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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플 인터뷰 참 좋다 (짤 추가)

굿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6.30 00: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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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창의 조정석

 

의리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다. 의(義)는 구체적인 현실에서 마땅한 행동을 하는 것을 뜻하고,리(理)는 인간을 포함한 우주 만물의 법칙으로 곧 천리(天理)를 가리킨다. 의리란 실제 삶에서 그 천리를 실천하는 것. 누군가에게 의리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고 누군가에게 의리는 사랑이다. 그럼에도 의리가 부재한 시대다. 그래서 자타공인 의리파 두 남자를 불러냈다.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에서 운명의 장난으로 쌍둥이 형제를 의형제로 여기고 성장하는 미키를 나란히 연기하게 된 송창의와 조정석. 진한 위스키 한 잔에 그들의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연기에 대해, 작품에 대해, 의리에 대해 그리고 자신에 대해.

 

editor 김아형|photographer 김윤희|cooperation 메종 페르노리카

 

 

 


창의적 인간 송창의

 

 

오랜만에 만난 그는 생기가 넘쳤다. TV드라마 <세번 결혼하는 여자>를 마치고 쉬는 동안 밝게 탈색한 머리색도 한 몫을 했지만, 작품에 들어가면 누구보다 빠르게 몰입하는 그를 둘러싼 공기는 이미 미키의 그것처럼 데워져 있었다. TV와 무대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활동해온 송창의의 다음 행보가 뮤지컬로 이어진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자신이 연기를 시작한 곳이 무대이기에 공연을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또 좋아서 하는 일이라지만 <블러드 브라더스>를 차기작으로 택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드라마에서 제가 맡았던 태원 역이 굉장히 가정적이고 부드러운 남자였잖아요. 넉 달 넘게 그 인물로 살다보니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반듯하고 선한 이미지로 봐주시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작품이 끝날 쯤 불현듯 거기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대학시절 이후 처음으로 머리색을 바꿔본 거예요. <블러드 브라더스> 역시 그런 이유에서 강한 끌림을 느긴 작품에요. 이미지 때문에 많은 분들이 부잣집 도련님 에디를 하는 게 아닌가 하시는데, 정 반대인 미키를 택한 것도 머리색을 바꾼 것과 같은 이유죠.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보다 이 작품을 통해서 송창의라는 배우가 어떻게 입혀지고 어떻게 표현될 것인가가 궁금했어요."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송창의라는 이름 뒤에는 '부드럽고 반듯한'이라는 이미지가 따라다닌다. 하지만 그는 매번 이미지를 걱정했더라면 결코 못했을 역할들을 택해 무대와 브라운관에 스스로를 세워왔다. 불온한 트랜스젠더,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 아름다운 왕비를 유혹하는 죽음 등 배우로서의 자신을 새롭게 리셋 할 수 있는 캐릭터에 강한 끌림을 느낀다는 송창의. <블러드 브라더스>의 미키 역시 그러한 끌림에서 접근하게 된 캐릭터다. 무엇보다 연극에 대한 생각이 간절했던 그에게 다분히 연극적인 형식과 통제되지 않은 연기가 요구되는 이 작품의 텍스트가 욕심난 건 당연한 일이었다.

 

"2007년 연극 <졸업>을 이후로 한동안 연극을 못했는데, 우연히 명동예술극장에서 정보석 선배님이 하신 <햄릿>을 보게 됐어요. 무척 실험적인 무대였는데 공연을 보는 내내 <햄릿>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연극 자체가 굉장히 하고 싶더라고요. 그 무렵 들어온 작품 중에 크게 마음에 와 닿는 게 없었는데 마침 <블러드 브라더스>의 대본을 보게 된 거예요. 작품의 구조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형식이 연극보다 연극적이더라고요. 이거다 싶었어요. 특히 무대 위해서 통제되어 있지 않은 연기가 요구되는 미키란 캐릭터며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 등이 무척 매력적이었죠."

 

1960년대 영국 리버풀을 배경으로 하는 <블러드 브라더스>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쌍둥이 현제 에디와 미키를 주인공으로 한다. 궁핍한 살림으로 인해 에디는 부잣집에 입양을 가게 되고, 떨어져 자란 둘은 자신들이 친형제라는 사실을 모르는 채 강한 끌림에 의해 의형제를 맺게 된다. 하지만 자신들이 친형제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둘의 운명은 비극으로 치닫는다. 송창의는 이 작품을 준비하며 "모든 것은 배우로부터 시작한다"는 연출가 글렌 월포드의 말에서 미키에 대한 답을 찾았다고 했다.

