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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여기는 비봉탐정사무소 홍마향편 10화

LaserBea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9.29 05: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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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비봉탐정사무소(こちら秘封探偵事務所) 홍마향편 10화


글 : 浅木原忍


일러스트  : EO


번역 : Laserbeam


원문 : http://longnovel.com/touhou/touhou001/touhou001-01/



viewimage.php?id=39b2c52eeac7&no=29bcc427bd8177a16fb3dab004c86b6f9d6f040c019103ca1bb3224d1962e9671817c3283c574e8dc75e38d314bcf06be2ab3da4ac0f2b157a5b60ca




한 명의 작은 병정이 혼자 남았다.

그가 목을 매어 아무도 없게 되었다.


 -29-

 “먼저 간다!”

 “뭘 그렇게 서두르는 거야, 외래인까지 데리고──”

 렌코의 요청에 의해, 마리사 씨의 빗자루는 레이무 씨를 추월했다. 우리는 뇌우 속을 가로질러 홍마관에 먼저 돌입했다.

 정문에 메이링 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문을 방치해두고 있는 사태라면──그리고 그 뇌우가 흡혈귀를 지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면, 답은 하나다.

 “자, 뭐가 나올까──오옷.”

 홍마관의 긴 복도를 날아가던 마리사 씨는 갑자기 빗자루를 멈추고 공중에 정지했다. 그 눈앞에 파츄리 씨가 그야말로 음산하다고 말할 수 있는 얼굴로 서있었다.

 “내려, 탄막 놀이다.”

 마리사 씨가 말하자, 나와 렌코는 빗자루에서 뛰어내려 기둥 그늘 뒤로 들어갔다.

 “뭐야, 또 왔어?”

 “또 왔다구. 이 비는 네 짓이지?”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야. 나 참, 너도 그렇고 작은아가씨도 그렇고. 정말 재수 옴 붙은 날이야!”

 그렇게 말하며, 파츄리 씨는 겨드랑이에 끼고 있던 책을 폈다. 그녀의 발밑에 마법진이 전개되며 푸르스름한 기둥이 몇 개 나타났다. 마치 달빛처럼 현란한 빛이었다.

 마리사 씨도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자세를 취했다. 팔각형의 그것은 아무래도 팔괘로인 것 같다. 팔괘로로부터 해방된 빛이 파츄리 씨 쪽으로 용솟음친다──.

 마법사끼리의 싸움은 화려하고 눈부시다. 반복되는 형형색색의 마법들의 응수를 내가 소리 없이 들여다보고 있자, 옆에서 렌코가 “역시──, 그런 것 같군.”이라고 중얼거린다.

 “뭐가?”

 “음──일단은, 이 싸움의 결말을 지켜보자.”

 여전히 거드름피우고 있다. 숨을 내쉬고 고개를 든 순간──붉은 불길의 탄환이 마리사 씨를 스친 뒤 우리 옆을 지나갔다. 등골이 딱딱하게 굳었다. 직격탄을 맞으면 바로 숯덩어리가 된다. 농담이 아니다.

 “끈질기네──이러면 어때!”

 “이런, 비장의 카드인가. 그렇다면 이쪽도 전력으로 간다!”

 파츄리 씨가 자신의 등 뒤에 전개한 마법진에서 칠색의 광탄이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마리사 씨는 그 속을 가로질러 파고들었다. 파츄리 씨의 품에 뛰어든 그 손에서, 팔괘로에 빛이 모이고──.

 “마스터, 스파아아아아아아크!”

 쿠아아앙, 하고 빛이 뿜어져나가며 눈을 크게 뜬 파츄리 씨를 집어삼킨다. 레밀리아 아가씨와의 싸움에서도 보였던, 그 엄청나게 굵은 레이저다. 그것을 거의 제로 거리에서 날린 것이다. 피할 수 있을 리 없다.

 빛이 사그라지고,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은 마리사 씨였다.

 “무큐─”

 복도에 대자로 누운 파츄리 씨에게, “안됐구만, 먼저 가마.”라며 마리사 씨는 윙크하고는 우리를 돌아본다.

 “너희들은 어떡할래?”

 “아, 저희들은 파츄리 씨에게 볼일이 있어서, 먼저 가세요.”

 “그래? 그렇군. 자, 자. 뭐가 나오려나.”

 마리사 씨는 빗자루를 몰고 복도 안으로 사라진다. 그것을 지켜본 우리는 쓰러진 파츄리 씨에게 다가갔다. 파츄리 씨는 벌떡 일어나 천천히 고개를 흔들고는 파자마같이 생긴 법의의 먼지를 털어내고는 일어섰다.

 “안녕하세요, 일전에는 폐를 끼쳤습니다.”

 “……저번에 왔던 인간들이네. 너희들도 도서관의 책이 목적이야?”

 “아뇨, 당치도 않습니다. 다만 저번에 감사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빨리 돌아가도록 해, 목숨은 보장 못하니까.”

 파츄리 씨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무서운 소리를 한다. 하지만 친구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시선을 받아들이며 언제나 그랬듯 고양이 같은 미소를 지었다.

 “여동생님께서, 밖에 나가려고 하기 때문이죠?”

 “……뭐야, 알고 있었어?”

 “이 비는 여동생님을 가두기 위한 거죠? 흡혈귀는 흐르는 물을 지나갈 수 없으니까요. 아가씨도 그렇게 말씀하셨고요.”

 “맞아. 어떤 녀석들이 이상한 바람을 불어넣는 바람에 우리 작은아가씨가 바깥 세상에 관심을 보이게 됐잖아. 결계도 파괴하고. 이쪽으로선 완전 민폐덩어리들이야.”

