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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3.05.29 18: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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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ME*HANDSOME
보통의 성격을 띤, 눈여겨봐야할 배우 송창의의 사소한 순간들


Boys Don't Cry



남보다 한 시간 더 대본을 볼 것 같은 모범생 이미지의 배우가 사실은 자기 마음 가는 대로 그냥 논다고 한다.
어렸을 땐 헤드윅처럼 노래와 무대가 자신을 구원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랐다고 했다.
어른이 되어선 물기 가득한 하늘처럼 감정이 벅차오르는 역할들에 빵빵 당첨된다.
'Origin of Love'의 가사처럼 성난 표정을 감추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터뜨린다.
스스로의 삶을 선택한 자들이 뿜어내는 주홍빛 오라는 없지만 가슴을 활짝 편 채 그는 말한다.
인간을 표혔했을 뿐이라고, 마치 천재 배우처럼 정말 심각하게 고백했다.




"백지 같은 연기를 꿈꾼다"고 한 말처럼 그는 시종일관 도화지 같은 표정과 바람 빠진 풍선같이 쓰러질 듯한 모습으로 왔다 갔다 한다. 햇빛을 오랫동안 못 본 사람처럼 카페 테라스 정중앙에 자리 잡았고, 따가운 햇살이 그의 하얗게 뻗은 다리로 쏟아지고 있을 땐 무의 경지에 다다른 것처럼 자비로운 미소를 띠기도 한다.

바람도 불지 않는 여름 같은 날씨 덕에 60대부터 20대까지 골고루 우리가 모인 카페를 들락날락하는데도 동네 아저씨처럼 무심하다. 어제 본 것처럼 건네는 말투, 오랜 친구 사이처럼 벗은 몸도 쑥스러워하지 않는 그가 배우라는 생각도 잊을 정도였다. "성격을 드러내며 살진 않아요." 어떤 질문에 한참 골똘히 생각하다 이런 말을 읊조렸는데, 아마 그는 쉽게 휴식 같은 친구가 되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혹시라도 그런 모습으로 포장하고 있다면 삶 자체가 뛰어난 배우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타인과 살아가면서 나눌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인 교류를 갖춘 예의 바른 배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5분 늦게 떠올랐다. 화도 잘 안 내고, 질문을 하면 가장 예의를 갖춰 대답하고, 못 알아들었을 때는 미안해하는, 마치 캘리포니아 사람들처럼.

그래서 지루할 만큼 평범해 보이지만 '보통 사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추측한 남자. 사실은 조금 기대하고 있었다. 짧은 컷 사이사이에서 비치는 그의 섬세한 표정이 좋았으니까. 텅 빈 표정을 짓다가도 악동 같은 웃음이나 짜증과 무시, 내일 전쟁이 나도 좋을 것 같은 그럼 표정. 그러다가도 여자의 마음을 이해해야만 해낼 수 있는 역할을 한줄의 필모그래피로 꿰찰 만큼 섬세한 연기. 만약 그 연기에 단 한 치의 오차가 있어도 절대로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 이정향 감독과 김수현 작가의 마음에 든 배우라니, 그가 아무리 졸린 말을 한다고 해도 참을성 있게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자 감독 중에서도 가장 포장되지 않는 진실을 구슬 꿰듯 엮는, 그래서 늘 최근작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이정향 감독은 이 배우를 눈여겨봤다. 그리고 노란 우산을 쓰고 슬픔인지 분노인질 모를 듯한 표정의 송혜교가 인상적인 영화 <오늘>에서 그는 캐릭터가 좀 복잡한 '지석'이라는 역을 맡았다. "송창의라는 배우를 처음 본 건 2008년 방영된 드라마 <신의 저울>에서였다. 난 그 드라마를 너무 좋아했다. 처음에는 작가의 실력에 탄복하면서 봤는데, 보면서 송창의 씨 연기에 반하게 됐다'고 당시 한 영화지 인터뷰에서 그를 콕 찍어 지목했으니, 상냥하고 다정하지만 이기적이고 소심하고 방관자적인 '지석'캐릭터는 일단 성공이었다.

