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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수위] 좆같은 이웃 24

EAO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3.13 19:56:34
조회 1136 추천 40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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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같은 이웃


24



00~20 21 22 23


───


※욕설주의

※수위있음



무거운 무언가가 내 몸을 짓누르는 기분이 들었다. 몸은 무언가에 잡힌 듯, 움직이기 힘들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끙끙거리다가 눈을 떴을 때, 엘사는 나를 양팔로 껴안은 채로 자신의 다리를 내 몸에 올려놓고 아주 평온한 얼굴로 잠이 들어있었다. 뭐야, 결국 엘사때문에 꿈이 그렇게 뒤숭숭한 거였어? 잠버릇 한 번 험하다. 저번에는 이러지 않았던 것 같았는데. 아마 어제 잠들기 전에 했던 말 때문에 떨어지기 싫어서 이러나 싶기도 했다.


"잠 좀 똑바로 자!"


나는 힘겹게 엘사를 때놓으며 답답함에서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내가 밀어내자 엘사는 끙끙거리더니 다시 잠이 들었다. 그렇게 반강제적으로 깨어난 시간은 12시가 좀 넘은 점심 시간이었다. 점심을 먹고 싶어도 엘사가 잠에서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내가 요리를…… 한 번 해볼까? 얻어먹기만 하면 미안하니까. 나도 대충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 정도는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엘사한테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기로 했다.


엘사 집에서 두번째로 열어보는 냉장고 안에는 여전히 수많은 식자재가 빼곡히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일단 냉장고를 닫고 햄버거 레시피를 찾기 시작했다. 최대한 간단하면서도 맛있을 것 같은 레시피로. 나는 그중에서 적당한 레시피를 찾았고, 냉장고에서 필요한 재료들을 꺼내 대충 아무렇게나 늘어놓고선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우선 햄버거에 필요한 패티부터 만들기로 했다.


다진 양파와 고운 고춧가루를 넣고 바삭해질때 까지 얇게 썬 베이컨을 구운 다음에 소금과 후추에 밑간을 한 돼지 고기에 섞어 반죽을 만들었다.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뿌리고 적당한 크기로 납작하게 만든 패티를 이제 굽기만 하면 되는데 내가 이걸 태우지 않고 잘 할 수 있을까? 나는 될대로 되라며 대망의 첫 패티를 팬 위에 올려두었다. 기름과 함께 지글거리는 소리는 완벽하다.


"뭐해?"


"일어났어?"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이에 엘사가 일어났나보다. 나는 고개를 돌리며 점심을 만들고 있으니 느긋하게 기다리라며 패티를 뒤집었다. 엘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욕실로 들어갔다. 나는 이번엔 야채를 손질하면서 거의 다 구워져가는 패티 위에 체다 치즈를 올렸다. 야채를 손질하는 사이 욕실에서 씻고 나온 엘사는 테이블 앞에 얌전히 앉아 무엇을 만드냐고 물었다.


"햄버거 만들고 있어."


"그 요리실력으로 무슨 괴식을 만드려고."


"괴식이라니?"


나는 맨날 얻어먹기만 하니까 미안해서 준비하는건데 그게 지금 말이라고 하는 소리냐며 발끈했다. 엘사는 내 발끈한 모습에 너털웃음을 털어놓으며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저런 행동에 괜히 약올라서 엘사가 먹을 것은 홧김에 태워버릴까 싶었지만, 그랬다간 진짜 괴식이 되어버리니 얌전히 참고 넘어가기로 했다. 애써 차분함을 유지하며 레시피를 철저하게 따른 덕에 완성된 햄버거는 그럴싸한 자태를 뽐냈다.


나는 완성된 햄버거를 엘사 앞에 제일 먼저 놓아주었고, 엘사는 곧바로 햄버거를 집어 맛을 보기 시작했다. 고요함과 적적한 긴장감 속에서 나는 맛이 어떤지 물었고, 엘사는 천천히 맛을 음미하더니 드디어 햄버거에 대한 평을 내놓았다.


"나쁘지 않네. 맛있어."


엘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맛을 인정했고,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엘사 옆에 앉아 햄버거를 먹기 시작했다. 엘사의 말대로 맛은 나쁘지 않았다. 식사시간은 굉장히 조용했다. 입에 우물거리는 소리와 가끔씩 들리는 유리가 부딪히는 소리를 제외하면 아무런 소음도 없었다. 나는 그런 조용함이 매우 싫었기에 거실에 있던 라디오를 가지고 와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뭐 하려고?"

"너무 조용하잖아."


나는 라디오를 틀며 재밌을만한 채널을 찾기 시작했고, 엘사는 옆에서 그냥 아무거나 틀라며 핀잔을 줬다. 좀 기다려봐. 한참 채널을 찾다가 괜찮은 채널을 찾은 것 같아서 그걸로 듣기로 했다.


'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정말 야외활동 하기 좋은 날씨네요. 오늘도 인사드립니다. DJ 라푼젤입니다.'


'첫번째 사연이네요.' 라푼젤이라는 DJ의 목소리는 명량하고 쾌활했다. 얼굴은 모르지만 아마 엄청 말많고 유쾌한 사람일 것 같았다. 조용한 분위기를 단번에 깨부수는 목소리 덕분에 점심시간은 시끌벅적하게 보낼 수 있었다. 단란한 식사가 끝난 다음에 나는 어제 정신이 없긴 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재밌었다고 했다. 엘사는 다행이라고 말하면서 원한다면 더 머물다 가도 괜찮다고 말했다. 이게 무슨 절호의 찬스람?