 파츄리 씨가 째릿 우리를 노려본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몸을 움츠렸다.

 “정말 그런가요?”

 하지만 친구는 그렇게 반문했다. 파츄리 씨가 의아해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뜻이지?”

 “여동생님이 바깥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것도, 그것을 비가 막고 있는 것도 모두 당신들의 계획대로잖아요, 파츄리 씨?”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걸까?”

 목소리가 굳었다. 친구는 모자챙을 들어 올리며 대답했다.

 “그냥 망상이에요. 우연히 이 저택에 들어오게 된 인간이 이 저택의 이상한 부분, 수수께끼 같은 부분들을 잘 맞춰서 하나의 이야기를 상상해냈죠. 이 흡혈귀의 저택에 숨겨진 커다란 비밀과── 레밀리아 아가씨가 이변을 일으킨 진짜 이유를 말이죠.”

 “진짜 이유? 그 레미를 부추긴 네가 무슨 소릴 하는 거지?”

 “네, 직접적인 계기는 제가 부추겼기 때문이죠. 하지만 제가 거기서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어차피 아가씨께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이변을 일으켰을 거예요. 표면상의 이유는 뭐든지 괜찮아요. 시간 때우기든 심심풀이든.”

 “……즉?”

 “당신들에게 필요했던 건, 레밀리아 아가씨가 이변을 일으켜 하쿠레이의 무녀에게 퇴치당하는 것──그 자체였습니다. 아닌가요?”

 파츄리 씨는 가만히 렌코의 얼굴을 바라본다.

 렌코는 모자를 벗고 그것을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리며 계속 말했다.

 “물론, 이것은 단지 외부인 한 명의 망상일 뿐이에요. 큰 실수라면 웃어넘겨 주셔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만약 이것이 정말 커다란 진실이라면 저희가 그것을 어디까지 마음속에 묻어둬야 할지. 파츄리 씨, 당신에게 확인하지 않으면 안되니까요.”

 모자를 다시 쓴 렌코는 그 말을 했다.

 그 《홍무이변》의, 홍마관의, 진실을 밝혀낼, 그 말을.


 “레밀리아 아가씨와 플랑드르 양은 흡혈귀가 아닙니다.”

 “────”

 “그녀들은 바로, 파츄리 씨, 당신이 소환한 악마입니다. 아닌가요?”

 


 -30-

 “──재밌는 소리를 하네. 좋아, 그 망상인지 뭔지를 알려주도록 하지.”

 파츄리 씨는 심하게 무표정인 얼굴로 그렇게 대답했다. “감사합니다.”라며 렌코는 가볍게 인사하고는 막힘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열쇠는 저택 내 시간 경과의 모순에 있습니다. 플랑드르 양의 방에서 저희가 보낸 시간이 사라졌으며, 저택의 하룻밤이 마을에서는 1주일이었죠. 아마 사쿠야 씨의 능력으로 이 저택의 시간과 공간을 흐트러뜨렸겠죠. 문제는 어째서 그런 일을 할 필요가 있었냐는 겁니다.

 또한, 연령 500세 이상의 아가씨께서 블라드 체페슈의 후예를 자칭한 점이 또 하나의 열쇠였습니다. 계산해보면, 아가씨의 나이는 드라큘라 공의 후예를 자칭하기에 부자연스럽죠. 그렇다면 나이, 또는 출신 중 하나가 허구입니다.

  또, 그래요. 저희는 여러분의 종족에 대해서 자칭하는 것으로밖에 알 수가 없죠. 그렇다면 아가씨가 흡혈귀라는 것 자체가 허구일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죠. 그리고 아가씨가 흡혈귀라고 한다면 이상한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렌코는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을 접어나가기 시작했다.

 “첫째, 흡혈귀는 피를 빠는 것으로 권속을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홍마관에는 그런 식의 수하로 보이는 자가 없습니다. 아가씨는 반 년 전에 세계를 정복하려고 했는데, 권속 한 명도 없다니 이상하지 않나요? 하지만 이것은, 플랑드르 양이 그 단 하나뿐인 권속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단 보류하겠습니다.

 둘째, 테라스에서 메이링 씨의 싸움을 관전하기 전에, 아가씨께서는 잡담 중에 스스로를 소식(小食)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옷을 피로 물들여버리기 때문에 스칼렛 데빌……이니 뭐니 그럴 듯한 말을 했지만, 흡혈귀가 피를 많이 마실 수 없다는 것 자체가 이상합니다. 피를 빨지 못하는 흡혈귀 같은 게 만약 존재했다고 쳐도 낙오됐겠죠. 낙오된 흡혈귀이기 때문에 구석의 저택에 주인으로 들어가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도 해봤습니다만──오히려 아가씨는 애초에 피를 빨지 않는 종족인 것이 아닐까, 그래서 권속도 없는 게 아닐까──저는 문득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아가씨의 진짜 종족은 무엇일까? 기억나는 것은 아가씨가 스스로를 자칭한 말이었습니다. 스칼렛 데빌──붉은 악마. 그것이야말로 그녀의 정체인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죠. 물론 그 당시에는 단순한 착상(着想), 작은 의심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뒷밤침할 수 있는 증거를 몇 가지 더 발견했습니다.

 셋째. ──레이무 씨와 했던 탄막 놀이의 마지막에, 아가씨는 진홍의 십자가를 발현시켜 레이무 씨를 공격했습니다. 십자가를 싫어해야 할 터인 흡혈귀가!

