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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Say You Love Me 10

험버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4.24 05:33:00
조회 914 추천 71 댓글 16







Say You Love Me 01

Say You Love Me 02

Say You Love Me 03

Say You Love Me 04

Say You Love Me 05

Say You Love Me 06

Say You Love Me 09








아.. 또 시작이네. 쉴 새 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깬 엘사는 머리에 베개를 둘러싸고 침대 옆 협탁 위를 노려봤다. 아빠 아니면 안나겠지. 포기를 모르고 걸어대는 거 보면 아마- 엘사는 휴대폰을 향해 손을 뻗었다. 역시.




“나 자고 있을 때 전화하지 말랬지.”




“지금이 몇 신데 아직도 자고 있어요? 출근 안 해요?”




“잔소리할래? 누구 때문인데.” 전날, 안나와 함께 두 편 연속으로 심야 영화를 달리고 들어온 엘사는 한참을 뒤척이다가 동 틀 때쯤에야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 엘사는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시계를 봤다. 뭐야, 11시밖에 안 됐잖아! 얘는 피곤하지도 않나? “너 가게야?”




“당연히, 맞아요.”




“몇 시부터 가 있었어? 제발 직원들 귀찮게 하지 마.”




“완전 반대거든요?” 안나는 어이없다는 듯 말하고는 소리를 죽여 소곤거렸다. “겔다가... 몇 번 도와줬더니 이젠 저한테 막 일 시켜요..”




“겔다가?” 뜻밖의 말을 들은 엘사가 키득거리며 물었다. “너 지금 뭐 하는데?”




“..카운터 봐요. 다들 바쁘대요.”




“네가?” 엘사는 소리 내 웃음을 터트렸다. 손이 부족할 정도로 일이 밀렸나? 저를 보겠다고 신나게 가게 들어왔다가 느닷없이 잡혀 카운터 안에 멀뚱멀뚱 서게 된 안나의 모습을 상상하니 자꾸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뭐 좀 팔았어?”




“엄청 팔았죠- 이거 일당 쳐줘야 할 것 같은데.”




“고생했네.” 엘사는 웃으며 말했다. “음.. 저녁에 좋은데 갈까?”




“섹스?!”




“이게 입만 열면 아주.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아... 그래요....”




“대답이 시원찮은데.”




“가만 보면 나 엄청 괴롭혀..” 안나가 투덜거렸다. “아무튼, 보고 싶으니까 빨리 와요.”




엘사는 왜 또 낯간지러운 소리를 하냐며 딴지를 걸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참기로 했다. 솔직해지자면, 엘사 또한 제 앞치마를 두르고 카운터에 멀뚱히 서 있는 안나가 보고 싶었다. 당연히 그 말 역시 참았다.




“씻고 금방 갈게.”








*



안나는 가게 출입문을 바라보며 앉은 자리에서 굳어가고 있었다. 엘산가?! 아.. 아니네. 이번엔 엘사?!! 아... 아니잖아.. 문을 열고 들어온 게 기대했던 사람이 아니란 걸 확인하고 나면 얼굴이 실망으로 일그러졌지만, 안나는 타고난 성실함으로 금세 표정을 바꾸고 손님을 맞았다. 그렇게 활짝 웃으며 의자에서 일어났다가 얼굴 구겼다가 다시 활짝 웃기를 대 여섯 번쯤 반복하자 안나는 슬슬 짜증이 나려고 했다. 지친다, 지쳐. 환영은 무슨. 삐진 티 내면서 그냥 앉아 있을까 싶다가도 문만 열리면 기대감에 자동으로 웃음이 지어지니, 이건 영락없이 하고 싶어 미치겠는 그 말, 사랑이었다.

다시 문이 열렸고 안나는 어김없이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진짜..! 이번에도 엘사가 아니었다.


근데 저 사람은....


안나는 이번엔 구겨진 얼굴을 펴지 않았다.



기분 좋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가게에 들어온 한스는 카운터 안에선 안나를 보고 멈칫하더니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었다. 입술이 이리저리 구겨졌다. 못 볼 걸 봤다는 표정이었다. 남매는 잠시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뭐야...” 한스는 카운터를 향해 기운 빠진 걸음으로 다가왔다. “너 이제 그냥.. 여기서 일하냐? 엘사는?”




“꺼져!!!!!!”




안나가 뜬금없이 가게가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한스는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놀랐잖아!”




“오빠가 엘사를 왜 찾아? 나랑 만나는 거 알면서도 계속 꼬시려고? 죽을래??!”




여자에 환장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동생 여자까지 건드리려 들어? 지가 만나게 도와줘 놓고? 안나는 울그락불그락 얼굴을 붉히며 카운터를 쾅쾅 내리쳤다. 한스는 그런 안나에게 손바닥을 흔들었다.




“미친. 진정 좀 해.”




“왜 왔어!!”




“꽃 사러 왔지 왜 오긴.”




