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많은 그는 운동도 몸짱이 되기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보다 야구처럼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을 좋아한다. 송창의란 남자는 몇 시간이라도 수다 떨며 놀 수 있는 친구 같다. <황금신부>의 캐릭터가 워낙 강해 점잖고 부드럽기만 할 것 같지만, 실제의 그는 알고 보면 <이산>의 발랄하고 엉뚱한 정약용에 가깝다.
이번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뮤지컬 무대에 오를 계획이다.
무대는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 나에게 무대는 배움의 장소예요. 학교 다닐 때부터 무대에서 공부했으니까요. 에너지를 가지고 올 수 있는 곳이기도 하죠. 가끔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뮤지컬이나 연극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뉘앙스의 질문을 받아요. 난 이런 질문을 왜 하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연기란 물질적인 쾌락이나 근본적인 성공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 자체가 배우의 길인 거잖아요.
3년 전에 만난 후로 계속 성장 중이에요. 지금의 속도가 마음에 들어요?
▶ 제 성장 속도요? 만족스럽죠. 우선 안 떨어지고 있고. 하하. 앞으로 더 열심히,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생기고 어떨 때에는 불안하기도 하고 그래요. 생각이야 많지만 현실 바로 앞에 놓여 있는 상황만 보려고 해요. 너무 많은 계획을 세우지 않고 이 앞에서 바로 다음 정도만 생각해요. 전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요. ‘당장 닥친 것만 신경 쓰자.’ 인생에 굴곡이 있기 마련인데 미리 걱정한다고 해결될 건 아무 것도 없잖아요. 확실한건 계속 연기를 하리라는 것, 그거 하나예요.
[2008.11 플레이디비 인터뷰 중]
▶ 어렸을 때부터 뚱땅뚱땅 피아노 치면서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어요. 졸업 작품이 큰 영향을 끼친 것도 사실이고요. 한 작품 한 작품 하다 보니 방송에도 데뷔하게 되고, 세상일이 다 그렇듯 우연일수도, 그렇지 않은 것일 수도 있잖아요.
스케치북과 연필만 있으면 바로 쓱싹쓱싹 아들딸 얼굴을 그려내셨던 아버지를 닮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는 송창의. 지금까지 그가 만난 여덟 작품으로 ‘신인’의 타이틀을 벗어도 되지 않겠느냐고 물으니, 깜짝 놀라며 진정 당황하는 기색이다.
▶ ‘<신의 저울>을 함께 한 송영규씨는 작품을 52편이나 하셨대요. 아휴, 전 이제 겨우 8편인데 당연히 신인이죠. 아직 배워나갈 것이 상당히 많아요.’ <미녀는 괴로워>도 제게는 매우 신선한 작품이고 새로운 시도예요.
앞으로는 생활 속에서 진지하지만 기분 좋게 만드는, 조금 더 즐거운 역할을 하고 싶다는 그가 이해되기도 한다. “안녕하세요? 전 갭니다 헥헥헥헥”거리는 개역할<더 플레이 엑스>, 슬픈 트렌스젠더<헤드윅>, 엄마와 딸 사이를 오가는 그로테스크한 남자<졸업> 등 무대에서의 그의 스펙트럼은 사뭇 다양했기 때문이다. 로맨틱 코미디 물을 이야기 하다가도 비정상적인 광인의, 흔히 볼 수 없는 망가진 역할도 ‘진짜 잘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인다.
▶ 뮤지컬 이후 어떤 작품을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 개인적으로 영화에 관심이 있는데 충무로가 힘들대요. 저한테 전화 왔어요.(웃음) 소극장에서 밀도 있는 연극도 해보고 싶어요. 연극이라는 것은 사실 제일 힘든 작업이고 동시에 평생 배우면서 거쳐 가야할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끝이 없는 분석, 생각, 그런 것들을 잊고 지낼 때가 있는데 연극은 그런 것에서 많은 자극을 주거든요.
