나름 만족스러웠어




그렇게 한 달, 두 달 속절없이 시간이 흘렀고 난 이 일상에 적응하고 만족했어


주휴수당까지 포함한 월급은 한달에 약 150만원 (4대보험 제외)


내 한 달 고정 지출은 월세 및 관리비 20만원+핸드폰 요금 1.5만원+유튜브 프리미엄 1만원+주택 청약 10만원+넷플릭스 프리미엄 쉐어 4천원+적금 50만원

= 약 80만원을 제외하고


70만원 정도가 내 한 달 생활비가 되었어


난 편돌이기 때문에 사장님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폐기도 자주 가져와서 먹었어

그래서 식비도 그렇게 많이 들지 않았지 


이리저리 돈이 빠져나가지 않으니까 생활비가 남더라고 

그걸 모아서 컴퓨터와 모니터를 바꿨어 ㅋㅋ 

롤이 하고 싶은데 안돌아갔거든..



생활비를 차곡차곡 모아 컴퓨터와 모니터를 바꾸고 생활이 안정적으로 돌아가던 5월의 어느날


문득 삶에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어


내 또래의 친구들은 대학을 다니고 자격증을 따며 미래를 도모하는데 

난 편의점 알바나 하고 쉬는 날엔 게임과 애니 시청이나 하며 세월을 허송으로 보낸다고 느꼈거든



미래에 대한 불안감

넉넉하진 않지만 나 따위가 사는데 안정감을 느끼니 자연스레 찾아오는 숙제같더라


그래서 고민을 했어

내가 뭘 좋아하지? 뭘 하면 좋을까?


결론은 난 유튜브나 인방을 좋아하고 게임을 좋하하고 애니를 좋아해

그 고민 속에 나온 직업이 유튜브 편집자였어


영상 제작이나 영상 편집을 하면 내가 좋아하는 그 세계 속에서 일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있는 건 추진력과 생존력 밖에 없는 놈이라 바로 실행에 옮겼지 


유튜브에 검색해서 찾아보니 프로그램도 많고 유료 프로그램, 무료 프로그램을 나뉘더라고

무료 프로그램 중 쉽다는 걸 먼저 다운받고 게임하고 애니보는 시간을 줄여 유튜브와 블로그를 보면서 독학하기 시작했어


처음엔 나름 재밌었는데 몇 주간 결과물의 퀄리티가 올라가지 않고 짧은 영상 하나 편집하는데 너무 오래걸려서 독학의 한계를 느꼈어



결국 국비 지원 컴퓨터 아카데미에 들어갔지


사람들마다 학원에 대한 호불호가 갈렸지만 난 나름 만족했어 당연한걸 배우기도 했지만

체계적으로 배웠고 단축키나 프로그램 기능들에 더 익숙해졌거든


영상의 퀄리티는 결국 영상을 많이 만들어보는수 밖에 없더라


그렇게 영상편집에 매달린지 3개월이 되던 8월


내 나름대로 편집 스타일도 생겼고 편집의 퀄리티도 최소 싼티는 나지 않게 되었어

퀄리티를 올리기 위해선 시간을 갈아넣었어야 했지만 


8월의 나는 생애 첫 공모전에 지원하게 돼


지역 홍보 영상 공모전이었고

주로 아마추어들이 지원하는거 같더라고


나한테 있는건 중고로 산 v30과 알바하는 시간을 제외한 평일 오전, 주말 뿐이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사실은 거의 처음) 열정을 가지고 영상을 찍으러 다녔어


고시원 가격에 맞춰 내려온 지방이었지만 검색해서 이곳저곳 다녀보니

꽤 이쁜 도시더라고


이런 저런 영상 소스를 구하고 알바하고 자는 시간을 제외한 남는 시간은 모두 영상 편집에 할애했어


그렇게 공모전에 영상을 보냈고 9월 중순

한창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그 날, 공모전 결과가 발표되었어.



결과는 당연히 낙선



기대를 안했다고 생각했는데 왠지 열정은 싸늘하게 식었어

그렇게 어느새 해가 지면 찬바람이 드는 10월이 다가오더라



난 영상 편집하는 시간이 줄었고, 다시 게임과 애니보는 시간이 늘어났지

그간 밀린 애니가 그렇게 재밌더라 ㅋㅋ


근데 다시 애니도 보고 게임도 하는데 유튜브 영상에는 손이 안가는거야

유튜브를 보면 내가 좋아하는 비제이, 스트리머들의 재밌는 편집 영상이 있고 그 영상들을 보면 뭔가 공허해져서


그렇게 영상 편집에 권태기가 왔을 때, 아카데미에서 만난 형한테 연락이 왔어

근데 그 형이 100따리 유튜버 편집을 한다는거야


영상을 찾아봤더니 누가봐도 내 공모전 영상보다 훨씬 조잡해


근데 조회수는 천 개가 찍혀있더라, 내 공모전 영상 3배가 훨씬 넘는 조회수였지


그걸보고 열정인지 열등감인지가 다시 막 불타더라고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데 하면서


그래서 트게더, 아프리카tv 게시판을 돌며 유튜브 편집자를 구하는 하꼬들을 막 찾아다녔어


은근 많더라  


그 사람들한테 내가 만든(그 때 떨어진) 그 공모전 영상을 보내면서 

내 영상이 맘에 들면 같이 일하자고, 돈은 유튜브 수익창출이 되면 그 때부터 받겠다고 했어


많은 사람들이 같이 일하자고 했고, 내가 좋아하고 즐겨보는 방송 방향과 맞는 사람과 일을 하게 됐지


그게 벌써 저번 달 중순이네


난 지금 편의점 야간 알바 겸 무급 유튜브 편집자로 일하고 있어


그리고 어제 드디어 내가 영상 편집하는 채널의 구독자가 천명을 넘긴 참이지


이제 시청시간만 채우면 수익창출이 될거야



연말까지 쭉 달려서 수익창출 신청하는게 올 해 목표고

내년엔 편의점 알바가 본업이고 유튜브 편집이 부업이 되는 상황이 왔으면 좋겠다 


그럼 그 때는 투룸으로 이사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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