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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좆같은 이웃 23

EAO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3.09 22: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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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같은 이웃


23



00~20 21 22


───


※욕설주의



내가 몸을 뒤척이며 잠에서 깬 시간은 불과 9시가 채 지나지 않은 이른 시간이었다. 주말이라서 더 자고 싶었는데 아쉽게 됬다. 매번 주말동안 집에 틀어박혀서 맨날 하는 것이라곤 게임이 전부였었다. 일찍 일어나기도 했고, 나는 아침부터 눈뜨자마자 게임을 하는 폐인이 아니었기에 조금 이르지만, 엘사의 집으로 놀러가기로 결정했다. 찾아가겠다는 전화나 메세지는 남기지 않았다. 어짜피 내가 내 애인 집에 아침부터 놀러가겠다는데 누가 뭐라하겠어. 식사는 가볍게 거르고 씻기만 한 다음에 엘사 집으로 놀러갔다. 바로 옆집이라 놀러오기도 편해서 좋다니까. 초인종도 누르지 않고 무작정 들어갔다. 아마 깜짝 놀라서 기절하겠지?


집으로 들어가니 공기는 삭막했다. 아직도 자고 있구나. 나는 괜히 장난기가 발동해서 엘사의 방에 몰래 들어갔다. 곤히 이불을 덮고 새근거리며 잠든 엘사의 모습이 보였다. 일단 자고있는 엘사의 모습을 핸드폰 카메라에 담으며 내 개인적인 사심도 조금 채워준 다음에, 엘사의 침대 위에 조용하게 올라가 그녀를 마주하고 누웠다. 정신없이 늘어진 앞머리에 손을 뻗으려는 순간, 인기척에 눈을뜬 엘사와 정면으로 눈을 마주쳤다. 나는 황급히 손을 치우며 아침 인사를 건넸고, 일어나자마자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지 열심히 두뇌를 돌리던 엘사는 뒤늦게 놀라며 지금 이 시간에 무슨 일이냐며 따지기 시작했다. 귀엽기도 해라.


"아침 10신데 무슨 지금 이 시간이야? 심심해서 놀러왔어."


"후… 너였구나,"


"그럼 누군줄 알았어?"


"귀신."


어쩜 말을 해도 꼭 저렇게 할까. 그것도 지 여자친구한테. 엘사는 기지개를 켜며 아침은 먹었는지 물었고, 나는 해맑게 웃으며 일부러 얻어먹기 위해 공복상태로 왔다고 했다. 엘사는 한숨을 내쉬고 먼저 씻은 다음에 해줄테니 얌전히 기다리라 했고, 나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으니 천천히 씻고 나오라고 말했다. 나는 엘사가 씻는 동안 그녀의 방으로 다시 들어가 방 안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엘사의 방이라곤 딱히 특별할 것도 없었다. 정말 영락없는 전형적인 10대 소녀의 방이었다. 내가 그녀의 방에서 나와 다시 주방으로 내려오자 마침 엘사도 다 씻고 나온듯 했다.


"배고프지? 조금만 기다려."


엘사는 바로 자신의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고 요리를 준비했다. 나는 줄곧 그녀의 포니테일이 예쁘다 생각했다. 그 생각은 무의식적으로 내 입 밖을 뛰쳐나갔고, 뜻하지 않은 칭찬에 엘사는 얼굴을 옅게 붉히며 분주하게 스튜를 만들기 시작했다. 향긋한 냄새가 내 코를 자극했다. 이내 완성된 스튜를 곰이 그려진 귀여운 그릇에 덜어서 그릇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검은 숟가락과 함께 내 앞에 놓아주었다. 엘사도 내 앞에 놓여진 것과 같은 그릇과 숟가락을 들고 내 옆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너 취향 독특하구나."


"뭐가?"


