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버려진 사무소 입구

[에보나] ......

[에보나] ......

[에보나] 잘못 찾아온건 아닌데...... 이 허름한 곳이...... 정말 기사단 주소가 맞는거지?

[에보나] 뭐, 혹시 모르니까. 들어가서 물어볼까......

[에보나] ......어이, 불꽃 꼬리의 기사나 회색 붓꼬리의 기사 있어——

[파인트리 기사단원] ......단장을 찾나요?

[에보나] 맞아, 왔다는거 보고하려고.

[파인트리 기사단원] 누군가 찾아올 줄은 알았는데...... 공교롭게도 방금 일이 있어서 외출했습니다...... 그 짐은 무엇인가요?

[에보나] 아직도 이상하네, 여긴 왜 이렇게 초라해? 소파는 없어?

[파인트리 기사단원] 기사의 상금이 많긴 하지만...... 소나는 상금의 대부분을 감염자를 수용하는 데에 사용합니다.

[에보나] 오, 그렇구나. 그런데 내가 막 집주인한테 쫓겨나서 기사단에서 지내야겠거든.

[파인트리 기사단원] ......우선 짐을 내려놓으세요, 단장이 돌아와서 어떻게 할지 기다리죠.

[에보나] 그녀들은 매일 이렇게 바쁜거야? 훈련은 어디서 해?

[파인트리 기사단원] 해결해야될 업무는 많으니까요.

[파인트리 기사단원] 감염자 기사에 대한 기사단의 심사가 더 엄격해질 예정이라, 불꽃 꼬리의 기사와 회색 붓꼬리의 기사는 자주 감정회와 그랜드 나이트 영지의 직원을 만나 대화합니다.

[에보나] 쳇, 그 화초같은 것들. 내가 계속 생각해 봤는데, 입단식으로 나한테 한끼 잘 먹여주는게 어때. 그 회색 붓꼬리는 꽤 잘 마시게 생겼던데.

[에보나] 회색 붓꼬리 하니까, 그녀의 대포는 어딨어? 그게 어떤 무기인지 전부터 궁금했거든, “펑——”하고 발사하고, 파괴력이 그렇게 강하다니......

[파인트리 기사단원] 어, 무기는...... 아마 집에 뒀을거예요.

[에보나] 거짓말.

[파인트리 기사단원] 네? 저는 그런 적......

[에보나] 너는 분명 나한테 뭔가를 숨기고있어.

[에보나] 어째서 감히 나한테 불꽃 꼬리랑 회색 붓꼬리의 위치를 말해주지 않는거지? 그녀들은 분명 기사 경기 이외의 일로 바쁠거야, 어제 대화하면서 나는 눈치챘거든.

[파인트리 기사단원] ......단장은 분명 저한테 누군가 올 것이라 했지만, 그 이상 저는 말 할 수 없습니다.

[에보나] 만약 그녀들이 네가 말하지 않기를 바랬다면, 나를 기다렸다가 나가지 않았겠어?

[파인트리 기사단원] 그녀들은......

[에보나] 분명 긴급 상황 때문에 자리를 비웠겠지. 그렇게 급하다면 좋은 일은 아닐거야.

[파인트리 기사단원] ......

[에보나] 하, 역시나!

[에보나] 그 둘이 나를 찾은게 그리 간단하진 않았을건 알아. 너네 사실 뭔가 엄청 위험한걸 하고있지?

[파인트리 기사단원] 불꽃 꼬리와 회색 붓꼬리의 판단이 맞았다면......그녀들, 아니, 우리는 분명 당신의 힘을 빌리고 싶어요.

[파인트리 기사단원] 참, 그리고...... 그녀들은 당신을 구하기 위해 배상금을 채웠죠.

[에보나] ......뭐라고?

[파인트리 기사단원] 그녀들은 당신이 모르길 바랄거예요. 모든 인원이 단장의 선택에 동의한 것은 아니고, 그저 뉴스에서 당신에 대한 기사를 보고 즉시 협상을 하러 가서, 당신이 풀려나게 도왔죠.

[파인트리 기사단원] 거래를 위해서는, 당연히 필요한 조건들이 있고요......

[에보나] 그만. 나는 그녀들한테 빚지고싶지 않아, 네 말이 사실이라면 화가 나는데, 나도 이 일에 책임을 좀 져야겠으니까.

[에보나] 말해봐, 그녀들은 어딨어?

[파인트리 기사단원] ......감염자가 많이 모인 공동체로 가서, 그들을 잡으려는 녀석들이 오기 전에 대피시키고 있습니다.

