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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일과 즐거움 6-2화

믇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28 12: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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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잠깐 지금 Truth* 라고 말한 거야?”


* Truth or Dare 는 미국판 진실게임이다. 한국에서는 질문한 뒤에 벌칙을 수행할지 진실을 말할지 고를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진실 아니면 벌칙을 고른 후에 질문한다. 좀 더 리스크가 큰셈. 딱히 진실게임처럼 번역하면 문맥이 안 맞아서, 이하 계속 원문으로 내버려둠.


안나가 고개를 기울였다. “어, 무슨 문제 있어?”


“아니, 그냥...” 안나 역시 계속 Dare를 고르고 있었지만, 엘사는 안나를 골려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꽤 쉬운 벌칙들이었다. 이제 와서 갑자기 이렇게 돌변하니, 엘사는 어쩔 줄을 몰랐다.


“그리고 내빼지 마, 네가 이제까지 계속 벌칙을 고른 것처럼.” 안나가 비웃었다. “뭐든 괜찮으니까.” 안나가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엘사에게 질문을 하라고 재촉했다.


또 다시, 완벽하게 차려진 밥상이 엘사 앞으로 왔다. 엘사는 이걸 잘 이용해야 했다. 그녀는 진실을 알아야만 했다. 더는 망설일 수는 없었다.


엘사가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말했다. “그래. 음… 누구---”


그때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잘 정돈된 갈색 머리의 키 큰 남성이 빼꼼 들어왔다. 그가 웃으며 반 정도 먹은 초코칩 쿠키를 흔들었다.


안나도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아빠! 왜요?”


그녀의 아빠가 어깨를 으쓱했다. “아, 네 엄마가 너희가 뭐 부쉈는지 확인해보라고 해서. 아니면 다쳤다든가.”


그녀가 웃었다. “그럼 엄마한테 우린 괜찮다고 말해줘요. 뭐 진실게임을 하다 좀 뜨거워졌나 보네."


좀 뜨거워져? 엘사는 그 생각으로 얼굴을 붉혀서 안나와 그녀의 아빠가 얘기하는 동안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어야 했다. 안나가 그녀의 부모님과 얘기를 할 때면, 부러워졌다. 자신의 부모님과의 관계가 나쁜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자신이 원하는 것만큼 친근한 관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아빠가 언제 마지막으로 안나의 아빠처럼 웃었는지 기억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부러움 말고도, 안나가 즐겁게 그녀의 아빠와 얘기를 나누는 것을 보자 그녀를 향한 마음이 점점 커졌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항상 밝은 모습을 유지하는 안나가 누구를 닮은 것인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그녀의 곁에 매 순간 있고 싶다는 생각은 점점 확고해져 갔다. 아직 1학년인데 이런 소리를 하면 좀 오바인가? 아마 그럴 것이다. 하지만 엘사는 딱히 상관하지 않았다. 그녀는 안나를 좀 많이 좋아했다. 둘은 평생 친구였다. 맞지? 곧, 다른 종류의 평생 관계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럼, 네 엄마하고 나는 이제 잘 거니까, 좀 조용히 해줘."


"당연하지, 아빠!" 안나가 외쳤다.


그는 문을 닫고 나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아 그리고 자기 전에 설거지해놓는 거 잊지 말고. 쿠키가 아무리 맛있다고, 설거지하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니잖아.”


안나가 웃었고 그가 문을 닫고 나가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 다 먹었으면 안 되는데.”


“뭐 난 너희 아버지 탓을 하지는 않겠어.” 엘사가 답했다. “꽤 맛있었잖아.” 21세기의 가장 겸손한 말이 아닐까 싶다.


안나가 빵을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니 그녀를 향한 마음이 더 커졌다. 엘사도 안나가 제빵을 할 줄 안다는 건 알았지만, 직접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재료를 준비하는데 집중하고, 자연스럽게 주방을 거니는 모습은 진지했지만 우아했다. 약간 라인배커하고 발레리나가 섞인 듯한 모습이었다. 너무나 열정적으로 임해서 어떨 땐 그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한 단계에서 깊은 생각에 빠져있으면, 그녀는 조용히 자기 자신을 향해 혼잣말을 했다.


아, 엘사는 그녀에게 홀딱 반했다.


안나가 웃었다. 전에 엘사가 칭찬을 해줬을 때처럼 웃었다. “고마워. 야, 일단 게임 잠시 중단하고 설거지부터 하는 건 어때? 잊어버리기 전에.”


엘사가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으면서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자.”


============================================================


“네가 미안하다고?! 이렇게 험난한 길로 빠지게 하고, 나는 네가 생각을 바꾸기를 바랐는데, 그 바람은 시간이 지나면서 처참히 무너졌지… 그런데 이제 와서 할 수 있는 말이 미안해가 다야?”


