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글은 '몇가지 사실'을 기반으로 한 뇌피셜이 많으며, 리바이스에 대한 스포가 다소 있음을 알립니다.

갓챠드의 다음 작인 가브의 캐주얼하고 '몬스터' 같은 디자인을 보니 3년 전, 잠시나마 두근거렸던 그 날이 떠오른다.

마치 과자 속 마스코트를 닮은 캐주얼과 와일드를 동시에 잡은듯한 디자인. 그리고 2번째로 핑크 메인인 라이더...

리바이스의 떡상을 기대했던 시절 말이다.

개인적으로 디자인이나 연출은 그럭저럭 마음에 들었고, 초반에 여럿 불길한 떡밥으로 흥미를 돋구더니만, '상어처럼 멈추지 않겠다'는 말을 잘못 된 길에 들어선 내내 정말 충실히 지켰던 그 작품.

솔직히 리바이스는 1화 당시에도 그리 인상적이지 않고 난잡하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기대를 걸게 했던게 뭘까? 바로 오프닝이다.

https://x.com/KING37498344/status/1437343982913134592

오프닝에는 참 다양한 떡밥이 있었지. 대원보다는 실험체를 모으는듯한 페닉스, 위치가 역전된 잇키와 바이스, 비오는 날 폐허 속에서 절규하는 잇키, 깨진 가족사진...

하지만 놀랍게도 저 중 제대로 나온 떡밥은 하나도 없다.(풀린 거 아님. 그냥 안 나옴.) 액션씬을 제외하면 사실상 오프닝 사기를 넘어선 오프닝 공매도였음.

그나마 잇키와 바이스의 위치 역전 떡밥은 본편에서 잭 리바이스로 나오긴 했지만,

키노시타가 잇키 떡밥은 후딱 넘기고 싶었던건지, 차라리 식용유 없이 계란프라이 뒤집는게 더 스릴 있을 정도로 시시하게 넘어갔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일부 대깨리를 낚기 위해 살랑대던 떡밥이 있었으니...

바로 정장 잇키. 오늘은 이 신기루(떡밥)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1. 정장의 진상

정장 잇키에 대한 관심은 우리나라에만 한정된게 아니다. 일본에서도 오프닝에 나온 잇키는 슈트 잇키(スーツ一輝), '악마 잇키' 등으로 불리며 기대를 모았지만, 정작 제작진들이 오디오 코멘터리에서 한 말은...

"그거 본편이랑 관련없는데요."

이 코멘트 때문에 제로원의 악몽이 반복될 것을 예측한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 예측은 정확했다.

(어쩐지 연출이 비슷하더라)

하지만 그 뒤의 코멘트가 없었더라면 정말 기대를 내려놓고 냉정하게 볼 수 있었을텐데...

"그리고 정장 아니고, '교복'임."

...그러니까 학창시절에 모종의 이유로 축구선수의 꿈을 포기한 후, 묵묵히 가업을 도울 정도로 지나치게 착해빠졌지만

가끔씩 이런 쌔한 모습을 보이고, 정작 자신과는 정반대 성향의 악마인 바이스를 탄생시킨 잇키가 '교복'을 입고 불구덩이에서 썩소를 짓고 있었다고?

오프닝 인트로에서 이렇게 해맑게(?) 웃어놓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엌ㅋㅋ 유원지에서 교복 대여 받고 놀다가 불이 나서 실성한 장면이 아닌 이상, 이건 1000% '비긴즈나이트' 각이다!

'본편'이 아니라면 '과거'겠지! 역시 소설가가 각본을 맡아서 그런지 서술 트릭이 기가 막히는구만~!

...라고 생각했다.

2. 말-말-말

때문에 정장 잇키는 일본에서 '학생복 잇키(学生服一輝)로 불리면서 오프닝에 나온게 무슨 상황이였는지를 두고 여러 썰이 나왔음.

1) 잇키의 미래를 암시한다

교복이랬으면서 여전히 미래를 암시한다는 추측이 나온 이유는 1화 오디오 코멘터리 때문인데, 제작진은 1화에서 바이스가 엄마를 잡아먹으려는 행동이 잇키 내면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 바가 있었음. 즉, 초반부까지만 해도 바이스는 잇키의 억제된 악의가 표출된 형태라고 정해두었고, 현재 시점에서도 잇키는 가족에 대한 불만이 쌓인 불안한 상태로 구상했다는 소리임.

