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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Stolen Ice 33-2 (해커엘사, 사기꾼안나)

설공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4.18 11: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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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


오래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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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




“어이, 너 지금 무슨 짓 하려는 거야?” 찰리가 물었다.

“그녈 건드리지마.” 제인이 경고했다.

“우리에게 명령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닐텐데. 물러서지 않으면 너를,” 브루스가 말하며 총을 움직였다.


안나는 시선을 권총의 화기통에 고정한 채로, 순순히 양 팔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시야의 한 구석에서 벗어난 움직임이 있었다.


“이러고 싶지 않으니까, 한번은 경고해두겠어. 뒤돌아서 물러나주면 아무도 다치는 일은 없을거야.” 제인이 말했다.


안돼, 제인. 넌 네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거잖아. 제발, 이건 다 내 잘못이야—


“오 호!” 찰리가 웃었다. “용기 하나 가상하구만 그래,” 그가 말하며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가 두툼한 손을 안나를 향해 뻗었지만 제인이 그의 손목을 붙잡았고, 곧장 경련하며 바닥으로 무너져내렸다.


“씨발 이게 무슨—움직이려고 했단 봐!” 브루스가 소리쳤다.


여러가지 일들이 한번에 일어났다. 우선, 소녀들은 움직였다: 안나는 브루스가 쥔 권총의 사격방향으로부터 제인을 책상 뒤쪽으로 밀쳐내며 자신은 컴퓨터로 내달려 USB를 뽑아냈다. 브루스는 세 발을 쏘았는데, 금속덩어리는 핑핑 소리와 함께 금속캐비닛에 무자비하게 구멍을 뚫어놓았다. 제인은 캐비닛 뒤편에서 몸을 굽혔고, 안나는 건너편 책상 뒤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들은 브루스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고, 찰리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는지 아니면 몸을 숨길 곳을 확보하는 중인지 안나는 짐작되지 않았다. 그녀는 제인을 쳐다보았고 그녀도 혼란스러운 가운데 마주보았다. 이 난장판에 목숨을 거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그 어떤 파일이라할지라도 제인을 무기로 여기며, 쉽게 도망칠 수 있었음에도 그녀로 하여금 타인을 다치게 강요해선 안되는 일이었다. 다른 날도 있는 법이고, 나중에 다시 잠입을 시도해도 될 일이었다.


하지만 아니, 기어코 내가 이렇게 멍청하게 붙들고는—


머리 위로 총알 하나가 휘릭소리를 내며 지나갔고, 제인은 이제 장갑 하나를 벗고 서서 전기를 쏘아내고 있었다.


“제인!” 안나는 불렀다.


그녀는 움직일 필요가 있었고, 행동할 필요가 있었고, 통제력을 되찾을 필요가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쓸모없는 느낌을 싫어했고 혐오했으며, 그녀의 강력하면서 위험한 파트너가 안나 자신의 부주의함 때문에 필요이상의 책임을 지는 것에 분개했다. 제인이 의도치 않게 이목을 끄는 동안 안나는 포복으로 카펫 위를 기어가면서 한 손으로 주머니 안쪽을 뒤졌다. 그녀는 브루스에게 움직임을 발각당하지 않고 건너갈 수 있었다. 한편 브루스는 주변 컴퓨터나 창문, 이웃건물을 신경쓰지 않고 정신사나게 총을 여기저기 쏴대고 있었다.


자기 파트너가 상대가 건드리는 것만으로 의식불명이 되는 걸 보게 되면 숙련된 사수도 맛이 가버리는구나.


안나는 카펫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 손에 쥔 스턴건으로 브루스의 발목을 맞춰 육덕진 종아리를 따라 격렬한 근육경련을 유발시켰다. 브루스는 무릎 꿇듯이 쓰러졌고 안나는 그의 손에서 총을 발로 차서 날려버렸다. 그녀는 다리를 그의 머리를 향해 날려 그의 얼굴에 무릎을 박아넣었다. 그 직후에 그로테스크하게 까드득하는 소리가 났고, 그의 코에서 붉은 액체가 폭포수처럼 떨어졌다. 그녀는 스턴기를 그의 몸뚱아리에 다시금 찔러넣었고, 그녀의 두 배쯤 되는 거구의 사내가 경련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A…”


안나는 방아쇠를 잡고 그의 늑골 밑의 민감한 부분에 탐침을 찔렀고, 그녀가 잃어버린 통제력을 되찾으면서 섬뜩한 고요가 찾아왔다. 눈물은 시야를 방해하기보다는 따가운 세안에 가까웠고 뺨 위로 선명한 길을 새겼다. 남자의 아래의 카펫이 짙은 색으로 변해갔고, 사기꾼은 머릿속 한 구석에서는 그가 고통에 통제력을 잃고 지린 것임을 알아챘다. 그래도 안나는 이제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침착해졌고 거의 평안하기까지 하다. 그녀는 동요없이 경비 하나를 무장해제시켰다. 그녀는 전에도 이런 일을 한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뭔가가 달랐다…


눈물은 하염없이 방울져 내렸다.


