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포칼립스 장르를 아주 좋아한다

문명이 붕괴되어 폭력과 야만이 판치는 세상이 되어도 선량한 사람들이 남아서 인간성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세상을 그린 작품들이며

서부극스러운 폴아웃, 소련이 망한 후의 정서가 드러나는 메트로, 그리고 가장 유명한 매드맥스까지 똑같이 망한 세상을 묘사하더라도

다양한 맛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럼 일본 서브컬처계에서 가장 유명한 아포칼립스 작품은 무엇일까? 

하야오의 최고 걸작인 나우시카?

폭력성으로 만화사에 이름을 남긴 바이올런스 잭?

아니면 요즘 한창 점프서 밀어주는 닥터 스톤?

나는 뭐니뭐니해도 북두의 권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고전명작으로서 수많은 오마쥬와 패러디를 남겼지만,

북두의 권은 처음에 매드맥스를 파쿠리한 작품으로 출발하였다

물론 이런 오마쥬(?)는 북두의 권만 그런건 아니고 80년대에 꽤 흔히 나타난 문제로

장갑기병 보톰즈에도 매드맥스의 폭주족같은 악역들이 우도편에서 등장하며

초창기 건담의 빔샤벨도 스타워즈의 라이트세이버를 짝퉁수준으로 따라하였다

매드맥스 외에도 이소룡이나 홍콩영화의 오마쥬(?)를 많이 한 작품으로 출발하였지만,

독자들에게 북두의 권이 단순한 파쿠리가 아니라 고전으로 남은 이유는 크게 3가지라고 생각한다

첫번째는 바로 북두신권을 포함한 권법이다

원조 아포칼립스라고 할 수 있는 매드맥스는 물론, 후대에 나온 폴아웃이나 메트로같은 아포칼립스 작품에서 주인공들은 무기를 갖고 싸운다

필살기처럼 아끼는 매드맥스부터 시작해서 힘갑옷을 입고 설치는 폴아웃까지 대부분의 아포칼립스의 정의는 강한 무기에서 나온다

하지만 켄시로를 포함한 권법가들은 어릴때부터 혹독하게 익힌 권법으로 싸운다

무기를 들고 설치는 모히칸들을 주먹으로 응징한다

무기를 든 모히칸들을 압도하는 권의 힘이기에,

때때로 북두의 권에서 나오는 권법들은 독자들에게 황당함을 선사하고,

하라 테츠오의 강한 극화체가 첨가되어 굉장히 잔인한데 오히려 웃긴 상황을 연출한다

특히 모히칸들은 선량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극악무도한 악역들이기에, 오히려 잔인하게 죽이는 것이 독자들에게 쾌감을 준다

북두의 권 정발본도 처음에는 효과음으로 터지는 모히칸들의 시체를 검열했는데 뒤로 갈수록 검열을 안 한다

모히칸들이 권으로 터지는건 참피물에서 참피가 터지는 것 만큼 자주 일어나는 상황이니까

두번째는 진부하지만 감동적인 서사이다

켄시로, 레이, 토키, 라오우 등 수많은 권법가들이 나와서 초월적인 권으로 사람들을 도륙한다

하지만 그들의 강한 모습의 이면에는 비극적인 결말과 과거가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으며 이는 읽는 사람들에게 눈물과 감동을 선사한다

예나 지금이나 잘만든 캐릭터라면 의외의 이면이 있어야 한다.

샤아 아즈나블이 사랑받는 이유는 완벽한 사람이지만 완벽한 찌질이라는 이면이 있기 때문이고

로어셰크가 사랑받는 이유는 개막장 앰창인생이지만 타협하지 않는 이면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보다보면 패턴이 고착화되는 신파극이지만, 권법가들의 눈물은 독자들에게 입체적인 매력을 선사한다

요즘 독자들이 보기엔 속된말로 '세탁' 하는 스토리도 많기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그래도 나는 이것이 바로 북두의 권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세번째는 그로 인하여 나오는 수많은 명장면과 명대사들이다

가장 유명한 대사인 너는 이미 죽어있다, 형만한 아우는 없다, 너희들의 피는 무슨 색이냐 같은 명대사들은

신파적인 스토리, 그리고 엽기적이지만 잔인한 수위, 그리고 하라 테츠오의 강렬한 극화체와 맞물려 독자들의 뇌에 각인된다

드래곤볼, 유유백서, 원나블같은 다른 소년점프의 만화들도 수많은 명대사와 명장면을 남겼지만,

북두의 권은 다른 소년만화들보다 더 강력한 명장면과 명대사들로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크로마티 고교, 스쿨럼블 같이 2000년대 초중반에 연재된 작품들을 물론이고

요즘 나오는 사신킥 같은 만화까지 수많은 만화에서 작가들은 북두의 권의 컬트적인 명장면과 명대사들을 패러디한다

특히 아포칼립스같은 소재가 나오면 십중팔구 북두의 권부터 언급이 되거나 오마쥬가 될 정도로

일본 서브컬처계에서는 북두의 권이 압도적인 입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북두의 권을 파쿠리한 걸푸, 사람들의 기억속에 몇몇 짤방만 남게 되었다)

파쿠리와 오마쥬의 차이는 무엇일까?

물론 그건 월첩들이 풀발기한 만년키배소재지만 그래도 단순한 파쿠리를 넘어서려면 한가지는 확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소재로 출발하고 따라하더라도 따라한 작품의 틀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토미노 요시유키가 G건담 처럼 건담의 틀에서 벗어난 다른 작품이 나오면 칭찬을 하고

08소대처럼 원래 건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작품을 혹평하는 이유도 이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북두의 권은 매드맥스를 정말 많~~~~~이 따라했다 저작권에 민감한 요즘 저렇게 했다간 십중팔구 고소를 먹을 것이다

하지만 북두의 권이 사람들에게 짝퉁이 아닌 고전으로 남게 된 이유는 매드맥스의 틀에서 벗어나서 북두의 권만의 작품관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유로 북두의 권을 처음에 많이 따라한 죠죠의 기묘한 모험도 결국 파쿠리를 넘어서 죠죠만의 작품을 구축했기에 죠죠로 남을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에 민감한 현대에 보기에 처음에는 표절작으로 출발한 북두의 권이지만

북두의 권은 자기들만의 만화를 보여줘서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고전으로 남게되었다

일본 서브컬쳐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이며 가장 많이 사랑받은 작품인 북두의 권, 월첩들이야 교양필수로 읽어봤겠지만

시간이 나면 한번정도 더 달려보는걸 추천한다

물론 라오우 죽을때 까지

오오! 끝없는 방황길! 나의 인생 나의 열정! 지친 내 모습~

그것은 인생~ 그것은 외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