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일반] 리뷰북동의완 리뷰 - '나의 사랑'과 '사랑하는 나'를 위한 예의앱에서 작성

ㅇㅇ(220.120) 2020.10.14 13:18:19
조회 3700 추천 129 댓글 56
														

단원들 안녕. 우선 이 리뷰는 제목에서 명시한 것처럼 극의 전체적인 흐름에 대한 리뷰는 아니고, 말 그대로 간단한 리뷰가 될 것 같아. 나는 이 리뷰를 통해 '송아가 자신의 사랑을 지켜내는 법'을 내가 좋아하는 문학 작품의 일부분과 더불어서 해석해 보고자 해. 다른 념글에서 백가희 작가님의 문장과 장면을 함께 배치한 짤을 보고 시도해 보는 리뷰인데,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알려 줘!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게. 오늘 내가 단원들과 함께 보고 싶은 작품은 정이현 소설가의 <너무 상냥한 폭력의 시대>라는 소설집에 수록된 '미스조와 거북이와 나'라는 작품이야. 그리고 이 작품에서는 이런 문장이 나와.

"어떤 사람이 제멋대로 나를 침범하고 휘젓는 것을 묵묵히 견디게 하는 건 사랑이지만, 또 그 이유로 떠나기도 하지.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 정이현, <너무 상냥한 폭력의 시대>, '미스조와 거북이와 나' 중

내가 평소에도 정말 좋아하고 아끼는 작품과 문장이야. 나는 울드를 보면서, 다른 모든 인물들을 아끼지만 특히 송아를 조금 더 사랑하고 공감하는 입장이어서 그런지 보는 내내 이 문장이 계속 떠오르더라. 그리고 14화의 준쏭 이별 장면을 봤을 때 이 문장 속에 담긴 감정들이 완성되는 걸 느꼈어. (ㅠ ㅠ)

이번에는 14화의 준쏭 이별 장면을 함께 보자.

송아는 틈만 벌어진 블라인드 사이로 희미한 달빛이 새어드는 어두운 연습실에 혼자 앉아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랑하기 위해 첫 번째로 용기를 냈던) 바이올린을 들여다보면서 가장 사랑하는 (사랑하기 위해 두 번째로 용기를 낸) 사람에 대해 생각해. 더 섬세하게 파고들어가자면,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위해 스스로의 마음을 기꺼이 깎아서 내어 주었던 '나'에 대해 생각하지. 내가 바이올린과 준영이에게 보내는 사랑, 즉 '나의 사랑'과 그들을 '사랑하는 나', 사랑을 내어 주는 주체인 '나'를 생각하는 거야. (전적으로 나 단원의 주관적인 해석이야. 참고 부탁.)

이어서 송아는 준영이에게 이별을 고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해.

"나 힘들어요, 준영 씨. 불안하고, 상처받고, 흔들려요. 나는 다 잘하고 싶었거든요. 바이올린도, 준영 씨와도. 그런데 해도 안 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이제 그걸 알았어요. 준영 씨 때문에, 아니, 준영 씨한테 휘둘리는 내 마음 때문에 모든 게 다 엉망이 되는 느낌이에요. 이제 그러기가 싫어요. 내 마음이 지금보다는 덜 불안했던 때로, 힘들고 상처받고 있었어도 혼자 잘 걸어가고 있었던 때로, 적어도 내가 어디로 걷는지는 알고 있었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다시 봐도 눈물이 난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하지. 이걸 완벽하게 살리는 송본 연기까지 갓벽해. 아무튼, 여기서 중요한 건 송아의 이별 고백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내 안에서 당신을 향한 사랑이 사라졌어요."가 아닌 "내 마음이 당신 때문에 이렇게 엉망이 되었어요. 그래서 내가 너무 아파요. 아프지 않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라는 거야.

