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방송국인 Viceland에서 최근에 엄청나게 재밌고 유익한 프로레슬링 관련 다큐멘터리들을 방영하고 있습니다 (http://wmania.net/forum/4216488). 확인해보니 최근에 일본의 여자 프로레슬링 단체인 스타덤을 다룬 편이 나왔네요.
위 링크에서 얘기한 것처럼 하나하나 빼놓을 것이 없는 멋진 다큐멘터리이고, 이번 편 역시 기대 일상으로 훨씬 좋은 다큐멘터리입니다. 새로이 알게 된 것도 많고, 들은 바야 있었지만 직접 화면으로 보니 충격적인 면도 여럿 있었습니다.
다큐멘터리의 내용, 그리고 제 감상이 섞인 내용을 두서 없이 몇 자 적어보고자 합니다.
- 북미와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여자 프로레슬링은 "눈요기" 용을 위하여 모델 등을 영입하기 시작한데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본의 "도장" 시스템이 개입하면서 그 길은 완전히 갈라졌고, 지금 우리가 잘 아는 하드코어한 '죠시프로'가 생겨났다고 합니다.
- 이 다큐멘터리의 사실상 주인공은 시라이 이오와 호죠 카이리가 떠난 지금, 스타덤에 유일하게 남은 1기생 에이스인 이와타니 마유입니다. 본인은 스스로가 "에이스"라고 말하는건 부담스럽다고 하지만요. 다큐멘터리 자체가 마유의 말로 시작합니다.
매번 경기장에 들어설 때마다 이렇게 주문을 외워요. '다치지 말자, 다치지 말자, 마유 힘내자.' 이거 방송에서 처음 얘기하는 것 같네요.
편모 가정에서 자랐고, 학창 시절 불미스러운 일을 겪으며 은둔형 외톨이로서 몇 년을 보내다가 스타덤 연습생 광고를 보고 무일푼으로 무작정 집을 뛰쳐나와 레슬링을 시작했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어찌되었건 자신의 삶은 레슬링으로 인해 구원받았다니, 그건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 다큐를 틀면서 살짝 우려가 되었던 것은 그 악명 높은 스타덤의 사장, 롯시 오가와가 윤색되서 나오는게 아닐까 싶은 점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롯시 오가와의 얼굴이 뜨자마자 바로 나오는건 크리스 울프의 "오가와 사장은 비즈니스맨이죠. 솔직히 우리들한테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돈을 벌어다주고, 정기 연습에만 나오면요"라는 뼈를 때리는 평가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오가와 자신 역시 그런 모습을 전혀 숨기려 들지 않습니다. 중학교 3학년 미성년 레슬러를 두고서 "쟤는 아마 오래 못 갈겁니다. 지금 매출을 보면 말이죠." 같은 얘기를 서슴지 않고서 방송에서 하는걸 보면 말입니다.
- 잘 알려진 바이지만, 일본 아이돌 시장은 한국 이상으로 기형적입니다. 프로레슬링계, 특히나 여자 프로레슬링계도 마찬가지구요. "밋 앤 그릿에서 헐벗은 14세 소녀 레슬러에게 중년의 남자 팬이 선물을 주고 함께 사진을 찍는건 ... 좀 미묘합니다."라는 내레이션이 대놓고 나오는걸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 엄격한 선후배 문화가 소개되면서 그 악명높은 요시코-아쿠토의 시멘트 매치가 대놓고 소개되는 것 역시 깜짝 놀랐습니다. 특히 최근에 '저패니즈 오션 사이클론 수플렉스'를 둔 일련의 사건에서 알게된 일본 여성 프로레슬링계의 기이한 폐쇄성을 알고 나니, 새삼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http://kkjzato.egloos.com/3234180).
- 외국인 선수들인 크리스 울프, 토니 스톰, 자야 브룩사이드의 인터뷰도 주목할만 했습니다. 특히 지금은 은퇴한 것으로 알고 있는 크리스 울프에게 많은 부분이 할애되었습니다. 영어권에서는 주어지기 힘든 여성 레슬러들의 치열한 레슬링이 펼쳐질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감사와 동시에 외국인 그리고 동시에 여성으로서 일본 사회에서 '오갈데가 없는' 처지가 함께 언급된게 흥미로웠습니다.
스타덤을 잘 아시는 분은 잘못된 점을 발견하실 수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다큐멘터리는 스타덤의 강점과 약점, 그 모두를 가감없이 보여준 꼭 볼만한 영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스 리본, 센다이 걸즈 등의 다른 단체들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솔직히 보면서 많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흔히 북미에서 일본 여자 프로레슬링은 북미 식의 '아이캔디'와는 대비되는 하드워커의 세계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 당장에 이번 더블 오어 낫씽에서 벌어진 3:3 태그매치에서도 그런 뛰어난 경기력을 엿볼 수 있었구요.
근데 적어도 이 영상을 보고서는 일본 식으로 뒤틀린 '아이캔디'로서의 역할, 그리고 몸을 지독히도 혹사시키는 하드코어한 워커로서의 면모가 둘 다 요구되는게 일본 여자 프로레슬링, 최소한 스타덤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 많은 생각이 드네요.
어쨌든 기회가 되시는 분들은 위 링크를 타고가 다큐멘터리를 시청하시는걸 꼭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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