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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Say You Love Me 03

험버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2.26 07:28:55
조회 1253 추천 77 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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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 You Love Me 01

Say You Love Me 02




안나는 잠에서 깨자마자 휴대폰을 확인했다. 부재중 없음. 문자 없음. 우씨! 안나는 한스가 부르기 전까지 약 20여 분 동안 침대에 멍하니 누워 휴대폰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무슨 일 있어?”


휴대폰을 소중히 품은 채 멍하니 식탁에 앉는 안나를 본 한스가 물었다. 한스는 안나 앞에 놓인 시리얼 그릇에 우유를 부어주며 얼굴을 구겼다. 묻는 말에 대답도 않고 낯빛도 구린 것이 어딘지 모르게 수척해 보였기 때문이다. 한스가 생각에 잠겨 식탁을 내려다보던 안나의 이마에 딱밤을 먹였다.


“아- 왜 이래!” 안나가 이마를 잡고 불평했다.

“무슨 생각 하냐고.”


한스가 맞은편 자리에 앉아 시리얼을 퍼먹으며 물었다. 안나는 대충 오빠는 알 거 없다는 말을 던지려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으나, 순간 떠오른 생각에 꺼내려던 말을 삼켰다. 한스는 양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채로 입을 우물거리며 안나를 보고 있었다. 안나는 잠시 고민했다. 한스는 항상 만나는 여자가 많았다. 연애를 하는 건지 가볍게 몇 명을 정해놓고 만나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15살 이후로 혼자였던 적이 없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안나가 한창 사랑을 찾아 이 사람 저 사람 바꿔가며 만났던 시기엔, 볼 때마다 바뀌는 서로의 파트너를 두고 웃음을 터트린 일도 있었다. 안나와 한스가 다른 점은 .. 말해 뭐 할까. 안나는 한스에게 어제 일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싶었다.


“어- 오빠, 음..”


안나는 하고 싶은 말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오빠가 말했던 그 꽃 가게 주인이랑 처음 만나서 같이 모텔에 갔는데 내가 처녀인 거 알고 섹스는 안 해줬지만 연락처는 받아 갔거든? 근데 연락이 안 와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으음...? 조금 이상한가? 아니, 많이..? 안나는 식탁 위에 올려둔 휴대폰을 톡톡 두드렸다. 연락 없음.


“그 - 있잖아..”

“아, 말을 해!”


안나는 스푼을 들어 시리얼을 퍼먹었다. 그리곤 힘없이 우물거리며 말했다.


“어떤 여자를 만났어.”


한스의 눈이 커졌다.


“여자-?”

“응..” 안나가 그릇에 고개를 처박고 중얼거렸다.


“친구 만났다 이런 얘기 아니지? 뽀뽀나 데이트 관련된 얘기 맞는 거지?”

“그래!”


안나가 한스를 노려보며 소리치자 한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박수를 쳤다.


“역-시! 역시! 그럴 줄 알았지.”

“뭐가?”

“그렇게 남자를 무더기로 갈아가면서 만나놓고 사랑이 어쩌고 징징거릴 때부터 알아봤다고!”

“무더기로 갈아치운 적 없거든? 완전 남 말 하고 있어! 그리고 알아보긴 뭘 알아봐? 여자 만날 생각은 그동안 한 번도 안 해봤는데.”

“한 번도 생각을 안 해봤으니까 지금까지 사랑을 못 만난 거 아니겠어? 넌 원래 그쪽이었던 거라고. 너도 몰랐던.”


그럴듯한데? 안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괜히 입을 비죽였다.


“그래서.. 뭐가 문젠데?”

“놀리지 마?”

“안 놀려.”

“진짜, 진짜로?”

“빨리 말이나 해!”


안나는 한스를 바라보고 입술을 이리저리 비틀고는 최대한 별일 아니라는 투로 말하려 노력했다.


“어.. 사랑.. 하는 것 같아.”


한스는 입이 찢어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크게 웃으며 대견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다시 시리얼을 퍼먹으며 말했다.


“잘 됐네. 언제부터 만났는데?”

“어제 처음 봤어.”


한스가 입안 가득 담고 있던 시리얼을 뿜어냈고 안나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로 뺐다. 한스는 콜록거리며 가슴을 치는 와중에도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지 핏대 세운 눈으로 안나를 노려보며 입을 달싹거렸다. 몸을 크게 말고 기침을 하던 한스가 식탁 의자에서 굴러떨어졌다.


“너- 크헥-! 켁!”

“물 마셔, 물!”


한스는 안나가 급히 떠온 물을 낚아채듯 받아 마셨다.


“후..”

“괜찮아?”

“아니, 넌 괜찮냐? 어제 처음 봤는데 사랑이라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한스가 나무라듯 말하며 다시 의자에 앉았다. 엘사랑 똑같은 소리. 안나는 불만스럽게 얼굴을 구겼다.


“왜 다들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첫눈에 반한다는 말도 몰라 이 바보멍청이 오빠야!?”

“아니, 그건 영화에서나...” 한스는 말문이 막혀 숨 삼키는 소리를 내며 주먹으로 이마를 문질렀다.


“난 정말 느낌이 왔단 말이야! 이런 기분 처음이라고!”


안나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퍽퍽 치며 말하자 한스는 힘 빠진 눈으로 여동생을 바라봤다. 그리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 네가 좋으면 된 거지 뭐.”

“그런데 내가 경험 없다고 하니까 나랑 자기 싫대.”

“뭐?”