[파인트리 기사단원] ......잠시만요, 야생 갈기!

[에보나] 또 왜?

[파인트리 기사단원] 불꽃 꼬리와 회색 붓꼬리, 그녀들은 모두 아주 선량하고 정직한 기사들입니다. 당신을 합류시키려는 것도, 분명 당신이 우리와 비슷하다고 믿기 때문이겠지만......

[파인트리 기사단원] 그녀들은 감염자 기사 뿐만 아니라, 카시미어 감염자들의 현 상황을 바꾸려 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에보나] 무슨 뜻이지?

[파인트리 기사단원] 그건...... 그들의 노력을 본다면 알게 될 것입니다.

[???] 반대쪽—— 반대쪽이야——

[소나] 무서워하지 말고 내 뒤로 숨어......

[사냥꾼] 나와라, 감염자! 도망갈 곳은 없다!

[감염자 아이] 으으...... 미안해요...... 저...... 나쁜 사람 아니에요...... 잡아가지 마요......

[소나] 걱정마, 내가 가서 막을게. 잘 숨었지?

[감염자 아이] 응...... 누나, 나, 나 무서워...... 엄마 아빠는...... 어딨어......

[소나] ......내가 너를 지켜줄게, 엄마랑 아빠가 너를 지켜준 것처럼. 나를 믿어줄래? 내가 너를 부르면 나와서, 같이 새로운 살 곳을 찾아보자.

[감염자 아이] 누나...... 나 집에 가고싶어......

[소나] ......잠시 조용히 있어.

[감염자 아이] 응......

[소나] 됐다.

[소나] 휴, 나와——

[에보나] 여어.

[소나] 윽!? 너는——

[소나] ......야생 갈기?

[에보나] 약간의 단서만으로 너를 빠르게 찾아올 수 있었어, 그 회색 자라크보다 빨리 온거지, 아주 대단하지?

[소나] ......과연 따라왔구나.

[에보나] 이 아이를 보호하고 있는거야? 얘는 감염자고?

[소나] 맞아.

[에보나] 왜 아이를 이런 곳에 숨긴거야? 상대는 사냥꾼 다섯인데, 한명이라도 찾아내면 돌이킬 수 없을걸.

[소나] 그게...... 우리는 사람이 부족해서 이정도가 가능한 최선이야.

[에보나] 으흠, 그러니까 이게 너희가 정말로 하고 있는 일인거지?

[소나] ......그래, 네가 보는 것처럼.

[에보나] 감염자 기사의 신분만이 아니라, 더 많은 감염자들을 돕는 것, 맞지?

[소나] ......맞아.

[에보나] 하...... 그러니까 너희가 감염자 기사만 모집한건, 감염자만이 서로를 동정하기 때문이고.

[에보나] 모두 같은 비밀과 하나의 소원을 지키고 있는데, 그게 보기에는...... 마치 경연 기사들과 맞서는 것과 같고, 맞아?

[소나] 맞아. 야생 갈기, 지금은 시간이 촉박해서 너한테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어, 만약 거절하고 싶으면......

[에보나] 왜? 내 생각에는 꽤 멋진데.

[소나] 응?

[에보나] 그래, 시간이 촉박하댔지. 그래도 그 전에 불꽃 꼬리, 나는 네가 다시 한번 정식으로 영입하면 좋겠어.

[소나] 그 말은...... 우리와 같은 일을 하기로 결정한거야?

[에보나] 하, 나도 너희랑 같은 녀석 아니야?

[소나] 좋아...... 알겠어.

[소나] 야생 갈기여, 당신은 파인트리 기사단의 일원이 되어, 감염자 기사로서 서로를 돕고 단결하여, 감염자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까?

[에보나] ......

[소나] 야생 갈기? 내가 뭘 잘못했다면 미안, 나는 이런 말을 해도 그다지 엄숙해보이진 않는 것 같아......

[에보나] 에보나라고 불러.

[에보나] 나는 야생 갈기의 기사, 에보나 크루코프스카야.

[소나] ......하. 그러면 너도 나를 소나라고 불러.

[에보나] 잘 들어, 소나. 저 에보나는, 오늘부터 파인트리 기사단에 가입하여, 기사로서 영광을 얻고 우리의 이상을 이뤄내겠습니다.

[에보나] 제 이상은—— 소나, 만약 파인트리 기사단이 감염자의 현 상황을 바꿀 수 있다면, 눈 앞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저는 당신과 함께 목숨을 걸겠습니다.