인터뷰 전날 그는 이번 뮤지컬을 함께하는 배우들과 평소 주량 1,2병을 가뿐히 넘어주는 화합의 자리를 가졌다고 했다. 쑥스럽고 어색한 사이가 ‘더 쑥스러워’ 열심히 표현하고 친하게 다가가려한다는 그는 조금은 장난꾸러기 같았고, 조금 더 진중한 느낌이었으며, 그보다 더 편안한 사람이었다. 우연히 이야기 장소에 들른 뮤지컬배우 임철형이 송창의를 두고 “내가 대학 복학했을 때 한눈에 들어왔던 후배”라며 웃었다. “이런 멘트 감사하다”며 두 눈이 사라지도록 활짝 웃는 송창의에게 좋은 사람과 좋은 작품, 그리고 좋은 생각이 함께하는 까닭이 짐작된다.
▶ 저는 ‘바로 앞 계획형’ 인간이에요. 지금 작품 끝나고 나면 그 다음을 생각하고, 그것들이 이어지는 거죠. 지금은 좀 바빠서 좋아하는 야구도 못하고 있지만(웃음), 무엇을 하든 즐겁게 했으면 좋겠어요. 저요? 행복해요. 잘되든 못되든 행복하자, 그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세상에는 안 되는 확률이 너무 크니까 그 기준에 맞출 수는 없죠. 과정도 행복하고 결과도 행복하고, 안 되도 우리끼리라도 행복하고. 노력하는 행복. 정말 좋은 거잖아요.
[2008년 필름2.0 인터뷰 중]
영화 크랭크업하고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기다리는 동안 초조하지 않았나?
▶ 초조한 단계는 좀 지났다.(웃음) 처음에는 개봉을 한다고 기대하고 있다가 2년씩 연기가 되니까 초조하기 보다는 언젠가는 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느낌은 어땠나?
▶ 작품을 선택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작품에 우선순위를 둔다. 캐릭터도 고려대상이 되겠지만 작품이 더 중요하다. <소년은 울지 않는다>는 시대극이라서 더 끌렸다. 현대물도 좋지만 시대적인 느낌이 묻어나는 작품을 좋아한다. 또 두 소년의 이야기가 재미있어 끌리기도 했다.
전쟁을 겪은 세대가 아니라서 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는데도 어려웠겠다.
▶ 전쟁 후에 벌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쟁 중의 상황보다는 그 당시의 생활상에 대해서 미리 조사를 했다. 예를 들면 영화 속 대부분의 배경이 되는 시장통이 당시에 얼마나 전투적인 상황이었고, 미군물자 같은 것을 흥정하며 살아가던 이야기 등에 대해 들었다.
태호는 머리가 좋은 인물로 나온다.
▶ 태호는 원래 엘리트였다가 전쟁으로 아버지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잃어버린 아이다. 원래 사업수완이 좋고 두뇌회전이 빠르다. 나중에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에 화가 나도 겉으로 표시하지 않고 감추면서 속으로 칼을 간다.
그런 태호의 모습이 눈빛으로 가장 많이 표현됐던 것 같다.
▶ 태호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는다. 보통 사람이라면 말하면서 딴 짓도 하고 그러는데 태호는 아픔과 상처로 속이 부글부글한 아이라서 흔들림이 없다. 보통 영화는 대사를 압축하는데 감독님이 태호 대사를 엄청 늘려서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태호의 생각을 풀어낸 대사가 많았다. 그게 종두와 다른 태호라는 거다.
그럼 태호는 종두와 대비적인 캐릭터라고 봐야하나?
▶ 그렇다. 그건 첫 장면부터 드러난다. 감독님이 항상 강조했던 것은 종두는 지금이나 그때나 항상 볼 수 있는 욱하고 치기있는 평범한 소년이라면 태호는 쉽게 터지지 않는, 터질 수 없는 야심에 찬 소년이다.
혹시 종두역에 더 공감이 갔던 적은 없었나?
