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에 그동안 액션 연출이 별로거나
어벤져스 프리퀄로 소모하는 영화가 꽤 있긴했어도
캐릭터성만큼은 잘 챙겼었는데
캡마는 너무 날로 먹었음

MCU의 캐릭터들의 강함은 힘이 아닌 내면에서 나오고
강력한 적을 만나거나 때로는 힘의 부재를 맞이했을때도
내면의 성장으로 시련을 극복하면서 진정한 영웅성을 찾아감
이 과정에서 왜 주인공이 히어로인가?라는 당위성이 나타는거

이걸 가장 잘 나타나는 대사가

"슈트를 벗으면 넌 대체 뭐지?"(어벤져스)
"슈트없이 아무것도 아니라면, 더더욱 슈트를 가져선 안돼"(홈스파)


아이언맨은 가족/개인의 잘못들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그것들을 극복하며 내면의 성장을 이룸
- 무기산업 접고 자신의 재능을 옳은 곳에 사용하고(1편),
- 아버지와의 내면의 화해로 가문의 굴레(위플래시)를 떨쳐내고(2편),
- 번데기(슈트)를 벗고 가슴속 아크리엑터를 제거하며 홀로서기 함(3편)

캡틴아메리카는 힘을 갖기 이전부터 지닌 정의로운 투지로
시대정신과 마주하여 경험을 쌓음
- 나치(전체주의)에 맞서 자유와 생명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1편),
- 조직의 타락(공리주의)과 개인에 대한 억압에 맞서며(2편),
- 조직 뒤에 숨지 않고(관료주의) 스스로의 정의와 책임을 실천하며
결국 정체성(방패)까지 내려놓음(3편)

토르는 가족의 배신과 죽음, 화해 속에 내면의 성장을 이루고
힘으로 찍어누르는 폭군(로키,헬라)에 맞서며 진정한 왕으로 거듭남
- 애민정신을 깨닫고 9왕국의 평화를 위해 사랑을 희생하고(1편),
- 힘(망치)의 부재 속에 내면의 힘을 각성하며 국민 그 자체를 지켜야함을 깨닫고 왕으로 거듭남(3편)


닥스,스파이더맨,앤트맨,블팬 등의 영화들에서도
판타지,느와르,가족물,하이틴과 같은 장르물과 결합해 변주했지만
위 세가지 유형에서 핵심 내러티브라고 할 수 있는
내면의 성장은 일종의 메뉴얼처럼 변함없이 이어왔음



근데
캡틴마블에서는 이러한 MCU의 내러티브가 희석된 인상을 보임

캡마만의 내러티브는
욘로그한테 했던 "난 증명할 필요가 없어" 라는 대사로 요약되는데
그건 욘로그한테나 해당되는 말이지 관객한테는 증명했어야 함

스파이더맨처럼 우연한 사고로 힘을 얻었지만
큰 힘에 따르는 큰 책임감도 없고
윈터솔져처럼 세뇌당해 수많은 살인을 저질렀지만
마음속에 죄책감을 남기지도 누구에게 책망받지도 않음

= 주어를 캡마에서 베놈으로 바꿔도 전혀 이질감이 없음


정체성도 모호한데다
차별 받았다면서 고민은 없고, 격정적이어야할 상황에서는 건조하고,
주변인은 겉돌기만 하고, 사건은 우연의 연속이라 동기가 되지 못하고, 적은 너무 나약해서 시련이되지 못함

이렇게 인물이나 드라마 모두 제대로 설명이 안된 상태에서
그냥 강력한 힘이 있으니까 눈 앞의 적을 불도저처럼 밀어재낄 뿐임


"누가 옳은가"보다 "누가 더 쎈가"에 치중하다보면
쎈적을 내보내고, 물리치면 더 쎈적이 내보내면서
피곤한 파워게임을 반복하게되고
초장부터 도시하나쯤 손쉽게 아작내던 맨옵처럼
캐릭터나 시리즈의 수명이 짧아질 수밖에 없는데

그런 맨옵조차 캐릭터 붕괴했다고 욕은 먹었을 지언정
시골촌놈 클라크켄트가 뭘 고민했는지, 누가 영향을 줬는지,
어떻게 슈퍼맨으로 각성했는지, 왜 지구를 지키려는지
설명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은 했음

코믹스에 묘사되던 완전무결한 슈퍼맨을 생각해보면
맨옵 슈퍼맨은 인간성이 부여된 반면
오히려 복제품 캡마는 인간성이 결여된 아이러니한 상황임


캡틴마블은 MCU가 11년동안 견고히 구축해놓은 유니버스에
편승한 덕에 그냥저냥 평작이라고 쳐주는거지
유니버스 떼놓고 단독 영화로 보면 베놈 수준 밖에 안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