한스는 식탁 위에 올려둔 양손을 부들부들 떨며 크게 눈을 떴다. 잘 못 들은 것이라 생각하고 싶었는지 눈동자를 불안하게 굴리며 다시 말했다.


“뭐라고?”

“나. 랑. 자. 기. 싫. 대.!!!”


안나는 한스의 과장된 반응이 이어지자 짜증이 치밀었다. 뭐가 그리 큰일이라고 저렇게 요란법석 오버를 떠는 거야?


“어제 처음 만났다면서 어떻게 그런 얘기까지 나왔어..?”

“그 여자가 나한테 빨간 튤립을 줬어. 그리고 난 그때 느꼈어. 이건 사랑이라고. 그래서 같이 모텔에 들어갔는데 내가 처음이라고 하니까 깜짝 놀라면서 그냥 집에 데려다준다는 거야? 사랑한다고도 하지 말래. 대체 왜? 번호도 교환했는데 아직까지 연락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해? 오빠는 이런 거 잘 알 거 아니야. 나 좀 도와줘.”


한스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가렸다. 충격에 젖은 눈이 안나를 안타깝게 노려봤다.


“그게 다야? 중간 이야기는 빼먹은 것 같은데?”

“이게 다야.”

“꽃 한 송이 줬다고 만나자마자 모텔로 따라 들어갔어?”


안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스가 안나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안나는 갑작스러운 접촉에 움찔하고 놀랐다. 한스는 진지한 표정으로 안나와 눈을 맞췄다.


“안나..”


어린애 달래는 듯한 말투에 안나는 마침내 뚜껑이 열렸다. 안나는 한스에게 잡힌 손을 빼내고 손등으로 한스의 턱을 세차게 후려쳤다.


“아 이런 씨-!” 한스의 고개가 순식간에 반대 방향으로 돌아갔고 욕지거리가 울렸다.

“왜 이래!”

“그딴 말투로 말하지 마! 안 그래도 속상한데 자꾸 짜증나게 할래?”

“처음 만난 사람이랑 자면 안 돼!! 누군 줄 알고 그런 델 따라 들어가!”


한스가 욱신거리는 턱을 부여잡고 씩씩대며 소리쳤다.


“사랑하면 괜찮거든?”

“참나, 네가 사랑을 알아?”

“오빠보다는 알지. 오빠는 사랑을 폭탄세일해서 아무 여자한테나 뿌리고 다니잖아. 그런 것도 사랑이냐!?”

“도와달라고 했는데, 내 대답은 ‘싫어’야.”

“왜? 오빠는 내가 평생 딱지도 못 떼고 늙어 죽었으면 좋겠어?”

“평범하게 사귀다가 자는 걸 누가 말리냐? 그리고 일을 그렇게 망쳐놨는데 내가 어떻게 도와줘!”

“내가 뭘 망쳤는데?”


한스는 답답해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곤 안나의 얼굴 앞에 손을 펼쳤다.

손가락을 하나 접으며 “하나, 꽃 한 송이 받았다고 사랑에 빠지면 안 됐어. 그건 사랑이 아니야. 거기서 느껴야 할 건 가벼운 호감이라고.” 두 번째 손가락을 접고 “둘, 만나자마자 모텔로 직행해서 처음이라고 고백. 이상하고 무서워.”

세 번째 손가락을 접을 때, 안나는 한스의 손가락을 다 물어뜯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셋,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 그게 진짜 사랑이었다 쳐도 그렇게 쉽게 말해선 안됐어. 사실 뭘 망쳤는지 셀 것도 없어.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다 잘 못 됐어.”


한스는 안나의 얼굴 앞에 놓인 손에 힘을 줘 빠드득 소리를 내며 주먹을 쥐었다.


“솔직해져 봐, 안나. 네가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아? 보아하니 그 여자는 가볍게 한 번 즐기려다가 잘 못 걸린 것 같은데.. 처음 만난 여자가 사랑해요~ 내 처음을 가져가 줘요~ 하면 나라도 도망가겠다. 소름끼쳐! 절대 연락 안 와. 너 벌써 차단당했을걸.”


안나는 한스의 마지막 말에 덜컥 겁이 났다.


“그- 그럼 어떻게 해?” 안나가 눈썹을 늘어뜨리며 서글프게 물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잘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나는..”


안나가 뜻밖에 울먹이며 말하자 한스는 안타까운 마음에 얼굴을 찡그렸다.


“아- 어지간했어야 해결하지..” 한스는 미간을 꼬집으며 탄식했다. “이름은 알아?”

“어... 엘..사?”

“말하는 거 보니 성은 당연히 모르겠고.”


안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디서 만났는데?”


안나는 손가락을 맞대며 대답을 망설였다. 안나는 한스에게서 꽃 가게 주인에 대한 얘기를 종종 들었다. 무지막지 예쁘다. 엄청나게 들이댔는데 번번이 퇴짜 맞았다. 언젠가는 한 번 만나고 말겠다 등등.. 이따금 엘사와의 데이트를 거의 인생의 목표로 삼는 듯 말할 때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얘기를 늘어놓은 상대 여자의 정체가 사실은 그 사람이라는 것을 털어 놓기가 조금 거북했다.


“음... 오빠도.. 아는 사람일 걸.”

“설마.. 내가 만났던 여자들 중 하나라고 해봐라...”


한스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이 눈썹을 구겼다.



“그.. 꽃 가게 주인이야.”



한스는 시리얼 그릇에 머리를 박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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