“엘사 보러 온 거잖아!! 또 작업 걸려고!”




“어, 뭐. 겸사겸사.”




한스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자 안나는 카운터를 뛰어넘어 한스에게 달려들었다.




“너 오늘 죽었어!”




“아, 농담이야, 농담!” 안나에게 멱살이 잡힌 한스는 식겁하며 해명했다. “진짜 그냥 얼굴 보러 왔어. 너랑 잘 지내나 떠보려고!”




“거짓말하지 마! 나한테 물으면 되잖아!”




“망상증 걸린 네 말을 어떻게 믿어? 들으나 마나 다 사랑이라고 할 텐데!”




“닥쳐! 사랑 맞거든?”




“야야!! 아!!!”




안나는 멱살을 당기며 한스의 머리털을 쥐어뜯었고 그런 안나의 머리통을 밀어내려던 한스는 뻗었던 손까지 깨물리고 소리를 질렀다. 이, 이, 미친놈. 진짜 머리털 다 뜯어버릴 거야. 대머리 되고도 여자 꼬실 수 있나 한번 보자고! 안나는 온 힘을 다해 한스를 쥐어 팼다.




“안나!”




엉켜있던 남매는 동시에 출입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언제 들어온 건지, 눈 튀어나오기 직전인 표정의 엘사가 문 앞에 서 있었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한스? 한스 맞죠?”




한스와 안나는 그대로 굳어 눈을 굴렸다. 한스와 눈을 마주친 안나는 말없이 눈을 깜박였다. 너랑 내 관계는 모르니까 입조심해라- 걸리면 그냥 무서워하는 정도로 안 끝날 걸- .. 한스가 전에 했던 말이 순간 기억났다. 한스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안나를 향해 정신없이 눈을 깜박이며 신호를 보냈다. 걸리면. 끝임. 안나는 마른침을 꼴깍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미친놈이 짜증 나게 굴어서 한대 패주려고 했습니다. 사장님. 이거 제대로 미친놈이에요.”




안나는 한스의 멱살을 쥐고 흔들며 엘사를 향해 말했다.

왜 저렇게 말해? 엘사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앞치마 두른 안나 볼 생각에 신나서 왔더니 이게 무슨 생뚱맞은 그림? 능글맞긴 해도 딱히 무례한 사람은 아닌데 무슨 짓을 했길래 멱살까지 잡혔는지. 평소에 안나가 하던 짓을 생각하면, 마냥 한스의 잘못임을 의심할 수도 없었다. 익숙해지니 귀엽긴 했지만 안나는 분명 사람을 짜증 나게 하는 구석이 있었다. 엘사가 상황을 파악하려 머리를 굴리는 동안 남매는 컨셉을 굳혔다.




“뭐? 너 말 다 했어?”




“어, 어! 한스! 진정해요!”




한스가 안나에게 장단 맞춰주겠답시고 씩씩대며 팔을 들었다. 그러자 엘사는 화들짝 놀라 한스의 팔을 잡고 말렸다. 어쭈- 저렇게 말릴 거 알고 팔 든 거 아니야? 계획대로 열연하는 태도는 마음에 들었지만 그래도 저렇게 닿는 건 아니지. 집에 가면 몇 대 더 패줘야겠다. 안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왜- 왜 그래요? 무슨 일이에요?”




엘사가 한스의 팔을 끌어내리며 말했다. 한스는 제 팔에 얹힌 엘사의 손을 보고 슬쩍 안나의 눈치를 살폈다. 안나의 표정이 굳은 것을 확인한 한스는 안나를 향해 몰래 씩 웃더니 바로 정색하고는 숨을 거칠게 쉬며 바들바들 떨었다.




“한스, 한스!”




한스가 이성을 잃는 것처럼 연기를 시작하자 엘사는 양팔로 한스를 잡아끌어 한스와 안나 사이를 막아섰다. 미친놈이 진짜! 한스가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걸 알아챈 안나는 연기고 뭐고 진심으로 이성을 잃을 것 같았다. 뒤에 선 안나까지 씩씩대며 숨을 거칠게 쉬기 시작하자 엘사는 양팔을 들어 한스와 안나의 가슴팍에 손을 대고 거리를 두게 했다.




“진정 좀 하고, 무슨 일인지 말 좀 해줘요. 안나,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은요!” 한스가 씩씩거리며 외쳤다. “쟨 대체 뭐예요? 새로 온 직원이에요? 교육을 아예 못 받은 것 같은데!”




“아니, 그건 아니고... 어..” 엘사는 우물쭈물 답했다. “아는 동생인데 잠깐 봐달라고 한 거예요. 얘는 좀.. 뭘 몰라요.”




“모르게 생겼어요. 저게 뭐야. 못-생겨가지고 아는 것도 없고.”




“이 미친 구렛나룻이 진짜!”




“너 가만 안 있어!?”