매번 힘든 역할만 맡아서인지(스스로 선택했다기보다 감독들이 결정한) 그는 부상하는 배우로 주목받기보다는 마치 조연급 주연 배우처럼 언제나 기억 속 고향 집에 당연히 있어야 할 오래된 삼익 피아노처럼 놓여 있는, 그래서 골동품처럼 파악하기 힘든 배우 쪽에 가까운 것 같다. 그와의 대화는 파리가 꼬이는 한낮 태국의 노점상에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듯 게으른 쪽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뒤 테이블에 앉은 아저씨가 버럭 소리를 질러도 질문에 대한 대답을 끝까지 소신있게 말하는 그를 보고 있으니, 원치는 않았지만 유머러스해질 수밖에 없던 '똘똘이 스머프'가 생각났다. '인생에서 과연 진지하지 않은 순간이 몇 번이나 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사람과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이렇게 심심한 게 오히려 재미를 주는 배우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광화문 연가>, <엘리자벳>, <요셉 어메이징> 같은 한류 뮤지컬을 선도했고, 조승우에 이어 제2대 헤드윅으로 전 회 매진 신화까지 만들었으니 사실은 평범한 사람만이 진짜 배우의 얼굴을 가진 게 아닌가라는 진리에 마음이 기울었다.

 




"오랜만에 다시 <헤드윅>을 하게 됐다. 동독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헤드윅처럼 데이비드 보위에 열광하며
미국의 대중문화에 매혹되진 않았지만, 음악과 무대가 나를 구해줄 거라고 믿으며 자랐다.
요즘엔 영화 <헤드윅>을 수십 번 모니터링하고 있다.
천재 감독과 대화하면서 말이다. <헤드윅>의 역할에 100% 빙의하긴 사실 좀 벅차지만
이번엔 관객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잃어버린 반쪽을 찾았는지. 그게 꼭 사랑일까? 생각한다.
내 생각은 이렇다. 사랑 안에서 우리가 구원받는다기보다는 스스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힐링이 될 수 있다고."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그로테스크한 상황과 사람들,
우리 삶은 어떤가 생각했다. 영화 <초록물고기>를 스무 번 넘게 봤다.
그냥 좋았다. 그렇게 삶의 일부처럼 연기하는 게 좋다.
멀리 계획을 잡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거창하게 이야기할 건 없다.
또 계획을 잡는다고 해서 그렇게 살아지는 것도 아니고.
무대에 오르면 그냥 즐긴다. 계속 'play'를 하고 있는 거지.
내 방식은 스마트폰보다 아날로그 전화기에 가깝지만 말이다."

 




 

다시 보고 싶은 가장 아름다운 헤드윅으로 손꼽혔다. 여러 명의 배우가 거쳐 간 헤드윅 중 미모가 가장 출중하다고 하더라. <헤드윅>에서 여자 코스프레를 워낙 많이 해서 진짜 남자 코스프레 같은 거 하고 싶지 않나?


여장용 옷에 나를 적응시켰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그게 내 스타일이 되어버린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까도 얌전하게 앉아 있었더니 사람들이 "예쁘다" 그러더라. 사실 '여자 코스프레'는 마음과 몸이 불편함 없이 '남자'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진심으로 들 때 먹히지 않나? 난 사실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을 좋아하고 야구도 좋아하니까 남자 코스프레 같은거 할 필요는 없다. 내 이상형은 게리 올드먼 같은 배우이긴 하지만 말이다.



'동성애는 싫다'라고 오만하게 말하는 사람일지라도 <헤드윅>의 언어에는 겸손해지는 걸까? 당신도 무척 겸손한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살면서 풀리지 않는 외로운 순간이 있었다. 그런데 결국 스스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극복할 수 있었다. <헤드윅>도 그렇게 이해했다. 보통 인간과 똑같다고 생각했다. 인간은 누구나 외롭지 않나? 가장 여성적인 방식으로 가장 남성적인 것을 넘어서 스스로의 삶을 선택한 자들일 뿐. 차이는 크지 않다. 그런 면에서 배우도 별 거 아니다.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태섭'역은 인상적이었다. 동성 커플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보통 남자로서 그런 연기가 어떻게 가능했나?


그때도 그런 생각을 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김수현 작가가 이상하게도 나에게 별다른 주문을 안 했다. 내 안에 나도 모르는 다른 성 정체성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하.



<소년은 울지 않는다>에서 빡빡머리 소년이 너무 어울려서 다시 머리를 밀라고 권유해보고 싶을 정도다. 18세 소년 역할에, 그렇게 절박한 눈빛에 다들 '저 배우가 누구지?' 했다고 한다. 뮤지털 무대에서 스크린이나 TV로 옮겨오면서 계속 심각하고 의식 있는 역할만 맡았다. 그런 캐릭터를 항상 골랐나?


늘 뭔가를 갈구한 건 맞다. 사회적 메시지가 있는 역할만 선택했다. 아니 선택을 당한 거지만. <신의 저울>에서는 정의를 외쳤고, 배우 생활에서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 <황금신부>에서는 공황장애를 겪었고, 얼마 전에 끝난 <대풍수>는 욕망 때문에 악마가 되었다. 모두 인간을 표현하는 역할이었다. 나의 몸뚱이를 이용해 다양한 표현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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