연인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야. 대부분의 연인들은 사랑을 더는 지속시킬 수 없기 때문에, 지속시킬 수 있는 사랑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이별을 선택해. 하지만 송아는 준영이에 대한 사랑이 없어졌다기보다, 사랑을 위해 견뎠던 너무 많은 것들(외부의 시선, 실력 차이, 너무 많은 비밀, 송아 자신의 사연들)로부터 지쳐 버렸기 때문에 그런 '나'를 한 치 앞이 불안정한 길에서 구해 주고 싶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별을 말하고 있어.

대사를 마저 이어서 보자.

"어떻게 기대요? 나보다 더 흔들리는 준영 씨한테 어떻게 기대요. 들었어요, 트로이메라이." - "정경 씨에 대한 준영 씨 마음 이해해 보려고 했어요. 이제 사랑하지 않는다면서도 잘라내지 못하는 그 복잡한 마음이 뭔지. 어쩌면 그런 준영 씨를 지켜보는 나보다 준영 씨가 더 힘들 거라고 내 스스로를 다독였어요. 근데 준영 씨가 언젠가 그랬죠."

이 대사에서 내가 서두에 적어 두었던 문장과 송아의 심경이 나란히 상응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어. 송아는 송아 자신으로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준영이와 정경이의 사연, 그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들이 송아 자신을 "침범하고 휘젓는 것"을 "사랑"이라는 이유로 "묵묵히 견디"고 버텼어. (송아가 쉽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는 준영이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거듭하고, 기다리고, 더 큰 마음으로 보듬어 주기를 바랐던 건 다른 단원들의 무수한 고퀄 리뷰들에서 충분히 볼 수 있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건 당연히 사랑 때문이야. 살면서 "두 번째로 낸 용기"라고 꼽을 만큼 준영이를 절박하게, 몹시도 사무치게 사랑했으니까.

여기서 서두에 인용한 작품의 간단한 줄거리를 설명해 줄게. 상황과 모습은 전혀 다르지만 마음이 흐르는 방향은 지금의 송아와 느끼는 것과 비슷하거든.

인용한 문장은 작품 속의 "미스조"라는 인물이 주인공에게 말하는 대사야. "미스조"는 주인공의 아버지를 사랑했어.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그 남자는 "미스조" 이전에도 많은 젊은 여자들을 집에 들였고, 몇 년 정도 함께 살다가 이별한 뒤 내보냈어. "미스조"도 그런 여자들 중 한 명이야. 아버지는 여자들과 즐기기 위해 만났지만 "미스조는" 아버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돼. 그래서 아버지의 친척 일가의 결혼식에 가던 날 "미스조"는 "자신은 그의 가족들에게 소개받을 수 없는 처지"인 걸 알면서도 꿋꿋하게 따라가서 아버지의 옆에 서 있어. 그의 가족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서. 아버지는 "미스조"를 누구에게도 소개할 수 없다고 미리 경고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함께 결혼식장에 가고, "미스조"는 투명 인간 취급을 당하지. 그날 이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버지와 "미스조"는 이별을 결심하게 돼. 다시 머지않아 "미스조"는 아버지의 집을 떠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떠났다는 말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주인공에게 그날의 일을 회상하면서 하는 말이야. 주인공은 그 말을 들으면서 "미스조"가 아직도 아버지를 사랑하는 것 같다고 어렴풋이 추측해.

"미스조"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떠난 뒤, 한평생 그 사랑을 지키면서 살았던 거야.

제목처럼 '나의 사랑'과 '사랑하는 나'를 끝끝내 지켜내고 만 거지. 죽을 때까지.

아마 송아도 그런 각오로 준영이에게 이별을 고하진 않았을까 싶어. 준영이는 송아에게 쉽게 사라지거나 흩어질 사랑이 아닐 테니까.

이제 마지막 대사를 볼게.