그릇이랑 숟가락말야. 이게 대체 무슨 조합이야? 엘사는 뒤늦게 그릇에 그려진 그림을 확인하더니 쑥쓰럽게 미소를 지으며 너무 그런거에 연연하지 말라며 조용히 스튜나 먹으라고 했다. 무슨 일식 라면집에서나 줄법한 숟가락으로 곰이 그려진 아기자기한 그릇에 있는 스튜나 먹으라고? 뭐, 엘사 말대로 너무 연연할만한 문제는 아니지만, 너무 이건 괴짜같잖아. 아침부터 특이한 식사를 끝낸 다음에 나는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아 할만한 것이 없는지 물었다. 엘사는 언제까지 있을 계획인지 물었고, 나는 당연히 하룻밤 자고갈 생각이라 말하며 어린 애처럼 심심하다고 엘사를 보챘다. 마침 설거지를 끝낸 엘사는 알았으니 게임이나 같이 하자고 했다.


"그럼 내기 걸고 할까?"


"내기?"


그냥 하면 재미 없잖아. 엘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수긍했다. 곧바로 무엇을 걸지 곰곰히 생각하던 엘사는 손가락을 튕기면서 자신이 이기면 나와 오늘 뜨겁고 뜨거운 첫 날 밤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오! 드디어 엘사가 돌아버렸구나. 미친년.


"개소리 하지 마!"


내 성화에 엘사는 자신이 건 조건만큼이나 파격적인 것을 걸라했다. 내가 미쳤다고 엘사랑 같은 조건을 내기에 내걸순 없었다. 뭐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엘사의 약점을 가지고 늘어지기로 했다.


"내가 이기면 오늘 밤에 너 혼자 공포게임 해."


"뭐?'


"왜? 파격적이잖아?"


엘사는 한숨을 내쉬며 일단 알겠다고 했다. 내기는 간단하게 3선 2승, 그리고 게임은 공정함을 위해 우리 둘 다 처음 해보는 철권7으로 정했다. 근데 생각보다 승부는 빨리 끝났다. 엘사가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게 게임 실력이 없어서 내가 가볍게 이길 수 있었다. 엘사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제발 공포게임 만큼은 안하면 안되냐고 내게 매달렸다. 나는 그렇게 무서운게 싫으면 앞으로 7일간 내게 그 어떤 스킨쉽도 하지 말라고 했다. 그 말에 엘사는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으면 대체 뭐 나보고 어쩌라는 걸까. 나는 한숨을 내쉬며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고, 엘사는 잠시 고민을 해야겠다며 일단 점심부터 먹자고 했다.


벌써 점심 먹을 시간인가?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점심은 아침에 먹고 남은 스튜였다. 굳이 남아있는게 있는데 요리를 하기 귀찮다면서 남은 스튜를 다시 끓인 다음에 이번에는 전형적인 스튜 그릇에 담아 내주었다. 이런게 있으면서 진작에 왜 사용하지 않은 걸까? 알 수가 없다. 이번 점심식사도 아침때 만큼이나 빠르게 끝났다. 나는 엘사에게 고민은 다 했는지 물었고, 엘사는 오늘 밤까지 시간을 달라고 했다.


"무슨 고민을 그렇게 오래해?"


한숨만 나왔다. 그게 그렇게 오래 고민할 일인가? 그냥 둘 중 하나 아무거나 고르면 되는 거 아닌가? 엘사는 그게 아닌가보다. 엘사는 일단 지금 당장 할게 딱히 없으니 영화나 보자고 했다. 무슨 영화인지 물었는데 그녀는 내 말엔 답하지 않고 제멋대로 영화를 틀었다. 무슨 영화인지 몰라서 그냥 편안하게 보려고 했다. 처음엔 그렇게 마음을 먹었는데 어째 영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이거 성인용 영화인가?


"너 대체 뭘 튼 거야?"


"일단 봐."


