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팬픽] 좆같은 이웃 36

EAO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5.11 20:02:27
조회 475 추천 28 댓글 9
														


viewimage.php?id=3eb3df31f5db3db46dbac4e7468077&no=24b0d769e1d32ca73ded81fa11d02831ecb95a6124af73c1834c571bfbe16ae3acfcca1ebcdd330779e370ec7dba6387d1a5ef07c2e96049f695fc88e01dbc7a374bcfc5ed764303d8eeba



좆같은 이웃


36



00~30 31 32 33 34 35


─────


※욕설주의




제대로 망해버린 거사를 치른 이후에 우리는 별다른 얘기는 나누지 않았다. 끝에 가서 엘사가 분위기를 전부 망쳐버렸으니 할 얘기가 없는 게 당연한 노릇이지만, 먼저 하자고 유혹해놓고선 끝을 그렇게 마무리하다니! 한참 야릇하고 뜨겁게 달아올라 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팍 식어버린 것이 정말 어이가 없어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엘사는 대체 그런 체위는 어디서 알아 왔길래 나한테 그런 낯부끄러운 짓을 해버린 걸까? 물론 엘사도 그 체위가 이렇게까지 분위기를 망쳐버릴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겠지만, 기분만 이상해지는 아까 전의 체위는 두 번 다시 하지 않기로 약속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래도 물어볼 건 물어봐야겠지.


"엘사."


"응?"


"솔직히 말해봐. 그런 체위는 대체 어디서 배워온 거야?"


"굳이… 내가 그런 부끄러운 얘기까지 해야겠어?"


"아까 까지만 해도 신음 내면서 실컷 비벼놓고 이제 와서 뭐가 부끄러워!"


엘사는 한숨을 내쉬면서 작년에 둘이서 같이 봤던 멜로 영화를 기억하냐 했고, 나는 당연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보는 내내 부끄러워서 죽을 뻔했던 기억을 제외하곤 영화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는 게 없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엘사는 그 영화에 나왔던 체위들을 보면서 한 번 나랑 같이 실제로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게 설마 그 정도로 기분이 이상야릇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아하… 그러니까 네 말은 그 영화에 나온 것을 나한테 해보고 싶어서 이왕 판이 깔린 김에 해버렸다, 뭐 그런 거야?"


"정답!"


"후…."


과거의 나는 영화를 끄지 않고 대체 뭐 하고 있었던 거야? 얼굴 가리면서 부끄러워했을 시간에 너무 야해서 도저히 못 보겠다며 리모컨으로 전원 버튼이라도 눌렀으면 이러진 않았을 텐데…. 나비 효과란 말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몸소 느끼게 해주는구나. 정말 과거의 내가 정말 고마워서 한대 꿀밤이라도 쥐어 박아버리고 싶은 심정인걸? 그리고 엘사랑 둘이서 한 것이라곤 영화 보고 한바탕 거사를 치렀던 것 말곤 없는데 시간은 뭐가 이렇게 빠르게 흘러갔는지,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버렸다.


"저녁 먹고 갈 거지?"


"응."


"그럼 조금만 기다려."


엘사는 주방 싱크대에서 손을 깨끗하게 씻고 앞치마를 두른 다음, 머리를 포니테일 스타일로 묶으며 본격적으로 요리 할 준비를 끝마쳤다. 그리고 나는 그런 엘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정신을 놓고 있었다. 포니테일을 하고 있는 엘사의 모습은 몇 번을 봐도 정말 아름다워서 혼절할 것 같았다. 만약 누군가가 내게 포니테일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한 치의 고민 없이 지금과 같은 엘사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게 포니테일이요'하고 답하리라. 그만큼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고 요리를 하는 엘사의 모습은 매우 예쁘고 아름다웠다.


그렇게 한참 동안 넋 놓고 엘사를 보고 있다 보니 요리가 슬슬 완성되기 시작했나보다. 맛있는 냄새가 정신을 번쩍 들게 해주었다. 적당한 굽기의 스테이크가 접시에 담겨 나오고, 나는 손뼉을 치며 잘 먹겠단 말과 함께 식사를 시작했다. 지금처럼 엘사와 단둘이 테이블 앞에 앉아서 얼굴을 마주하고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 이런 소박한 시간이 매우 행복했다. 오붓한 식사 시간이 끝나니 벌써 밤 9시가 넘었고, 나는 슬슬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엘사. 정말 즐거웠어. 이제 진짜로 가볼게."