안나가 다시 달려 들려 하자 엘사가 호통을 치며 안나를 말렸다. 엘사의 호통에 안나는 조금 기분이 상했다. 한스는 깍듯하게 말리면서 나한텐 왜 화를 내? 엘사가 어쩐지 한스 편을 들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러라고 연기 중이라지만 너무하단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손님이 중요하단 거야? 그렇게 생각하자 슬슬 서러워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안나가 눈썹을 늘어뜨리며 울먹이기 직전, 엘사는 한스의 가슴팍을 밀치며 출입문을 가리켰다.




“한스, 나가요.”




엘사가 딱딱하게 말했다.




“저요? 제가 나가요? 아니지. 쟤를 내보내야지!”




한스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적당히 하고 가지 언제까지 연기하고 있을 거야? 안나가 눈치를 줬지만 한스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저런 애 데리고 있으면 안 돼요. 언젠가 큰일 한 번 낼걸!”




“적당히 해요. 내가 데리고 있겠다는데 댁이 무슨 상관이야?”




엘사가 매섭게 말을 뱉자 한스와 안나는 동시에 침을 꼴깍였다. 자리를 자주 비우긴 해도 가게에 있을 때만큼은 손님에게 언제나 상냥하게 대했던 엘사가 화를 내고 있었다. 엘사가 한스의 가슴팍을 한 번 더, 조금 전보다 세게 밀쳤다.




“나가라고.”




엘사의 표정은 웃음기 한 점 없이 냉랭했다. 어이쿠, 너무 갔나. 한스는 뒷걸음질을 치며 문 손잡이를 잡았다. 겁에 질려 쫓겨나면서도 끝까지 캐릭터는 못 버리겠던지, 문밖에 선 한스는 가게 안으로 머리를 빼꼼 넣고 말했다.




“...저 또 와도 돼요?”




“다신 오지 말아요.”




엘사가 문을 닫으며 말했고 문틈에 머리를 끼일 뻔한 한스는 악 소리를 내곤 눈앞에서 사라졌다.


어떡해. 진짜 화 났나 봐. 안나는 닫힌 문을 잡고 말없이 굳어버린 엘사의 등을 보며 겁에 질려가고 있었다. 하긴. 가게에서 그 난리를 피웠는데 화 안 나는 게 이상한 거지. 안 그래도 맨날 짜증인데 이제 아예 끝내자고 하면 어떡하지? 안나는 슬쩍 눈물이 고여 가는 것을 느꼈다. 안나는 엘사가 한스와 자신 누구 하나에게 라기보단 싸움이 일어난 상황 자체에 화를 내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래서, 한참 동안 문을 잡고 굳어있던 엘사가 안타까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저를 돌아봤을 때 깜짝 놀라고 말았다.




“...너 울었어?”




엘사가 다가와 안나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안나는 벌개진 눈을 서둘러 비비며 고개를 돌렸다.




“어? 아니요?”




“나쁜 사람은 아닌데, 가끔 이상하게 굴 때가 있어.” 엘사는 안나의 손을 부드럽게 문지르며 말했다. “너 괜찮은 거 맞아? 나 좀 봐봐.”




뭐 잘 못 먹었나? 갑자기 왜 이리 다정하게 굴어? 걱정해주는 건 좋았지만, 눈물 고였던 눈을 보여주긴 싫었다. 안나가 대답 없이 고개를 젓자 엘사는 양손으로 안나의 얼굴을 잡고 제 얼굴을 똑바로 마주 보게 했다. 엘사는 안나의 이목구비를 하나하나 찬찬히 훑어보더니 손가락을 움직여 뺨을 쓰다듬었다.




“운 거 맞잖아.”




“그게 아니라..”




갑자기, 엘사는 화 난 것처럼 얼굴을 구겼다.




“너 진짜 짜증 나는 애인 거 알지?”




달래주는 건 줄 알았는데 이건 또 뭐야? 그냥 누워서 울어버려?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안나의 뺨을 쓰다듬는 엘사의 손가락은 다정하고 부드러웠다. 엘사는 안나의 뺨과 목을 손등으로 쓸더니 안나가 메고 있던 자신의 앞치마에 손가락을 걸고 끌어당겼다.




“근데, 아는 것 없진 않아. 똑똑하고 야무지잖아.” 그렇게 말하던 엘사는 피식 웃더니 고개를 저으며 콧방귀를 꼈다. “그 자식, 그래도 보는 눈은 있는 줄 알았더니 장님도 아니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엘사는 안나의 뺨을 크게 어루만지고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예쁘기만 한데 말이야.”





안나는 어쩐지 다시 눈물이 고일 것 같았다. 엘사가 안나와 한스가 짜고 연기한 가상의 인물을 향해 화를 내고 있단 사실이 조금 양심에 찔리긴 했지만, 엘사를 만나기 시작한 뒤로 사랑한단 말을 참는 게 지금처럼 힘들었던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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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ㄹㅇ 엘사랑 안나 잘 만나고 있는지 떠보려고 온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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