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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번역] A Crown amongst Peasants Ch.10

모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0.05 23:22:32
조회 705 추천 16 댓글 6

원작자 : Jaslyn





까치걸음으로 마을을 지나오느라 가빠진 숨결에 입술엔 서리가 꼈다. 엘사는 마지막으로 본 안나의 붉은 갈래머리가 사라진 여관 앞에서 머뭇거린다. 냉기가 손을 내달리자 두 손을 비빈 후 장갑에 쓱 집어넣지만, 되려 장갑이 얼어붙는다. 침착해, 엘사. 네가 해결할 일이야. 잘 설명해 주면 안나는 이해할 거야. 하지만 마음속에 불안감은 끈질기게 남는다. 이번은 봉급을 못 받은 재무부장이 아니라 안나니까. 자신을 향한 안나의 욕망이야 잘 알지만, 안나는 화해의 포옹 대신 얼굴에 주먹을 한 대 꽂을 거란 걸 엘사는 안다.


제 머릿속을 휘젓는 생각 때문에 엘사는 발끝으로 걷는 걸 까먹는다. 구두 굽 아래서 포장된 길이 얼어붙는 걸 보고서야 엘사는 발을 들어 올린다. 엘사는 한숨지으며, 자신의 능력이 핀마르크를 더 이상 망치기 전에 서둘러 여관으로 들어간다.


문을 열자 종이 딸랑거린다. 엘사는 얼어붙은 장갑을 등 뒤로 숨기고는 여관 주인에게로 향한다. 주인은 등유 램프 불빛 아래서 선반에 놓인 안경들을 살펴보고 있다. 카운터 앞에 선 여왕은 올려다보지도 않는다.


"실례합니다." 엘사의 말에도 주인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엘사는 헛기침하고는 목소리를 조금 높인다. "빨간 머리 여자애가 들어오는걸 보셨-"


"9번 방이오." 주인 남성은 중얼거리며 올려다보지도 않고 안경을 닦는다. 엘사는 대체 9번 방이 어디냐고 따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는 혼자서 복도를 걸어간다. 복도 깊숙이 들어갈수록 카운터에서 나온 빛이란 빛은 새까만 어둠으로 금세 사그라들어서 결국 엘사는 벽을 따라 더듬으며 방향을 찾는다. 바닥에 비친 희미한 빛이 엘사의 시선을 끈다. 엘사는 장갑을 벗고 문에 새겨진 문패를 손가락으로 읽는다.


문이 끼익 열리면서 나는 딸기 냄새가 안나의 존재를 확신시킨다. 후텁지근한 공기 사이로 감도는 달큰한 향 뒤로 짠 냄새가 따라온다. 어둑한 공간 속 숨죽인 울음소리가 침묵을 깬다. 그 소리에 엘사의 심장이 옥죄어온다.


"안나?" 엘사는 고요한 공기 속으로 속삭인다. 창문 옆에서 홀로 스러져가는 촛불은 빛이라기보단 그림자로 방안을 채운다. 어둠 속에서 엘사는 초록색 이불이 덮인 일인용 침대와 제 발밑의 얼음을 알아본다. 대답이라곤 힘겨운 숨소리밖에 들려오지 않자 엘사는 장갑을 교차시켜 등 뒤로 십자가를 만들고는 발끝으로 여동생에게 다가간다. 의자에 웅크린 안나에게서 몇 발짝 떨어진 곳에서 멈추어 서서 차가운 숨결을 다른 쪽으로 내뱉는다.​


"나한테 화가 많이 났구나. 그치?" 엘사가 묻는다.


"아니." 안나가 속삭인다. 마치 울음소리 너머로 한 글자 한 글자 쥐어 짜내듯, 목소리가 음절마다 갈라진다. "언니는 미치도록 좋아. 그게 문제야. 내가 싫어. 내가 미워. 나를 증오해!"