 넷째. 초대받지 않은 하쿠레이 신사에 아가씨는 당당히 들어왔습니다. 초대받지 않은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 또한 널리 알려진 흡혈귀의 약점이죠. 하지만 아가씨는 이것 또한 무시했습니다. 레이무 씨도 「쳐들어온다」며 투덜대셨으니까요.”

 다섯째. 그리고 그것은 심지어 한여름 낮이었습니다. 양산을 쓰면 괜찮다고요? 그렇다면 굉장히 햇볕에 내성이 강한 흡혈귀로군요. 저택에는 창문이 거의 없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여섯째. 흡혈귀는 흐르는 물을 건널 수 없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왜 홍마관의 위치는 호숫가인 걸까요? 호수 또한 강이 흐르고 또 흐르는, 흐르는 물입니다. 호수의 대류 정도면 괜찮다 쳐도, 근처에 호수에서 흘러나오는 강이 있어요. 왜 주거지를 일부러 약점 근처에 놓은 거죠?

 물론 이러한 특징들이 모든 흡혈귀의 공통점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아가씨는 특별한 흡혈귀이기 때문에 이러이러한 약점에서는 예외다’라고 변명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만큼이나 예외라뇨. 이만큼이나 일반적인 흡혈귀에서 벗어났다고 한다면, 아가씨가 흡혈귀라는 전제를 의심하기에 충분합니다. 아무튼 이쪽이 보기에, 아가씨께서는 흡혈귀 같은 모습을 무엇 하나도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아가씨가 흡혈귀가 아닌 악마라고 하면 어디서 왔을까, 그 대답은 소악마 씨가 알려주었습니다. 마법사가 소환하는 것으로 마계에서 오는 것이라고 말이죠.

 아가씨가 뱀파이어가 아닌 파츄리 씨, 당신에게 소환된 악마라고 한다면 반 년 전에 일어났다는 흡혈귀 이변도, 당신들이 단편적으로 말한 이 저택의 모습도, 모든 것은 보이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건물에 장치된 시간 흐름의 결계가, 당신들이 이 저택에 대해 말하는 것들이 허구임을 말한다는 걸 설명해드리죠.”

 모자챙을 만지작거리며 렌코는 담담히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바깥세상 어느 곳에 한 마법사가 있었습니다.

 마법사는 악마를 소환하는 방법을 연구했죠. 아시다시피 마계에 사는 악마들은 격이 낮은 마법사에게 소환될 경우 이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 그 마법사가 불러내려고 시도한 것은 소환 협상은 고사하고 단칼에 거절되어야 마땅한 강력한 악마였습니다. 하지만──그 악마는 호기심 때문인지, 욕구 불만 때문인지 마법사의 소환에 응하고 말았습니다.

 엄청나게 막강하고 파괴적인 힘을 가진 악마는 마법사의 제어를 떠나 제멋대로 날뛰게 되고 말았습니다. 피해를 키우지 않기 위해, 마법사는 그 악마와 함께 경계를 넘어 환상향으로 들어왔죠, 하지만 악마는 여전히 날뛰었습니다. 곤란해진 마법사는 이독제독, 또 다른 악마를 소환하여 그 악마의 힘을 빌어 날뛰던 악마를 꼼짝 못하게 했습니다.

 마법사는 새로 불러낸 악마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대등한 협력 관계의 계약을──.”

 나는 숨을 들이킨다. 렌코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즉──.

 “그것이 반 년 전 일어났다는 흡혈귀 이변입니다. 즉──당신이 제어하지 못한 막강한 악마를 다른 한 마리의 악마──당신이 계약을 맺어 지금은 레밀리아 스칼렛이라 자칭하고 있는 악마가 꼼짝 못하게 하고, 플랑드르 스칼렛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사쿠야 씨에게 종자로서 이자요이 사쿠야라는 이름을 줬듯이, 플랑드르 양 또한 동생이라 칭하며 이름을 준 것입니다. 그 소동을 흡혈귀 이변이라 명명한 시점에서, 당신들의 계획은 시작된 겁니다.

 아무튼 그 싸움의 결과로 플랑드르 양은 유폐되었습니다. 그녀가 악마였다는 기억과 함께 말이죠. 그녀를 제어하기 위해 당신들은 플랑드르 양이 흡혈귀이며, 레밀리아 아가씨의 동생이라는 기억을 새롭게 심어놓으려 했습니다. 그녀는 언니를 그리워하는 여동생이라고──플랑드르 양 날개의 모양이 언니와 다른 것은 그 때문이죠? 그 두 사람은 자매도, 어쩌면 같은 종족조차 아닐지도 모릅니다. 플랑드르 양에게 광기가 있다는 것은 즉, 흡혈귀가 아니라 강대한 힘을 가지고 날뛰던 시절 악마의 기억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게 아닌가요?

 그리고 파츄리 씨, 당신이 그 광대한 도서관 관리를 소악마 씨 혼자에게 맡기고 있는 것 또한 그것이 원인일 겁니다. 당신은 이미 그 마력의 대부분을 레밀리아 아가씨와의 계약에 사용해버렸기 때문에 소악마 씨 혼자와만 계약할 수 있었던 거죠──.”

 ──그렇다. 소악마 씨의 날개와 레밀리아 아가씨의 날개는 꽤 비슷하게 생겼는데, 자매일 터인 플랑드르 양의 날개가 완전히 다른 모양인 것은 분명히 부자연스럽다. 지금 렌코가 말했듯, 애초에 플랑드르 양이 다른 종족이라고 하는 게 훨씬 납득할 만한 이야기다──.

