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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 슈어 인터뷰

소리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1.05.02 15:08:18
조회 982 추천 3 댓글 0
														
유연하게 말하는 신인 배우

새로 문을 연 레스토랑의 오프닝 디너에 가면 느껴지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가게 전체를 감도는 들뜬 느낌과 서빙하는 사람들의 조심스러운 긴장감.
손때 하나 묻어 있지 않은 매끈한 인테리어와 반짝반짝 빛이 나는 식기들이 풍기는 청량감과 생경함.
공기에서 감지되는 기대감과 불안감이 반쯤 섞인 미묘한 기류는 식사를 하는 동안 즐겁기도 하지만 때로는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연예인들의 이름 앞에 붙는 ‘신인’이라는 수식어를 들었을때 느끼는 감정도 이와 비슷하다.
으레 그러하듯, 잘하고 싶고 잘해야 한다는 강박과 긴장이 빚어내는 그들의 서툰 몸짓은 신선하면서도 불안하게 다가온다.
마치 자신의 첫 요리를 첫 손님에게 내놓는 셰프의 표정처럼 말이다.
그런데 여기 조금 이상한 신인 배우가 있다.
이제 막 얼굴이 알려지고 대중에게 각인되기 시작한 신인 배우이면서도
그의 움직임은 어쩐지 불안한 눈동자를 한 여느 신인 배우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자신의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그리고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듯한 어떤 여유, 정돈된 믿음 같은 것이 그에게서 느껴진다고 할까.
인터뷰 당일, 촬영장 문을 조용히 열고 들어오는 그의 몸짓에서 나는 내 예상이 빗나가지 않을 것이라 예감할 수 있었다.


적당한 속도로 나아가기

사실 그는 신인이면서 신인이 아니다.
2002년도에 뮤지컬의 단역으로 데뷔한 후 연극 무대와 뮤지컬, 뮤직비디오와 스크린, 그리고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차곡차곡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저력 있는 배우다.
뮤지컬 <헤드윅>의 주역으로 공연하기도 했고, 드라마 <웨딩>과 <101번째 프러포즈>에서 꽤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몇 편의 CF와 몇 편의 뮤직비디오, 그리고 몇 편의 영화 출연.
아마 눈썰미 있는 사람이라면 송창의가 새삼스레 회자되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그는 우리 주변에서 차근차근 자신의 영역을 넓히며 존재하고 있었다.

“배우가 어떤 것에 행복을 느끼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일단은 연기 자체를 즐겨야죠.
처음에 시작할 때는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심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도 막상 시간이 되면 문을 두드리고 있는 나를 발견해요.
연기하면서 아프기보다 즐거운 일이 많으니까 이길이 내 길인가 보다 했죠.“

짧은 시간에 높은 위치에 오르는 것보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넓게 보면서 보다 많은 걸 스스로 갖추고 싶다는
그는 장르를 넘나들며 연기하는 것의 장점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였다.

“한참 <맨발의 청춘>이라는 드라마를 하고 있을 때였어요.
갑자기 헤드윅 역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가 들어왔죠.
관계자를 만나러 가기 전 미리 공연을 보는데 무대 경험이 없던 것도 아닌데 겁부터 덜컥 났죠.
과연 이 역할을 내가 할 수 있을까?
드라마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오랜만의 무대가 참 낯설어 보였어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일단은 관계자를 만나 출연 결정을 내리고 대본을 가지고 나와요.
집에 가면서 다시 걱정하기 시작하죠. 그래도 결국 끝까지 해요.
힘들었던 만큼 얻은 것도 많았어요.“

뮤지컬 무대에서 얻는 연기에 대한 열정과 에너지, 연극 무대에서 배우는 긴 호흡, 드라마에서 가져오는 디테일한 연기.
그는 이렇게 장르를 넘나들며 체득한 무기를 자신 안에 차곡차곡 쌓으면서 천천히 목표 지점에 도달하고 싶단다.
마치 자신의 속도를 정확히 알고 나아가는 노련한 운전사처럼 그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는 것 같았다.


드라마 캐릭터와의 숨바꼭질


드라마 <황금신부>의 ‘강준우’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그는 완소남 혹은 일등 신랑감으로 불려지고 있다.