“A, 이제 그만해.” 제인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의식을 잃은 남성으로부터 떼어냈고, 안나는 방을 가로질러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찰리는 의식을 되찾고 있었지만, 바닥에 쓰러져 더 이상 미동이 없는 브루스는 의식을 잃었다. 길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 이제 가야해, 당장,” 제인이 말했다.


그들은 환풍구는 포기하고 프론트 로비를 향해 내달렸다. 제인이 처음에 입구의 카메라들을 무력화시킬 때 놓친, 숨겨진 카메라 한 대가 그 모습을 계속 녹화하고 있는 것이 시큐리티 화면에 띄워져 있었다. 그녀는 프론트데스크의 컴퓨터에 손을 올렸고, 그녀의 팔이 떨리더니 모니터 화면이 깨지고 하드드라이브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A—A, 가자.”


그들은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의 꼭대기에 있었고, 주변에 있는 가장 가까운 세단의 시동을 켜 제인의 집으로 이동하려 했다. 안나는 엘리베이터 지붕 위에서 자신의 무릎을 감싸안은 채 사납게 눈을 깜빡였다.


“대체 네게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잘린 전선만큼이나 날카로운 톤으로 제인이 물었다.


“난 그럴…난 가져와야 했어—”

“우리 분명 그들이 순찰을 돌면 나중에 다시 오기로 얘기했잖아.” 금발이 내려가는 차 위에서 매우 초조한 듯이 발을 굴렸다. “우린 시간이 있었어, A, 아까 그건 무모했고 멍청했어. 너 또 이런 짓 할 거면 다음엔 널 데려가지 않을—”

“우리가 내 방식대로 했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을거라고!”

“네 방식? 네 방식?! 우리 이미 이 얘기 했잖아! 한스는 네 얼굴을 알아. 그가 어떤 보안경비를 고용했건 간에 신경쓰지 않고 돌격한다쳐도 컴퓨터는커녕 그 사무실 100피트 안조차 절대로 접근하지 못했어!”

“나는 처음부터 모든 게 맘에 들지 않았어,” 안나가 내뱉었다.

“그럼 왜 그 땐 아무말도 안했는데!”

“난 그럴 수…난 그러지…아냐, 거짓말이야. 나…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난 그 환풍구 안에서부터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기기 시작했어, 제인. 난 그곳에 앉아서 존나 무쓸모했고, 내 전문분야도 아니었고, 그리고 이 상황에서 벗어날만한 말빨도 없었고, 그러다 우리가 잡히면, 난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 뿐이잖아—”

“이번 건은 내가 주도적으로 해결한다고 이미 얘기가 된 거잖아,” 제인이 말했다. “이 건물이고, 그 데이터고, 이 도시는 내 전문분야라고, 왜 내가 하라는대로 하지 않았어? 우린 다시 찾으러 오면 그만이었어.”


“나도 몰라,” 안나가 속삭였다.

“넌 날 믿지 않아?”

“난…내가 널 믿지 않는다는 게 아냐, 제인. 난 그저…난 내게 주도권이 없는 걸 견디지 못할 뿐이야.”

“변명하지마. 전에도 파트너랑 일 해봤잖아.”

“그래, 그치만 난 영역 안에서 일했어. 도구를 쓰면서. 우리 첫 업무 있잖아, 무어 저택에서 난 캐릭터를 구축해 뒀었지. 세인트존에선 난 우르술라와 함께였고. 내가 프롤로를 상대했고, 스코틀랜드에서는—난 사기치는 거라면 누구든지 이겨먹을 수 있어, 제인. 하지만 이건 다르잖아.”

“그럼 내가 해결하게 내버려뒀어야지.” 제인이 말하며 2층의 환풍구 밖으로 미끄러지듯 빠져나갔다. 그들은 화재용 비상계단을 타고 내려갔고, 후회와 의구심이 총성의 잔향처럼 안나의 귀 사이를 시끄럽게 두드렸다.


