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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픽 5화

ㅇㅇ(180.70) 2018.04.19 14:56:46
조회 1609 추천 35 댓글 10

저번에 너무 애매한데서 짤라먹어서 이번에는 좀 빨리 올려ㅋ 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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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다 문뜩, 생각이 엉뚱한 데로 튀었다. 재영과 비슷한 나이 또래, 하지만 재훈보다도 배는 더 저를 안 무서워하는 어떤 여자. 건우의 스쳐 지나가는 말 한마디에 담긴 그 이름을, 마에는 그냥 흘려 보내지 못했다. 이 나이에, 여자 이름 하나 가지고 어깨까지 움찔거리며 놀라는 꼴이라니. 참 그 동안, 인생 헛살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참 아쉽네요. 선생님 한국에 들어오신다는 소식 듣자마자 연락 드린 거였는데…….”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재훈의 차는 한 재단 건물 앞에 멈춰 섰다. 얼마 전, 마에는 한 지휘자 콩쿨의 심사위원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었다. 그리고 오늘의 짧은 만남은 그를 거절하기 위한 것.


 “대회 공정성이 달린 문제니, 제가 나서지 않는 쪽이 훨씬 보기 좋을 겁니다.”

 “하하……제자 분이 나오신다는데 어쩔 수 없죠. 그래도 이렇게 직접 찾아와 주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사실 그 대회는 건우가 지금 한창 준비하고 있던 대회였기 때문. 물론 더 박하게 굴면 또 모를까, 제자라고 해서 결코 편애할 마에는 아니었지만. 행여 건우가 수상자에라도 오른다면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어떨진, 불 보듯 뻔 한 일이었다. 그렇게 되면 밤낮 없이 연습하던 그의 노력도 비웃음 거리가 되는 것. 마에 입장에선 이는 제 제자를 위한 최선의 배려였다. 


 “그래도 공연에는 꼭 좀 참석해주십시오. 당일, 저희 쪽에서 사람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변방의 지휘자, 영원한 에이 마이너, 오케스트라 킬러. 참으로 다양하고도 좋지 못한 수식어로 불렸지만, 동양인 최초로 뮌헨 필의 상임 지휘자를 맡게 되면서 그 사이 그의 평판은 많이 바뀌어 있었다. 더군다나 최근 3년 간의 그의 공연은 평론가들의 극찬을 이끌어내며, 평생 그를 억눌러왔던 2인자의 오명을 벗겨냈다. 하지만 사람도 변하긴 한다더니, 이제 마에는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자신과의 싸움이 괴로웠을 뿐이지, 남들의 평가에 일일이 휘둘려 살 것 같았으면, 그렇게 독불장군처럼 지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그렇게 살지도 못했겠지.


 “예, 아…… 그래요? 그럼, 지금은 어떠세요. 제가 지금 밖이라 출발하면 한 30분 내외로 도착할 것 같긴 한데. 네, 네. 알겠습니다.”


이야기를 끝나고 나오니 재훈은 한창 통화 중이다. 그러곤 뭐가 그렇게 심각한지, 전화기를 내려놓은 얼굴에 잔뜩 먹구름이 끼어있다. 


 “얼른 출발해.”

 “저…… 외삼촌.”

 “왜, 무슨 일인데? 회사야?”

 “회사는 아니긴 한데……. 가는 길에 어디 좀 잠깐 들러도 될까요? 여기서 한 30분이면 가는데. 금방 끝나요.”


웬일로 재훈이 제 눈치를 본다 싶어 마에는 더 묻지 않고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러나 저러나 재훈의 집에 가는 길이 아닌가. 좀 더 늦어도 사실 그는 별 상관 없었다. 제가 그러니, 재훈의 얼굴이 아까보다는 훨씬 밝아졌다. 아무래도 통화내용이 심각한 게 아니라, 제가 성질을 낼까 그게 더 걱정이었던 모양. 


 “저희 회사에서 후원하는 농아학교 선생님인데, 상의하실 일이 있다고 하셔서요. 제가 담당이거든요, 거기.”