"정말 더 머물어도 괜찮아?"


"언제는 뭐 안 그랬어? 괜찮으니까 더 머물어도 돼."


"그럼 마음편하게 저녁까지 먹고 갈게."


엘사는 마음대로 하라며 눈웃음을 지었고, 나는 그녀의 눈 위에 입맞춤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설거지를 끝낸 다음, 나는 어제 내기는 허무맹랑하게 넘어갔으니 다시 한 번 내기를 걸고 게임을 하자 권했고, 엘사는 당연히 좋다면서 게임기를 가져왔다. 나는 어제와 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해 오늘은 발뺌하는 것 없이 정정당당하게 게임을 하자 했고, 엘사는 그렇게 하겠다며 자신은 어제 내걸었던 것을 다시 걸겠다고 했다.


"그럼 나도 어제랑 똑같이 너 혼자 공포게임 하는걸 걸겠어."


"마음대로 해. 오늘은 기필코 내가 이길테니까."


"그러다가 져놓고 울먹이지나 말어."


게임은 어제와 같은 것으로. 오늘은 발뺌하는 것도 안 먹히니까 팽팽함을 위해 5선 3승제로 정해놓고 그야말로 피 터지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결을 시작했다. 첫판은 시작 30초 만에 내가 가볍게 엘사를 꺾어놓는 데 성공했다. 엘사는 스트레칭을 하며 가볍게 긴장을 풀며 바로 두 번째 판으로 돌입했다. 두 번째 판은 내 작은 실수를 놓치지 않은 엘사가 무섭게 몰아붙이는 바람에 손도 못 쓰고 그대로 패배했다.


"이거 재밌네? 이젠 안 봐줘."


"나도 마찬가지야."


대망의 세 번째 판. 어제와 다르게 엘사는 능숙하게 콤보를 사용하여 나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하루 사이에 실력이 저렇게 늘어난다고? 매우 당황스러웠다. 어쩌면 어제는 일부러 내게 져준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야, 왜 이렇게 잘하는 거야? 결국, 나는 세 번째 판도 엘사에게 패배했다. 이제 한 번만 더 지면 꼼짝없이 엘사한테 붙잡혀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제 나는 어떻게든 5세트로 끌고가야 했고, 엘사는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나를 이기려 들 것이다.


그렇게 운명이 내걸린 네 번째 판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내가 원활하게 엘사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엘사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이러다간 꼼짝없이 엘사에게 질 것만 같아서 더 악착같이 덤벼들었고, 겨우 엘사를 이길 수 있었다. 우린 서로 깊은 심호흡을 하며 쉬는 시간 없이 바로 마지막 판에 돌입했다. 이제 서로 더는 물러설 수 없는, 정말 벼랑 끝 싸움이었다.


"안나, 마지막으로 할 말 없어?"

"유언은 너나 남겨."


그렇게 시작한 마지막 경기. 서로 걸린게 있는 만큼 경기는 팽팽했다. 어느 한 쪽도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이 이어졌고, 기나긴 대결 끝에 결국 내가 엘사한테 졌다. 진짜로 졌다. 화면에 떠있는 K.O가 왜 이렇게 보기 싫을까. 게임 속 캐릭터도, 그리고 현실의 나도 K.O다. 정말 믿기 어려운 패배다. 내가 엘사한테 지다니. 이건 꿈이야. 시발, 이게 꿈이 아니면 대체 뭐란 말이야! 엘사는 손뼉을 치며 나를 보고 슬쩍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으, 정말 소름 끼친다. 난 이제 죽었구나.


"드디어 안나랑 뜨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네?"


"밤에 하기로 한 거니까… 그 사이에 도망가도 괜찮을까?"


"아니, 꼭 그런 시간을 밤에 가지라는 이유는 없지."


"뭐?"


엘사는 나를 붙잡으며 방으로 끌고가려 했다. 오, 이러다간 존나 꼼짝없이 엘사한테 따먹히게 생겼다. 제발 누가 살려줬으면 좋겠다. 결국 나는 구질구질하게 엘사에게 용서를 구하기 시작했다.


"엘사, 한 번만 봐주면 안될까?"


"뭐? 네가 어제처럼 발뺌하는 일 없이 정정당당하게 하자고 했잖아. 근데 이제 와서 그러기야?"


아, 맞다. 그랬지, 참. 시발, 대체 왜 쓸데없는 소리를 해선…. 진심으로 좆됐다. 하여튼 이 지랄 같은 입이 문제다. 씨발 나도 영화에서 도르마무랑 거래하던 것 처럼 엘사랑 거래하게 해줘! 근데 나는 타임스톤이 없잖아? 좆같다, 진심으로.


"그래 시발… 마음대로 해라…."


결국 나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항복을 선언했고, 엘사는 즐거운 시간을 가지기 전에 샤워부터 하자며 나를 욕실로 끌고갔다. 깨끗하게 마음을 놓고 포기를 해버리니 내 몸 구석구석을 정성스럽게 씻겨주는 엘사의 손길마저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졌다. 그렇게 샤워를 끝낸 다음, 엘사는 대망의 시간이 찾아왔다고 좋아하며 나를 방으로 끌고가 침대 위에 눕혀놓았다. 처형대에 올라선 기분이다. 이제 나는 곧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죽겠지. 시발.


"그럼 잘 먹겠습니다."


엘사가 입맛을 다시며 내 옷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아, 이제 다 끝났어.




다음페이지


───


ㅗㅜ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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