괜찮다고, 남들 말고 본인을 생각하라는 준영이의 말을 회상한 뒤 송아는,

"준영 씨 마음을 이해하느라고 내 마음에 상처를 너무 많이 냈어요. 이제 그러고 싶지 않아요. 그냥 나만 생각하고 싶어요. 나 준영 씨를 사랑하기가 힘들어요. 행복하지가 않아요."

이렇게 대답해. 지금까지 내가 설명하던 것들과 일맥상통하지. 송아는 '나의 사랑'과 '사랑하는 나'에게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별을 선택한 거야.

+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송아의 목에 있는 상처도 떠올라. 바이올린과 신체적인 상성이 맞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상처가 생길 걸 감수하고 붙들고 있던 송아의 모습이 눈앞에 선연해. 거울을 보면서 너무 심하게 덧난 상처를 매만져 볼 때의 송아는 그제야 어렴풋이 "내가 지금 걷고 있는 길은 어디일까. 이렇게 나를 아프게 하는 길에 계속해서 억지로 서 있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

때문에 준쏭의 헤어짐은 너무 슬프지만, 나는 이 장면에서 송아를 더더욱 사랑하게 됐어. 사실 사랑이라는 게 그렇잖아. 두 사람이 모두 같은 크기의 마음을 가질 수가 없어. 사랑의 성질이라는 게 워낙 그래서. 저게 나 단원의 상황이었다면 나는.... 내가 병들고 구질구질해지고 한없이 추락하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매달리다가 더한 파국을 맞이했을 것 같거든. 나는 사랑할 때 나보다 상대를 더 사랑하는 편이라.

그런데 송아는 극 초반에서부터 쭉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실력에 대한 확신이나 자신감이 부족하고, 외부에서 자꾸만 자기를 아프게 하는 말들조차도 기꺼이 찔리는 마음으로 전부 포용하면서도 끝까지 자기 자신의 심지를 잃지 않아. 송아는 바람에 쉬이 흔들리지만 뿌리만큼은 무엇보다 억세고 질긴 갈대 같은 사람이야. 나로서는 이런 사람한테 마음을 주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더라.

사랑을 하면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자주 들여다보게 되고, 보고 있으면 배울 점을 찾아서 나에게도 적용시키기 마련이니 준영이도 송아와 함께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을 터득해 나갈 거라고 생각해.

무엇보다 송아는 자기 자신에게 예의를 지킬 줄 아는 정중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니 맞은편에 있는 준영이를 한없이 다정히 여기는 마음으로 사랑할 거라고 믿어.

결론은 어떤 길을 걷게 되든 준영과 송아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고, 선택한 그 길에서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래야만 돼. (눈물 닦을 휴지 뜯는 중)

솔직히 14화도 그렇고 극의 모든 부분이 완전무결하다고 할 수 없을 만큼 아쉬운 점도 더러 있지만 송아의 이런 부분은 도저히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서 이렇게 적어 봤어. 생각하던 것들을 한풀이하는 느낌으로 적은 거라 구구절절 길어지는데 읽을 수 있는 사람만 읽어 주면 돼! 읽어 주고 공감해 주면 정말 고마울 것 같아.

정독해 줘서 고마워! 브요일까지 존버 파이팅.








