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at was where the seed was planted
나의 2018년은 다음과 같이 흘러갔다.
2017년 크리스마스에 삼두근 수술을 받았다.
그때까지 엄청난 고통 속에서 경기를 뛰고 있었다.
경기 중에 아드레날린 따위는 돌지도 않았고
그저 빨리 경기를 마치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모든 게 아플 뿐이고, 팔은 말을 안 들을 정도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상이 또 겹치게 되니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수술을 받고 집에 돌아와서
'한동안 레슬링 생각은 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완전히 진이 빠져 있었다. (burn out)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정신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된 데다
수술 후 회복해서 어느 때보다 좋은 상태로 복귀하면 될 테니.
버밍햄으로 이사해 재활을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조깅을 한 뒤 첫번째 재활 프로그램을 한다.
점심을 먹고 두번째 재활 프로그램을 한 뒤
헬스장에 가서 리프팅을 한다.
똑같은 하루를 기계처럼 계속 반복했다.
가능한 최고의 몸상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8개월 이상 쉬었다가 복귀해야 한다면
어정쩡하게 굴다가 애매하게 떠나는 게 아니라,
WWE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선택지를 최선을 다해 전부 시도한 뒤에
미련없이 WWE를 떠나고 싶었다.
징징대며 떠나는 인간이 되기는 싫었다.
아이디어를 내고, 하루종일 빈스와 다투는 등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한 다음에 떠나고 싶었다.
7월쯤 됐을 때였다.
아직 팔이 성치 않아 리컴번트 자전거(* recumbent bike. 누워서 타는 자전거)를 타고
폰에 공연 영상을 틀어 시청하면서 동네를 돌아다녔다.
난 공연이나 콘서트 영상을 보는 걸 좋아한다.
실력 있는 사람이 하는 퍼포먼스는 무엇이든 다 좋아한다.
라이브 에이드의 프레디 머큐리나
코디가 추천한 로얄 알버트 홀의 킬러스,
1999년도 우드스탁 콘서트 같은.
그런 공연에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음악을 연주하며
관객들과 하나되어 소통하는 모습이나
살짝 가사를 바꾸거나 할 정도로 편안하게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게 좋다.
제리코 당신도 락스타니까 무슨 말인지 이해할 거다.
그런 공연들을 보다가 문득
저런 기분을 느껴본 지 너무 오래 됐다는 생각이 들어 슬퍼졌다.
아마 그때가 씨앗이 심어진 순간인 것 같다.
- This is the same...
재활을 마치고 버밍햄에서 돌아와
다시 레슬링에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한동안 레슬링을 찾아보지 않았었기에
다시금 빠져들어서 레슬링 자료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예전 자료 요즘 자료 가리지 않고
어릴 때 봤던 경기들, 일본, 인디, 임팩트, ROH 등을 시청하며
엄청 신나서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며 흥분해 있었다.
'이렇게 복귀하면 어떨까? 아냐 이렇게 해도 멋있겠다'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지만
그때마다 즉시 '아냐, 각본진이 그렇게 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이것도 못 하게 할 거야. 저것도 못 하게 하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지금 그 자식들 각본진 사무실에 모여 앉아
날 무슨 소시지 광고차(Oscar Mayer Wienermobile)에 태워서
복귀하게 만들 궁리나 하고 있는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불안해져서 견딜 수 없었다.

(Oscar Mayer Wienermobile)
레슬링을 다시 하는 건 너무 신나는 일이었지만
WWE에 돌아가는 건 전혀 즐겁지 않았다.
그러다 다른 단체로 가는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CZW나 일본 등, WWE만 아니면 어떤 단체든 상관 없었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끝까지 최선을 다하기로 다짐했기 때문에
복귀도 그들이 시키는 대로 하기로 마음 먹었다.
2월에 베가스에서 WWE 쇼가 있었을 때 빈스를 찾아가
"아직 복귀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악역으로 복귀했으면 좋겠어요.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요."라고 했다.
그러곤 항상 빈스에게 했던 말이지만
다시금 진심을 다해 말했다.
"난 내 캐릭터가 싫어요. 거울 속의 자신을 보는 게 싫을 정도에요.
내가 하는 모든 게 혐오스러워요.
지금까지 회장님이 시키는 실없는 짓들을 최선을 다해 수행해 왔는데
그게 통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이야말로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에요.
뭔가 다른 캐릭터가 될 기회라고요."
당시 나는 레슬매니아에서 복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후 세스와 대립하든 뭘 하든
레슬매니아에서 새로운 캐릭터로 '재데뷔'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복귀가 그보다 늦어졌긴 했지만.
어쨌든 그게 2월에 있었던 일이었고
난 제리코 당신의 조언대로 빈스를 직접 만나러 뉴욕으로 갔다.
한창 바쁠 쇼에 찾아가서 얘기하는 건 내 진정성이 훼손될 것 같았다.