“사람들이 저를 실제로 만나면 이런 모습도 있었냐며 놀라요. 준우답지 않다는 거죠.
평소 성격이 장난기도 많고 외향적이어서 운동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술자리도 즐기는 편이에요.
준우가 주위 사람들에게 주로 영향을 받는 스타일이라면 저는 오히려 영향을 주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받고 괴로워하기보다는 털어낼 수 있는 것은 빨리 털어내고 극복하려고 노력하죠.“

반듯한 정장만 어울릴 것 같던 단정한 그였지만 도톰한 블랙 터틀넥 안의 그는
조심스레 주위를 살피는 명민한 소년 같았고,
라이딩 재킷을 입고 나서는 서늘한 눈빛을 지닌 비관주의자로 변했다.
그를 보고 있다가 불현듯 아쉬움이 들었다.
가공되거나 윤색되지 않는 그의 다른 무엇인가를 더 발견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성전환 수술을 한 여자 가수, 방황하는 청춘 등 비교적 극적인 캐릭터를 연기한 무대와는 달리
브라운관에서 보이는 그의 모습은 다소 단조롭다. 바르고 단정한 ‘부잣집 도련님’ 역할이 그것이다.
게다가 <황금신부>에서의 준우는 왜 그렇게 올바르고 선량하기만 한 건지.
착하다는 것이 더 이상 미덕이 아닌 시대에서 올바르고 선량한 역할의 캐릭터는 시대착오적이거나 그래서 신기하거나 둘 중 하나다.
일종의 ‘드라마 디스카운트’는 아닐까 질문을 던졌다.

“물론 아쉬움은 있죠. 그런데 전 이렇게 생각해요.
누군가와 처음 만났을 때 상대방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제 모습에는 한계가 있어요.
두 번째 만나고 세 번째 만나고 점점 만남의 횟수가 늘어갈수록 이런 모습 저런 모습 모두 보여줄 수 있는 것 아닐까요.
TV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제가 드라마라는 장르와 만난 지 얼마 안 됐잖아요.
시간이 가면서 더 자주 만나게 되면 보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가만히 응시하는 그를 보며 누구는 소지섭을 닮았다하고
누구는 유지태와 비슷하다고 했다. 또 누구는 지진희를 연상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얼굴과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마스크는 복합적이기보다 단순하고, 또렷하기보다 말랑말랑해 보인다.
마치 공백이 도드라지는 하얀 도화지처럼 뭐든지 그려넣기만 하면 될 것 같은 깨끗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것은 상황에 따라 배역에 따라 그에 맞는 가면을 준비하기에 안성맞춤인 배우의 얼굴인 것 같았다.


\'토닥토닥’이라는 긍정의 힘

촬영이 끝나고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그는 갑자기 내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렸다.

“토닥토닥. 어거 한 번만 해주면 모든게 다 괜찮아져요. 어때요? 마음 편안해졌죠?”

촬영과 인터뷰 때문에 다소 경직되어 있던 내 표정을 읽었는지 밝게 말을 건넨다.

“요새 준우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많이 배워요. 어쩌면 말을 그렇게 예쁘게 하는지.
예전에 관객 한 분이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다가
제 공연을 보고삶의 힘을 얻었다고 하는 후기를 본 적이 었어요.
그 글을 읽고 제가 왜 연기를 하고 싶어하고 또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죠.
무대건 브라운관이건 스크린이건 긍정적인 힘, 따뜻한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습니다.“


어떤 사람에 대한 평가가 일관되게 나타날 때 보통 나는 약간의 의심을 하곤 한다.
사람에게는 다양한 색이 공존하고 그 농도의 짙고 옅음 또한 상황에 따라,
그리고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나의 이런 불순한 의심은 빗나가기도 한다. 아주 간혹이지만.

인터뷰가 끝날 무렵, 송창의의 경우가 이 간혹의 경우에 속하는 건 아닐까 하는 맹렬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를 인터뷰한다고 했을 때 주위의 반응이 대부분 그러했듯이
착하다더라, 매너가 좋다더라 하는 일관된 평가는 인터뷰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리 달가운 것은 아니었다.
하나마나한 이야기의 동어반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다른 것도 아닌 ‘착하다’는 수식어는 더욱 그렇다.
그의 다른 모습을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의상과 촬영 컨셉트를 준비하는 것으로 불안감을 대비했다.
무엇보다 그를 감싸고 있는 그 착한 이미지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이런 준비가 별로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열패감이 밀려왔다.
예상만큼 착했고, 또 기대만큼 성실했다.
그것은 그가 처음 촬영장에 들어설 때의 정돈된 모습과도 비슷했다.
다행히 그것은 단지 ‘착하다’ 혹은 ‘바르다’로 설명되지 않는
배우 송창의만의 좀 더 특별한 에너지였다.

“뮤지컬이면 뮤지컬, 드라마면 드라마, 왜 한 곳에 집중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아요.
여러 장르에서 더 많이 배우고 싶은 마음에 욕심을 부리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길게 연기 생활을 하려면 그 폭도 넓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은 그 폭을 넓히는 데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아직 완성하지 못한 무엇인가를 위해 치열하게 틈을 메워가는 그의 움직임에는 어떤 열망 같은 것이 묻어난다.
그리고 그 열망은 꽤 단단하고 옹골지다.
그가 신인답지 않은 여유와 정돈된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었다.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 열망이라는 에너지가 너무나도 올곧게 그의 내부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향하는 길을 충분히 밝혀줄 만큼 강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만의 속도로 분명하고도 또렷이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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