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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갤문학] 솔키문학 - 19

ㅂㄷㅂㄷ(218.101) 2015.11.18 10:00:07
조회 1892 추천 16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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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요... ]


[ 뭐라고 불러야 되지? ]


[ 전화해 ]


그렇다. 윤종은 행방불명되었다가 돌아온 민철에게서 3음절 이상 되는 답장을 거의 받질 못했다. 그때부터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알았어야 했는데 말이다. 


집에 오자마자 윤종은 마치 현실에서 도망치듯이 잠들었고 일어나보니 낮 12시를 넘긴 시간이었다.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부스스 일어나서 어제 있었던 일을 가만히 떠올려봤다. 너무 놀란 나머지 고맙다는 인사도 못했다. 눈앞에 있는 게 누구든 제 목숨을 구해준 건 사실인데 말이다. 


하지만 저그라니... 뭔 스갤문학도 아니고... 궁금한 건 많았지만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막막했다. 호칭부터 막혔다. 거의 반쯤 정줄을 놓고 폰을 툭툭 두드리던 윤종은 제가 생각하고 있던 걸 그대로 써서 전송해버린 걸 뒤늦게 알아차렸다. 으아아악!!! 전화하라는 답장을 보자마자 윤종은 머리를 싸매며 전화했다.


“미안, 죄송하.. 아니 미안합니다!!!”


“부르는 건 어떻게 불러도 상관없어.”


윤종은 흠칫했다. 무미건조한 목소리였으나 어쨌든 민철과 같은 목소리였다.


“그.. 어제... 고마웠어요..”


윤종이 겨우 고마움을 표현하자 소울키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내가 뭘 잘못한 건가 윤종은 긴장했다.


“어제 너무 놀라서... 요. 사람이 그렇잖아요..”


“전화, 안 할 줄 알았어.”


윤종이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아무 말이나 주워담고 있을 때 소울키가 말했다. 


“왜요?”


“내가 아는 테란은 겁이 많은 종족이라서.”


“구해준 사람을 피할 만큼 겁이 많진 않아요.”


“......”


“여튼 고맙습니다.. 제가 밥이라도 살게요.”


“...괜찮아.”


물어볼 것이 많았으나 그렇게 통화는 끝났다. 윤종은 멍한 기분이 되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생각보다 평범한 대화였다. 인간이 아닐지언정 생각보다 무섭지도 않은 것 같았다. 먹는 걸 보면 인간을 잡아먹는 것 같지도 않고, 인간처럼 이성적이고... 친절하거나 사교적이진 않은 것 같지만 말이다. 하지만 윤종이 생각하기엔 진짜 민철도 친절이나 사교성과는 거리가 머니까 괜찮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민철이 형이랑 다르게 밥 먹는 걸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나중에 맛있는 거 사줘야지.






“...괜찮아.”


소울키는 그렇게 통화를 끝내버렸다. 


“정말 괜찮아요? 걔가 뭐라 그래도 맘에 담아두지 말아요.”


“아니 정말 괜찮아. 밥 사준다는데?”


소울키는 보일 듯 말 듯 웃었다. 제 앞에서 소울키가 웃는다는 건 다음날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라 코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소울키는 원래 모습의 저를 무서워하는 테란들을 한두 번 본 게 아니었다. 고맙다는 말은 결국 하지 못했지만 윤종이 저를 밀어내지 않은 것이 진심으로 고마웠다. 누가 레인 닮은 꼴 아니랄까봐, 머릿속까지도 비슷한 건가.


[ 먹을 거 뭐 좋아하세요? ]


[ 치킨? 삼겹살? ]


“코치, 뭐 먹을까?”


윤종에게서 온 카톡을 보고 소울키는 고민에 빠졌다. 사준다는 걸 굳이 두 번씩이나 거절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빌드를 고를 때보다 더 진지하게, 코치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소울키는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걸 먹어보기로 했다.