‘난 너를 사랑했다고, 안나! 난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 너를 사랑했어. 나는 너랑 있는 모든 날에 그 사랑을 부었는데, 어느 날--- 어느 날--- 네가 그 사랑을 다시 내 얼굴에 던져버리고 나를 떠났어! 절대로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말을 해놓고서는, 나를 버렸지.’


‘그래서… 뭐? 넌 지금 그 병신같은 문장이 모든 걸 해결해줄 것 같아? 다시 우리가 원래의 관계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너는 너무 늦었어. 어제였어도 넌 늦었어. 그 전날이었어도 너는 늦었어. 이 모든 상황이 지옥으로 변한 그 후에 넌 너무 늦었어. 다시 바로잡기 위해 네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아마 한 가지 빼고 말이야. 그리고 그건 내 삶에서 당장 좀 꺼지는 거야.’


이 생각은 엘사가 안나가 계속 울면서 미안하다고 말할 때 말하고 싶었던 말이었지만, 그녀는 차마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젠장, 그녀는 증오와 고통의 건초 더미에서 작은 바늘 같은 희망을 품고 있었다. 무슨 수를 써도 떼어낼 수 없는 바늘이었다.


안나를 다시 보고, 그녀를 피부로 느끼고,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니, 모든 것이 돌아왔다. 그들이 원래 어떤 관계였는지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그 모습은 지금의 관계와 차원이 달랐다.


하지만 엘사가 하고 싶었던 말에 진실은 담겨있었다. 다시 모든 걸 돌리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리고 안나를 최대한 피하려고 했던 두려움으로 망가진 엘사의 내면은 그녀를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건 그녀의 자신감과 허세를 뚫고 들어왔다. 지난 4년간 그녀가 만들어온 껍질에 균열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이 전부 부서지지 않게끔 해야 했다. 안나는 그럴만한 가치가 없다고 엘사는 자기 자신에게 말해야 했다. 이런 생각에 머무르지 않게끔 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안나에 대한 생각을 저 산너머에 둘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만 했다.


안나는 그럴만한 가치가 없었다. 안나는 너무 늦었다. 그녀는 자신의 팔을 엘사에게 두르고 싶지 않았다. 계속 말하면 말할수록, 그녀는 그 말을 믿게 되었다. 엘사는 자신이 안나를 밀쳐낼 수 있을 때까지 그랬다. 그녀의 계획이 성공하는듯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노력은 눈물 고인 안나의 초록빛 눈을 보면서 도로아미타불 되었다.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느낌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녀의 머릿속은 이미 이 장면을 사진으로 남겨두었다. 다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엘사는 억지로 몸을 돌려 자리에서 물러갔다. 창문으로 자신이 얼마나 위로 올라와 있는지 보며, 머릿속을 비우려고 노력했다. 소용은 없었다. 아무것도 소용없었다.


엘사는 안나가 이리로 걸어오는 것을 들었다. "엘사… 제발 나랑 말 좀 해."


"나가." 엘사가 중압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머, 뭐?"


"나가라고!" 엘사는 자신의 부하 직원을 대하는 강렬한 목소리로 명령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약하고 애처로웠다. 그녀가 원했던, 그녀에게 필요했던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지금같이 감정이 격해진 상황에서 안나는 정확히 엘사가 원하기도 했고 원치 않기도 했던 행동을 했다. 안나가 떠났다.


이제 엘사는 혼자였다. 원래 그랬던 것처럼, 항상 그랬던 것처럼.


그녀는 몸을 이끌고 책상에 엎드려 누웠고, 책상 위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울지 않았다. 그녀는 울어선 안 됐다. 하지만 울고 있었다. 이런 안나와의 만남을 멈추기에 그녀는 너무 나약했다.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녀에게 미치는 영향은 지대했다. 아직 너무 늦지 않았다.


"씨발 꺼저, 안나." 그녀가 조용히 읊조렸다. "나… 정말..."


핸드폰의 알람이 울렸다. 10분이 지난 것이다.


===============


짧은 시간 안에 둘은 설거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할 방법을 생각해 내야 했다. 안나는 붙어있는 음식물 찌꺼기를 문질러 닦는 작업을 맡았고, 엘사는 마지막으로 헹구고 식기세척기에 담는 작업을 맡았다.


둘의 힘이라면 5분 내로 끝낼 수 있는 일이었지만, 10분이나 걸렸다. 엘사는 진실게임을 잠시 중단하자고 했지만, 안나는 계속 이어 하기를 했다. 물론 싱크대에서 멀리 떨어질 수는 없었다. 그래서 둘은 계속 Truth 만을 골랐다.