 “……그래서? 사쿠야와 메이링 얘기는 어디 갔지?”

 “플랑드르 양을 봉인하는 데 협력한 것이 아마 당신과 바깥세계에서 원래 알던 사람, 당신이 여기 홍마관으로 부른 사쿠야 씨와 메이링 씨가 아닐까요. 파츄리 씨, 당신이 오행 기반의 마법을 사용하는 것 또한 원래 서양 마법사가 아니며, 파츄리 널릿지라는 이름도 레밀리아 아가씨가 줬다고 하면 설명이 됩니다.

 사쿠야 씨는 그 능력으로 플랑드르 양을 유폐한 방의 시간을 조종했습니다. 불과 6개월 전에 봉인된 것을 수백 년 동안 지하에 갇혀 있던 것으로 인식하게끔 했죠. 지하의 그 방만 시간의 흐름이 가속해있었습니다. 그 지하실에서 수백 년간 플랑드르 스칼렛으로 지내게 하는 것으로, 그녀의 기억을 덮어씌워버린 거죠.

 ──얼마 전 레밀리아 아가씨가 소환한 붉은 안개의 확산을 체감적으로 빠르게 하기 위해 저택의 시간 경과를 느리게 한 것처럼 말입니다. 예시로 든 이것은 아마 아가씨가 지루해하시지 않도록 환상향 전체가 안개에 바로 휩싸이게 하게 하기 위해──라는 배려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만.”

 그것이 바로 며칠 전 렌코와 함께 검토했던 시간 경과의 모순의 수수께끼의 해답이었다.

 저택 바깥에서의 일주일이 저택 안에서는 단 하룻밤 사이에 지나갔다. 그리고 저택 안에는 반 년 동안 495년이 지나가버리는 방이 있다는 이중의 시간 결계. 홍마관이 강한 결계로 가득했던 것도, 플랑드르 양의 방이 단단한 결계에 싸여있던 것도 모두 사쿠야 씨의 능력으로 시간을 조종할 영역을 정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은 단지 플랑드르 양의 기억을 덮어씌우기 위해서이기만 할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우리가 시간을 넘어 팔십 몇 년을 거슬러 올라가며 도착한 곳이 홍마관의 지하 도서관인 것도, 이곳이 시간의 흐름을 가지고 여러 가지를 한 곳이기 때문이 아닐까. 홍마관의 늘어나고 줄어드는 시간들이 팔십 몇 년 후의 우리의 시간축과 엇갈렸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무엇을 생각하든, 렌코의 추리는 계속된다.

 “하지만 둘 중 더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메이링 씨겠죠. 왜냐하면 이 홍마관은 원래 메이링 씨의 저택이었을 테니까요. 아니, 그 말은 부정확할지도 모르겠군요. 오히려 이렇게 말해야죠.

 ──홍 메이링 씨는 홍마관이라는 저택 그 자체의 요괴이다, 라고요.”

 파츄리 씨가 작게 숨을 들이마신다. 렌코는 웃으며 말을 잇는다.

 “메이링 씨는 홍마관의 홍(紅) 자를 이름에 가지고 있으면서 왜 그렇게 저택에서의 입장이 낮고, 문지기라는 지위에 만족하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이야기가 거꾸로 가는군요. 그녀는 원래부터 이 건물 자체를 지키는 요괴였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이름에 붉을 홍(紅)자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레밀리아 아가씨와 사쿠야 씨가 그렇게나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강한데도 왜 이 홍마관에는 문지기가 필요했던 것일까요? 그것 또한 이야기가 반대인 것입니다. 메이링 씨는 침입자로부터 저택을 지키는 게 아닌, 이 저택에 감금된 막강한 악마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망보는, 역(逆) 문지기였던 셈이죠. 그래서 플랑드르 양을 보살펴주는 것도, 사쿠야 씨가 아니라 메이링 씨의 역할이었던 겁니다.

 즉 홍마관은 레밀리아 아가씨라는 주인이 살던 집이 아닙니다. 플랑드르 양을 봉인하기 위해서 바깥에서 환상향으로 들여온 이 저택 자체가 일종의 결계인 것입니다. 저택이 사쿠야 씨의 능력으로 넓어진 것도 플랑드르 양을 가두기 위한 봉인의 일환인 거죠.

 그리고 홍 메이링 씨. 그녀야말로 플랑드르 양을 봉인한 이 저택의 진짜 주인. 당신들이 그녀를 하대하는 것은 외부 사람들이 그것을 깨닫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메이링 씨야말로 홍마관의 진짜 주인이다──그것이 바로 당신들이 숨겼던 최고의 비밀이었습니다. 레밀리아 아가씨를 관의 정점으로 하여, 막강한 악마의 자존심을 지키면서 고삐를 단단히 잡고 있기 위해서 말이죠. 그리고 플랑드르 양에게 덮어쓴 기억을 더욱 견고하게 하기 위해서──맞죠?”

 렌코의 말이 끝나고 잠시 침묵이 자리했다. 그 고요함을 깬 것은 파츄리 씨의 웃음이었다.

 “재밌네. 하지만 그러면 레미가 이변을 일으킨 이유가 설명이 되지 않아. 이 저택이 작은아가씨를 봉인하기 위한 거라면, 왜 이 저택에 무슨 짓을 할 지 모르는 위험한 무녀나 마법사를 끌어들여야만 했을까?”

 그 물음에 렌코는 즉시 반문했다.