"응. 내일 학교에서 봐!"


가기 전에 엘사에게 마지막으로 키스를 하고 천천히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해봤자 옆집에 살고 만나고 싶을 때마다 만날 수 있는 사인데 헤어지는 순간만큼은 왜 이렇게 아쉬움이 가득한 것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서로서로 그만큼 사랑하니까 그만큼 아쉬움이 가득한 것이겠지. 다녀왔습니다. 어디 멀리 나갔다 온 것도 아니고 해봤자 겨우 엘사 집에서 하루 머물다 왔을 뿐인데 몸은 왜 이렇게 피곤한 것일까.


"왔니? 많이 피곤해 보이는구나."


"네…."


"어서 편하게 들어가 쉬렴."


피곤한 이유야 다양하지만, 다 같이 모여서 한바탕 놀고 나면 그때가 제일 피곤했다. 파자마 파티 때마다 느낀 점이었다. 차라리 저번 파티 때 술 먹고 뻗어버린 것이 되레 편했을 정도로. 졸려서 미치겠는데 눈은 쉽게 감기지 않아서 괜히 엘사에게 지금 뭐 하고 있는지 문자를 보내봤다.


┌엘사~ 지금 뭐 하고 있어?

│피곤한데 눈은 안 감겨서 심심해... :(

└나랑 놀자 엘사~♡


┌뭐냐? 아주 지랄났네.


┌뭐야 시발. 너 누구야?


┌오로란데 어쩜 문자를 보내도 한참 잘못 보냈다?


┌아...


오로라 말대로 나는 문자를 보내도 한참 잘못 보냈고, 한참 좆됐다. 멍청하고 쓸모없는 뇌랑 손가락 같으니라고! 눈만 안 감았지, 미쳤다고 저런 문자를 오로라한테 보낸 것을 보니 내가 피곤하긴 많이 피곤한가 보다. 빨리 잠이나 자야지. 내일 일어날 거대한 후폭풍은 내일의 내가 알아서 처리해주리라 믿으면서.







사실 눈을 감는 순간까지 다음 날 아침이 찾아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건만, 시간이 흐르지 않는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 소설에나 존재하는 세상이겠지.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흐른 것은 너무 할 정도로 애석했다. 어제 문자를 보낸 것이 꿈이길 바랬지만, 오로라에게 보낸 문자 내용이 버젓이 남아있었다. 학교에 가면 오로라가 그 내용을 보여주면서 나를 놀리기 바쁠 테지.


"아…."


어째서 내 인생에 평탄한 하루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빨리 고등학교도 졸업하고 대학교까지 졸업해야 조금은 편해질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진 않은 것 같다. 걱정되는 미래를 향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부모님이 부르는 소리에 아침을 먹기 위해 주방으로 내려갔다. 오늘 아침 식사 메뉴는 샌드위치와 우유. 간단한 메뉴였기에 빠르게 식사를 끝내고 욕실로 들어가 천천히 씻기 시작했다. 몸에 쌓였던 피로도 함께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다녀오겠습니다."


가방을 대충 들고 밖으로 나오니 엘사도 집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오늘 정말 예쁜데? 요리할 때를 제외하면 늘 머리를 길게 늘어뜨렸던 엘사가 오늘은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고 나왔다. 완전 최고다. 눈을 쉽게 떼지 못하겠다. 엘사도 나를 보면서 무언가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지만, 나는 엘사가 뭐라 하는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그저 엘사의 포니테일에 온갖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얼마나 정신이 팔려있었으면 엘사가 나를 부르는 소리조차 제대로 듣지 못할 정도였다.


"…나…… 안나?"


"어… 어?"


"어디 아파? 내가 불러도 대답도 없이 나만 보고 있고…."


