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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픽 6화

ㅇㅇ(180.70) 2018.04.24 19:46:45
조회 1024 추천 33 댓글 6

ㅎㅎ 우만기 할때마다 자꾸 베바 생각나ㅠㅠ제발 재방이라도 좀 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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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6시도 안된 시간하지만 초봄의 해는 언제나 그렇듯그리 길지 않다붉게 물든 하늘뉘엿뉘엿 저물어가는 하루의 끝자락공원을 찾은 사람들로 주변은 꽤나 소란스러웠다하지만 그 길을 걷는 어떤 남자와 어떤 여자 사이에는 무겁지도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침묵만이 흐른다여자는 주변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고남자는 주변의 소리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기 때문.

 

 수술 잘 끝났어요.”

 

그 때먼저 침묵을 깬 사람은 여자 쪽이었다사실두 사람 사이에 있어서 언제나 대화의 물꼬를 튼 건 그녀였으니새삼스러울 것도 없었지만.

 

 전이 된데 곳 없이 깨끗하데요.”

 “…….”

 

그 말에 남자는 그저 고개만 끄덕인다.

 

 마르신 거 같아요.”

 “……너도.”

 

이번엔 그녀의 말에 남자도 아주 짧고간단한 대답을 내어놓는다그에 남자의 얼굴을정확히는 그의 입을 빤히 쳐다보던 여자는 가볍게 웃는다.

 

 최 대리님이랑은……재훈씨요어떤 사인지 여쭤봐도 돼요?”

 조카외조카.”

 그렇구나그러고 보니까 두 사람 좀 닮은 거 가긴 하다…….”

 

그 말을 끝으로 또 다시 긴 침묵이 흐른다그런데 어쩐지 옛날이랑은 너무 다른 느낌이다이전에 이렇게 두 사람이 있으면 눈치보고긴장하고어쩔 줄 몰라 하는 건 그녀의 몫이었고 시침 떼고여유롭고기세 등등하던 건 그의 몫이었는데오늘은 자꾸만 그가그녀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마냥 해맑던그러면서도 누군가에게 무슨 일만 터졌다 하며 제가 더 펄쩍 거리며 뛰어다니던 모습이 너무 강렬하게 남아서였을까아니면 너무나도 차분한 지금의 모습이 적응이 되질 않아서 일까아무튼 마에는 지금 이 상황이그리고 자신의 모습이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았다.

 

 루미씨-!”

 

그때멀리서 그녀의 이름을 힘차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뒤를 돌아보니 누군가 이쪽을 향해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아마 루미씨하고 큰 소리로 부른 건 저 들으라고 한 소리겠지안 그럼 여기까지 꼼짝없이 뛰어와야 할 테니까자신이 걸음을 멈추자 빤히 쳐다보는 루미에게마에는 뒤를 향해 한 번 고개 짓을 해주었다루미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 곳을 향하고그제서야 그 사람은 뜀박질을 멈춘 채 손짓으로 그녀를 부른다.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다시 마에는 고개만 끄덕인다곧 있으면 재훈도 전화를 해오겠지오래 걸릴 일은 아니라고 했으니까그래도 돌아서는 루미와 함께 가지는 않는다그 긴 침묵을 또 견딜 자신이 없었기 때문그저 조금 빠른 걸음으로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는 게마음은 훨씬 더 편했다.

 

 선생님.”

 

근데 갑자기 그녀가 휙하고 돌아서더니 저를 부른다놀란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는데 루미는 너무나 담담한 목소리로,

 

 조심히 가세요.”

 

라 말했다.

 

 루미씨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세요?”

 

 가는 내내 말이 없는 마에에재훈은 그의 눈치를 살폈다무슨 생각을 그리도 깊게 하는지그의 시선은 내내 창 밖을 향해있다그렇게나 열심히 들여다보던 악보도 진작부터 옆으로 치워놓고재훈이 루미를 알게 된 것은 작년 딱 이 맘 때쯤의 일이었다그런데 무슨 접점이 있어 마에와 그녀는 진작부터 아는 사이인 걸까태어나 그가 그렇게 놀란 표정을 짓는 것을재훈은 처음 봤다.

 

 너 거기 언제부터 다녔다고 했지아까?”

 ?”

 

그런데 질문의 의도와는 다른엉뚱한 대답이 돌아온다아까는 악보에 콕 박혀 제 얘기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못들은 척은 했어도아예 무시한 것은 아니었나 보다.

 

 “3년 조금 안 됐어요…….”

 “……걔는?”

 누구요?”

 루미 말이야.”

 아마, 1년 정도그 학교 행정실에서 일하세요가끔 선생님들 수업도 도와드리고한 학년에 한 반씩 총 6학급인데아무래도 아이들이 선생님보단 루미씨가 더 편한 가봐요선생님들도 아이들이 정확하게 뭐가 불편한 건지 모를 때가 많으니까루미씨는…….”

 

그러다 재훈은 말문이 막힌다차마 그녀도 같은 처지인지라학생들의 마음을 잘 이해해준다는 말은 꺼낼 수가 없어서였다대신그는 좋은 이야기로 그녀의 아픔을 대신 포장해준다.

 

 학교 갈 때마다 몇 번 뵙지는 못했는데 참 밝고 긍정적이세요그래서 아이들이 좋아하나 봐요.”

 

그 말에 마에는 샐쭉하고 입 한쪽 꼬리를 올리며 무어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씩씩하고 굳세게…… 딱 쌈닭답네.”

 뭐라고 하셨어요?”

 신경 쓰지 말고 운전해.”

 

그제서야 마에는 다시금 옆에 제쳐두었던 악보를 꺼내 든다그 바람에 결국재훈은 마에와 루미가 어떻게 알고 지낸 사인지 묻지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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