- dc official App

추천 비추천

129

고정닉 3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 설문 2026년 사주나 운세가 제일 궁금한 스타는? 운영자 25/12/29 - -
- AD [최대 100만원] 네이버 라운지 메이트 모집 중 > 운영자 25/12/26 - -
- AD 연말 준비 파티는 여기여기!! 운영자 25/12/22 - -
95467 공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갤러리 가이드☆★☆★ [14] ㅇㅇ(125.184) 22.01.14 16976 88
16973 공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갤러리 단어장★☆★☆ [52] 갤단어(125.184) 20.10.02 63115 239
2925 공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갤러리 이용 안내 [10] 운영자 20.09.15 39040 14
1286 공지 안녕하세요. [213] ㅇㅇ(223.38) 20.09.10 35790 1249
110086 일반 송아시 [3] 7151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8 33 0
110085 일반 방금 정주행 끝냈는데 진짜 명작 드라마다 [5] 브갤러(221.159) 12.28 130 1
110084 일반 오랜만에 준영이가 보고싶네 [4] ㅇㅇ(222.98) 12.28 83 0
110083 일반 2025년 [5] 7151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7 80 0
110082 일반 송아시 [3] ㅇㅇ(121.171) 12.27 63 0
110080 일반 송아시 [2] 7151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6 33 0
110079 일반 준영시 [2] ㅇㅇ(121.171) 12.26 35 0
110078 일반 송아시 [4] 7151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5 40 0
110077 일반 송아시 [4] ㅇㅇ(121.171) 12.25 57 0
110076 일반 메리 크리스마스 쭌쏭 [6] ㅇㅇ(121.171) 12.25 125 0
110075 일반 송아시+3 [2] 7151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4 35 0
110074 일반 송아시 [2] ㅇㅇ(121.171) 12.24 60 0
110073 일반 준영시 [2] ㅇㅇ(121.171) 12.24 51 2
110072 일반 송아시+7 [2] 7151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3 61 0
110071 일반 송아시 [2] ㅇㅇ(121.171) 12.23 59 0
110069 일반 송아시 [3] 7151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2 58 0
110067 일반 궁금한거 있음 [1] 브갤러(211.234) 12.21 173 0
110066 일반 안놓쳤다 송아시 [2] ㅇㅇ(14.42) 12.21 88 0
110065 일반 안놓쳤다 준영시 [3] ㅇㅇ(14.42) 12.21 81 0
110064 일반 송아시 [3] 7151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0 67 0
110063 일반 갓보리 인스스업(feat.꿀민) [4] oo(121.125) 12.19 279 24
110062 일반 꿀민 감독님 소식 [7] ㅇㅇ(118.235) 12.19 289 18
110061 일반 송아시+3 [3] 7151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9 62 0
110060 일반 송아시 [3] ㅇㅇ(121.171) 12.19 76 0
110059 일반 송아시+3 [3] 7151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8 64 0
110058 일반 송아시 +1 [2] ㅇㅇ(121.171) 12.18 82 0
110057 일반 안놓쳤다 송아시 [2] ㅇㅇ(221.153) 12.18 81 0
110056 일반 안놓칠거야 송아시 7분전 [2] ㅇㅇ(221.153) 12.18 96 0
110055 일반 나도 양말 실착샷 [6] 브갤러(211.234) 12.18 202 0
110054 일반 송아시 +17 [3] ㅇㅇ(221.153) 12.17 95 0
110053 일반 안놓쳤다 준영시 [4] oo(211.234) 12.17 92 0
110051 일반 안놓쳤다 준영시 [3] oo(211.234) 12.17 89 0
110050 일반 송아시 [2] 7151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6 68 0
110049 일반 송아시 [2] ㅇㅇ(121.171) 12.16 77 0
110048 일반 준영시 [2] ㅇㅇ(121.171) 12.16 82 0
110047 일반 [뻘글] 준영씨 계속 행복하세요 [7] 브갤러(14.39) 12.16 202 0
110046 일반 송아시 [2] ㅇㅇ(121.171) 12.15 84 0
110045 일반 송아시 [3] 7151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4 80 0
110044 일반 송아시 [3] ㅇㅇ(121.171) 12.14 97 0
110043 일반 송아시 [2] 7151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3 72 0
110042 일반 총대님. 혹시 엽서 구성이 이렇게 되는 거 맞아? [3] 브갤러(211.235) 12.13 223 0
110041 일반 송아시 [3] 7151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2 85 0
110040 일반 송아시 [3] ㅇㅇ(121.171) 12.12 108 1
110039 일반 송아시 [2] ㅇㅇ(116.126) 12.11 94 0
110038 일반 송아시 [2] 7151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0 83 0
110037 일반 송아시 [2] ㅇㅇ(121.171) 12.10 98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