아니야! 나 완전 멀쩡해! 나는 황급히 괜찮다고 둘러대긴 했지만, 엘사는 여전히 내가 걱정되었는지 내 이마에 손을 대며 열을 체크하거나 내 얼굴 이곳저곳을 걱정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지금 너무 떨려서 죽을 것 같다. 처음 사귀기 시작했을 때의 설렘이 다시금 느껴지는 것처럼, 지금 엘사가 하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설레고 간질거렸다. 한참 나를 보던 엘사는 그제야 괜찮아 보이니 다행이라는 말을 하며 나를 껴안았다. 보통 서로를 껴안으면 허리나 등 쪽에 손을 가져다 대곤 했지만, 나는 엘사의 목덜미 위에 손을 얹었다. 단순 엘사와의 키 차이 때문에 그런 것도 있었지만, 그런 것보단 오로지 포니테일을 하고 있는 엘사의 목덜미가 차마 보고만 있기엔 아까울 정도로 예뻐서 그랬던 것이었다.


"안나, 버스 왔다."


나는 엘사의 뒤를 따라 손을 잡고 버스에 올라타서 자리에 앉는 순간까지 그 뒷모습에 쉽게 눈을 떼지 못했다. 마치 매혹에 걸린 꼭두각시 인형처럼 졸졸 쫓아다니기만 할 뿐이었다. 계속 쳐다만 보고 있으면 괜히 이상해 보일까 봐 애써 시선을 돌려 창밖을 보거나 꼭 맞잡고 있는 엘사의 손에 시선을 옮겼다. 원래 엘사에게 푹 빠져있긴 했어도 오늘은 정말 역대급으로 깊이 빠져들 것 같았다. 아니, 나는 이미 엘사에게 푹 빠져들었다. 다신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로 깊게.


버스는 이내 학교에 도착했고, 나는 본능이 이끄는 대로 엘사를 따라 교실로 들어섰다. 교실로 들어가니 소란스럽게 떠드는 얘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보나 마나 별 쓸모없는 잡담이겠지. 다들 안녕. 인사를 건네자 모두가 요란스럽게 반겨준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열띠게 나누고 있냐고 묻자 다음에 파자마 파티 때 무엇을 할지 정하고 있었다며 장소는 화이트의 집에서 하기로 정했다고 했다. 엘사는 혹여나 또 자신의 집에서 파티를 할까 봐 불안했는지 뒤늦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메가라는 마침 다 같이 모인 김에 파티 때 할만한 것이나 정하자고 했다.


"일단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 하는 파티니까 술이나 마시자!"


"오로라, 너 미쳤어?"


"어차피 너도 그때 가면 마실 거면서 뭘 새삼스럽게 그래? 그나저나 어제 문자 잘 봤어."


"야! 말하지 마!"


뭔데? 안나가 무슨 문자라도 보냈어? 오로라의 말에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모든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고, 엘사도 내심 관심 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말리려고 해도 이미 오로라가 어제 내가 보낸 문자 내용을 보여주면서 나를 놀리기 시작했다. 존나 수치스러워서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냥 피곤하면 잠이나 잘 것이지 왜 문자를 보낸다고 했다가 오로라한테 그런 문자를 보냈을까. 정말 스스로가 너무 미워서 미칠 것 같았다.


"이것 좀 봐. 안나가 정말 사랑꾼인걸. 나랑…."


"읽지 마!"


오로라는 내 말은 가볍게 마다하고 문자 내용 중 제일 읽지 말았으면 하는 부분을 그대로 읽어버렸다. 나랑 놀자 엘사 하트. 오… 정말 안나가 엘사를 찐득하게 사랑하나 봐. 나는 그대로 고개를 숙이며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었고, 엘사는 조용히 다가와서 나를 뒤에서 껴안아 주었다. 놀고 싶으면 전화로 하지 그랬어. 내 귓가에서 간질이는 엘사의 목소리가 나를 더 괴롭게 했다. 어제의 나는 오늘 같은 내가 이 후폭풍을 잘 이겨내리라 찰떡같이 믿으면서 그대로 잠자리에 들어버린 거야? 정말 존나 멍청한 년이다. 세상에 그런 멍청이도 없을 것이다. 아마 이대로 죽어버리면 다윈상을 수상하겠지. 젠장.


"엘사… 그냥 오늘 일은 잊어줘…."


나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제발 잊어달라 부탁했고, 엘사는 저런 달콤한 문자 내용을 보고도 어떻게 잊을 수가 있냐며 너무 그렇게 부끄러워하지 말고 고개를 들라고 했다. 나는 금방이라도 수치심 때문에 죽을 것 같으면서도 엘사의 말은 고이고이 들으면서 고개를 힘겹게 들었다. 고개를 들자마자 나는 거의 울기 직전의 표정으로 엘사를 보았고, 엘사는 내 볼을 쓰다듬어주며 살포시 짧은 입맞춤을 해주었다.