"쉬이, 안나. 진정해." 엘사는 간청하며 동생 앞에 무릎을 꿇고, 안나의 소작농 옷 주름에 얼굴을 파묻는다. 여동생의 눈물 젖은 얼굴을 쓰다듬어주고 싶은 만큼이나 끈질기게 두 손은 뒤로 포개어둔다.


"난 집착도 심하고 욕심도 많아. 얼마나 정신이 나가야 이런 나를 언니가 사랑해 줄 거란 생각을 할까?" 안나가 말한다. "그년이 언니한테 키스할 때-"


"아니야, 안나. 내가 원한 게 아냐. 그 여자가 제멋대로 한 거고-"


"-그 좆같은 창년을 죽여버리고 싶었어!" 안나가 분개하자, 평소 순진하고 서투르던 여동생에게서 튀어나온 단어에 엘사의 귀가 곤두선다.


"그 머리를 쳐내서 없애버리고 싶었어. 이런 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언닌 어쩌려고 그렇게 아름답고 매력적이고 완벽한지-"


안나는 두 손으로 언니의 얼굴을 감싸서 제 충혈된 눈과 시선을 맞춘다.


"-언니는 이런 일을 벌인 나를 싫어할 권리가 있어."


엘사는 소매를 걷고 여동생의 손을 제 손목 위에 얹는다. 순간 장갑이 녹으면서 젖은 장갑이 축 늘어진다. 안나가 눈을 깜빡이자 엘사의 손목 위로 후두둑 떨어진 눈물이 모여 손 아래로 흘러내린다.


"네가 나에게 뭘 해주는지 전혀 모를 거야, 안나." 엘사는 푹 젖은 장갑을 벗으며 속삭인다. "나도 너에게 푹 빠져있어. 우리가 그걸 서로 다르게 표현할 뿐이지."


의자에서 미끄러져 내려온 안나는 언니의 품에 폭 안긴다. 둘 사이의 침묵에 간간이 들리는 훌쩍이는 소리와 함께 두 자매는 떨리는 포옹을 나눈다. 금발 머리와 붉은 머리가 엉키지만, 어둠 속에서 둘을 구분하기는 힘들다.


"사- 사랑해, 엘사." 안나는 엘사의 머리에 대고 더듬거리며 엘사를 품에 꽉 안는다. "한스를 원했을 때도, 크리스토프와 키스했을 때도, 내가 숲속으로 도망쳤을 때도 언니를 사랑했어. 내가 언니를 미치도록 절실하게 사랑한다는 현실을 마주하기 싫어서 정말 바보 같은 짓들을 저질렀어."


"제발 다시는 내게서 도망가지 말아줘." 안나의 품에서 빠져나온 엘사는 눈물로 반짝이는 안나의 눈을 쳐다보며 부탁한다. "몇 번이나 널 잃을 뻔했어.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난 도저히, 도저히-"


"안 그럴게." 안나는 약속하며 손가락을 엘사의 손에 넣는다. "우린 서로를 지켜줄 거야."


둘의 손가락이 서로 얽힌다. 녹아내린 얼음과 흘러내린 눈물이 한데 섞여 서로를 버리지 말자는 약속으로 어우러진다. 엘사는 여동생의 관절을 따라 손가락을 훑다가 중지와 약지 사이로 난 흉터를 발견한다.


"여기가 아프니?"


"생각날 때마다." 안나가 말한다. "하지만 그땐 내가 언니 없인 살지 못할 거란 걸 알고 있었어. 그런 점에선 슬프면서도 행복한 기억이지."


엘사는 여동생의 손을 들어 제 입술에 갖다 댄다. 엘사가 흉터에 입 맞추자 얼음이 흉터 위로 스르르 퍼진다.


"나도 너 없인 못 살아." 엘사는 두 손으로 안나의 얼굴을 부드럽게 잡으며 말한다. "넌 나에게 전부니까."





뒷부분은 여기로
비밀번호 : 905286


늦어서 미안함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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