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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일과 즐거움 4-1

믇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30 13: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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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2화


3-1화  3-2화

4-1화

반죽을 치대고, 굴리고, 자르고, 만들고, 그것을 죽을 때까지 반복한다.


안나는 그런 생각을 떨쳐냈다. 그녀의 꿈을 너무 간단히 생각하면, 아마 즐기기보다 두려워질 것이다. 그리고 제빵사는 반죽을 만드는 것만 하진 않았다. 아이싱 같은 것도 만들어야 했다.


제빵사가 안나의 꿈이 된 경위는 굉장히 작은 곳에서 비롯되었다. 예를 들자면, 자신이 갓 구운 빵을 진열대에 가져다 놓을 때 그 아이의 표정이라든가, 오븐에서 식빵을 꺼낼 때의 그 냄새라든가, 노숙자 보호소에 남은 빵을 가져다 두는 것들이었다.


작은 것이었다.


안나는 새로운 밀가루 포대를 뜯을 때 나오는 공중헤 퍼지는 분진을 보는 것조차도 좋아했다. 한줄기의 연기를 보면 뭔가 집중이 되었다. 아렌델대학교 주방에서 일할 때 생긴 습관이었다.


그녀는 지금 1950년대의 쇼걸인 척을 하며 큰 무대에 나갈 준비를 했다.


안나는 밀가루를 선반, 걸이, 전자레인지가 있는 스테인리스 탁자에 가져다 놓았다. 물론, 전자레인지는 머그 케이크*를 만들 때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그녀는 밀가루 범벅이 된 거울 앞에 서서 수건으로 자신의 얼굴을 닦았다. “우와, 안나 도슨, 너무 예쁜 거 아니야? 하얀 피부가 주근깨를 적당히 돋보이게 하네.”


* 머그 케이크는 그냥 머그 잔에 모든 재료를 넣고 간단히 전자레인지에 돌려 만드는 케이크(?)를 칭한다.


현재는 오후 2시였다. 안나는 그 시간을 ‘스위트 스폿’이라고 불렀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사람들이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쿠키와 도넛을 먹으러 오는 저녁 시간 때의 중간이었다. 스위트 스폿 시간 때면 안나는 미리 빵을 구워두고 그 하루나 그 주를 생각했다.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면 이 시간을 즐겼다. 약간 지금처럼 말이다.


“오, 남자들이 너 보면 그냥 눈이 멀 거야. 근데 남자애들은 네 마음 그 근처도 못 가지. 음, 그건 그냥 우리만의 비밀로 간직하자.”


그녀는 손가락을 입술로 가져가 쉿 하는 소리를 내고 거울을 두드리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어떨 때는 상황극에 너무 감정이입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건 나쁘지만, 너도 너만의 그녀를 위해 반지를 아껴둬야지. 물론… 물론 그 너만의 그녀를 찾아야겠지만, 좋은 사람 만나게 될 거야. 그럴 거야.”


그리고 어떨 때는 캐릭터 붕괴가 오기도 했다. 그녀가 자신만의 세계에 들어왔을 때는, 가끔 현실세계의 골치 아픈 문제가 이렇게 끼어들기도 했다.


“그러니까, 지금은 그런 거에 신경 쓰지 마. 넌 그냥 파란색 옷을 입은 남자들--- 아 잠깐 난 한 번도 파란색이라고 말한 적 없는데. 잠깐 남자들은 파란색 옷을 입나? 그래서 남색이라고 하는 건가?”


안나가 실망에 가득 차 한숨을 내쉬고 거울을 향해 인상을 썼다. “아, 모르고 있었네.”


“아, 재밌어지려고 하고 있었는데.”


안나가 거울에서 멀어지고 라푼젤이 밀가루 하나 없는 깨끗한 모습으로 미소를 지으며 문에 기대고 있었다.


“푼젤아, 그냥 내일 오지그래? 내가 소재 더 준비해서 올 테니까.” 안나가 슬쩍 미소를 지으며 반박했다. “근데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앞에서 손님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라푼젤이 웃었다. “지금은 아니. 솔직히, 여기 뒤에서 더 할 게 많을 것 같아. 내가 진짜 만들고 싶은 새로운 냉동 피자 레시피를 배웠거든.”