"나중에는 꼭 전화로 해줘."


"그럴게…."


말을 끝낸 다음엔 그대로 엘사 품에 스르르 안겼다. 따스한 감촉이 얼굴에 느껴진다. 마음이 약간 편안해지면서도 괜히 오늘 학교가 끝날 때까지 문자 내용을 가지고 나를 놀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많이 했지만, 다행히도 엘사가 너무 그렇게 놀리지 말라면서 중재를 해주는 덕분에 문자 해프닝은 빠르게 끝날 수 있었다. 오로라는 내심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엘사의 부탁이니 어쩔 수 없다면서 그만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엘사에게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고 엘사는 미소로 화답했다. 화이트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렸는지 할 얘기가 없어서 심심하다며 떼쓰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어찌나 시끄러웠는지 메가라는 제발 입 좀 다물고 있으라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제인과 벨은 7살짜리 꼬마 아이도 그렇게 떼쓰진 않겠다며 비아냥거렸고, 오로라는 엘사랑 같이 화이트를 한심하게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화이트는 얌전히 있을 테니 뭐라도 떠들만한 주제를 달라고 했고, 오로라는 그럼 점심시간까지 만이라도 조용히 있어 달라 부탁했다.


"알았어. 얌전히 있을게."


"그래. 진작에 좀 그러면 얼마나 좋아."


나는 이 모든 상황이 한심하고 웃겨서 실실거리기 바빴다. 온통 욕이란 욕은 다 얻어먹은 화이트는 그 뒤로 정말 얌전히 있었고,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마치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매우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괜히 떠들게 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해줄 정도였다. 그렇다고 다시 조용히 하라고 하면 말을 들어 먹지 않을 것이 분명하니 그냥 저 상태로 내버려 두기로 했다.


"실컷 떠들다가 지치면 혼자 알아서 떨어져 나가겠지."


모두 제인이 말한 의견에 머리를 모으며 공감을 했지만, 화이트는 생각보다 쉽게 지치지 않았다. 되려 혼자만 떠드니 재미가 없다며 같이 좀 얘기하자고 부추길 정도로 활발했다. 오로라는 잠시 고민하더니 손뼉을 치며 조금 이르지만 여름 방학 일정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그거 괜찮네."


그렇게 이번 여름방학에 무엇을 하고 지낼지에 대한 오로라의 질문으로 시작된 토론은 지금 당장 우리에게 매우 중대하고 필히 정답을 정해야 하는 가장 어려운 문제가 되었다. 어차피 나랑 엘사는 같이 붙어 다니니 상관없었지만, 지금 토론은 매우 열띠게 진행되고 있었다. 해봤자 언제 누구랑 어디로 떠날 것인지에 대한 얘기가 대부분이었지만, 의견이 쉽게 좁혀지진 못했다.


"그냥… 우리 다 같이 놀러 가는 게 어때?"


"오, 그게 제일 좋겠다!"


그런 간단한 답도 정하지 못하는 멍청이들 사이에서 엘사는 졸지에 그녀들의 구세주가 되었다. 장소는 화이트가 바닷가로 놀러 가자는 의견을 냈고, 딱히 별생각 없었던 우리는 그 의견에 찬성표를 던졌다. 화이트의 의견에 찬성한 이유는 단순히 바닷가가 제일 놀러 가기 무난하고 여름에 가장 어울리는 장소라는 것이 이유였다. 이렇게 빠르게 정할 수 있었으면서 아까는 왜 그렇게 답답하게 굴었던 것일까. 정말 알다가도 모를 얘들이다. 그래도 토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자… 이제 다시 안나가 보낸 문자 얘기를…."


"하지 말라니까!"


오로라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기 시작했고, 나는 그 뒤를 부지런히 쫓아가 결국 오로라를 잡는 데 성공했다. 미안해! 늘 오로라는 나한테 잡히면 내가 뭔가를 하기도 전에 미안하다고 소리를 지르며 용서를 구했다. 그러니까 대체 미안한 짓을 왜 하는 거야! 나는 오로라의 볼을 잡았다 놓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고, 아파죽겠으니 제발 그만해달라면서 간절히 비는 모습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얼굴 뜯어지는 줄 알았잖아!"