엘사는 계속 자신이 하고 싶었던 질문을 망설였고, 안나는 그녀가 아까 물어봤던 그 질문에 더는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


남은 그릇이 하나가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안나는 빠르게 그릇을 닦고 엘사에게 넘겼다. "마지막이야. 이제 내가 큰 총을 꺼내 들어야 하는 건가? 그럼 엘사… 누구 좋아해?"


차가운 불안감이 엘사를 덮였다. 이렇게 고백을 할 것인가? 싱크대에 팔꿈치를 맞대고 설거지를 하는 이 모습은 가장 로맨틱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녀의 손은 떨리고 있었고, 싱크대에서 물 흐르는 소리와 자신의 심장 고동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접시를 받으러 손을 뻗었을 때 둘의 손가락이 맞닿았다. 그 순간이 모든 것을 말끔히 정리해주는 것 같았다. 그녀의 심장은 천천히 일정하게 뛰었고, 드디어 손가락이 진정되었다. 모든 것이 이 순간을 위해 준비된 것만 같았다. 


채내에 분비된 아드레날린이 최고점을 찍었다. 운동장에서 느끼는 것과 비슷했다. 이 순간만은 머리가 아닌 심장이 이끄는 대로 향했다. 이대로 가거나, 아니면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며 다음 기회를 엿볼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이대로 갔다.


그녀는 접시를 최대한 꽉 잡고 끌어당겼고, 안나도 같이 끌려왔다. 그리고 둘의 얼굴이 마주치자 엘사는 거리를 좁혔다. 그녀의 눈에는 불꽃놀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아주 완벽한 순간이었다. 더는 그 순간을 찾으려 애쓰고 싶지 않았다. 이제 자신이 만들 차례였다.


엘사는 아무것도 잡고 있지 않은 손을 안나의 엉덩이에 가져갔다 (자신의 손이 설거지로 얼마나 젖었는지는 고려하지 못했다.). 그녀는 안나가 떨어질까 꽉 잡았다. 그녀는 안나를 꽉 잡고 이게 실제로 벌어진다는 것을 다시금 되뇌었다. 이건 실전이었다.


안나의 입술은 너무나도 부드럽고, 매력적이어서, 엘사는 키스를 멈추고 싶지 않았다. 만약 떨어지면, 만약 둘의 우정이 입술을 떼자마자 끝날 것이면, 엘사는 최대한 이 순간은 음미하고 싶었다. 그녀는 숨이 찰 때까지 떨어지지 않았고, 그 순간에도 호흡곤란으로 죽는 것이 그렇게 나쁜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엘사는 숨을 고르면서, 안나에게 이게 답이라는 식의 눈빛을 줬다. 안나는 방금 일어난 일이 믿기지 않는다는 식으로 엘사를 쳐다봤다.


“방금 뭐야?”


“그게… 그게 내 대답이야.” 엘사가 숨을 헉헉대고 입가에 미소를 유지한 채로 대답했다. “좋아하는 사람, 너라구.”


그렇게 두 사람은 그 자리에 가만 서서 숨을 고르는 동안 서로를 바라봤다. 하지만 침묵이 지속될 수록 엘사 안의 아드레날린 수치가 떨어졌고, 점차 자신이 저지른 일이 얼마나 병신같은 일이었는지 깨달았다.


그녀는 방금 자신의 절친에게 키스했다. 그녀의 유일한 친구에게 말이다. 일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녀는 다시 혼자가 될 것이었다. 생명을 유지할 단 하나의 동아줄도 없이 혼자서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첫 친구이자 가장 친한 친구는 이제 그녀의 마지막 친구가 될 수도 있었다. 눈 깜빡하고 나면 그렇게 될 수도 있었다. 이 키스 한 번 하려고 이렇게 큰 도박을 한 것이다.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을까?


그렇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안나는 엘사의 손에 있던 접시를 낚아채가 싱크대에 던지다시피 했다. 접시가 요란한 소리를 내는 와중에 안나는 두 손으로 엘사의 볼을 잡고 다시 한 번 키스했다. 이번 건 좀 더 깊고, 좋고, 훨씬 격했다. 그녀의 손도 엘사와 마찬가지로 설거지 탓에 젖어있었지만, 엘사는 딱히 상관하지 않았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안나의 리드에 몸을 맡겼다. 둘의 우정은 끝났지만, 훨씬 나은 것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오랜만에 이거 올리네. 늦어서 미안;;;; 오랜만에 올려서 까먹은 쥬미나 새로온 쥬미를 위해 전체적인 내용을 요약하자면, 엘사가 회사 대표고 안나는 그 회사가 투자하는 빵집 주인임. 둘이 원래 고딩 때 사귀던 사이였는데 보다시피 지금은 시궁창이야ㅋㅋㅋㅋ. 하여튼 그래서 둘이 다시 이어지는 스토리야.


읽어주는 쥬미들 고맙고 지적은 환영이야. 아 이제 7환데 ㅅㅂ 또 ㅈㄴ 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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