안나가 코웃음 쳤다. 라푼젤은 지시를 내리는 것에는 잘할지 몰라도, 제빵으로는 영 아니었다. 그에 반대로, 안나는 반죽 통하고 거품기만 있으면 마법을 부릴 수 있었다.


그들은 서로에 장점을 칭찬해주고, 서로의 약점을 채워줬다. 이론적으로는 이미 제빵사업에서 엄청난 팀이 돼야 했었지만, 실제로는 살짝 평균 이상이었다.


“그러니이이이까, 앞으로 나와.” 라푼젤이 징징댔다. “여기서 딱히 할 것도 없잖아!”


“당연히 할 거 있지.” 안나가 대답했다. “나는 여기서 빵을 구워야지. 그리고 아직 잘 모르나 본데, 그게 우리 주요 수입원이거든?”


“맞다, 그거에 관해서 말하려고. 원래는 앞에 나와서 말해주려고 했는데, 네가 이런 식으로 나오니까, 어쩔 수 없이 여기서 말할게.” 라푼젤이 마지막 문장을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 내 생각엔 너 좀 너무 많이… 만드는 거 아니야? 보호소에서 전화 왔어. 이제 우리 빵 보관할 데도 거의 다 찼대. 그리고 아까 노숙자 무리가 우리 가게 몰래 보고 있는 거 보고 소름 돋았어.”


안나는 라푼젤이 옳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것에 대한 답이 없었다.


“도대체 뭐 때문에 그래?”


엘사 때문에. 아니면 나 때문인가. 그거나 저거나. 그런 비슷한 거.


중요한 점은 엘사와 재회한 지 일주일이 돼가고 있었고, 그녀의 엄마와 대화를 나눈 지 일주가 돼가고 있었지만, 그녀는 엘사에게 제대로 다가가겠다는 결심을 한 채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녀느 그저 모든 것이 들어맞을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타이밍이 맞으면, 아마 운명이 그 둘을 다시 붙여놓을 것이다. 이번에는 좀 더 좋기를 바랐다. 그럼 안나에게 남은 하나의 목표는 그녀의 베이커리를 지금까지 아렌델에서 있었던 베이커리 중의 최고로 만드는 것이었다.


안나에게 그 말은 자신을 일 속에 파묻는 것을 뜻했다. 어떨 때는 말 그대로였다. 그래서 항상 사람들이 원하는 것보다 많이 준비를 해두었다.


안나는 그런 것을 일절 말하지 않았다. “그냥 내가 얼마나 많이 만드는지 잘 몰랐네.”


그렇지만 라푼젤은 안나를 꿰뚫어 볼 수 있었다. 멀쩡한 상태면 그 능력이 훨씬 뛰어났다. “엘사에 관한 거지. 아니야?”


“뭐?! 아니, 당연히 아니지!” 안나가 좀 빠르게 소리쳤다. “난 네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네. 말했잖아, 그냥 잊어버렸다고.”


그러나 라푼젤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그녀가 눈을 가늘게 뜨고 입술을 오므리고 의심에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 “아 그러셔? 그럼 옛날에 대표님하고 네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던 거야?”


“당연하지.” 안나가 거짓말했다.


“그럼 둘이 같이 라크로스부에 있었던 것도 아니야?”


“나… 그건 맞아. 근데 아무 일도 없었어.” 안나가 또 거짓말을 했다.


“그럼, 대표님이 여기에 오셔도, 저번처럼 얼음이 되지는 않겠네? 그런 거 대비해서 여기에 확성기도 있으니까 말이야.”


“당연하지.” 물론, 이것도 거짓말이었다.


“그럼 다행이네!” 라푼젤이 이 ‘가짜’대화에서 이긴 것처럼 말했다. “왜냐면, 대표님이 방금 전화 오셨거든. 30분 뒤에 여기 오신데.”


잠깐…


“뭐라고?!”


==============================================================


“잠깐, 뭐라구요?!”


“그러니까 너하고 엘사를 1군 팀에 뽑았다고. 원래 새내기를 1군 팀에 뽑지 않는데, 우리 팀에 두 명이 부상을 당해서, 네 둘이 가장 나은 대체 자원인 것 같아서 뽑았다.”