"그럼 놀리지 말았어야지."


"후… 됐으니까 교실로 돌아가자."


혹시나 나한테 맞고 나서도 놀리면 어쩔까 싶었지만, 다행히도 오로라가 나를 놀리는 일은 없었다. 아마 정신 못 차리고 계속 나를 놀렸으면 파자마 파티에서 그랬던 것처럼 머리를 잡고 이리저리 흔들어 버렸을 것이다. 다음부터 피곤하면 그냥 눈 감고 자야겠다. 괜히 문자 잘못 보냈다가 종일 이게 무슨 짓거린지 모르겠다. 그래도 학교가 끝나는 시간까지 입막음은 확실하게 해놨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나저나 다 같이 방학에 여행 가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정말 괜찮을까? 묘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나는 제발 이 불안감이 틀리길 간절히 바랐다.


"다들 잘 가."


학교가 끝나고 나는 곧장 집으로 가지 않고 엘사의 집으로 들어갔다. 많이 이르긴 해도 방학 동안 떠날 여행 일정과 그 외의 계획들을 짜기 위함이었다. 어차피 떠나봤자 막무가내 자유여행이라서 일정이랍시고 열심히 만들어봤자 별 의미는 없을 것 같았지만, 일단은 조금이라도 짜놓는 게 괜찮지 않겠냐는 엘사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우선 호텔 객실에 인원 배분을 어떻게 할지부터 정하기로 했다. 엘사는 인원수가 우리를 포함해서 총 7명이니까 2인용 객실에 나랑 자신이 들어가고, 나머지 얘들은 스위트룸에 전부 넣어버리자는 정말 기상천외한 기적의 인원 배분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했다간 온갖 오해란 오해는 다 사겠는걸?"


"그렇다고 얘들이 있는 데서 해버릴 수는 없잖아?"


"이상한 소리 집어치워! 여행 가서 같이 놀고 즐길 생각을 해야지!"


늘 이런 식이긴 했지만, 늘 이런 식이라서 미칠 것 같았다. 여행을 떠나서 신나게 놀아야 하는 생각보다 나랑 침대 위에서 뒹구는 생각부터 하고 보는 엘사의 두뇌 구조는 대체 어떻게 되어 있는 것일까. 나는 제일 시끄러운 화이트, 오로라, 제인은 3인용 객실에 따로 넣고 메가라랑 제인과 함께 4인용 객실을 쓰자고 했다. 엘사는 나랑 2인용 객실에 머물지 못할 것이란 미래에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그나마 그게 제일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쉬워?"


"엄청 많이."


"맨날 나랑 같이 있는데 뭐가 아쉬워?"


"그건 그런데… 진짜 우리 둘만 있으면 이상하게 보려나?"


"아마 밤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서 뭐 하고 있는지 물어볼걸?"


"음… 그건 상상만 해도 피곤하다."


역시 그렇지? 엘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까의 아쉬움은 뒤로하고 내가 말한 대로 인원을 나누기로 했다. 이제 일정을 어느 정도 짜놓긴 해야 하는데 어떻게 시작 해야 할지 막막했다. 비교 자체가 실례인 생각이긴 하지만, 아마 밀레니엄 문제를 앞에 두고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하는 수학자들의 심정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둘이서 의견을 모으자니 그저 답답하기만 할 따름이었다.


"문자라도 보내서 애들 다 부를까?"


"오기나 할까?"


"그건 보내봐야 알겠지."


나는 여행 일정표를 짜야 하니까 되는 대로 엘사의 집으로 전부 모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혹시 내 문자를 무시하고 답도 안 하면 어쩌나 싶었지만, 흔쾌히 다들 모이겠다는 답장을 보내왔다. 문자를 보내고 10여 분 정도 지나자 하나둘씩 엘사의 집으로 모이기 시작했고, 한 명도 빠짐없이 모이는데 20분이면 충분했다.


"그래서 여행 일정표를 짜야 한다는 거지?"


"맞아."


"굳이 그런 거까지 해야 돼?"