▶ 있다. 예를 들면 패거리들과 싸우다가 태호는 주춤대고 종두는 확 지르는 장면이 있는데 ‘나도 남잔데 저런 역할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적으로는 태호가 현명하지만 드라마틱하고 멋있어 보이는 건 종두이지 않나? 태호는 어떻게 보면 비열해보일 수 있는 캐릭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태호의 똑똑하고 합리적인 행동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종두가 의리는 있지만 철이 없다.(웃음)
실제로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느 편에 서겠나?
▶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호처럼 할거다. 종두는 드라마 속에서나 등장하는 인물이고, 얼마 전 드라마 <신의 저울> 촬영을 끝내면서 정의와 법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약자가 죄를 짓거나 실수를 하면 강자보다 더 혹독한 벌을 받는다. 그런데 거기서 ‘이건 왜 이래요?’ 이런 말은 무의미하다. 보통 사람들은 태호처럼 불리한 환경 속에서도 좀 더 잘 살아가기 위해 애를 쓴다.
청계천 액션신은 위험해보이더라.
▶ 그날이 엄청 추운 날인데 당시 뮤직비디오를 찍다가 손가락 절단 사고를 당하고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았던 시기여서 방수테이프를 잔뜩 붙이고 나갔다. 태호가 그동안 참아왔던 아픔과 상처를 폭발시키는 장면인데 그때는 나도 패닉상태에서 정신을 잃었었다.
뮤지컬배우로 시작했는데 연극배우나 뮤지컬배우들이 스크린이나 TV로 옮겨와서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카메라에 대한 이해라고 들었다.
▶ 카메라가 있고 없음의 차이는 공간의 차이이자 매체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무대에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발전시켜야하고 액션이나 말투, 소리 등 외적인 것들을 표현해서 풀어내야한다. 평면적인 공간에서 입체적인 것을 뽑아내야하기 때문에 진정성만 가지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반면 카메라 안에서는 내가 편하게 이야기 하면 되고 느낌만큼만 가져가면 된다. 자연스럽게 감정이 오가고 호흡이 오가면 되는데, 나를 좁은 곳에 가둬두고 가깝게 지켜본다는 것에 대해서 불편함을 느끼고 카메라에 대한 이해 없이 무대 위에서서 하던 대로 하면 힘들어진다. 촬영에 임할 때의 액션과 카메라에 잡히는 액션의 차이점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2009. 5 나일론 인터뷰 중]
최근 들어 갑자기 작품수가 많고 바쁜 이유는 사람들이 당신을 많이 찾기 때문인 걸까요? 아니면 자신의 의지나 계획이었나요?
▶ 의지나 계획인 게 맞겠죠. 데뷔하고 나서 쉰 적은 별로 없어요. 공연부터 시작해서 그런가 봐요. 한 작품 끝나면 다음 공연 알아봐야 했으니까요.
심사숙고해서 1년에 한두 작품만 하는 것보다 조금 마음에 안 들어도 꾸준히 작품 활동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 심사숙고해서 한두 편만 하는 건 전 원치 않아요. 그건 저답진 않아요. 저 스스로 연기해야 하는 이유도 있고 안하면 감도 떨어지고요.
<101번째 프로포즈>같은 경우는 당신의 필모그래피 중에서 솔직히 왜 했는지 잘 모를 정도로 인상적이진 않았어요. 어떤 이유로 선택한 건가요?
▶ 제가 그때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사고도 있었고 안 좋은 일이 좀 있었어요. 많은 신을 도려내야 했거든요. 캐릭터나 그런 건 괜찮았지만, 제가 가릴 처지도 아니었고요. 득과 실을 고민한다기보다 일단 카메라가 뭔지 좀 알아야했어요.
[2010.4 텐아시아 인터뷰 중]
듣기 좋은 음성과 안정된 말투로 진지하게 연기이야기를 펼쳐놓다가도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한 독특한 엉뚱함을 드러내는 이 배우의 독특한 매력을 글로 다 전달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건 바로 이런 경험을 두고 하는 말임이 분명하다.