일단 보라는 말에 보긴 하는데… 이거 존나 레즈 영화잖아. 누가봐도 레즈 영화다. 그것도 아주 끈적한 강도높은 수위물이었다. 나는 갈수록 높아지는 수위에 무슨 이런 것을 틀었냐고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결국 나는 보다가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고, 엘사는 그렇게 부끄럽냐면서 나를 뒤에서 강하게 껴안았다. 나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고, 엘사는 내 귀에 겨우 들릴정도로 작게 웃으며 영화를 잠시 멈추고선 내 손을 붙잡고 무작정 키스했다. 지금 틀어져있는 영화만큼은 아니어도 지금 우리의 분위기는 잔뜩 달아올라 있었다. 결국 그 분위기에 휩쓸려 나도 엘사를 붙잡으며 지금 하고 있는 키스를 만끽했다.


키스를 하다가 그녀는 은근슬쩍 내 옷을 벗기려 했고, 나는 그 손을 황급히 붙잡으며 하지 말라고 딱 잘라 말했다. 엘사는 언제까지 철벽만 칠거냐며 오늘 하루만큼이라도 제발 거절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어이가 없네, 정말.


"그럼 내가 게임을 이긴게 뭐가 되는데?"


그런 결과는 사실 처음부터 중요하지 않았어. 엘사는 그렇게 말하더니 내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거침없는 손길과 내 살곁에 닿는 느낌이 이질감이 들어서 그만하라고 소리를 지르며 소파를 뛰쳐 내려왔다. 진짜 징그러워! 엘사는 입을 막고 웃으면서 내가 이럴때마다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미치시겠단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엘사와 최대한 떨어져 소파에 앉았다. 그 사이에 슬금슬금 다가온 엘사는 나한테 다시 키스를 하며 보던 영화나 보자며 재생 버튼을 눌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걸 다 본다는 것은 내 정서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일단 너무 야해.


"엘사, 다른 영화 볼까?"


"왜? 부끄러워서 그래?"


"응. 그것도 존나." 엘사는 단순한 이유이므로 기각한다며 계속 보자며 나를 껴안았다. 시도때도없이 껴안고 키스하는 엘사가 때론 너무 징그러워서 싫다가도 이렇게 어리광 피우는 것을 보면 애교를 부리는 고양이를 보는 것 같아서 좋기도 했다. 엘사는 팔을 스르르 풀며 내 다리 위에 누웠다. 그녀의 머릿결이 내 다리에 전체적으로 느껴졌다. 부드럽고 폭신했다. 나는 조용히 그녀의 머리를 쓸어주며 영화를 봤다. 물론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 낯부끄러울 정도였기에. 근데 엘사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평온하게 영화를 보고 있었다. 어떻게 저걸 아무말 없이 볼 수 있을까. 엘사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 뒤로 한참동안 말없이 영화를 보았다. 드디어 마지막 장면이 나오고 크레딧이 올라오고 나서야 엘사는 내 다리 위에서 일어나 자세를 고쳐 앉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나도 엘사를 흘긋흘긋 쳐다보기만 하며 눈치를 보았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우리의 낯뜨거운 분위기는 쉽게 사그라들줄 몰랐다. 나는 다음부터 저런 영화는 두 번 다시 틀지 말라했고, 엘사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너무 야해서 미칠뻔 했다고 했다. 엘사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영화를 튼 것일까. 그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건전한 장면이라고는 얼마 있지도 않은 장장 3시간 짜리 영화를!


"너 일부러 저런거 틀었지?"


"아니야! 저번부터 너랑 보려고 아껴둔 영화였다고! 저정도로 야할줄은 몰랐지!"


"거짓말."


"진짜라니까?"


엘사는 제발 좀 믿어달라했고, 나는 알았으니 제발 그만 좀 하라고 했다. 억울한 표정을 내비치던 엘사는 원래의 미소를 되찾았다. 하여튼 사람 마음 가지고 노는데는 선수라니까. 나는 저녁때까지 아직 시간이 널널하니 영화나 한 편 더 보자고 했고, 엘사는 그게 좋겠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분위기도 환기시킬겸, 엘사가 그런 영화를 틀었다는 것에 괜히 장난기가 들어 공포영화를 틀어버렸다.


"일로 와."


"무슨 영화야?'


"일단 봐."