"해야… 겠지? 나도 처음엔 생각 없었는데 엘사가 조금이라도 짜놓는 게 편하지 않겠냐고 해서…."


"7명이 놀러 가는데 무슨 일정이 필요해? 그냥 아무렇게나 가서 편하게 놀자."


"맞아. 그냥 그러자."


사실 이러려고 부른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벨과 메가라의 의견에 동의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나는 어느 쪽이든 상관없는 쪽이었기에 엘사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엘사는 잠시 침묵을 지키며 고민하다가 그냥 메가라의 말대로 그냥 편안하게 놀러 가자고 했다. 의견이 이렇게 모일 거면 굳이 왜 모였나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빠르게 의견이 정리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괜히 다른 의견이 나오기 시작하고 그로 인해서 대화가 길어지고 의견 충돌이 일어나게 되었다면 아마 나는 견디지 못해서 엘사랑 같이 도망가버렸을 것이다.


"그럼 끝이야?"


"아마도?"


"이렇게 정해질 거면 굳이 왜 모이라 했던 거야?"


"너희 생각이 어떤지 모르잖아…. 그리고 이렇게 정해질 줄 누가 알았냐?"


"와… 안나 너 실망이야."


"왜?"


"친구로 지낸 지 몇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우리 마음을 몰라?"


"이걸 내 탓을 한다고? 너희들 진짜 쓰레기구나?"


아직 방학까지 한참 남았긴 했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번 여행은 정말 다 같이 떠나는 게 맞는 선택일까? 이 선택이 과연 옳은 선택이라면 그 세상은 완전히 뒤틀리고 꼬인 혼란스러운 세상이 분명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세상에 우리가 존재하겠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잠시 조용하던 분위기가 흐르던 가운데, 화이트가 그 침묵을 깨고 객실 인원 배분은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보았다.


"그건 미리 정해놨어."


"그걸 왜 네가 미리 해놔?"


"화이트, 오로라, 제인 너희 셋이 같은 방에 머무르고 남은 4명은 따로 머무르기도 했어."


"굳이? 대체 왜?"


"너희 셋이 제일 시끄럽잖아."


세상에… 그게 이유야? 저런 것도 친구라고…. 내 말에 제인과 오로라는 매우 충격받은 듯, 입을 쉽게 다물지 못했다. 7명이 다 같이 머무를 객실로 정하라는 강력한 항의가 쏟아져서 결국 침실 4개가 있는 객실을 찾아내어 그곳에서 7명이 전부 머물기로 했다. 처음부터 이랬으면 좋았잖아? 나는 괜한 소리를 해서 미안하다며 사과했고, 제인은 괜찮으니까 다음부턴 그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알았어. 다음부턴 절대 그런 일 없을 거야. 약속할게."


제인은 한숨을 내쉬고 부디 그 약속을 지켜주길 바란다며 나를 다독였고, 나는 반드시 그럴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엘사는 이제 정말 끝이라며 정신없었던 여름 방학 여행 일정 짜기 프로젝트의 끝을 알렸다. 도대체 이게 뭐라고 사람을 기진맥진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래도 여행을 떠날 생각에 잔뜩 들떠있는 모습을 보니 다들 기분이 좋아 보여서 다행이었다. 이제는 나도 어떻게 되든 상관없으니 부디 성공적인 여행이 되길 바랄 뿐이었다.


"엘사."


"응?"


"우리 이렇게 여행 가는 게 정말 괜찮은 걸까?


"괜찮을 거야! 아마도…."


엘사의 끝맺음이 시원치 않았다. '아마도'라니? 그 말을 들으니 남은 기운마저 쭉 빠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제는 앞날이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우린 늘 그렇게 지내왔으니 말이다.




─────


안나는 엘사의 포니테일을 좋아해요.


그리고 맨날! 늦어서! 미안...


흑흑... 글 쓰는 속도 대체 무엇... 왜케 느린것...