요즘 SBS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청순하다’는 찬사가 자자하다. 비결이 뭔가.(웃음)
▶ 정말인가? 몰랐다.(웃음) 이번 작품에 들어오며 체중을 좀 줄였다. 모두 그런 건 아니겠지만 게이는 외모에 좀 더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 운동도 좀 했고. 코디가 옷을 잘 골라준 덕분이다.
최근 태섭이 전 여자친구였던 채영(유민)에게 커밍아웃을 하면서 점점 더 화제가 되고 있다. 어떤 반응들이 느껴지나.
▶ 동성애가 드라마에서 다루기 쉬운 소재는 아니니까 연기라 해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염려는 됐다. 그런데 작가님과 감독님이 워낙 잘 풀어 가시는 덕분에 생각보다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지난 몇 년 사이 우리 사회가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도 든다. 편하게, 아니 쿨하게 ‘그럴 수도 있다’고 받아들여주시는 것 같다.
처음 태섭역에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들었나.
▶ 정을영 감독님께서 처음에 캐스팅 제안과 함께 태섭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말씀해주셨다. 처음 든 생각은 ‘왜 이런 캐릭터가 만들어졌을까’였고 그 다음은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걸 하는 게 맞는 건가’ 등 여러 가지 생각이 이어졌다. 그런데 이런 역할을 짚고 넘어갈 수 있는 남자배우가 많지 않을 것 같았고, 어떤 면에서는 정말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출연 결정을 내렸다.
뮤지컬 <헤드윅>에서 트렌스젠더 역을 연기한 적이 있지만 이 경우 또 다른 부담이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 그렇다. <헤드윅>은 헤드윅이라는 이 세상에 유일한, 그리고 굉장히 강렬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펼쳐가는 작품이니까 태섭과는 많이 다르다. 태섭은 평범한 남자지만 이성이 아닌 동성을 좋아한다는 면에서 정상적인, 아니 ‘정상적인’이라는 말보다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인’ 사람은 아니라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렇다면 그런 태섭이라는 인물로 살기위해 어떤 지점에서부터 접근했나.
▶ 어떤 인물을 표현할 때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인지 먼저 생각해본다. 태섭같은 경우 겉보기와 달리 복잡하고 그로테스크한 고민이 있다. 일단 어린 시절 부모님이 재혼한 이후 새어머니가 아무리 잘해줘도 ‘정말 나를 사랑해서 잘해주는 걸까’라는 의심을 하며 오랫동안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있던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자신의 성적인 성향 때문에 나는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라며 힘들어하다가 경수를 만나고 나서야 행복해진 거다.
그래서인지 가족과 있을 때의 태섭이 다소 경직되어 있다면 애인 경수(이상우)와 있을 때의 태섭은 아주 편안하고 밝은 모습을 보인다.
▶ 그건 경수가 태섭의 유일한 돌파구이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태섭이 가족과 아예 담을 쌓고 등진 건 아니지만 자기의 비밀 때문에 완벽하게 섞이지 못하고 있는 반면 경수 앞에서는 자신을 다 끄집어낼 수 있으니까. 그래서 경수가 아니면 태섭이는 폐인될 거다. 그런데 요즘 경수가 집에 드나들면서부터 태섭이도 가족들에게 더 다가서고 있다. 항상 좋다고 웃고 다니고 엄마한테 애교도 부리고 욕실 청소까지 하는 걸 보면 약은 놈이다.(웃음)
김수현 작가가 두 사람에게 태섭과 경수 역을 맡기면서 단 한 가지 ‘서로 사랑하세요’ 라는 주문만 했다고 들었다. 테크닉에 대한 지시가 아니라 근본적인 해석의 문제인데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나.
▶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듯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라는 말씀이라 생각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공존하는 이 공간이 불편하지 않고 편안하게 눈을 맞추고 이야기 하고 더 함께 있고 싶은 감정이 배어나오게 마련이다. 그걸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게 이 역할에서는 가장 중요했다. 이성과 동성을 떠나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아름다워지고, 그러면 보는 이들로서도 ‘남자끼리지만 둘은 정말 사랑하고 있구나. 그래서 이들이 힘들면 안타깝구나’하는 느낌이 들 테니까.
<3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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