[소나] 목숨을 걸고..... 음, 지금 상황으로는 그렇지.

[에보나] 하지만 당장은 목숨을 걸 때가 아니야. 이 아이를 혼자 둘 수는 없으니까. 너는 단장이니까 이렇게 뒷골목에서 발견되면 위험해.

[에보나] 아이부터 데리고 가, 이쪽은 내가 책임질게.

[에보나] 내 진짜 실력을 잘 보라고—— 아 이게 아니지, 너희는 먼저 가, 나중에 보자!

[에보나] 서둘러, 네가 애를 잘 데려다 줬을 때면, 나도 너희를 찾으러 갈 때쯤 될테니까.

[소나] ......알겠어. 에보나, 일을 크게 만들지 마. 깔끔하게 해결해, 우리는 파인트리 기사단 캠프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에보나] 간단한 일이지.

[소나] 휴...... 오래 기다렸지......

[그레이너티] 수고했어, 소나. 벌써 끝났어?

[소나] 일단은 해결했어. 에보나...... 야생 갈기는？

[그레이너티] 제이미랑 옛날 이야기를 하는 것 같던데......

[에보나] 이쪽이야, 난 아까 왔어. 제이미한테 술 좀 구해줄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좋은 술은 없더라.

[그레이너티] 그렇다면 상금을 타면 내가 한 잔 사지.

[에보나] 하, 좋아.

[소나] 아, 그러면 나도 낄게.

[그레이너티] 그럴 필요 없어.

[소나] 어? 왜 안되는데! 너희 벌써 내가 들으면 안될 비밀 얘기라도 하는거야?

[그레이너티] 너 그럴 시간은 있어? 기사 협회한테 받은 서류 뭉치들이......

[소나] 아...... 생각나게 하지 마......

[그레이너티] 우리가 할 말은 네가 듣기 싫어할 불평 뿐일거야. 게다가, 소나 너는 술도 잘 못마시고 밤새 술집에 있는 것도 싫어하잖아.

[소나] 으...... 그건 그래. 그런 일이라면 너네끼리 가는게 낫겠다.

[소나] 참, 에보나, 혹시 바쁘지 않으면 파인트리 기사단의 계획에 대해서 알려줄게 있는데......

[에보나] 그런건 그레이너티가 이미 말해줬어.

[에보나] 비밀리에 감염자와 감염자 기사를 구조하고, 벌어들인 상금으로 더 많은 감염자들이 합법적 신분을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소나] 벌써 잘 아는구나...... 그래서, 어떻게 생각해?

[에보나] 내가 받는 상금은 다 줄 수 있어. 나는 출정 기사가 되도록 훈련을 받았는데, 이 기술으로 큰 돈을 벌 생각은 한 적 없거든, 안그랬다면...... 쯧.

[에보나] 그런데 더 자세한 계획은 사실 못알아들었거든.

[그레이너티] ......

[에보나] 그레이너티가 말하기로는, 파인트리 기사단이 감염자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건 모두 소나가 세운 계획이라고 했거든.

[에보나] 그래서 이제는 나도 소나가 그런걸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다는 사람이란걸 알겠어, 대단해.

[소나] 음—— 그렇게 대단한건 아닌데, 헤헤......

[에보나] 나도 감염자를 위해서 뭔가를 하고싶었거든...... 마치 피의 기사처럼! 그는 잘 해냈잖아.

[소나] 피의 기사는 기사 경기의 규칙을 바꿨고, 우리는...... 파인트리 기사단은 사람을 더 모아서, 더 큰 힘을 얻고, 감염자를 위해서 더 많은 일을 해야돼.

[에보나] 그러면 나는 꼭 참가할래.

[에보나] 소나, 인정한 김에 나는 끝까지 너를 따를게. 나는 네가 옳은 일을 하고있다고 믿어, 더 큰 어려움이 있으면 내가 너를 도와서 해결할게.

[에보나] 그런데, 만약 네가 먼저 이 문제를 해결하는걸 도와준다면 나는 너를 더 존경할거야.

[소나] 헤헤, 나를 더 믿어줄 수 있다면, 당연히 해줄게. 내가 뭘 도와주면 좋겠어?

[소나] ......어, 이게 뭐야?

[에보나] 내 애완동물.

[소나] 애...... 애완동물?

[???] ......

[소나] 애완동물이라...... 그거...... 꽤 귀엽네! 에보나, 그건 어떻게 만난거야?

