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가공인 인간흉기 '송 소령'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산나비'의 첫번째 외전이자 프리퀄 DLC '귀신 씌인 날'이 발매됐다.
송 소령은 본편에서 군수과장이라는 한직의 탈을 쓰고 있었지만, 이야기 막바지에 주인공 금 준장에 버금가는 전투력을 드러내는 충격적인 반전으로 당시 게임을 플레이하던 수많은 금버지들을 경악케 한 바 있었다.
제작진은 '귀신 씌인 날' DLC가 송 소령의 과거를 조명하고 '현장에서 충분한 전공을 세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그녀가 지금까지 소령 계급에 머무르고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과연 본편으로부터 13년 전에 송 소령과 그 주변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공중에서 적 개체들을 징검다리로 삼아 말도 안되는 거리를 주파하여 습격하고 돌아오는 것이 가능하다
게임의 진행 방식은 본편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을 준다. 횡스크롤, 플랫포머, 액션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하지만 결정적으로 전투를 풀어나가는 작법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산나비는 이동 그 자체가 공격 수단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도약하는 방향과 속도 그리고 튕겨나가는 각도만 계산된다면 비교적 안전하게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어 퍼즐에 가까운 게임성을 보여줬지만, 귀신 씌인 날의 경우 송 소령이 블레이드와 샷건이라는 훌륭한 친구들을 활용하여 대화를 시도하기 때문에 그 결이 크게 달라졌다.
때문에 본편의 금 준장이 보여준 어태치먼트 암을 활용한 와이어 기동 액션이 '웜즈'의 닌자 로프를 연상케 한다면 송 소령의 액션은 벽 삼각차기를 통해 플랫폼을 넘나들고 차지 샷의 반동이나 특수 무기 사용으로 공중 제어를 보조하던 '록맨 X'에 가깝다고 요약할 수 있는데, 이것이 공중에서 어떤 공격이든 일단 적중시키는데 성공하면 재차 행동이 가능하게 하는 송 소령의 고유 메커니즘과 합쳐지면서 굉장히 독특한 점프 액션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물론, 그에 따라 적의 움직임도 보다 적극적으로 송 소령을 현장에서 배제하려는 방향으로 바뀌어 있다. 일단 접근해서 초고열 블레이드로 긁어주면 매 타격이 대경직을 주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공격 패턴을 캔슬할 수 있지만, 다크호스(어려움) 난이도를 기준으로도 화망이 꽤나 촘촘하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접근하는 과정 그 자체가 험난할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원거리 공격 수단인 샷건은 탄퍼짐의 문제로 인해 원거리 공격이 가능할 뿐 제 위력을 내려면 접근해야만 하며 이조차 벽을 뚫고 날아드는 적들의 공격과 달리 쏘는 족족 지형지물에 막히는 사양이다. 고로 송 소령의 플레이는 빠르게 적에게 접근하여 선제 공격으로 승부를 보는 상남자스러운 플레이를 요구한다고 볼 수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버스트(L.Shift)'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 이러한 문제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버스트는 범위 내에서 지울 수 있는 투사체는 전부 지워버리는 샷 이레이저 기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투사체 지우기에 성공하면 즉시 샷건의 위력 및 관통 속성이 강화되며 자체적으로 공격판정 또한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격이 곧 최선의 방어라는 송 소령의 호전적인 성격을 드러내는 장치로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송 소령을 상징하는 특유의 개전 대사 '어명을 집행한다'
귀신 씌인 날은 액션이 굉장히 묵직해진 반면 스토리는 가벼워진 느낌을 줬다. 데이터로 복제된 자아에 대한 성찰이라는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던 본편과 달리 테크노 스릴러 요소가 남아있기는 해도 전개가 단순해졌으며 딱히 큰 반전요소도 없다.
다만, 그 방향은 일관성이 있으며 게임의 진행 방식과 잘 매칭된다. 입이 좀 험하고 실적에 열을 올리는 속물스러운 부분은 있지만 불의에 화내고 주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젊은 참군인 '송 소령'의 시선으로 따라가는 이야기는 뻔하지만 흡입력이 있었다.
당장 군인을 때려 치워서 먹고 살 길이 끊긴다고 해도, 의도치 않게 본인이 일으킨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겠다며 망설임 없이 사지로 뛰어드는 송 소령의 작중 행보는 시원시원한 이 게임의 액션성처럼 진짜 걸크러쉬가 무엇이고 테토녀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이 게임의 진정한 매력이라고 볼 수 있다.
이야기가 단순한 것과 별개로 본편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복선도 나름대로 충실하게 회수되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의금부 17호실의 정체'와 '대원들의 진급이 13년 넘게 누락된 이유' 그리고 '금 준장이 이들과 얼마나 강한 인연으로 맺어져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서사를 중시하는 입장에서도 꽤나 알찬 구성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분량이었다. 이렇게 맛있는 액션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조금 더 길게 접할 수 있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인데 본 타이틀이 무료 DLC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부분이며, 오히려 이 정도의 퀄리티로 콘텐츠를 뽑아낸 원더포션의 역량을 보면 이제는 뒤이어 나올 '금마리의 과거'나 '산나비 2'에 대한 걱정은 완전히 접어둬도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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