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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나라를 위해 조금만 참아주십시오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218.50) 2007.06.04 15:05:05
조회 2471 추천 0 댓글 4


“더 이상 입주시킬 땅이 없어요.”

첨단 기업 투자유치 활동은 2003년 첫발을 내디딘 이래 2004년부터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고 있었다. 2003년이 워밍업이었다면 2004년 2월 일본 방문부터는 한창 탄력을 받고 물이 올랐다.

“2월에 착공하도록 해줄 수 있습니까?”
일본의 2개 기업에서, 특히 일동전공(니토덴꼬)에서는 내가 일본을 방문했던 그 달 2월에 착공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느냐고 다급하게 물어왔다.

당시엔 현곡단지를 조성 중에 있었는데 아무리 빨라도 5월이 되어야 착공이 가능했다. 상수도나 전력, 오폐수처리 시설 등 인프라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좋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실무자와 상의한 끝에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다.

공사현장에는 그때까지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이전하지 못한 묘지가 77기나 있었는데 이 묘지를 그대로 둔 채 현곡산업단지 공사를 강행했다. 다행히 일동전공의 사정으로 계획이 다소 미뤄지면서 실제 착공은 단지 조성이 완료된 4월경에 이뤄져 우리도 별 탈 없이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현곡단지 세일을 시작한 지 몇 달이 지나지 않은 그해 9월경부터 땅이 부족했다. 들어오겠다는 기업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데 그들에게 제공할 땅이 없었다.

당장 터를 찾아 새롭게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산을 깎아도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리 빨라도 산업단지를 조성하려면 2년 이상 걸리는 데다 그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줄 기업도 없었다.
팔 땅이 없어서 희망하는 기업과 MOU를 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던 것이다.
“지사님. 민간이 이미 조성해 좋은 땅을 사는 방법은 어떨까요?” 
내가 땅 문제로 고민하자 경기도의 투자유치 업무를 총괄하던 당시 이재율 국장이 아이디어를 냈다. 내가 되물었다.

“그런 데가 있어요?”
“제가 봐둔 곳이 한 군데 있기는 한데….”
“그런 곳이 있다면 즉시 추진하세요.”
나는 참으로 좋은 방안이라고 무릎을 쳤다. 이재율 국장은 어느때든지 길이 막히면 반드시 길을 뚫어 오는 사람이다.

이 국장이 말한 곳은 KTC라는 민간기업이 장안에 가지고 있는 18만 평 규모의 부지였다. 그 중 12만 평은 바로 공업용지로 사용할 수 있었다. 협력업체를 입주시키려고 마련한 땅인데 계획이 늦어져 빈 땅으로 있었던 것이다.

“우리한테 팔아라.”, “우리가 쓸 것이다.” 하며 몇 차례 실랑이 끝에 사고팔기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없던 일로 하고 계약을 취소하겠다.”며 내용증명을 두어 차례 보내왔다. 충분히 짐작할 만한 이유였다.

개인간의 거래라면 계약서 쓰고 대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관공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산업입지 법률을 따져야 하고 산업자원부로 올라갔다 내려오고 하는 절차가 무척 까다로운 데다 시간이 많이 지체된다. 그러자 그쪽 사장이 못 견뎌 한 것이다.

더구나 그 무렵 주변 땅값이 오르면서 ‘그렇게까지 해서 팔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산업단지 부지를 조성하는 데 우리와 산업자원부가 6대 4의 비율로 비용을 대기 때문에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실무자들은 매일같이 사장을 찾아가 “죄송하다.”면서 “나라를 위해 조금만 참아 달라.”고 간청했다. 나도 요로를 통해 산업자원부에 빠른 처리를 부탁했고 얼마 지나서야 계약금과 잔금을 치를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곳이 3M, 락코리아, 다가타, 동경일렉트로닉 등의 회사가 입주해 있는 현재의 장안 1단지다. 그때 민간에서 조성한 땅을 사들이는 획기적인 발상이 없었다면 4천 명의 일자리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4억 달러의 투자가 유치되었을 리도 없다.

우리는 그 후 장단1단지 바로 옆에 또 다시 18만 평을 사들여 장안 2단지를 조성하였다. 이로써 36만 평에 이르는 수도권 서남부의 첨단산업단지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 후 투자유치를 위해 미국 출장 중일 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장안산업단지 건으로 감사가 내려왔다는 것이다. 혹시 민간기업의 부지를 구입하면서 비싸게 산 건 아닌가 하는 감사였다.

“걱정 마세요. 내가 감사원장을 만나서라도 해결하겠습니다.”
우리가 840억 원을 주고 산 그 땅은 그때 이미 주변 시세를 감안하면 1200억 원이 넘었다.
외국기업도 유치하고 일자리도 창출하고, 더 나아가 땅 값만으로도 400억 원의 시세 차익을 거두는 그야말로 가재 잡고 도랑 친 그 일을 두고 감사를 벌인다는 것이 참으로 쓴웃음을 짓게 했다.
다행히 감사원에서도 첨단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우리의 충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별다른 지적 없이 넘어갔다.

이 사건 역시 내가 경기도의 감사 방향을 ‘왜 해줬나?’에서 ‘왜 안 해줬나?’로 바꾸게 된 또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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