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캉스라 그런지 계속 먹고 자고 먹고의 반복인 듯한 느낌.

사람들이 갈 곳이 없으니 호텔 섬머 패키지로 몰리는지 조식 뷔페를 줄 서서 들어가는 것도 모자라 앉아서 기다리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호텔측에서 부랴부랴 다른 레스토랑 하나를 오픈한 덕에 그리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지만요.

그 덕에 아무도 손대지 않은 뷔페 음식에 첫 집게질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을 처음으로 밟는 기분.

눈 대신 스크램블드 에그에 자국을 남긴다는 차이는 있지만요.

일단 뜨끈한 국물로 속을 풀어주기 위해 어묵탕을 한 그릇.

그리고 호텔 조식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달걀, 해쉬브라운, 햄, 소시지, 베이컨을 가져옵니다.

베이크드빈과 버섯, 토마토를 얹으니 평범한 아메리칸 브렉퍼스트가 왠지 레벨 업 하는 느낌입니다.

반면에 딤섬은 볼 때는 맛있을 것 같아서 가져오긴 했는데, 아침 메뉴로 먹기엔 좀 어색한 사이네요.

볶음밥도 조금 떠서 어묵 국물과 함께 먹습니다.

빵 종류가 많길래 하나씩 다 집어왔습니다.

애들도 있으니 이렇게 한 접시 가득 챙겨와서 각자 먹고싶은 것 집어 먹으면 편합니다.

다 그냥저냥 평범한 빵 맛. 빵을 먹기 위해 먹는다기보다는 짭짤한 다른 메뉴들을 먹기 위해 먹는달까요.

옛날엔 호텔 베이커리에서 바로 공수해온 빵을 뷔페에서 집어먹으면 참 맛있었는데

여기도 베이커리는 있는데 왜 빵 맛은 평타 수준인지 모르겠습니다. 설마 뷔페용 빵은 다른 곳에서 공급받나?  

빵이 생겼으니 곁들여 먹을 음식도 가져옵니다.

일단 '난 채소도 먹었어'라고 위안삼으며 자기 합리화를 하기 위한 샐러드 약간.

짭조름한 훈제 연어와 냉육도 몇 조각 가져옵니다.

에그 스테이션에서는 서니사이드 업 하나와 오믈렛을 주문해 봅니다.

그런데 오믈렛 상태가... 아이고...

물론 오믈렛은 요리사마다 다 만드는 스타일이 다른 요리이긴 합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양식조리사 실기에 나오는 오믈렛이 유일한 정답이라고 믿고 있어서인지 어딜가나 병아리 색깔 럭비공 모양의, 흠집하나 없는 매끄러운 오믈렛을 찾는 경향이 있지요.

그래서 전 평소에 "양식조리사 실기에 나오는 요리는 기술 숙련도를 보기 위한 것이고, 그 단계를 넘어서면 요리사들이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각양각색의 오믈렛을 만드는 거다"라고 강조하곤 합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론적인 접근이고, 호텔 스탠다드는 또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호텔의 기준점은 개성과 창의성보다는 기본적인 숙련도를 한계까지 끌어올려 손님들에게 익숙한 완벽함을 추구하는 거니까요.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내놔도 다시 만들라고 클레임 들어올만한 물건이 5성급 호텔의 에그 스테이션에서 등장한다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과일과 커피로 마무리.

개인적으로는 호텔 조식에 뭐 대단한 것을 바라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달걀, 베이컨, 햄과 소시지, 해쉬브라운, 빵, 신선한 우유와 오렌지 주스.

그리고 마무리로는 제철 과일과 커피. 

메뉴만 놓고 본다면 맥도날드 모닝 세트와 크게 다를 것도 없지요.

하지만 그 하나 하나가 다 수준급으로 맛있는 호텔 조식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진짜 맛있는 다이너를 몇 번 가 본 뒤로는 아메리칸 브랙퍼스트를 먹는 입맛이 높아졌는지 어지간해서는 "배부르게 잘 먹었다"는 소리는 나와도 "맛있게 잘 먹었다"는 소리 나오기가 쉽지 않네요.

뭐, 이래저래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종합적으로 본다면 나쁘지 않은 휴식이었습니다.

방도 괜찮았고, 아동용 텐트 치는 아이디어도 좋았고, 일회용 칫솔과 치약을 무료로 가져다 준 것도 고마웠으니까요.

음식도 호텔 스탠다드에 비하면 돈 값을 못한다는 거지, 객관적으로 봤을 때 뭐 크게 하자가 있는 건 아니었구요.

다만 코로나19로 인천공항 이용객 씨가 말라버린 마당에 섬머 패키지로 일반 투숙객을 끌어들일 생각이라면

명목이 5성급 호텔인데 뜨내기 여행객들 대하듯 하지 말고 좀 제대로 준비해서 '공항호텔'이 아니라 '호텔'의 진면목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