“넌 눈치채지 못했나본데, 주도권을 포기하면 죽을 수도 있어.” 안나가 심통부리듯이 말했다. “난 그런 상황에서 방심하는 녀석들을 너무 많이 봐왔어.”

“이해가 안돼. 난 네가 내가 리드하는 것에 불만이 없는 줄 알았어, 나랑 있어도 괜찮은 줄 알았다구. 네가 날 믿고—” 제인의 창백한 얼굴이 팬 위의 깨진 계란처럼 갈라졌다. “—난 네가 날 두려워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난 네가 두렵지 않아!” 안나가 항변했다. “난 널 사랑해!”

“근데 넌 날 신뢰하지 않잖아.” 제인이 냉담하게 말했다.

“네가 날 공격하지 않을 거라는 걸 믿어. 네가 날 사랑해 줄거라고 믿어.”

“근데 내가 일하는 건 신뢰하지 못하고,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널 보호할거란 거는 못 믿고? 그래 좋아, 넌 내가 널 다치게 하지 않을 거란 걸 믿고 있지. 넌 우리 둘 사이의 일은 믿어, 하지만 세상에 내던져지고 예측이 안되는 변수들이 나타나면, 넌 내가 믿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거잖아?”

“너도 그게 아니란 걸 알잖아!”

“그래도, 넌 날 믿지 못하니까 내가 널 보살필 수 있도록, 널 보호할 수 있도록 내게 맡기지 못하는 거잖아.”

“나, 나, 난 늘 혼자서 자기자신을 챙겨왔어,” 안나는 슬픈듯이 말했다.


좋은 이유가 되진 못하지만 조금은 합리화할 수 있을 것 같네


“지나치게 감성적이지 않게 말하려고 하는데, 너도 알겠지만, 이제 더 이상은 그럴 필요없어,” 제인은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와 얘기했다. 그녀의 팔은 다시금 상체를 감싸고 있었고 안나는 금발의 온몸에서 괴로움이 둘러져 나오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 자신도 뉴욕의 밤에 녹아들고 있었다.


“난 그저…난 한번도 타인을 신뢰한 적이 없어. 일하는 데는 더더욱. 난 인간들이 자기 욕심에 벌이는 행동을 믿어. 사기꾼의 법칙이지. 정직한 사람을 속이기는 어려워. 난 사람들의 이기심을 신뢰해.”

“이타적인 사람은 빼고.” 제인이 문장을 마무리지었다. “믿음이 나약함을 형편좋게 말한 거라는 건 사실이야,” 금발은 말하며, 유료주차구역에 세워진 파란 차의 운전석 방향에 멈춰섰다. “넌 내가 네 안위를 나 자신의 것보다 우선시할 거라고 못 믿는 거야.”

“좀 이해해줘. 난 절대 다, 단 한번도…믿을 필요가 없었어. 믿음은…자신을 가지고, 절대적인 신뢰를 타인에게 보내는 일이야.”

“교과서 속의 온갖 자신감비법을 알고 있어서 편하겠네. 이제 자기자신에게 적용해보는 건 어때,” 제인이 말하며 운전석에 들어갔다.


안나는 그들의 짜릿한 도주로 인해 살짝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숙여 뒤따랐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USB를 꺼내, 그걸 향해 투덜거렸다.


“미안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해. 방금 건 아슬아슬했어.”

“아니, 네가 그렇게 하게끔 만들어서 미안해.” 안나는 분명히 했다. “찌릿거리는 거—”

“그건…필요한 일이었어.”


제인은 차를 두 블록 떨어진 압류차고지로 차를 몰았다. 제인의 손짓에 전자 차단기가 올라가 제인은 안에 차를 세웠지만, 잠든 경비원은 뒤척임조차 없었다. 그들은 울타리를 뛰어넘더니 안나가 다시금 말할 수 있게 되기도 전에 제인의 빌딩 앞에 다다렀다. 수치심과 치욕이 그녀의 양심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그들은 나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었어,” 안나가 말했다.

“뭐?”