 “이야기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허구를 사실로 확정시키기 위한.”

 파츄리 씨의 안색이 확연하게 바뀌었다.

 “플랑드르 양을 저택에 봉인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그 봉인이 영원히 계속되리라는 보장은 없죠. 플랑드르 양이 언제 봉인을 깨고 저택 밖으로 나가버릴지 모르기 때문에, 당신들은 플랑드르 양에게 약점이 많은 흡혈귀라는 기억을 덧씌워 놓았습니다. 그렇게 하면 봉인을 깨고도 낮에는 밖으로 나올 수 없고, 흐르는 물을 건널 수 없으며 비가 내리면 나갈 수 없게 됩니다. 그녀의 발걸음을 멈출 방법이 많아지죠. 악마인 레밀리아 아가씨에게 흡혈귀를 연기해달라고까지 하는 것을 보아 당신들이 플랑드르 양의 힘을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정도 성공한 듯 보였죠.

 하지만 그것은 이 홍마관이라는 결계 안에서만 통용되는 이야기입니다. 만약 플랑드르 양이 홍마관이라는 결계를 부수고 바깥으로 나와 버리게 되면 그녀가 악마로서 날뛰었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는 요괴들과 맞닥뜨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그 요괴가 플랑드르 양의 덧씌워진 기억을 되찾게 해버리기라도 한다면 또다시 손대지 못할 흉포한 악마로 되돌아갈 수도 있죠. 이를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대답은 단순합니다. 결계의 범위를 넓히면 되죠. 이 환상향 전체로까지.”

 렌코는 두 팔을 펼친 채 홀린 듯 말한다.

 “즉, 이것은 이야기의 공유입니다. 홍마관의 주인은 레밀리아 스칼렛이라는 흡혈귀라는 이야기를, 이자요이 사쿠야는 인간, 홍 메이링이라는 요괴, 파츄리 널릿지라는 마법사가 그 밑에 있다는 이야기를 말이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레밀리아 스칼렛의 여동생이자 광기가 있어 저택 지하에 유폐된 플랑드르 스칼렛이라는 흡혈귀가 있다는 이야기를요. 플랑드르 양에게 뒤집어씌운 기억을 단단히 하기 위해서는 이 이야기가 환상향 전체에 널리 알려져야 합니다. 환상향의 어딜 가더라도 플랑드르 양은 레밀리아 아가씨의 여동생이라는 인식이 유지될 수 있도록.

 그 때문에 당신들은 하쿠레이의 무녀를 이용했죠. 이 환상향에서 일어나는 이변을 해결하는 무녀. 그녀의 무용담은 마을의 기록자에 의해 기록되어 환상향의 역사로 편찬됩니다. 그것에 의해 당신들이 만든 허구의 이야기는 사실이 됩니다.

 이야기라는 말은, 환상이라는 말로 치환해도 좋습니다. 즉 당신들은 레밀리아 아가씨가 이변을 일으키게 함으로써 환상을 현실로 바꾸는 데 성공한 거죠. 바깥 세계에서 환상이 된 것이 숨 쉬며 살아가는 장소가 바로 이 환상향이니까요──이 세계에서는 허구야말로 진실이 될 수 있죠.”

 거기서 숨을 몰아쉬며 렌코는 다시 모자를 눌러썼다.

 “지금 플랑드르 양이 바깥으로 나오려고 하고 있다는 것도, 그녀의 존재를 레밀리아 양의 여동생으로서 하쿠레이 레이무와 키리사메 마리사에게 인식시키고 그 이야기를 환상향에 퍼뜨리기 위해서겠죠. 그리고 혹은, 그녀가 흡혈귀라는 덧씌워진 기억이 제대로 그녀 자신을 구속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해본 것이기도 할 거예요. 흡혈귀는 빗속을 돌아다닐 수 없다──플랑드르 양이 그 사실을 기억하고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다면, 테스트는 성공. 플랑드르 양 스스로가 자신이 흡혈귀라고 확실히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됩니다. 하는 김에 말하자면, 홍마관 주위에만 비가 내리고 있기 때문에 신사에 가 있는 레밀리아 아가씨가 돌아올 수 없게 되면 하쿠레이의 무녀가 상황을 보러 이쪽으로 오게 되겠죠. 그렇게 하여 플랑드르 양과 레밀리아 아가씨가 직접 만나게 되는 상황을 방지합니다. 플랑드르 양을 힘으로 봉인시킨 것이 레밀리아 아가씨니까, 둘이 직접 만나 싸우면 아직 견고히 닫혀있지 않을 수 있는 기억이 돌아와 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정말 일석이조, 삼조, 아니 사조였던 겁니다.

 그리고 저희들은 이것을 위해 이용당했죠. 플랑드르 양이 외부 세계를 인식할 수 있도록 말이죠. 메이링 씨가 우리들에게 미행당한 것도, 저택 전체를 파악하고 있을 사쿠야 씨가 그것을 놓친 것도 플랑드르 양의 기억 조작과 봉인을 완전히 하기 위해 바깥에서 들어온 외래인을 사용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하쿠레이의 무녀가 해결한 홍무이변의 증언자 역할도 담당하게 되겠죠. 저희가 홍마관의 사정을 묻고 다니는 것을 막지 않았던 것도 표면상의 홍마관의 모습을 저희들이 알아주고, 나아가 다른 이들에게 전해주었으면 했기 때문이겠죠.

 ──그런 저희들에게 레밀리아 아가씨가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힌트를 준 것은, 흡혈귀 연기를 즐기면서도 악마로서의 자부심을 내비친 결과였던 겁니다.”