추천 비추천

28

고정닉 11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공지 음란성 게시물 등록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163] 운영자 14.08.29 167262 509
공지 설국열차 갤러리 이용 안내 [2861] 운영자 13.07.31 439696 286
1123714 ai힘을 빌리면 개쩌는 픽썰 쪄지냐 [2] ㅇㅇ(223.38) 11:41 18 0
1123713 이 음란한 갤 [1] ㅇㅇ(223.38) 11:39 10 0
1123712 안녕 털복숭이들 [1] ㅇㅇ(112.157) 11:26 9 0
1123711 청정한 헬요일 ㅇㅇ(223.62) 00:18 13 0
1123709 뒤조심)아 되게 충격적인 짤 봫는데 얘기할데가 여기밖에 없어 [7] ㅇㅇ(110.47) 06.09 69 0
1123708 디시 이미지 왜 깨져... ㅇㅇ(223.62) 06.09 12 0
1123707 누가먼저 보내나 시합! [1] ㅇㅇ(223.62) 06.09 26 0
1123706 일편단심 안개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 28 0
1123705 넘쳐나는 go간 [1] ㅇㅇ(223.62) 06.09 31 0
1123704 축 늘어진 흰 옷에서 꼬물꼬물 기어나오는 아기 [1] ㅇㅇ(223.62) 06.09 25 0
1123703 설갤 단점 ㅇㅇ(223.33) 06.09 17 0
1123702 설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 23 0
1123701 그런가 [2] 설갤러(118.43) 06.09 16 0
1123700 아니 69라고 설갤러(118.43) 06.09 15 0
1123699 크 69가 와버렸다!!!! 설갤러(118.43) 06.09 16 0
1123698 엘산나를 만난게 행운이야 [5] ㅇㅇ(223.62) 06.08 32 0
1123697 배거파 [1] ㅇㅇ(110.47) 06.08 19 0
1123696 오늘막글 ㅇㅇ(223.62) 06.08 16 0
1123695 어 내일이 69잔아 ㅇㅇ(223.62) 06.08 14 0
1123694 쥬미 영화 보러옴 ㅇㅇ(211.234) 06.08 18 0
1123693 안탄절 지나면 엘탄절도 금방 ㅇㅇ(223.62) 06.08 17 0
1123692 모험가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20 0
1123691 싯발 언제 비 그친거냐 [1] ㅇㅇ(223.62) 06.08 22 0
1123690 수상하게 칼을 잘쓰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32 0
1123689 뭐지? 결혼식인가? [5] ㅇㅇ(211.234) 06.08 57 5
1123688 정령을 잡아다 예쁘게 묶어 공물로 바치기 ㅇㅇ(223.62) 06.08 23 0
1123687 혐퀘후식사 [2] ㅇㅇ(211.234) 06.08 20 0
1123686 오늘은 자동으로 실내활동 [1] ㅇㅇ(223.62) 06.08 19 0
1123685 자연스레 깊어가는 둘의 관계 ㅇㅇ(223.62) 06.08 22 0
1123684 아찜글 ㅇㅇ(211.234) 06.08 16 0
1123683 새벽글 [1] ㅇㅇ(115.138) 06.08 17 0
1123682 다다음주가 안탄절이네 곧 [2] PeopleOfArendel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34 1
1123681 안나가 엘사를 [1] ㅇㅇ(223.62) 06.07 32 0
1123680 엘산나의 금요일 ㅇㅇ(223.33) 06.07 16 0
1123679 여전히 존버중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27 0
1123678 안나vs안나는 기존쎄 대결일듯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36 0
1123677 애틋하게 뺨쓰담 ㅇㅇ(223.62) 06.07 22 0
1123676 눈 깜짝할 새 킹요일 ㅇㅇ(223.62) 06.07 22 0
1123675 원하는 초능력을 얻는 대신 댓글이 부작용을 정해줌 [18] ㅇㅇ(115.138) 06.07 87 0
1123674 크으 모닝갤먹 [1] ㅇㅇ(223.62) 06.07 23 0
1123673 [그림] 원치 않은 신앙 [10] 애호박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109 10
1123672 기억 속에서 지워졌던 창작물 [6] 케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114 11
1123671 세명이서 서로 아래 핥으려면 원을 그려야하냐 [3] ㅇㅇ(223.62) 06.06 53 0
1123670 프로즌 ost는 언제 들어도 좋아 [2] 설갤러(118.43) 06.06 26 0
1123669 크읏 이러다 울룩불룩 설줌이 돼버렷 [1] ㅇㅇ(223.62) 06.06 29 0
1123668 엘사만 만나면 움츠라드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36 0
1123667 태어날 때 부터 얀데레 엘사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49 0
1123666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24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