안나는 그 자리에서 얼었고, 벙 쪄있었으며, 말문이 막히다와 비슷한 뜻을 가진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철두철미한 성격의 이름은 에드나인 1군 팀 코치가 엘사와 안나를 따로 불렀다. 안나는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있었다. 2군 팀에서 떨어지거나, 아니면 우리 둘 중 하나만 떨어졌다는 소식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예상과는 정확히 반대였다. 그들을 증명할 엄청난 기회가 주어진 것이었다.


그렇게 프로답지는 않았지만, 안나는 코치한테 다가가 포옹을 했다. 에드나가 안나보다 작았기 때문에 살짝 어색했다. “오, 감사합니다. 에드나! 절대로 후회하지 않으실 거에요. 엘사와 전 우리가 1군이라는 것을 증명할 거에요.”


“그래, 당연히 노력해야지. 그럼 이제 그만 껴안고 훈련하러 가야지. 부원들이 기다리잖니.”


“알겠습니다. 그럼 운동장에서 뵐게요.” 안나가 코치를 놔주고 떨어졌다. “아 그리고 다시 감사합니다!” 안나는 자신과 엘사가 문을 열고 나가기 전에 한마디를 더 했다.


왠만큼 멀어지자, 안나가 자신과 같이 벙쪄있는 금발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엘사도 안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안나는 속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느낌때문에 혼란스러워했다. 엘사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그 느낌이었다. 첫날, 영어 시간에.


엘사에겐 뭔가 안나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있었다. 안나는 엘사와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했지만, 엘사가 자신을 볼 때마다 뭔가 이상한 감정이 느껴졌다. 뭔가… 그 이상인가?


안나는 이 감정에 대해 자신의 절친에게 말하고 싶었다. 혹시 그녀도 같은 것을 느끼는지. 근데 아직 괜찮은 타이밍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예전에 엄마가 말했던 그 ‘뱃속에 나비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은 아닌지 그녀는 살짝 의심하고 있었다. 아마 이것도 그중 하나일 수도 있었다.


* 원문은 Butterflies in your stomach 이다. 사랑에 빠졌을 때를 표현하는 관용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부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운동장 한가운데서 원을 만들어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안나가 엘사를 쳐다봤고, 얼굴에는 미소와 눈에는 불안감이 보였다. 엘사는 지금 급작스러운 승격에 대해 긴장한 상태였고, 안나가 그녀의 기분을 띄워 줘야 했다.


그녀는 장난스럽게 엘사의 어깨를 자신의 어깨로 툭 치고 미소를 지었다. “야, 걱정할 거 없어. 운동장에서 네가 있는 힘을 다해서 노력하면, 쟤네도 너를 아마… ‘라크로스의 여왕’ 으로 부를걸. 뭐 그렇게 식상한 거 아니어도. 하여튼 잘 할 거야!”


엘사가 웃었다. 안나가 성공했다는 신호였다. “그럼 너는 뭐가 되는데? 여왕이 둘 일 수는 없잖아.”


안나가 으쓱했다. “그럼 나는 공주하지, 뭐. 어차피 나는 공주가 되고 싶었어. 의무도 적고, 그냥 예쁘기만 하면 되잖아.”


“음, 그 부분은 이미 충족시킨 거 아니야?”


그리고 그 감정이 다시 느껴졌다.


그 칭찬은 엘사 같지 않았다. 약간 캐릭터 붕괴였다. 그렇지만 너무… 맞게 들렸다. 엘사에게서 들으니, 뭔가 기분이 좋았다. 그녀는 그냥 웃으면서 고맙다고 말하는 것 말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가 엘사와의 관계에 대해 얼마나 혼란스러운 지와는 별개로, 절친의 기분을 띄워 준 것에 대해 성취감을 느꼈다.


둘은 침묵 속에서 운동장 가운데까지 걸어갔다. 거의 다 다다르자, 안나는 침묵 속에서 더는 미루지 말고 그 감정을 제대로 직면하자고 다짐했다. 그게 다음 주가 되었든, 내일이 되었든, 그녀는 자신이 이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짜증이 났다. 그녀는 이 미스터리를 풀고 싶었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풀고 싶었다.


