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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부동산... 집값도 AI가 먼저 안다

국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6.05.12 09:18:29
조회 874 추천 0 댓글 2


AI로 제작한 이미지/최정범 기자


(서울=국제뉴스) 최정범 기자 = 지난 19회에서는 AI가 수사 현장에 들어온 현실을 다뤘다. 영장 초안 작성, 딥페이크 탐지, 금융 사기 추적까지 AI가 파고드는 사법 현장을 살폈고, "AI는 도구다, 판사가 아니다"는 원칙이 왜 중요한지 짚었다. 이번에는 우리 생활에 더 밀접한 주제다. 부동산이다. 집값이다.

"이 아파트, 얼마나 할까요?"

예전 같으면 공인중개사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발품을 팔고, 몇 군데 물어보고, 며칠이 걸렸다. 지금은 스마트폰 앱을 열고 주소를 입력하면 된다. 몇 초 만에 숫자가 뜬다. AI가 계산해낸 '추정 시세'다.

집값을 AI가 먼저 아는 시대가 됐다.

프롭테크란 무엇인가


AI로 제작한 이미지/최정범 기자


요즘 부동산 관련 기사에서 '프롭테크(PropTech)'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신조어다. 발품 대신 데이터, 경험 대신 알고리즘으로 집값을 분석하는 새로운 방식을 말한다.

국내에도 이미 여러 서비스가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KB국민은행이 만든 부동산 플랫폼 'KB부동산'은 매물·시세·실거래가·분양 정보와 함께 AI가 예측한 시세를 제공한다. '부동산플래닛'은 공간정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결합해 전국 아파트와 빌라를 동·호수 단위까지 쪼개 추정가격을 내놓는다. 전국 약 3,300만 건의 실거래가 정보가 이 시스템의 바탕이다. '리치고', '호갱노노' 같은 앱도 지도 위에서 아파트 시세와 실거래가를 한눈에 보여준다.

감정평가사도, 중개사도 거치지 않고. 클릭 한 번으로.

AI는 집값을 어떻게 계산하나


AI로 제작한 이미지/최정범 기자


원리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AI는 방대한 과거 데이터를 학습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시가격, 학군 정보, 지하철역까지의 거리, 재건축 가능 여부, 주변 상권 규모까지 수백 가지 정보를 동시에 분석한다. 그리고 "이 동네, 이 층, 이 면적의 집은 지금 이 정도가 적당하다"는 숫자를 실시간으로 뽑아낸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설명한다. "AI 플랫폼의 가치 추정은 대량으로 수집된 데이터를 딥러닝 알고리즘에 지속적으로 입력해 예측 모델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구축된 모델에 알고 싶은 부동산 소재지를 입력하면 실시간 연산으로 추정값이 산출된다."

복잡한 엑셀 계산식이 거대한 부동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학습하며 빠르게 연산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미국은 이미 실패를 경험했다


AI로 제작한 이미지/최정범 기자


AI 부동산 예측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미국은 먼저 뼈아프게 경험했다.

미국 최대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질로우(Zillow)'가 주인공이다. 질로우는 '제스티메이트(Zestimate)'라는 자체 AI 가격 예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2018년부터 이것만 믿고 집을 직접 사고파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된다는 전략이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주택 가격 상승세가 주춤해지자 질로우는 매입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집을 팔아야 했고, 손실이 쌓였다. 알고리즘이 예측하지 못한 시장의 심리와 변동성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결국 질로우는 관련 직원 25%를 해고하고 5억 6,900만 달러(약 8,000억 원) 규모의 매출 손실을 감수하며 이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아무리 똑똑한 AI도, 사람의 감정과 시장의 변덕은 완벽하게 읽지 못했다.

AI 추정가, 얼마나 믿어야 하나


AI로 제작한 이미지/최정범 기자


전문가들은 명확하게 선을 그으며 지적한다.

"AI 추정가는 아직 기술적 분석에 그치고 있다.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 가격 추세를 예측하지만, 왜 오르고 내리는지 그 원인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부동산플래닛 역시 자사 서비스 안내에 이렇게 명시했다. "AI시세는 가격의 정확성이 보증되지 않는다. 감정평가금액이 아니며 금융거래의 기초자료로 사용할 수 없다." 화면에는 숫자가 자신 있게 떠 있지만, 정작 그 숫자를 만든 회사는 "믿지 마세요"라고 적어놓는다.

팬데믹, 금리 급변, 정부 규제 같은 예상치 못한 사건이 터지면 AI 예측의 정확도는 급격히 떨어진다. 거래가 드문 지방 소도시나 특수한 조건의 부동산은 더 취약하다. 데이터가 부족한 곳에서 AI는 더 많이 틀린다.

그래도 AI가 바꾸는 것들
한계가 있다고 해서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AI 덕분에 정보 격차가 확실히 좁혀졌다. 예전에는 부동산 중개사나 전문가만 알 수 있었던 주변 시세 정보를 이제 일반 시민도 스마트폰으로 바로 확인한다. 미국 질로우는 1억 채 이상의 주택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시세를 제공하고, 국내 플랫폼들은 국토교통부·KB·LH 등 공공데이터와 민간 거래 정보를 통합해 전·월세 수익률까지 계산해준다. 싱가포르 정부는 AI로 공공주택 장기 가격을 예측해 도시 계획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정보의 문이 열렸다. 이건 분명한 변화다.

현명하게 쓰는 5가지 원칙


AI로 제작한 이미지/최정범 기자


그렇다면 AI 집값 정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원칙은 다섯 가지다.

하나, 한 곳의 AI 추정가만 믿지 말 것. 여러 플랫폼과 전문가 의견을 함께 비교해야 한다. 둘, 데이터 업데이트 시점을 확인할 것. 오래된 데이터 기반 예측은 현재 시장을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셋, AI의 한계를 인정할 것. 알고리즘은 과거 패턴을 학습할 뿐,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넷, 반드시 현장을 직접 확인할 것. 주변 환경과 건물 상태는 발로 봐야 안다. 다섯, 큰 거래 전에는 전문가 자문을 받을 것. AI는 참고용이지, 최종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없다.

AI는 '참고서'다. '정답지'가 아니다. 집 한 채를 사고파는 결정은,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한다.

다음 회(21회)에서는 교육 현장을 찾아간다. "선생님보다 AI가 더 잘 가르쳐준다"는 말이 현실이 되고 있는 시대, 우리 아이를 AI 튜터에게 맡겨도 될까. AI가 바꾸는 학습 방식과 부모들이 놓쳐서는 안 되는 것들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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