나는 엘사가 내게 했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주며 괜히 겁을 집어먹고 도망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엘사를 내 옆에 꼭 껴안고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웅장한 천둥소리에 엘사는 뭔가 잘못됬음을 깨닫고 내 품에서 애써 벗어나려고 했다. 내가 그녀의 팔을 꽉 붙잡고 놓아주지 않자 엘사는 무서우니까 제발 놓아달라며 내 팔을 잡고 벗어나려는 시도를 했다.


"너, 팔 놓으면 바로 무섭다고 도망갈 거잖아?"


"이번엔 안 그럴 거야. 그러니까 제발 놔줘라, 응?"


그 말은 영원히 믿지 못하니까 얌전히 앉아있어. 나는 엘사의 팔을 더 강하게 부여잡으며 영화를 보았다. 근데 나도 이 영화는 무섭다. 아무래도 잘못튼거 같은데 이제와서 내가 무섭다고 꺼버리면 존나 엘사보다 더 겁쟁이가 되어버리는 거잖아? 굳이 이런 거에 쓸모없는 자존심을 내새우긴 싫었지만, 엘사때문에 쉽게 굽히지도 못했다. 결국 이도저도 아닌 자존심으로 영화를 보는데 존나 무서워서 솔직히 엘사를 버리고 도망이라도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엘사는 내 팔을 부여잡고 안긴 채로 벌벌 떨고있다. 평상시라면 그런 엘사를 귀여워 하면서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해서 큭큭거리며 영화를 보곤 했는데, 이번 영화는 내가 죽더라도 차마 그러지 못하겠다. 결국 나도 엘사 머리 위에 얼굴을 파묻고 흘긋거리며 영화를 봤다. 좆같은 귀신이 언제 튀어나올지도 몰라서 겁을 더 집어먹을 수 밖에 없었다. 시발, 나올거면 차리리 빨리 쳐 튀어나오란 말야!


"안나! 나 무서워… 제발 다른 거 보자…."


"나도 무서워…."


영화 주인공들이 비명을 지르고, 대놓고 놀래라고 큰 소리가 나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우리는 서로를 껴안고 비명을 지르며 영화를 봤다. 엘사 말대로 영화를 꺼버리면 그만인데 나도 그렇고 엘사도 그렇고 그 누구도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리모컨을 가지고 올 생각은 없어 보였다. 결국, 우리는 대낮부터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지르며 영화를 봤다. 누가 이러한 모습을 본다면 아마 그 사람 눈에는 우리가 무슨 비가 무섭게 쏟아지고 천둥이 치는 어두운 새벽에 불을 꺼놓고 공포영화를 보는 줄 알 것이다. 하지만, 지금 바깥은 여전히 햇빛이 쨍쨍하고 한참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오후였다.


영화 후반부 부터는 제대로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 그냥 서로의 품에 고개를 처박은 채, 소리만 들으면서 겁에 질린 상태로 그저 움찔거리기를 반복했다. 그 뒤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다. TV도, 벽에 있던 시계도 쳐다보지 않은지 오래 되었다. 시간이라도 잠깐 확인할 명목으로 고개를 들려고 했지만, 이미 저 망할 영화한테 데일데로 데여서 쉽게 고개를 들지 못했다


결국 우린 엔딩 크레딧이 끝나는 순간까지 그 상태, 그 자세를 유지했다. 존나 쫄보 년들. 이제보니 나도 별 볼일 없는 개 찐따같은 쫄보잖아. 2시간 30분동안 정작 눈으로 본건 30분도 안되는 것 같았다. 영화는 한참 전에 끝났지만, 우린 여전히 조용함을 유지했다. 그저 엘사는 반쯤 기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고, 나도 영혼이 전부 빨려나간 표정으로 엘사를 쳐다보며 말했다.


"저녁이나 먹을까…?"


"그래."


