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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인류의 주인 24장 - [꿈의 죽음]

Fr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3.05 22: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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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장


[꿈의 죽음] 



 디오클레티안은 투구를 벗고, 오존과 기계의 내음으로 가득한 황궁 지하실의 공기를 들이마셨다. 그의 얼굴은 땀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갑옷은 피로 물들어 있었고, 그 대부분은 디오클레티안 자신의 피였다. 그가 마지막으로 관문을 통과한 사람이었다.


 “터널들이 붕괴되고 있다.” 디오클레티안이 숨을 헐떡이며 외쳤다. 등 뒤의 웹웨이 입구에서부터 기어 나온 황금빛 안개가 여전히 그의 갑주에 엉겨 붙어 있었다. “터널의 회로들이 타오르고 있어. 우리가 건설한 터널들의 전 구획이 안개 속으로 추락하고 있다. 라 님은 보이지 않았다. 죽지 않으신 것은 분명하다. 내가 그분의 곁에 있었다. 만일 그분께서 죽으셨다면, 내가 보았을 것이다.”


 디오클레티안은 자신이 미친듯이 횡설수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거기에 개의치 않았다. 까끌한 입안을 개운하게 하기 위해 디오클레티안은 침을 뱉었다. 피가 섞여 찐득한 침이 황제의 옥좌실 바닥에 떨어졌다. 귓속을 울리고 있는 이명(耳鳴) 너머로 디오클레티안은 기계가 웅웅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기계의 울림소리는 천천히 그 옥타브를 점차 낮추어가고 있었다.


 디오클레티안의 창이 바닥에 떨어지며 철그렁 소리를 내었다. 창은 유전자 코드로 인식된 그의 손아귀 안에서 떨어지기 무섭게 비활성화되며 작동을 멈추었다. 바닥에 떨어진 창대를 뒤따라 핏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상처가 너무 깊어 곧바로 아물지 않은 부상 부위들로부터 흘러 내린 것들이었다. 핏줄기는 디오클레티안의 팔을 따라 흘러내려, 그의 오라마이트 갑주에 난 부서진 자국을 통해 흘러 나왔다. 구부러진 디오클레티안의 손가락에서 핏방울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문을 닫아 잠궈라!” 디오클레티안이 지시하였다. 그 지시가 지켜질 지 아닐 지조차도 그는 알 수 없었지만. “놈들이 아직 오고 있다. 수천 마리가! 지금 당장 문을 봉쇄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테라를 잃고 말 것이다!”

 이미 사람들이 그의 지시를 시행하려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뎁트들과 기술자들은 기계장치들의 주위로 모여서, 각 시스템들의 제어 작업에 들어가 있었다. 전쟁으로 지친 디오클레티안의 사고가, 점점 느려져 가는 기계의 울림소리와 이어졌다. 옥좌실에 있는 수행원들이 기계를 끄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지만, 작업 속도는 충분히 빠르지는 못했다.


 디오클레티안은 벽감들 속에 박혀 있는 관-포드들을 보고 자신이 없는 동안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어떻게 황제가 웹웨이로 행차하여 그들을 도울 수 있었는지도. 침묵의 자매들이 그녀들의 비밀스런 무언의 윤허 절차를 실행하였고, 일천 사이커들의 생명이 옥좌에 공급된 것이었다. 디오클레티안은 모든 포드들 속에 고통 속에 몸부림 치며, 헛되이 투명 패널을 긁어 대다가 죽어간 시체들이 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 모두가 죽어 있었다. 누구 한 명 할 것 없이 모두 다. 그 시체들 중 그 어느 것도 빠르고 고통 없는 죽음을 맞은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옥좌실 안에 모인 전사들과 복스 채널 사이로 혼란에 잠긴 목소리가 오가며 그들의 구원의 근원에 대한 대화들이 이어졌다. 어떤 이들은 자신들이 떠오르는 별이나 일출을 보았다고 말하였고, 또 다른 이들은 황제 그 본인을 보았다고 말하였다. 또 어떤 이들은 해일처럼 몰아치는 화염의 파도를 보았다고 주장하였다.


 디오클레티안의 사방에서 남녀들이 멍하니 넋을 잃고 있었다. 자야 남작 또한 헬멧을 벗어 양손에 든 채, 옥좌실의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녀는 눈 한 번 깜빡이는 일 없이, 헬멧의 바이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블러드 엔젤 군단의 제폰은 랜드의 레이더 전차에서 부상당한 침묵의 자매들을 내리는 것을 돕고 있었다. 한편, 기술고고학자 랜드는 자신의 전차 옆의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는 몸을 앞뒤로 흔들어대고 있었다. 떨리는 랜드의 양손은 화성 기계교의 묵주 목걸이를 꽉 쥐고 있었고, 그의 섬세한 손가락들은 화산 작용으로 만들어진 묵주의 흑요석 구슬들을 굴리고 있었다.


 “나의 옴니시아시여.” 초점을 잃은 눈으로, 랜드는 나지막이 주문을 외듯 중얼거리고 있었다. “나의 신. 나의 기계-신. 나의 옴니시아시여.”


 사기타루스는 살아남아 있었다. 사기타루스의 드레드노트 동체는 상처 자국이 가득 난 채 부서져 있었으며, 등 뒤에 달린 연기 굴뚝들에서 과부하된 발전기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 모습이 영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사기타루스는 랜드의 전차 차체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동체 내부의 석관에서 생명 유지액이 누출되어 흘러나오며, 바닥에 기름진 웅덩이를 이루었다.