 거기까지 말한 뒤, 렌코는 모자를 손에 들고 우아하게 인사했다.

 “──아무튼, 제 망상은 여기까지입니다. 어떻게 즐기셨는지요?”

 파츄리 씨는 그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그리고, 웃었다.

 “꽤 재미있는 이야기였어.”

 “그것 참 감사합니다.”

 “정말 재밌는 이야기였으니까, 그것을 더욱 더 재미있게 만들어 줄 설정을 부가해줄게. 물론 이것은 단순한 허구, 환상이지만 말야.”

 파츄리 씨는 그렇게 말하며 걷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그 뒤를 따랐다.

 “흡혈귀 이변에 대해 너희는 얼마나 많은 것을 들었지?”

 “환상향에서 흡혈귀가 날뛰었고, 그것을 요괴의 현자가 해결했다고요.”

 “그래──우사미 렌코라고 했었지. 당신의 이야기에는 요괴의 현자가 나오지 않네.”

 “그건──아마, 당신들에게 무언가를 귀띔해 준 것이 요괴의 현자였던 건 아닐까요? 하쿠레이의 무녀를 사용한 이야기의 확산이라는 수법은, 환상향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당신들이 떠올릴만한 게 아니에요. 이제 막 환상향에 왔을 뿐이라고 했던 당신들이 탄막 놀이로 싸웠던 것과 하쿠레이의 무녀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도 그 이변 자체가 환상향이라는 세계를 잘 알고 있는 누군가의 귀띔에 의한 계획이었다는 증거죠.”

 “그래, 정말 핵심을 잘 찌르고 있어──그럼, 정말 중요한 단서를 알려줄게.”

 홱 돌아보고, 그 손에 들고 있던 책을 펴며, 파츄리 씨는 입을 열었다.


 “홍 메이링이, 그 요괴의 현자야.”



 -31-


 “──메이링 씨가요?”

 “뭐, 엄밀히 말하자면 부정확한 표현이지만 말야. 메이링의 정체는 이 저택 자체의 요괴──라는 것은 꽤 날카로운 해석이었어. 하지만 이 저택이 원래 외부 세계에 있었다면 일부러 날뛰는 악마를 환상향에 데려올 필요는 없어. 외부 세계에 있는 채로 이 저택에 봉인해버리면 되지. 안그래?”

 “────.”

 “그리고 당신은 흡혈귀 이변에 대해 이렇게 해석했지. 작은아가씨의 폭주를 레미가 억누른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도 아깝게 틀렸어. 정답은 ──날뛰었던 것은 레미와 작은아가씨 둘 모두였어. 그리고 나와 함께 이 둘을 퇴치하여 해결한 것이 홍 메이링──즉, 용신의 분신이었지.”

 “……용신?”

 “그래, 천계에 존재한다는, 이 환상향 최고의 신. 메이링은 그 용신의 분신이야.

 내가 소환해버리고 만 작은아가씨를 쫓아서 레미가 제멋대로 이곳에 나타났지. 마계의 망나니였던 작은아가씨가 마법사에게 불려간 것에 흥미를 느껴서 말야. 그렇게 작은아가씨가 날뛰는 것에 편승하여 레미도 날뛰기 시작했어. 그 때 용신이 개입해 와서 나에게 협력하고 먼저 레미를 억누르고 작은아가씨를 진압했지. 그리고 환상향의 평온을 위해, 나와 레미가 계약할 때 작은아가씨를 관리하는 역할을 레미에게 맡겼어. 역할을 마친 용신 자신은 다시 하늘로 올라가고, 후에 작은아가씨를 봉인하는 결계로 이 저택과 그 파수꾼인 저택의 관리자, 용신의 분신인 홍 메이링을 지상에 남긴 거야. 그것이 반 년 전 흡혈귀 이변의 진상이지.”

 “────.”

 “하는 김에 말하자면, 나와 사쿠야는 원래부터 환상향에서 살고 있었어. 사쿠야는 내 시종으로, 그녀가 가진 시간 조작 능력을 내가 연구하고 있었지. 사쿠야가 레미를 죽이려 했다는 건 사실이야. 내가 그 둘을 소환했을 때 그 아이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 둘에게 덤벼들었으니까. 뭐, 져버렸지만 말이지. 하지만 그 아이의 능력을 눈여겨본 용신이 메이링과 같은 저택의 관리자 권한을 주었어. 그래서 메이링과 사쿠야는 이 저택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지. 너희들이 촐랑거리며 저택을 탐사하고 있던 것도 말이야. 사쿠야가 아무리 시간 조작 능력이 있다지만 부르면 바로 올 수 있는 것도 그 저택의 관리자 권한 때문이지.

 나는 이 실패로 인해 잠시 자숙하기로 했어. 사쿠야도 내 시중을 드는 걸 그만두게 하고 레미를 회유하기 위해 레미의 종자가 되게 하였지. 지금은 훌륭한 흡혈귀의 시종이야. 사쿠야는 본심으로 레미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있어. ──뭐, 지금도 내 종자라고 해도 별로 기분나빠하지 않는 모양이라 나도 모르게 그만 여러 가지로 시중들게 했지.”

 아, 그래서 사쿠야 씨는 파츄리 씨도 주인처럼 모셨던 거구나.