 

"제 안에 있는 모습을 통해 미키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단순히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 연기하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저는 마지막에 미키가 "왜 나를 보내지 않았느냐"며 울부짖는 부분에서 시작했어요. 결국 이 작품은 그 대사까지 가기 위해 펼쳐지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거기에서부터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 미키의 삶을 재현해보자는 생각으로 접근했죠. 당시 영국사회의 문제와 그 시대 젊은이들이 겪어야했던 갈등이 강한 메시지로 다가갈 겁니다. 연출님이 강조하는 부분이 그러한 스토리텔링을 관객들에 함께 알아가며 즐기게 하는 것이에요."

 

다양한 캐릭터로 매번 도전이 필요한 작품에 스스로를 던져온 송창의지만 그의 아역 연기는 생소하다. 그 역시 어린아이의 호흡으로 연기하는 건 처음이라며 계산되지 않은 연기로 그 안에서 7살 아이의 감성을 찾아내는 것이 과제라고 했다. 때문에 연습 내내 그가 가장 집중한 부분도 관객들과의 공감대 형성이다.

 

"공연장에 작품이 올라가 봐야 알겠지만 글렌 월포드 연출님과의 작업 방식이 무척 만족스러웠어요. 작품의 특징이 배우들의 특징에 흡수될 수 있게 연습을 끌어가셨는데, 그런 부분도 신선하고 믿음직스러웠죠. 따라서 정석이가 연기할 미키와 제가 연기할 미키는 같으면서도 분명 다를 겁니다. 이 작품을 하고 나면 또 한 번 연기의 폭이 넓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자신 안에 있는 모습을 다 끌어내어 미키를 만들고 싶다는 송창의. 그는 매번 인터뷰에서 말했던 것처럼 인기를 쫓는 배우보다는 역할에 녹아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배우라는 직업을 오래도록 이어가고 싶기에 작품마다 배우로 향상되고 깊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매 작품 비워내고 채워 넣기를 반복하게 된다고.

 

"사람은 누구나 착한 면과 나쁜 면을 가지고 있잖아요. 평소에 어떤 면이 부각되는지가 성격이라면 연기자에겐 주어진 상황에 따라 어떤 요소를 극대화할 것인지가 관건이죠. 그걸 잘 조율하면 캐릭터에 잘 녹아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극히 남자답고 소탈한 송창의에게 의리는 중요한 단어였다. 의리를 '인간과 인간에 대한 애정'이라고 정의한 그는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에서 의리가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그 대상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애정을 느끼는 만큼 의리는 강해져요. 작품도 그렇죠. 애정이 가득한 작품에는 그 작품을 잘 하고 싶다는 일종의 의리가 생겨요. 그래서 작품을 고를 때 끌림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모든 작품이 그랬어요. <헤드윅>도 3번을 했지만 그대마다 달리 표현되는 것들이 있었고, <엘리자벳>도 존재하지 않은 인물을 연기한다는 자체가 크나큰 도전이었어요. 매번 그런 끌림이 있었기에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스스로를 확인하고 싶어서 세 시즌을 공연한 <헤드윅>은 송창의에게 의리와 일맥상통하는 작품이 되었다. 애정이 없다면 불가능했던 도전이었던 만큼 자연적인 끌림 속에 애정과 깊은 관심이 동반될 때 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 나온다고.

 

"끌림에는 정답이 없잖아요. 끌림이 강하면 다행이지만 부족할 때는 분명 노력도 필요하죠. 배우가 늘 원하는 것만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블러드 브라더스>가 준 끌림은 강렬했어요. 텍스트의 힘과 작품의 메시지가 주는 진정성이 좋았어요. 이 작품은 분명 재미있게만 볼 수 있는 뮤지컬은 아니에요. '적당한 감동과 볼거리'에 속하는 뮤지컬도 아니고요. 비극적인 이야기 안에서도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찾을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이 작품을 통해 제가 관객들에게 전달해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안한 길이 많지만 이 남자는 좀처럼 자신을 편하게 두는 법이 없다. 고여 있지 않고 매번 자신을 걸고 움직이는 송창의. 그의 끌림을, 그가 말하는 의리를 신뢰해도 좋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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