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이 할아범이 어제 팀장한테 된통 쿠사리를 먹고 오늘 나름대로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 (오늘까지 3주짼데 아직도 한밤중 보통 프로그래머라면 일주일이면 뒤집어씀)를 정리한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만들어서 팀장한테 보내면서 나한테도 보냈다 (구조 요청 신호).

오전 내내 바빠서 점심먹고  슬라이드를 살펴보니 여태 한일을 정리했고 앞으로 할일을 썼는데 4일을 더 달하고 써놨다.  어이가 없어 여지껏 짠 코드를 살펴보니 어이구 맙소사 아직도 파싱할 파일의 구조조차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4일을 더 달라고 했으니 하는 걸로 봐서는 앞으로 2주를 더 주어도 못 끝내겠다는 생각이 들어 팀장한테 가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팀장 왈 "이 할아범은 프로그래머가 아니라 코더"라고 하면서 문제 해결 능력이 없다고 단언하더군. 파일 구조에 관해 도움을 줄 만한 엔지니어들한테도 막무가내로 들이대서 엔지니어들이 상당히 열 받았다고 하더군. 도움이 필요하면 정중하게 이메일로 부탁해도 자기일로 바쁜 엔지니어들이 들어줄까 말까 한데 이메일 한번 보낸 후 (이메일도 평상시 하는 식이면 정중했을리가 없음) 그 다음날 답변 안했다고 다시 이메일 보내 왜 답변 안하냐고 따졌단다. 이번일로 팀장이 열받은 엔지니어부터 항의 비슷한거 받았단다 (엔지니어들은 우리팀 소속이 아니라서 우리팀과 종속관계가 아니다) . 아무래도 나한테 들이대듯이 그들한테 들이댄것 같다.

팀장한테 내가 도와주겠다고 얘기하고 할아범 큐비클로 가서 같이 파일구조를 살펴보자고 했다. 파일을 열라고 했다니 vi로 파일을 오픈하는데 테이블 형식으로 된 파일이 눈에 들어올리가 없다. 그래서 엑셀로 보자고 했다니 이런 저런 문제가 있다며 (특수 문자가 있다는 둥 컬럼이 안맞는다는둥) 계속 딴지를 거는 거였다. 내가 시비거는 문제마다 다 해결책을 제시하니 마지못해 "You are correct"하면 엑셀로 파일을 열었다 (이것도 내가 해줬음). 한 시간 쯤 들여다 보니 대충 파일이 어떻게 작성되는지 알겠더군. 할아범한테 파일구조가 이런식인것 같으니 이런식으로 파싱하면 되겠다고 하고 더 들여다 보라고 시킨 후 내 큐비클로 돌아오니 한 시간쯤 신이나서 드디어 이해했다고 좋아하더군. 그런 후 좀 있다가 팀장한테 이메일을 보내면서 나한테도 cc를 햇는데 읽어보니 내가 시킨 식으로 짠다고 써놨더군. 괜히 도와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떠 올랐다. 퇴근하다 마주쳤는데 할아범이 나한테 자기가 하는 식이 맞냐고 확인하더군 (어이가 없었다). "Do whatever you want"라고 해주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