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퐁당에서 NEIPA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저는 지방에 살아서 못갔는데... 뭐 국내에서 보기 힘든 재미있는 행사였다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컨셉으로, 미국에서 두 번째로 NEIPA를 가장 잘 만드는 양조장은 어딜까? 라는 생각으로

(1위가 Tree House인 것에는 모두가 동의해서)

트리하우스와 함께 미국 최고의 IPA 양조장으로 거론되는 보스턴의 Trillium,

그리고 캘리포니아의 신흥 강자인 Monkish.

이 두 양조장의 맥주와 잡다한 맥주 2개를 더 넣어, 총 6개의 맥주를 블라인드 테이스팅 하기로 하였습니다.

저 같은 경우 트릴리움에 직접 다녀왔고, 좋은 경험이 많았기에 트릴리움을 아주 좋아하는데

자주 같이 맥주를 마시는 H씨와 T씨는 매일매일 "Trillium Sucks!" 하고 욕을 합니다 ;ㅅ;

특히 요즘 몽키쉬가 트리하우스 바로 아래의, 2 티어급 양조장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보니

둘 중 누가 맥주를 더 잘 만들까 궁금해졌습니다.

매니저님이 저희가 뒤에 가 있을 때 맥주를 따뤄놓고,

저희 개개인의 판단에만 맡기기 위해 시음 동안 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맡다보니 정신이 어지러워질 정도로 비슷비슷한 홉향이 터져나왔습니다.

열심히 집중하는 사람들.

저 같은 경우 1 > 3 > 2 > 6 = 5 = 4

1번과 3번이 전부 몽키쉬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여태 마신 몽키쉬 맥주는 괜찮으나 플레이버면에서 조금 떨어진다고 느꼈는데

최근 발전을 한 것인지 꽤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1번 맥주였던 The Realness는 정말 트리하우스에 견줄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는데

저는 솔직히 향을 맡자마자 너무나 익숙한 트릴리움식 홉 폭탄이 터져서 "이건 트릴리움이네!" 했는데... 엉엉.

트릴리움의 Scaled 는 꽤 괜찮았습니다만

DDH Sleeper Street 의 경우에는 트릴리움 답지 않게 거친 쓴 맛과 정제되지 않은 쥬시함때문에 약간 조악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트릴리움의 마스코트 중 하나가 터지는 홉향 / 쥬시함과 부드러운 쓴 맛이라고 생각하는데

거의 서부식 IPA에 가까울 정도로 애매했던 녀석이라 많이 실망했습니다.

나머지 두 맥주는 Casa Agria, Noble 이라는 캘리포니아 양조장의 IPA였는데

Casa Agria의 IPA는 솔직히 색부터 맛까지 전부 NEIPA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애매했고

Noble의 맥주는 나쁘지 않았으나 쓴맛이 거칠고 알코올이 강하게 튀었습니다.

오늘의 승자! 많은 분들의 1위 맥주로 뽑혔습니다.

시음이 끝나고 우울한 채로 6캔을 더 마셨습니다.

엉엉...

트릴리움은 역시 페일 에일 명가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맥주입니다.

압도적인 드라이함 / 가벼움과 그 속에서 터져나오는 홉 향은 정말 환상 그 자체입니다.

더운 여름에 너무나도 어울리는 맥주입니다.

전에 마신 DDH보다 좋았습니다.

다만 역시 갤럭시 / 모자익 / 넬슨 쪽이 개인적으로 더 맛있네요.

전에 마신 몽키쉬의 TIPA는 너무 부지했는데

알코올을 상당히 잘 숨겨서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면 제가 엄청나게 취했던 것일수도 있고요.

더 브루어리에서 출시한 IPA!

사워 / 스타우트류만 만드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이름도 재치있게 "늦은게 안 하는것 보다는 낫다."

오늘 마신 탑클래스 IPA에 비하면 많이 모자랐습니다만, 더 브루어리다보니 행보가 기대되네요.

맥주 퀄리티 자체는 헤이쥬드급 / 이하였습니다.

끝 없이 나오는 몽키쉬.

맥주 맛이 기억도 안납니다.

마지막으로 처음 마신 클라우드 워터.

영국의 트리하우스 같은 별명이 있을 정도로 핫 한 양조장인데 이제 마셔보네요.

단 맛이 조금 남긴 했으나 전체적으로 맛있었습니다. 잘 만드네요 이녀석들.

너무너무 궁금했던 BBB. 이제서야 마십니다.

로스티드, 커피향 위주로 터지며 다크 초콜렛, 은은한 밀크 초콜렛, 아주 약한 오크통의 향이 감지되었습니다.

탄산은 살짝 적고 바디는 중간 정도로 살짝 가볍지만 마시기 편한 수준이었고

은은한 오크통, 커피, 로스티드 등의 풍미가 입 안에 퍼지더니 드라이하게 끝났습니다.

버번 배럴의 캐릭터는 많이 느낄 수 없었으나 훌륭한 맥주였는데

가격이 쌌다면 참 좋았을텐데... 얼마죠 이거?

어쨋든 좋은 임스의 교보재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무덤샷.

최근 운동을 한다고 술을 거의 안마시는데 가끔씩 이렇게 날 잡고 마시는게 참 즐겁습니다.

덕분에 이 날 화장실에서 토하고.. 집 돌아가는 버스에서 토하고... 집에 도착해서 토하고... 자다가 일어나서 토하고...

맥주캔이 보기도 싫다가 마신지 4일이 넘어서야 드디어 앨범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어쨋든 친구와 약속한대로 SNS에 트릴리움 욕을 해야하는데..

트릴리움의 폼이 적어도 제가 기억하는 것에 비해서는 많이 떨어졌다고 느껴졌습니다.

직접 현지에 가서 마시면 또 다르겠지만... 적어도 국내에 들여오는 레벨로 트릴리움은 (FPPA 라인업을 제외하고는) 몽키쉬 아래 같네요.   

제가 기억하던 환상적인 호피함과 부드러움의 밸런스는 찾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더 많이 마셔봐야지 알겠지만... 조금 크게 실망스럽습니다 ㅠㅠ

맥주를 구하는데 도움을 주신 Headchange, Orange_beer 님께 감사를.

BBB 사주신 Citrus_Kim 님께 감사를.

NEIPA가 영원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