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형이 두 눈썹을 찌푸리며 당신의 무공을 시험해보고 싶어 했지만, 원기가 소진되어 손을 들기도 귀찮아 앉아서 입으로만 초식을 해부했습니다.

비록 실전이 아닌 공담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지만, 종이 위의 전투에도 나름의 장점이 있어 생사를 건 싸움이 아니라 여유롭게 생각할 수 있어 마치 바둑을 두듯 정신을 집중해 사고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런 사고 훈련이 난관에 봉착한 사람에게 특히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해 당신에게 도움이 될 거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무학 견식이 비범해 손을 쓰지 않고 입으로만 해도 실전처럼 상상할 수 있어, 반응은 그보다 빠르지 않았지만 기묘한 수를 연이어 내놓았고, 그가 방심한 사이 오히려 당신에게 역공당해 패배했습니다.

대사형은 말없이 웃으며 감개무량해했습니다.

그가 예전 당문 뒷산에서 은거하며 반년 동안 고심 끝에 깨달은 무학의 지극한 이치였습니다.

그는 당문 무공을 근본으로 삼아 초식과 운기를 자연스럽게 해도 뿌리 깊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어려웠고, 스스로 실천하기엔 이미 늦었습니다. 그가 아무리 남들과 절차탁마하려 해도 어디서 선입견 없이 내공이 충실하고 체격이 균형 잡힌 만성형 인재를 찾을 수 있겠습니까?

다행히 당신이 있어 그가 구상한 ‘무형지형’이 마침내 구현될 수 있었고, 전에 당신에게 망형편을 여러 번 암송케 하고 복면을 쓰고 뒷산에서 지도한 것이 헛되지 않았습니다."