 침묵의 자매들과 만인대의 전사들은 전례 없는 무질서 상태에 빠진 채, 일제히 웹웨이 입구의 아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 모두가 기계장치의 전원이 차단되어 가며 웅웅거리는 구동음이 느릿하게 흘러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카에리아가 다가왔을 때까지도 디오클레티안은 다른 이들에게 따지듯 질문을 던져대고 있었다. “라 님은 어디에 계시지?” 디오클레티안이 카에리아에게 물었다. “그분께서는 돌아오셨는가? 전사하셨을 리는 없소. 그것만은 분명하오.”


 카에리아의 두 눈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그분께서는 쓰러지지 않으셨소.” 디오클레티안이 되뇌어 말했다. “우리가 전선에서 싸울 때 내가 바로 그분의 곁에 있었소. 만일 그분께서 쓰러지셨다면 내가 알았을 거요. 문이 닫혔을 때 그분께서 저 반대편에 잘못 계실 수도 있단 말이오.”


 사령관-자매, 크롤이 카에리아의 곁으로 다가왔다. 크롤은 디오클레티안을 위해 짧은 수화를 그려 보였다. 디오클레티안에게 있어 크롤은 카에리아만큼 잘 알고 있는 상대는 아니었고, 카에리아와 대화할 때면 하는 것처럼 크롤의 표정만을 읽고 그 의미를 읽어낼 수는 없었다. 크롤이 왼손의 손가락 세 개를 잃은 탓에 그녀의 수화는 알아듣기 힘들었다. 크롤의 갑옷은 너무도 오랜 시간 전선에서 싸웠던 탓에 크게 망가져 있었고, 그녀의 얼굴에도 부상들이 생겨 있었다.


 “아니오.” 디오클레티안이 말했다. “제가 그분의 곁에 있었단 말입니다, 사령관 각하. 그분께서는 돌아가시지 않았습니다. 그 자리에 계시다가, 다음 순간에 사라져버리셨습니다.”


 주변 사방에서 기계 장치들이 빛을 잃고 어두워져 갔다. 황제의 비전을 위한 위대한 장치들이, 고안에만 수 세기가 걸리고 제작에는 수십 년이 걸린 기계장치들이 동력을 잃고 꺼져갔다. 천천히, 천천히, 지나치게 천천히.


 디오클레티안은 황제를 찾았다. 그의 주인은 다시 한 번 황금 옥좌의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폐하!”


 황제가 옥좌에 앉고, 그의 양손은 팔걸이를 느슨하게 붙잡았다.


 “폐하! 문을 닫으소서!”


 황제는 입구를 바라보며 기다렸다.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디오클레티안은 황제의 강렬한 시선을 분명히 볼 수 있었다. 황제는 관문에 시선을 고정한 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것은 반드시 해야만 할 일을 하기를 주저함인가? 자신의 가장 위대한 야망을 저버리기를 망설이고 있음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또 다른 누군가가 황금빛 안개 속에서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있음인가?


 하나의 형체가 나타나며 안개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무언가, 날개와 갈퀴 손톱을 지닌 것이. 또 다른 그림자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잔뜩 부풀어 오른 몸에 뿔이 나있었다. 그리고 더 많은 그림자들이 나타났다. 또 다른 그림자들이 나타났다. 인간이 아닌 것들의 무리였다. 옥좌의 엔진들은 여전히 꺼지고 있는 도중이었다.


 “폐하!! 디오클레티안이 간청하듯 외쳤다.


 황제는 장갑 낀 오른손을 꽉 쥐어 주먹을 쥐었다. 조화롭게 울려 퍼진 천둥소리와 함께, 옥좌실 안의 모든 발전기들이 꺼졌다. 발전기 내부의 기계장치들은 파괴되었고, 황금 옥좌에 공급되던 에너지는 끊어졌다.


 파국을 맞이한 인류의 구원으로 이어지던 통로는 이제 그저 화려하게 장식된 문에 불과하였고, 그 문은 이제 옥좌실 벽에 드러난 바위로 이어져 있었다.



 동력이 완전히 꺼지고, 황궁 지하실은 어둠에 잠겼다.


.
.
.
.

 오직 그를 몸속에서부터 집어삼키려 하고 있는 악마를 제외하면 남자는 홀로였다. 주변은 적막에 감싸여 있었지만, 남자의 머릿속에서는 우리에 갇힌 짐승이 울부짖는 살인적인 포효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황금빛 남자는 고대 웹웨이의 안개 낀 통로를 따라 달려갔다. 파괴된 기계교의 통합을 뒤로 하고. 



────────────────────────────────────────────────────────────


디오 쟤는 라 바로 옆에 있었다면서 라가 칼빵 맞은 것도 못 봤나보네.

싸우느라 바빠서 못 보고 놓친 건지, 황제가 일부러 기억을 지워버린 건지.


그나저나 위에서 인류의 구원이 파국을 맞이하였다는 부분이 뻘하게 찡하네. 아이고, 라야....


p.s. 원래는 24장이랑 종장은 원래 하던 대로 내일 한꺼번에 업로드하려고 했는데, 디센트 오브 엔젤 서장이 생각보다 너무 길더라. 24장이랑 종장은 겁나 짧으니 이번주는 좀 여유 있겠구나, 싶다가 거의 어지간한 한 장 분량 가까이 나와서 급히 번역하느라 예상이 깨져버림. 일단 번역은 다 하긴 했는데, 24장 종장에 다음권 서장까지 한꺼번에 던져버리면 내용도 길고 마오맨의 여운도 좀 덜할 거 같아서 24장 종장은 오늘 한꺼번에 같이 올리고 서장은 내일 올리겠음. 24장이랑 종장은 겁나 짧으니 그냥 링크집이랑 같이 오늘 한꺼번에 다 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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