“한스랑 편 먹은 회사 말야…WGT인지 뭔지. 그들은 내가 모르는 사실조차 전부 알고 있었어,” 안나는 USB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파일 속에 내가 있었어. 그들은 내 의료기록, 지문, 생일…제인, 난 여태까지 19년 동안 틀린 나,날짜로 새,생일을 자축하고 있었던거야,” 그녀는 숨이 턱 막히듯이 중얼거렸다. “그들은 내가 어디 병원에서 태어났는지, 어떤 약에 알러지가 있는지도…난 내가 알러지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제인은 가까이 다가와 맨 손 하나로 안나의 허리를 두르고 다른 하나로 뺨을 어루만졌다. 안나는 제인의 손가락을 자신의 눈물로 적시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처음으로 제인이 자신을 만지지 않기를 바랐다. 그녀는 자신이 무지하고, 더럽혀졌고, 절망적으로 유린된 기분이었다.


“그들은 내 이름을 알고 있었어, 제인. 내 진짜 이름을 말야,” 안나가 말했다.

“괜찮아, 그건 그냥…” 하지만 제인은 끝맺을 수 없었다.

“그냥 이름이 아닌 걸 너도 알잖아,” 안나가 말했다. “몇 주전부터 계속 네게 알려주려고 생각했었어. 넌 정말 나에 대해서 전부 알아, 그 작은 하나를 빼고는,” 안나는 씁쓸하게 킥킥 웃었다. “근데 그들은 내 성씨도 알고 있었던 거 있지. 나도 몰랐는데.”

“널 어떻게 위로 해줘야 할지 모르겠어…난 정말 이런 거에 서투른 것 같아.”

“그건 네 탓이…” 그녀의 숨결은 높게, 쥐어짜듯이 나왔다. 안나는 제인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난 이제 정말 알 것 같아, 네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정말 끔찍한(awful) 기분이야,” 그녀가 끝을 냈다.

“좋은 의미로는 아니구?”

“제인!”

“미안해, 하지만 네 동정을 받고 싶진 않아,” 금발이 말하며 부드럽게 안은 포옹이 그녀의 불친절한 목소리톤을 배반했다. “상상해보건데 내가 많은 사람들이랑 알고 지냈다면 연민을 산더미처럼 받았겠지. 너는 그것보단 나을 줄 알았어.”

“나도 받고 싶지 않아! 널 동정한다는 건, 난—어떤 기분인지 아는 시점에서 이미 동정심도 아니야. 네가 겪은 일들을 아는 척할 수는 없어, 하지만 이렇게, 타인이 네 인생을 상세하게 알고, 오롯이 네 것이었어야만했을 네 비밀과 이야기들을 알고 있다는 게…원래부터 네 것이었는데. 이게 좀…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안나는 훌쩍였다.


“꼬맹아, 내가 힌트를 하나 줄게,” 제인이 말했다. “원래 인생은 완전 불공평했어. 네 희생양들을 봐.”


안나는 고개를 저었다.


“난 내가 누군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어. 아니면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고 생각했어,” 안나가 말했다.

“뭐, 이제 네겐 읽어나갈 커다란 파일 하나가 있어. 너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치만 우린 네 것을 챙기지 못했어…우린 망쳤어, 우린 그 사무실로 다시 돌아가지 못할거야.” 안나가 말했다.

“우린 먼저 베가스로 가야해. 그들이 게임을 약속한 곳을 봤어.”

“하지만 그건 그들의 주요 프로젝트가 아니야. 전에도 말했지만 눈속임이야,”

“거기에 한스도 있을까?” 제인이 물었다.

“나도 몰라. 오늘 밤 일로 깜짝 놀랐을지도 몰라.” 안나는 말하며 소매 끝으로 코를 훔쳤다.

“어쩌면 그가 거기에서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를 참가자들에게 보여줄지도 모르잖아. 그게 뭐든지 간에, 네 이론에 근거를 대어줄지도 몰라. 그를 뒤에서 받쳐주는 존재가 누구인지, 무엇인지 단서를 주지 않을까. 우리가 거기 가는 동안 내가 WGT 조사도 하면 돼.”

“그럼 가자. 우린 제인 네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낼거야, 반드시.” 안나가 약속했다.

“뭐? 그래서 손에 넣으면 그거보고 무너져내리라고?”

“그래,” 안나가 웃었다. 이번엔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웃음이었다. “이…망할 사람들이 누구인지 몰라도, 그들의 관점에서 본 너를 알게 될거야.”

“너도 그래. 타인이 널 어떻게 보는지 알아내서 그걸 이용하는 거야.”