엘사는 다리를 후들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고, 나는 VOD를 끄고 소파에 그대로 누워 아직 가시지 않은 여운을 느꼈다. 엘사의 손가락이 떨리는 모습이 여기서도 보일 정도였다. 그러다가 다치겠다. 내 걱정에도 엘사는 알아서 할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요리를 했고, 나는 그렇게 무서웠냐면서 엘사를 놀렸다. 내 말에 발끈한 엘사는 같이 무서워 해놓고선 애써 태연한 척 하지 말라 했고, 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그래도 재밌었으니 됬다면서도 다음부터 이런 영화들은 두 번 다시 보지 않으면 된다며 나중에는 다른 영화를 보자고 했다.


"다른 영화? 예를 들어?"


"뭐… 장르야 다양하잖아. SF라던가, 액션 영화나, 풋풋한 로맨스 영화 라던가, 대충 그런 것들."


"로맨스 괜찮네. 당연히 그것도 야한…."


"야한 거 말고! 그냥 평범한 걸로!"


엘사는 깔깔거리며 웃더니 장난이니까 너무 화내지 말라고 했다. 엘사는 손가락을 더 이상 떨지 않았다. 다리도. 근데 엘사의 잘빠진 다리 라인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이내 시선은 그녀의 엉덩이에 멈춰섰다. 오, 시발. 사랑하면 서로 닮는다 했는데 엘사의 겁쟁이 기질과 변태적인 기질을 닮아버린 건가? 하필 닮아도 이딴걸! 뭐, 차라리 닮아서 익숙해지면 엘사의 징그러운 짓도 아무렇지 않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나쁘진 않은 것 같았다.


"저녁 먹어."


그새 요리를 끝낸 엘사는 아무런 무늬도 없는 깔끔한 흰색 접시 위에 잘 구워진 연어 스테이크를 담아 주었다. 이런 요리실력은 닮을 수 없는 걸까? 근데 요리를 못하는건 내가 타고난 체질이라서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식사시간은 조용했다. 두 번이나 영화의 분위기에 휘말릴대로 휘말린 덕에 피곤함이 아직 제대로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조용한 식사를 끝낸 후에 엘사는 늘 그렇듯, 나를 욕실로 끌고가서 같이 샤워를 했다.


엘사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샤워를 명목으로 내 몸을 은근슬쩍 만지며 보디 라인이 예쁘다는 소리를 했다. 나는 헛웃음을 치며 별 같잖은 소리 말고 몸에서 손이나 때라했고, 엘사는 그래도 이렇게 샤워하는 게 많이 익숙해 보인다며 나를 껴안았다. 거품이 가득한 그녀의 몸이 내 살갗에 닿는 느낌은 미끄러우면서도 야릇했다. 샤워를 했는데 엘사때문에 땀에 젖은 것 처럼 끈적끈적한 기분이 들었다.


찝찝했던 샤워를 끝낸 후에는 사이좋게 잠옷으로 옷을 갈아 입은 후, 침대에 누워 야광 스티커가 잔뜩 붙은 천장을 보았다.


"너무 덕지덕지 붙여둔 거 아냐?"


"왜, 예쁘잖아."


"차라리 천장에 창문을 둬라. 그게 더 낫겠어."


"별도 없는데 무슨?"


엘사는 몸을 내 쪽으로 돌려 대뜸 키스를 하더니 아직 자기는 싫다며 놀아달라고 나를 보채기 시작했다.


"심심한데 떠들다 잘까?"


"좋아."


근데 딱히 떠들만한 주제는 없었다. 일단 엘사가 심심하다니 뭐라도 어떻게든 말을 해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나는 아까 낮에 보았던 영화들을 주제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엘사가 틀었던 영화는 야해서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 다음 내가 틀었던 공포영화는 무서워서 제대로 보지 못해서 대화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안나."


"응?"


"딱히 할 얘기도 없는데 그거나 하자."


"뭐? 이상한 거면 죽여버린다."


"이상한 거 아니야."


"그럼 뭔데? 빨리 말해."


"안나와 함께하는 즐거운 섹ㅅ…."