[ 한우 ]






여태까지 수많은 사람에게 밥을 산 윤종이었지만 밥 사기 전에 심호흡을 해보긴 처음이었다. 소울키와 뭘 먹어본 건 두 번이다. 결승전 날 카페, 그리고 16강전 날 치킨집. 둘 다 엄청 많이 먹었지.. 그런데 하필이면... 한우... 윤종은 제 카드의 잔액이 남아나길 기도하며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민철, 아니 소울키가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며 윤종을 기다리고 있었다. 윤종은 습관처럼 형! 하고 부를 뻔했다.


“안녕하세요.”


“......”


윤종이 나름 공손하게 인사했으나 소울키는 평소 하던 대로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뭐 먹을까 했는데 코치가 추천하더라고. 난 한 번도 안 먹어봤어.”


지갑을 든 윤종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반드시 TCM 코치에게 한우를 뜯어내리라. 소울키가 보통 인간의 거의 두 배는 먹는 것 같으니까 두 번 뜯어내리라. 그러거나 말거나 소울키는 예약해놓은 식당으로 들어갔다. 


“소고기는 핏기 가시면 먹어도 돼요.”


“난 원래 그렇게 먹는데?”


“......”


“불편해. 포크로 먹을래.”


“......”


원래부터 저는 별로 많이 먹을 생각이 없었지만, 정말로 굽자마자 사라지는 고기를 윤종은 볼 수 있었다. 그래, 배가 고프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보통 사람은 5인분을 그런 속도로 흡입하진 않는다. 천천히 먹으라고, 누가 안 뺏어간다고 진심을 담아 말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천천히 먹고 있어, 였다. 저그에게 천천히란 무엇인가 싶었다. 심지어 젓가락에서 포크로 도구를 교체하니까 속도가 더 빨라졌다. 소울키가 고기 5인분을 뱃속에 넣는 동안 윤종은 겨우 고기 너댓 점 먹었을 뿐이었다. 정말 순수하게 고기 굽느라 바빠서...


식사를 마친 후에 카페에서 디저트도 먹었다. 사실 윤종이 얼마 못 먹어서 샌드위치라도 먹을까 생각하며 들어간 것이었는데... 설마 소울키의 뱃속공간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윤종은 생각도 못했다. 결승전 날 카페에서 봤던 광경이 윤종의 눈앞에서 다시 재생되었다. 그리하여 윤종의 체크카드 하나는 무난하게 엘리당했다.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 건지 물어봐도 될까요? 그리고 민철이 형은 어떻게 된 건지...”


그제야 윤종은 궁금했던 것을 물어볼 수 있었다. 배부르게 먹어 이야기할 힘이 났는지 소울키는 꽤 긴 이야기를 윤종에게 천천히 이야기해주었다. 민철이 걱정되긴 했지만 윤종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윤종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소울키가 제 목숨을 구해줬기에 민철이 그렇게 된 것에 대해 뭐라 탓하기도 그랬다. 막말로 그 자리에 있었던 게 민철이었다면 윤종은 지금 이 자리에 없을 것이다.


“김민철을 지키지 못해서 미안해.”


포크를 입에 문 채 소울키가 불쑥 사과했다. 예상치못한 사과여서 윤종은 깜짝 놀랐다.


“테란들은 같은 피가 흐르지 않아도 서로를 많이 걱정해주더군. 너도 김민철을 걱정하고 있으니까 물어본 거겠지. 김민철이 그렇게 된 건 우리 진영에 침입자를 들인 내 책임이야.”


“아, 아니에요. 거 게임하다보면 자동문 시전하는 경우도 있고 일꾼 다 사라져도 모르는 경우도 있고...”


“너도 코치만큼이나 착하구나.”


“노잼이란 말은 많이 들었지만 착하다는 말은 처음 들어보네요.”


“노잼?”


“영어 no에 재미, 잼을 더해서 노잼. 게임이 재미없다고 스갤에서 지어준 별명이에요.”


“스갤?”


“아, 이거 모르는 게 좋은데...”


그렇게 윤종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저그에게 스갤의 존재를 알려주고 말았다.








출처: 스타크래프트 갤러리 [원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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