 파츄리 씨야말로 그녀의 진짜 주인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메이링이 더 위험한 작은아가씨의 시중을 맡고 있는 거야. 공식적으로는 작은아가씨를 봉인하고 있는 나지만, 그것도 메이링의──용신의 힘을 빌린 거야. 작은아가씨에게도 표면상의 이야기를 교육하고 그 기억을 덧씌워 흡혈귀의 여동생인 것으로 봉인한다. 그것이 메이링의 진짜 일이지.

 아, 맞아. 작은아가씨의 그 날개──그게 메이링이 만든 봉인의 족쇄야. 등에 묶인 일곱 가지 보석이 작은아가씨의 진정한 힘을 막고 있어. 메이링의 일곱 색깔 탄막은 봤지? 무지개의 일곱 색깔은 하늘에 계시는 용신의 힘의 상징이야. 그리고 내 칠요의 마법도. 나무, 불, 흙, 금속, 물의 오행에 하늘의 빛인 해와 달의 힘을 용신이 부여하여 칠요가 되었지. 그래서 메이링이 만든 봉인을 나도 마법으로 사용할 수 있어.

 아, 그리고 당신들이 우연히 들어오게 된 결계의 구멍은, 당연하지만 저택을 환상향에 들여올 때 열었던 구멍은 아니야. 홍마관은 처음부터 환상향에 있었으니까. 그건 작은아가씨의 방의 결계가, 이 저택 전체의 결계와 부딪히며 생겨난 부분이야. ──하지만 우리는 환상향에서 확실히 신참이긴 하지. 레미를 주인으로 하는 홍마관의 주인, 파츄리 널릿지와 이자요이 사쿠야로서, 말야.”

 “………….”

 “──뭐, 그런 얘기도 있을 수 있다는 거지.”

 팡. 하고 책을 덮은 파츄리 씨는 엷게 웃는다.

 “물론, 모든 것은 환상. 믿고 믿지 않고는 너희들의 자유야. 이미 벌써 레미와 작은아가씨는 흡혈귀, 사쿠야는 레미의 종자, 메이링은 말단 문지기라고 하쿠레이 무녀의 입을 통해 구전되고 기록되어 사실이 되어버렸으니 모두 무의미해졌어.”

 “………….”

 “이제 직성이 좀 풀리셨나, 명탐정 씨? 이 세상에서 진실 따위, 대단한 의미를 갖지 않아. 당신이 그것을 밝혀낸 이곳, 환상의 세계에서는 허구의 이야기야말로 진실이니까.”

 “──충고, 감사합니다.”

 모자를 깊숙이 눌러쓴 렌코는 그렇게 대답했다. 나는 친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실이 의미를 갖지 않는다면, 비밀을 밝혀내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거지?

 우리 비봉구락부는 이 세계에서 무엇을 탐구해야 하는 것일까──?

 “이제 작은아가씨의 상태를 보러가야겠어. 마리사는 살아있을까.”

 파츄리 씨는 그렇게 말하며 두둥실 떠올랐다. ──그 때, “곤란해요, 파츄리 님.”이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돌아보자, 메이링 씨가 정말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어머, 용신의 분신 님. 마리사를 대놓고 침입시킨 것에 대한 변명은요?”

 “아니, 용신이라니 무슨 소리예요. 두 사람도 믿지 말아주세요. 파츄리 님의 농담은 정말 어렵다니까요──게다가, 침입자는 들여보내라고 하신 게 파츄리 님이잖아요.”

 “그랬던가? 뭐, 좋아. 사쿠야는?”

 “하쿠레이의 무녀 분을 마중하고 있어요.”

 “저쪽도 왔구나. 상당한 일이야.”

 파츄리 씨가 어깨를 움츠린다. 한편, 메이링 씨는 우리를 바라보며 뭔가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메리 씨, 사실은 이쪽에서 데리러 가려고 했습니다만.”

 “……엑, 저요?”

 “네. ──작은아가씨께서, 됐으니까 이걸 계속해 달라, 라고.”

 그렇게 말하며 메이링 씨가 내민 것은 ──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였다.

 “그 뒤 눈을 뜬 작은아가씨께서, 메리 씨가 없다고 소리치셨거든요. 제가 읽어주겠다고 했는데 메리 씨가 좋다며 말을 통 듣질 않아서……. 제가 메리 씨는 돌아가셨어요. 라고 했더니 그럼 만나러 가겠다며 결계를 파괴해버리셨어요. 그 상태로 일주일정도 겨우 막아냈는데, 마침내 그 방 밖으로 나가버리셔서……파츄리 님께서 이렇게 대기하고 계시긴 하지만 언제까지 유지될지.”

 “그건──어, 그……저, 죄송합니다.”

 나는 무심코 머리를 숙였다. 갇혀있으면서, 그것에 의문도 품지 않았던 플랑드르 양이 우리 때문에 바깥세상의 존재를 인식해버리고 말았다면 나는 그 아이에게 매우 잔혹한 것을 가르치고 말았는지도 모른다.

 “아뇨, 사과하지 않으셔도 돼요. 언젠가는 이렇게 되는 게 당연했으니까요.”

 메이링 씨는 웃으며 나에게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건넸다.

 “작은아가씨를,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책임은, 지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그 책을 받고 불안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경위로 마리사 씨를 따라잡았을 때, 마리사 씨와 플랑드르 양의 싸움은 이미 끝나있었다.

 마리사 씨가 너덜너덜해진 플랑드르 양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주고 있었다. 아무래도 마리사 씨가 이긴 것 같다. 다가가자 두 사람의 대화가 들렸다.

 “결국 다시 혼자가 된 걸까.”

 “혼자가 되면 목을 매는 거야?”

 “왜?”