누가 복귀 문제로 굳이 뉴욕까지 날아가나? 제리코 당신 이후로 내가 처음일 거다.
빈스를 만나 복귀에 관해 구상했던 내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스맥다운에서 복귀해 악역으로 AJ나 대니얼 브라이언과 대립한다거나 등등
온갖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지난 몇 년간 내가 한 짓들과 다르기만 하면 뭐든 괜찮았다.
하지만 빈스는 이미 10월에 호주에서 쉴드가 경기하기로 정해져 있다고 했다.
이미 광고를 시작했기에 적어도 그 전에는 내가 악역이 될 일은 없었다.
난 세스의 파트너로 복귀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건 불만이 없었다. 난 세스와 태그팀으로 뛰는 걸 좋아한다.
둘이서 명경기도 많이 뽑아냈고.
(제리코: 하지만 예전과 똑같은 거잖아.)
예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WWE가 계획했던 내 복귀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던 모양새였다.
충격적이지도 특별하지도 않고
누구나 알고 있는 친숙한 루나틱 프린지. 그게 다였다.
난 완전히 힘이 빠져서 뉴욕을 떠났다.
'그게 다야? 그걸로 끝이야?' 생각하면서.
WWE는 내가 섬머슬램 전 주에 복귀해서
섬머슬램에 세스와 태그팀으로 뛰길 바랐다.
난 "그럼 적어도 섬머슬램에서 복귀하게 해주세요.
그게 옳은 결정이든 아니든 임팩트만큼은 클 테니." 라고 했고
WWE도 섬머슬램에서 복귀하게 해주겠다고 했다.
난 힘이 빠진 채 오하이오로 돌아와
조이 머큐리와 코디 호크와 함께 훈련하기 시작했다.
로프 반동조차 하지 않는 완전 올드스쿨 방식으로
그저 브롤링으로 사람만 쥐어패는 스타일의 레슬링을 연습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 둘과 저녁을 먹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이번주 RAW에 복귀해서 세스의 코너에 서기로 됐다."는 내용이었다.
토씨 하나 안 빼먹고 자기들이 원래 계획했던 대로였다.
내 의견은 듣는 척만 하고 무시한 거다.
그나마도 복귀한 날 경기나 몸싸움도 안 하고
그냥 멀뚱히 나왔다 들어가기로 돼있었다.
복귀는 아직 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잔뜩 빡이 쳤다.
난 조이와 코디에게 문자를 보여주며
"이게 제대로 된 복귀라고 생각해?
9개월만에 복귀하는 건데 지금 나보고..."
(제리코: 그냥 "안뇽ㅋ"만 하고 들어가라는 거네)
그나마 다행인 건 적어도 몸싸움은 어떻게 어거지로 집어넣었다.
- How do you screw that up?!
이건 또 다른 예시다.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니다.
저놈들이 어떻게 모든 것을 망치는지를 보여주는
아주 작은 예시일 뿐이다.
9개월의 기나긴 재활기간 동안
복귀했을 때의 환호(pop)를 상상하며 겨우 버텼다.
예상치 못한 순간의 내 테마가 울려퍼지면
아이들이 소리지르고 관객이 완전 열광하는 그런 그림.
그런 기분을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 했으니까
그 순간을 느끼고 싶어 견딜 수 없게 되는 거다.
복귀날 고릴라 커튼 뒤에서 대기하며
세스가 하는 프로모를 듣고 있었다.
난 그 프로모의 대본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저 '좋아, 9개월 간의 고통과 기다림도
이 한번의 환호로 다 씻겨 나갈 거야.
모두 이 순간을 위한 거였어.' 하며 설레고 있었다.
그때 세스가 이런 대사를 쳤다.
세스 잘못은 아니다. 걘 그냥 대사를 읊은 것 뿐이니까.
"네 코너에 스코틀랜드 사이코패스가 있다면...
(정적)
내 코너에는 루나틱이 있다!"
순간 관객석은 온갖 반응이 뒤섞였다.
"오 딘이 복귀했나봐!"하는 반응과
아직 세스가 뭐라는지 들으려는 사람들과
환호성, 웅성거림 등이 섞여서 개판이었다.
내가 나오는 순간에는 다들 열광하긴 했지만.
저놈들은 이런 식으로 무엇이든 망쳐버린다.
어떻게 이걸 망칠 수가 있냐?!
그냥 버튼만 누르면 될 정도로 간단한 건데!
저놈들은 뭐든 지들 손을 거쳐야 한다.
지들이 월급만 축내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그딴 식으로 어필하려는 건지 뭔지.
이건 모든 걸 하나하나 과도하게 손보려고 하는 게(over-producing)
어떤 건지 보여주는 완벽한 예시다.
어떻게 이걸 망칠 수가 있냐?!
믿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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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이 하도 많아서 퇴고 없이 들리는 대로 슥슥 써내려갈 테니
직역이 심하거나 단어가 반복되거나 앞뒤 문맥이 요상하더라도 감안해주길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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