이후 재훈이 뭐라 주절주절, 더 이야기를 꺼내긴 했는데. 마에는 차가 출발한 이후 악보에만 집중한 채, 그의 말을 귀담아 듣질 않았다. 내일은 건우가 오기로 한 날이니, 조금이라도 더 알려주려면 10분도 아까웠기 때문. 심사위원은 거절했더라도, 주최측의 제안대로 마에는 공연에는 참석할 생각이었다. 사실, 이번 콩쿨은 건우가 대학에 입학한 이래 처음 출전하는 대회였다. 더군다나 국내에선 손 꼽힐 만큼 큰 규모의 대회인데. 그런 자리에 자신의 제자를 세운다고 생각하니, 여러모로 신경 쓰이는 것은 당연한 일. 


 ‘정말 그냥 쉬러 오신 거에요?’


집에 올 때마다 몇 번이고 그렇게 되묻는 건우의 말에 팩하고 성질을 내기는 했지만, 그가 굳이 한국에서 안식년을 보내기로 한데에는 건우 역시 이유 중 하나였다. 물론, 이 사실을 절대 건우에게 알려줄 마음은 없었지만. 이를 알게 된다면 하루 종일 들러붙어 자신을 귀찮게 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 어찌되었건 자신은 휴식을 취하기 위해 한국에 온 것이니까. 이렇게 아무 일 없이 제대로 쉬어본 것도 몇 년만의 일이었다. 그러니 일정선 이상의 골치 아픈 일은 절대 사양이다. 


 “다 왔어요.”


정말 얼마 가지 않아 재훈은 차를 세웠다. 앞에는 작은 초등학교 건물 하나가 보였고, 주변은 이제 막 잎을 틔우기 시작한 나무와 꽃들로 가득했다. 어쩐지 서울 시내 한 복판에 있는 학교라고 하기엔 꼭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정경이다. 


 “차에 계실 거죠?”


아직은 조금 쌀쌀한 초봄 날씨에 차 안에는 내내 히터가 틀어져 있었다. 때문에 재훈은 시동을 끄지 않고 고개를 돌려 제 외삼촌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어쩐 일이지, 잠깐이나마 바깥 공기를 쐬고 싶다는 생각이 마에의 머리 속을 스쳤다. 아마 아기자기한 학교의 풍경 때문에 그런 기분이 든 걸 거다. 


 “아니야. 좀, 걷게.”

 “아, 그럼 여기 학교 바로 옆에 꽤 유명한 호수 공원이 있어요. 저 금방 나올 테니까, 잠깐 둘러보고 계세요.”


그렇게 말하고 차 문을 여는 재훈을 따라, 마에도 차에서 내렸다. 역시, 보는 것만큼이나 파릇파릇한 3월 봄 내음이 코 끝에 와 닿는다. 


 “저기 보이는 후문으로 나가셔서 왼쪽으로 꺾으시면 바로예요.”

 

마에는 재훈의 손끝이 가리키는, 학교만큼이나 작은 교문을 바라보았다. 하교 시간인지, 어린아이들은 삼삼오오 제 부모의 손을 잡고 담장 밖을 나서는 중이었다. 


 “저 금방 다녀올게요.”


그렇게 말하고는 재훈은 서둘러 학교 안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저를 마중 나온 직원 하나와 눈이 마주치고, 고개를 꾸벅이는 그녀에 재훈도 덩달아 인사를 건넸다. 


 “죄송해요, 갑자기 연락 드려서…….”

 “아니에요. 잘 지내셨죠?”


미안하다는 듯 미소 짓는 그녀에 재훈은 부러 입을 크게 벌려가며 안부를 물었다. 워낙 작은 규모의 학교인지라 교직원 자체도 많지 않았지만 몇 달 동안 이곳에 드나들면서 재훈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어왔다. 지금 자신 앞에 서있는 여직원의 건강상태를 포함하여. 


그녀는 귀가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인이었다. 꼭 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처럼 말이다.


 “그럼요. 교장 선생님, 교무실에 계세요.”

 “네. 아…… 삼촌!”


고개를 끄덕이던 재훈은 뒤를 돌아 마에를 불렀고, 그 목소리에 학교를 둘러보던 그의 시선은 제 조카를 향했다. 이에 재훈은 제 손으로 전화 받는 시늉을 낸다. 아마, 일이 끝나면 전화하겠다는 소리겠지. 그런데 제 조카를 바라보던 그는, 재훈 옆에 서 있던 여자를 보고 놀라 꾹 다물고 있던 입술까지 무심결에 열어버렸다. 그리고 그건, 그녀 역시 마찬가지. 그 여직원은 놀라 동그래진 눈을 하고 저와 똑같은 표정을 지은 채,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선생님…….”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니라면 그 사람은 분명, 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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