 “She went and hanged herself and then there were none(한 사람이 목을 매어 아무도 없게 되었다).”

 “누구에게 들었어?”

 “유명한 동요라구.”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인용되는 마더 구스의 한 구절이다.

 하지만 그 마지막은, 크리스티가 확실히 다른 걸로 바꾸지 않았던가? 확실히 말하자면──.

 “내 생각대로라면 마지막 한 사람은 너였는데.”

 “아까 스펠카드에서 네가 사라졌을 때 말이야?”

 “She died by the bullet and then there were none(한 사람이 총알을 피하지 못하여 아무도 없게 되었다).”

 “기대가 어긋나서 안됐구만. 안됐지만, 탄막 피하기는 자신 있거든.”

 “뭐, 됐어. 어차피 목매달아도 안 죽으니까.”

 “목 맨 시체는 못생겼다구. 얌전히 진짜 노래대로 부르도록 해.”

 “진짜 노래?”

 “모르는 거야?”

 그래, 그렇다. 진짜 마더 구스의 마지막 부분은──.

 “She got married and then there were none(한 사람이 결혼을 하여 아무도 없게 되었다).”

 “누구하고?”

 “신사(神社)의 아가씨라도 소개해주도록 하지.”

 “이봐, 멋대로 소개해주지 마! 언니만으로도 엄청난 폐가 되는데, 동생까지 쳐들어오면 못 버틴다고!”

 그 장소에 난입해온 것은 반대편에서 날아온 레이무 씨였다. “오, 레이무. 늦었구만. 벌써 승부는 끝났다구.”라며 웃는 마리사 씨를 보고, 레이무 씨는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한숨을 쉰다.

 “처음부터 보고 있었어. 뭐, 귀찮을 일 없어서 좋지만. 너, 레밀리아의 여동생이야?”

 “맞아, 언니는?”

 “신사에서 돌봐주러 날아왔어. 착한 아이는 얌전히 돌아가서 자도록 해.”

 “여기가 내 집이야.”

 “그럼 돌아가지 않아도 돼, 나쁜 아이는. 나는 슬슬 돌아가도록 할게. 신사에도 또 하나 나쁜 아이를 두고 왔거든.”

 “나쁜 아이? 누군데?”

 “너하고 네 언니 말이야!”

 레이무 씨의 말에, 플랑드르 양은 불만스럽다는 표정으로 입을 삐죽인다.

 “작은아가씨, 방으로 돌아가도록 하죠.”

 그 때 파츄리 씨가 다가와 말을 건다. 험상궂은 표정으로 뒤돌아 본 플랑드르 양은 다음 순간 우리를 보고 얼굴을 활짝 빛냈다.

 “앗, 메리! 렌코!”

 일곱 빛깔의 날개를 흔들며 달려온 플랑드르 양은 나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아, 그 책! 읽어줘!”

 순진무구한 미소에, 아아──, 하고 나는 무심코 미소를 짓는다.

 “자, 계속! 다 읽어주지도 않았는데 없어지구 말야! 나빴어!”

 “……그래, 여동생님은 아직 범인이 누군지 모르지?”

 나는 웃으며 렌코를 돌아본다. 렌코도 얼굴을 들고 작게 웃었다.

 “맞아, 맞아! 빨리 빨리!!”

 “그럼 홍차와 케이크를 준비하고, 다과회에 이은 낭독회를 준비해야겠군요. 메이링, 준비해.”

 “네!”

 대체 어디 있었는지, 사쿠야 씨가 그렇게 말하며 나타났다. 메이링 씨는 고개를 끄덕이고 발길을 돌려 가려고 했다.

 “앗, 메-이링!”

 그 때 플랑드르 양이 메이링 씨에게 달려들었다. “자, 작은아가씨. 매달리시면 일을 할 수가 없잖아요.”라며 곤란한 듯, 하지만 기쁜 듯 말하는 메이링 씨의 등에, 플랑드르 양이 응석부리듯 매달렸다, 그 모습은 봉인된 악마와 봉인한 용신이 아닌, 그저 어린 아가씨와 그를 따르는 종자의 모습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니었다.

 “……너희들, 정작 저택의 주인은 놔두고 그러기야?”

 레이무 씨가 어이없다는 듯 그렇게 말하자, 사쿠야 씨가 “아.”하며 손뼉을 친다.

 “잊고 있었네요. 아가씨를 좀 불러주실래요?”

 “왜 내가 네 말을 들어야 하는데!”

 레이무 씨가 소리치자 그 자리에 웃음꽃이 폈다.

 모두가 웃고 있었다. 파츄리 씨도, 사쿠야 씨도, 메이링 씨도, 플랑드르 양도, 마리사 씨도, 나도──그리고 렌코도.

 그 웃음 속에서는, 진실이 무엇이든 별 의미가 없는지도 모른다.

 비록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이 환상이라 해도, 그걸로 된 게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중간에 착상의 한자를 표기한 것은 우리 순진무구한 동갤러들이 자궁착상을 생각할까봐서입니다. 着床이 아니라 着想입니다. 동갤러들은 자중해주십시오.


제가 18일부터 오늘까지 줄곧 8시에 일어나서 새벽 5시에 자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어서 좀 피곤하오니 (10/2까지는 그럴 예정)


오타라든지 오역이라든지 있어도 너그러이 넘어가주십시오 ㄳ합니다


본 소설은 이런 식으로 공식설정들을 짜맞추어 이변을 재해석하는 소설입니다.


다음은 홍마향편 에필로그로 이어지며 그 뒤에 요요몽편으로 이어집니다. 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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