=================================================================


“안나, 천천히 해. 내가 30분이라고 했지, 언제 30초라고 했어?”


“넌 지금 이런 큰 짐을 나한테 떨궈놓고, 내가 미친놈처럼 행동하지 않길 바랐던 거야?”


“미친년.”


“그거나 저거나! 그냥… 하, 밀가루투성이잖아!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안나가 정신없이 작업대를 닦았다. 닦고 있는 곳이 먼지 하나 보이지 않을 만큼 깨끗해지기 전까지 다른 곳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걸 끝낸 후에, 그녀는 손을 깨끗이 씻고, 세수해서 얼굴에 있는 밀가루를 모두 닦아내야 했고, 새로운 앞치마를 입어야 했다. 아마 머리도 다시 해야 할 것 같다.


이 모든 생각들 틈 사이로 잠시 숨을 돌리고 안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좀 침착한 상태로 말했다. “미안 라푼젤. 나 좀… 내 말은 난 정리 해야 하니까, 넌 그냥 앞으로 다시 나가서 계산대나 좀 닦고 있지?”


라푼젤이 움직이지 않은 채 그녀를 쳐다봤다. “이미 완전히 깨끗해. 근데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아까는 엘사를 다시 보면 놀라 까무러치지 않는다매?”


“내가 언제 놀라 까무러쳤어!” 안나가 반박했다. “근데 이곳을 엄청 깨끗하게 해야 하잖아. 걔는 우리의 상사잖아. 아니야 그녀는 우리의 상사의 상사지. 조금이라도 깨끗하게 보이는 게 좋지 않겠니?”


“조금 깨끗한 건 좋은데… 이건...” 라푼젤이 애초에 그렇게 지저분하지도 않던 작업대를 닦는 안나에게 손짓을 했다. “잠깐만 침착하고 이걸 알아야… 안나, 나를 봐!”


안나가 멈췄다. 라푼젤은 정말로 진지할 때만 언성을 높였다. 무조건 들어야 한다는 소리였다. 그녀는 걸레를 내려두고 계산대를 향하고 있던 눈을 천천히 돌렸다. 그녀는 자신의 분신을 본 것 같았다. 그게 가능이라도 하면.


라푼젤이 깊게 숨을 들이쉬고 안나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두 손을 빨간 머리의 어깨에 올려두고 두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이 친구야, 너 거짓말 엄청 못해. 너하고 엘사 사이에 뭔가가 있긴 있었네. 뭔가 큰 거. 근데 내가 더 이상 그걸로 너 캐묻지 않을 테니깐, 그냥 천천히 심호흡하고 진정해.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너는 좀 싫다. 지금의 너는 무모하고, 말을 듣지도 않고, 솔직히 별로 옆에 있고 싶지도 않아. 그러니까 제발 심호흡을 해, 나 때문이 아니라 너 자신을 위해서.”


안나는 라푼젤이 옳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안나는 자신의 계획대로 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이 자신이 원하든 방식이든 아니든. 운명이 안나와 엘사를 다시 붙여두려고 하고 있었다. 대화가 어떻게 흘러가든, 그녀는 4년간 피해오던 엘사와의 관계를 드디어 바로잡자고 다짐했다.


그녀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녀의 어깨가 올라갔다가 바로 내려갔고, 불안감이 단번에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다. “미안해, 그냥… 미안해.” 그녀가 라푼젤에게 말했다. “뭘 원한 데? 뭐라고 했어?”


라푼젤이 으쓱했다. “뭐라고 많이 하지는 않았어. 그냥 우리 둘한테 이 베이커리에 관해서 얘기하고 싶다고.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지. 아님 둘 다일 수도 있고.”


“그렇겠네.” 안나가 자신이 쓰던 걸레를 주워 친구에게 건넸다. “근데 아직도 좀 치워야 할 것 같아. 좀 도와줄래?”



읽어줘서 고마워. 이건 한 화가 좀 길어서 그냥 두 개씩 나눠서 올릴 것 같애. 지적은 언제든 환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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