거기다 정장 잇키 외에도 리바이스는 방영 직전, 그리고 방영 초반에 변경된 설정이 많았는데 그걸 감안하면 잇키가 페닉스한테 이용당하다 끝내 폭주했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었는데, 이 추측은 '교복' 외의 추가발언을 통해 뒤집힘.

2) 잇키의 과거를 암시한다

오프닝에서 공장이나 연구소처럼 보이는 장소가 폭발하는 장면 바로 다음에 정장 잇키가 나와서, 처음에는 잇키가 폭주해서 페닉스를 습격하거나 두 장면의 시점이 다르더라도 일단 페닉스에는 무슨 일이 생길거라고 추측되었는데, 오디오 코멘터리에서 오프닝에 나온 폭발하는 장소는 '학교'라고 언급됐음.

이 때문에 교복 발언과 연관지어서 오프닝에 나오는 장면은 잇키의 과거를 암시하고, 현재의 잇키는 모종의 이유로 진정된 모습이라는 추측이 나왔는데....

정작 학창시절을 다룬 30~31화에서 밝혀진 잇키의 갈등이 생각보다 별거 없었고(위자드의 하루토 정도), 오프닝과 관련된 시리어스한 요소는 전혀 없어서 과거 설은 폐기됨.

대신 기억상실과 가족사진 떡밥이 부각되면서 오프닝은 정말 가라고, 노선을 바꿨겠거니 하고 넘겼는데...

3) 겐타의 젊은 시절이다

중반부에 겐타가 젠타맨 루트를 타면서 오프닝의 잇키가 사실 젊은 시절의 겐타 아니냐는 설이 나왔음.

멘델도 인정한 유전의 법칙. 아들이 아버지 좀 닮을 수 있고, 사람이 나이 들면 삭아서 못 알아볼 지경이 될 수도 있는거 아닌가?

아길사쿠 때문에 가뜩이나 비중도 없는데, 과거의 겐타 역으로나마 회상신에 좀 자주 나오려나 싶던 찰나, 가면라이더 베일의 외전이 나오며 과거의 겐타 배우는 따로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근데 잇키는 아님.

...그래. 아버지와 어머니의 첫만남도 다루는데 잇키 배우가 나오면 문제겠지. 그리스 신화도 아니고...

그래도, 베일 서사 끝나고나면 떡밥은 풀리겠지?

아니다. 이때부터 정장 잇키 떡밥은 사실상 사장되었다.

어디, 떡밥뿐이랴....

그리고 마지막이 되어서야 돌아온 것은 '옛다, 정장'하면서 막바지에 면접 시험을 보기 위해 정장을 입고 기억을 잃은채로 해맑게 웃는 잇키...

결국 오프닝의 떡밥은 뭐 하나 제대로 지킨게 없었다.

2. 정장 잇키의 초안? (上)

이렇게만 보면 '제작진이 의미없는 장면이라 했는데도 매달린 놈이 바보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기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일단 리바이스가 노선이 변경되었다는 건 이미 앞서 말했듯 밝혀진 바. 거기다 리바이스는 이미 방영 초기에 설정이 번복된 정황이 드러났다.

-히로미 : 원래 변신실패 당시에 자기가 만든 데드맨한테 그대로 죽는 페이크 주인공 역이었으나, 배우의 열연으로 준주역이 되었다는 건 다들 아는 사실.

-아길레라 : 제작 발표 당시에는 부모님이 페닉스의 인체실험으로 폐인이 되었다(両親をフェニックスに廃人にされた)는 설정이 공식 소개문에 올라왔으나, 방영 직전 공식 홈페이지에서 소개문이 '가족애를 믿지 않는다'로 바뀜.

-데드멘즈 : 훌리오는 경찰, 오르테카는 무면허 의사라는 설정이었음.

-잇키 엄마 : 원래 1화에서 렉스 데드맨한테 당한 후 그대로 사망할 예정이었으나 바뀜. 이유는 가족이 죽으면 주인공은 앞으로 정의가 아니라 복수를 위해 싸우는게 되므로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부적절하다는 이유.

내가 짚는 부분은 노선 변경 여부가 아니라, 노선이 변경된 이유다. 위에서 보면 알겠지만, 설정이 변경된 이유는 하나같이 애들 보기에 부적절한 소재라는 것.

그렇다면 정장 잇키도 비슷한 이유로 기각되어서 지금 같은 전개가 된게 아닐까 싶다.

-글자 수 문제로 다음 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