[에보나] 하, 그냥 쓰레기 더미를 지나가다 봤는데, 쓸만해 보이더라고. 그러니까 소나, 너 믿을만한 아는 엔지니어 있어?

[소나] 엔지니어? 네가 어떤걸 말하는지 모르겠는데......

[소나] 아, 공동체에 기계를 아는 사람이 있을거야.

[에보나] 분명 얼마 전에는 무기 정비사를 구하기도 힘들었는데, 이런 기계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은 있다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소나] 하하...... 그도 아마 네 무기에 흥미가 있을거야. 내가 같이 갈까?

[에보나] 괜찮아, 이건 나 혼자 데리고 갈게, 너는 그레이너티랑 상의할 일이 있을테니까. 그 엔지니어는 어디에 살아?

[감염자 엔지니어 기사] ......이런 구조였군요. 이렇게 정교한 외피와 내부 설계......

[에보나] 어때, 좋은 물건이지? 이 무기는 여러 해동안 나랑 함께했어.

[감염자 엔지니어 기사] 잘 모르겠는데...... 당신이 그렇게 뛰어나다면, 상업연합회에서 나왔을 때 왜 모창(母骑枪)의 외피가 못 쓸 정도로 망가져 있던거죠?

[에보나] 알고싶어?

[감염자 엔지니어 기사] 과장되지 않은 이야기라면 듣고싶네요. 특히 무기의 사용 원리에 대해서요.

[에보나] 하, 그러면 어디서부터 시작하는게 좋을까——

[에보나] 내가 출정 기사가 될 준비를 할 때 얘기인데, 이 창은 전장에서 적을 죽이고 뒤의 병사들에게 길을 열어주도록 설계된거야.

[에보나] 내 모창이 감당해야되는 충격과 임무는 보통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게 아니고, 사용 횟수도 제한돼있어.

[에보나] 길을 열고 나면 나도 자창(子骑枪)으로 바꿔서 쓰는거지.

[에보나] 그런데 아레나에 들어선 이후로 한번도 모창을 깨트린적 없거든.

[감염자 엔지니어 기사] 그 말은...... 상대의 목숨을 빼앗을 생각이 없어서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뜻인가요?

[에보나] 그 더러운 지하 아레나에서......

[에보나] 시끄러운 지령 소리도, 스크린을 지나가는 자막도, 내가 누군가를 상처입히고, 다른 모든 감염자들이 쓰러지는 것을 봐야 승리라고 그랬지......

[에보나] 나는 그들에게 중상을 입힌 적이 없어.

[에보나] 하지만 내가 간신히 경연 기사가 됐을 때, 아레나 휴게실에서 그 귀족놈들이 나한테 하는 말을 들었는데......

[에보나] 나는 곧장 발을 내딛고 자창을 꺼내서, 그 나쁜 녀석들의 심장 앞 갑옷을 겨누고——

[에보나] 너도 알겠지만, 정말 철저하게 뚫어버리고 싶었지.

[감염자 엔지니어 기사] 좋은 이야기네요, 아주 속이 풀려요!

[에보나] 그보다, 어서 내 애완동물 상태좀 봐줘!

[감염자 엔지니어 기사] 오, 그렇죠......

[감염자 엔지니어 기사] 검사해보니까 레이시언 공업의 구형 모델 같은데...... 재가동 하는건 그리 어렵지 않아보이네요.

[감염자 엔지니어 기사] 대신 기능이 비교적 제한적이라서 명령을 잘 알아듣지 못할 수도 있어요.

[에보나] 난 그냥 그게 자기 이름만 알아들으면 돼.

[감염자 엔지니어 기사] 이름이요? 뭐라고 부르고 싶은데요?

[에보나] 옛날부터 생각해뒀는데—— 정의의 기사호라고 부를거야, 유능한 애완동물이라면 최고겠지.

[감염자 엔지니어 기사] 제가 보기엔 원래 기능은 원호사격 같아요.

[에보나] 딱 맞지는 않아도 내가 잡병들 처리하는건 도와주겠네. 그래도 이 기능은 너무 심심한데 좀 더 유용해질 수는 없을까?

[감염자 엔지니어 기사] 적용 가능한 다른 모듈이 있는지 봐야 알 것 같은데요......

[에보나] 다른 부품을 찾아서 붙여야 되는거야? 그러면 나중에 얘기하자. 우선 전원이 들어오게 해볼 수 있을까?

[감염자 엔지니어 기사] 해보죠......

(기계 작동음)

[에보나] 오오, 불이 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