“그건 이미 하고 있어,” 안나가 말했다. “그게 내 직업인 걸. 마음에 안드는 건, 이 정보는 진짜 나에 대한 정보라는 거야. 여기 안에 담긴 사람은 꾸며진 게 아니야,” 안나가 USB를 가리키며 말했다. “진짜 나에 가깝고, 아무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도 없는, 있는 그대로의 나. 그리고 난 수많은 사람들을 연기하느라 그녀에 대해 모른다는 점이 두려워. 성이 있는 여자애라니? 그건…내가 기억하는 한 평생 궁금했던 거였어.”

“그럼 빨리 가서 그녀를 다시 알아가 봐. 그리고 네가 준비된다면 나도 그녀를 반갑게 맞이 하고싶어.”


안나가 미간을 찌푸렸다. “제인, 난—”

“부담 갖지마, 네가 내게 그랬듯이,” 제인이 말을 잘랐다. “언젠가는 내게 네 이름을 알려줄거라는 사실을 안 것만으로 좋은 걸. 이거봐, 난 네게 물어볼 정도로 신경쓰지 않았잖아. 하지만 내게 알려주기 전에 날 신뢰해줬으면 좋겠어, 진짜로.”

“난 널 신뢰하고 있어.”

“네 일부는 그렇지,” 제인은 손가락 하나를 들어올렸다. “낙천적인 부분의 너…네 이름이 뭐든 간에, 네 일부는 그래. 그리고 난 네 신뢰의 일부를 얻었다는 사실이 날아오를 듯이 기뻐. 난 네 사랑을 받고 있지, 맞아, 하지만 내가 보기엔 넌 사랑과 믿음을 혼동한 것 같아. 내가 전에 루이지아나에서도 그랬지, 넌 감정을 강렬하게, 간절하게 곧잘 느낀다고. 넌 사랑도 그렇게 하고 있어, 너무나도 맹목적이고 너무나도 완전하게. 이상하게도 난…네 온전한 믿음을 얻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이 뿌듯해. 너, 진정한 너는 날 신뢰하지만 A는 그렇지 않지. 그 산전수전을 겪은 사기꾼 여자가? 기대도 안해.”


안나는 제인이 옳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수많은 곳에서 늘 옳았다. 그렇다고 안나는 그녀가 틀리기를 바란다는 사실을 바꾸지는 못했다. 그녀는 제인의 눈을 차마 바라보지 못해 흰 턱에 시선을 맞추며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치만 꼭 생각해봤으면 해. 진정으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드러내길 원하지 않아,” 제인이 말을 이었다. “넌 이제부터 너에 대해 많은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될거고, 네가 아무리 열린 사람이라고 피력한다고 해도, 자기 혼자만 간직하고 싶은 각별한 것들도 있는 법이거든.”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안나가 물었다.

“왜냐면 내가 기억하는 한 그걸 가장 가지고 싶었거든. 확신에 가까운, 자기자신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었어. 생일. 이름. 고향. 네가 날 동정하는 이유야말로 내가 널 이해하는 이유야. 동정보다 공감에 가까워, 정말로. 우린 너무나도 닮았거든. 너랑 내가.”

“모든 면에서 그렇지는 않아.”

“하지만 비슷한 점은 상당이 있어…뭐라고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는데,” 제인이 안나의 몸에서 자신의 손을 떨구었다. “묘한 일이야. 우리가 사…” 금발여자는 입술을 깨물더니 문장을 완성시키지 않았다. “우린 점차 서로를 알아갈거고, 믿음을 쌓아갈거고, 그리고…사랑하게 될거야.”

“난 이미 널 사랑하고 있어,” 안나는 속삭이며 제인의 이마에 자신의 것을 마주대기 위해 일어났다. 그녀는 두 팔을 금발의 어깨에 두르고 생명줄처럼 매달렸다. “정말 그래, 맹세코.”

“우리에겐 순서가 없잖아, 기억하지? 네가 얘기한 거야. 첫키스 전에 동거하진 않지. 그리고 너의 경우는, 온전한 신뢰보다 사랑이 앞서는 타입인 거 같아. 지금은 그걸로 충분해.”

“난 충분한 것 같지 않은데.”

“우린 어떻게든 해낼 수 있을거야.”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안나가 항변했다.

“이것만은 알아줘. 난 널 신뢰한다는 걸.”

“그리고 난 널 사랑하고 있어.”


그 순간만큼은,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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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가 전에 미술관에서 드립친 Awful (끔찍/너무하다) 드립은 계속 나오니 참고ㅇㅇ.

이번엔 엘사가 농담조로 드립친 거.


쉽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엘사와 쉽게 남을 믿지 못하는 안나...

스톨른 아이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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