나는 황급히 엘사의 입을 틀어막았다. 내가 이상한 소리 하지 말랬지! 엘사는 내 손을 뿌리치며 장난인데 왜 그렇게 과잉반응을 하냐했고, 나는 전혀 장난같아 보이지가 않으니 그랬다며, 제발 그런 이상한 소리를 하루라도 안하면 죽는 병에라도 걸렸냐고 물었다. 그리고 엘사는 아주 태연하고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너 때문에 미치겠어."


"지금 여기서 더 미치게 해줄까?"


"꺼져."


"진짜 너무해." 엘사는 그러더니 등을 살짝 돌리며 나를 외면시 했다. 삐졌어? 내가 부르자 엘사는 고개만 끄덕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안해, 일로와. 내가 그렇게 부르자 엘사는 다시 내게 와서는 조용히 품에 안겼다.


"이러는 거 보면 멀쩡한데 대체 왜 그래."


"사귀는데 한 번 할 수도 있지!"


"아니야, 방금 했던 말 취소할래. 다시 저리 가."


"미안해." 엘사는 그러면서 내 품을 더 파고들었다. 나는 조용히 그녀의 머리카락을 매만졌고, 엘사는 그대로 품에 안긴채로 잠이 들었다. 이렇게만 보면 진짜 예쁘고 멀쩡하게 생겼는데 대체 왜 나만보면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일까. 그런 모습이 이상하면서도 내가 좋다고 안기는 것이 싫지 않았다. 엘사의 그런 특이한 면이 나쁘지 않았다. 되려 좋다면 좋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손을 엘사의 붉게 상기된 뺨에 올리며 창문에서 쏟아지는 빛을 받아 빛나는 촉촉한 입술 위에 몰래 내 입술을 포개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매일매일이 이렇게 조용하고 평온하면 얼마나 좋을까. 정신없었던 오늘 하루도 풋풋한 키스와 함께 넘어가고 있었다.


───


늦어서 재송해요 재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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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596 능력 혐오하는데 능력 없는건 싫은 엘사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70 5
1123595 아 맞다 쥬미들아 인스타펌글 올릴 때 조심해 [1] ㅇㅇ(110.47) 05.30 69 3
1123594 누가 이거 1이 안나고 2가 엘사랬는데 [2] ㅇㅇ(110.47) 05.30 59 0
1123593 설갤만큼 엘산나에 진심인 커뮤가 있냐 [1] ㅇㅇ(223.38) 05.30 40 0
1123592 모든 삶이 엘산나야 ㅇㅇ(223.38) 05.30 30 0
1123591 우중충한 날엔 빠와가 있는 노래를 들어야 해 [3]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42 0
1123590 설갤 덕분에 글도 써보고 [1] ㅇㅇ(223.38) 05.30 32 0
1123589 크으 이틀만 견뎌 ㅇㅇ(223.38) 05.30 20 0
1123588 그래서 대체 왜 목요일에는 다들 없는거임??? [2] ㅇㅇ(112.157) 05.30 39 0
1123587 핵정전의 목요일 ㅇㅇ(112.157) 05.30 20 0
1123586 설하 [1] ㅇㅇ(106.101) 05.30 21 0
1123585 소설이란걸 써본게 설갤이 처음인디 [3] 설갤러(221.145) 05.30 51 0
1123584 크윽 늦었다 [1] ㅇㅇ(223.38) 05.30 25 0
1123583 첫글접수 ㅇㅇ(110.47) 05.30 20 0
1123582 고요한밤 설갤러(118.43) 05.29 20 0
1123581 막글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9 20 0
1123580 코피 철철철 ㅇㅇ(110.47) 05.29 22 0
1123579 저 밑에 새의상 [1] ㅇㅇ(223.38) 05.29 35 0
1123578 후 빡센 오늘이었따 [1] ㅇㅇ(223.38) 05.29 28 0
1123577 엘사가 사라지는 꿈꾸는 안나 [2] ㅇㅇ(223.38) 05.29 46 0
1123576 설하 [1] ㅇㅇ(115.138) 05.29 1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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